BGM 오마이걸 - Je T'aime
오늘의 부제 4년 후, 우리.
"진짜 오랜만이네."
"그러게."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우린, 여전히 나름 잘 만나고 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이곳에 올 생각만 하고 오질 못 했었는데.
"진짜 그대로네."
"4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변해있으면 서운할 뻔했는데."
"나도."
이곳에 이사 오던 그날, 차를 타고 올라왔던 언덕도 그대로.
전정국과 종종 왔다 갔다 했던 마트도 그대로.
우리가 나름 첫 데이트를 했던 사진관도, 처음 손을 잡은 그 길도. 여전히 그대로.
"나 갑자기 울 것 같아."
"안 돼. 울지 마. 너 팅팅 부은 눈으로 가면 엄마한테 혼난단 말이야."
전정국은 잡고 있던 손을 뒤로 빼며 내 얼굴을 확인했고 나는 그런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분위기가 없어, 분위기가."
내 말에 전정국은 눈을 크게 뜨며 발끈했다.
"야! 분위기 하면 나지. 너 저번 주에 기억 안 나? 내가 양초에..."
"야!"
그의 말을 듣다 정말 놀란 나는 그의 입을 빨리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의 종아리를 차버렸다.
"아! 야... 잠깐만. 나 진짜 아파..."
내가 너무 세게 찬 건지 촉촉해진 눈으로 주저앉으며 두 손으로 다리를 감싸는 그를 보자 조금 미안해져 옆에 같이 쭈그려 앉아 그의 다리에 손을 올렸다.
"병 주고 약 주냐."
"미안..."
"아, 진짜..."
전정국이 바짓단을 끌어올리자 정말 멍이라도 드려는 지 시뻘개진 종아리에 괜히 죄책감이 들어 조용히 일어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 그니까 말 좀 가려서!... 하라니까..."
전정국은 내 손을 잡고 일어나더니 자기 다리를 가리키곤 이내 자신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왜?"
"병을 줬으니까 진짜 약을 줘야지."
"무슨 약?"
내 말에 전정국은 자신의 볼을 내 얼굴에 쑥 내밀었다.
"네가 여기에 뽀뽀 한 번 해주면 다 나을 것 같은데."
난 다리를 때렸는데 얘는 왜 머리가 다쳤냐.
이름이 정국을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정국은 이름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성이름! 빨리! 여기! 뽀뽀!"
곧 이름이의 팔을 낚아챈 정국이 자신의 볼을 툭툭 건드리며 뽀뽀를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름이는 한숨을 깊게 쉬더니 천천히 그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 맞닿은 건 볼과 입술이 아닌.
"야! 고개를 돌리면 어떡해!"
"네가 너무 천천히 하길래- 나 성격 급한 거 알잖아."
입술과 입술.
갑자기 고개를 돌려버린 정국 탓에 그대로 입술 박치기를 해버린 이름이는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있는 힘껏 뛰어갔고 정국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이런저런 일 끝에 도착한 그곳을 빤히 올려다보던 이름이는 어느새 생각에 잠겼다.
만약 엄마가 구해준 집이 이곳이 아니었다면. 난 전정국과 만나지 못했겠지?
만약 이 집의 공사가 제대로 됐었다면 전정국과 내 첫 만남이 그렇게 황당하진 않았겠지?
그럼 전정국과 그렇게 친해지지도 못 했을 거고,
그리고 만약 내가... 정말 계속 전정국을 싫어했다면. 그래서 정말 이사를 가버렸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내가 너의 일기를 읽지 않았다면. 그래서 네가 그토록 질투했던 김석진 씨와 만났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이름이 한창 생각에 잠겨있다 정신이 들었을 땐 어느새 정국이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녀와 똑같이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언제 왔어?"
"아까."
정국은 뭔가 생각이 난 건지 이름이의 손을 잡은 채 두 집 사이에 있는 벽 한가운데 섰다.
"뭐 해?"
"여기였어."
"... 뭐가?"
이름이의 말에 정국은 이름이 살았던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김 부장님과 얘기했던 자리."
아. 예전에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하던 그 자리.
용케도 기억하고 있네.
"그때 무슨 얘기 한 거야?"
이름이의 말에 정국은 목을 긁으며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예전에 식당에서 만났을 때... 그 인간한테 우리..."
"우리?"
답지 않게 뜸 들이는 정국의 모습에 이름이 잔뜩 긴장한 채 그의 대답을 기다렸고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우리... 같이 잔 사이라고... 그랬거든."
"뭐?"
생각보다 큰 자신의 소리에 놀란 이름이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 채 놀란 표정으로 정국을 쳐다봤고 정국은 그런 이름이에게 허둥대며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그때는 그냥 그 인간이 너 좋아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너 그 인간한테 안 뺐기려면 뭐든 해야겠다 싶어서..."
한참이 지나 이름이 손을 천천히 내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여기선 무슨 얘기했는데."
"뭐, 그냥. 널 마음에 두고 있냐길래 그렇다고, 너 많이 좋아한다고, 그 얘기했지. 그래서 나는 그쪽 싫다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네가 나온 거야."
그랬던 거야?
그래서 그때 김석진 씨가 그렇게 전정국에 대해 물었던 거구나.
아니. 뭐든 해야 할 것 같으면 좋다고 표현을 해야지. 그런 말을 하냐.
화는 나는데 어이가 없어서 화도 못 내겠고, 부끄러운지 얼굴부터 목까지 자기 종아리처럼 새빨개진 그 모습이 좀 귀엽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이라 이제 와서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화를 내야 하나 그냥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이름이는 고민 끝에 정국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자신과 시선을 맞췄다.
"... 때릴 거야?"
누가 보면 내가 매일 너 때리는 줄 알겠다.
"너. 한 대만 맞아."
이름이는 정국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끌어내렸고 정국은 웬일로 조용히 끌려와주었다.
자신의 잘못은 아는 건지 두 눈을 꼭 감은 정국을 보던 이름이는 정국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부딪혔다.
이름이 진짜 세게 때릴까 잔뜩 긴장했던 정국은 생각 외의 가벼운 이마 박치기에 눈을 떴고 짧게 마주친 시선에 말없이 씩, 웃어 보였다.
"이렇게만 때려주면 하루 종일 맞아줄 수도 있는데. 또 때려줄 생각은 없어?"
"없어! 빨리 들어가!"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푹 숙인 이름이 그새 능글맞은 웃음을 띤 정국의 등을 떠밀며 정국의 집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정국의 집에 들른 적이 없던 건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에 온 탓에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한 이름이는 정국의 옷소매를 붙잡았고 정국은 그런 이름이의 마음을 아는 건지 자신의 옷을 잡은 이름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설렘 가득한 긴장감을 잔뜩 안고 들어선 집은.
"저기요."
"내가 안 했다니까요?"
"그럼 이 화분이 자기 혼자 나 깨져야징- 이러고 깨져요?"
"그랬을 수도 있죠. 그쪽이 싫어서 아잇! 깨질 거야! 하고 반항한 걸수도 있죠!"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두 남녀의 싸우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이고- 또 저러네."
"놔둬. 저러다 미운 정도 들고 하는 거지."
그리고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젓는 정국의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어깨를 두드리는 정국의 아버님.
"우리 왔어."
"어? 왔니?"
"안녕하세요!"
정국의 말에 두 분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고 옥탑방이 있을 계단 위를 올려다보자 정국의 어머님이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너 이사 가고 새로 왔던 총각이 결혼하는 바람에 한동안 집이 비었었거든. 그런데 두 달 전부터 한 남학생이 이사를 왔거든? 그 뒤로 매-일 옆집 아가씨하고 전쟁을 해."
"아... 그래요?"
"쫓아내."
정국의 말에 이름이 정국의 팔을 찰싹 때리자 정국이 팔을 문지르며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이름을 쳐다봤고 이름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정국의 부모님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철이 덜 들었어.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
"그래. 자주 오고."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자는 정국의 말에 그의 집을 나서던 우리는 몇 걸음 걷지 않아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거 제가 먹으려고 산 건데요."
"이웃끼리 나눠먹고 좀 그럽시다. 아이스크림 하나 가지고 쩨쩨하게."
"뭐요? 쩨쩨? 자기 음료수 한 모금 마셨다고 일주일을 삐쳐있던 사람이 누군데..."
"한 모금 아니고 두 모금이거든요! 그리고 일주일이 아니라 5일이에요."
"진짜 쩨쩨한 사람이 누군데 누구한테 쩨쩨하대. 자기는 소심킹에 배달 전화도 나 없으면 못 걸면서."
"누, 누가 못 걸어요! 그냥 내가 귀찮으니까 그렇죠!"
"어련하시겠어요."
분명 몇 시간 전에 들었던 옥상 위의 싸우던 소리의 주인공일 두 남녀의 모습.
초코맛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말싸움을 하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4년 전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마트 로고가 크게 박힌 비닐봉지를 손에 쥔 채 크림빵 하나를 가지고 투닥거리던 그날의 우리가 저 두 사람과 비슷해 보이는 건 우연일까, 정국아.
"예쁘네."
"뭐가?"
"저 둘."
이름이의 말에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은 정국이 물었다.
"..... 그러게. 우리도 저랬을까?"
"글쎄. 저랬겠지?"
결국 여학생이 아이스크림을 남학생에게 주는 걸로 끝난 둘의 작은 다툼이 끝나고 우릴 지나친 두 사람은 서로를 한껏 노려보다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고 이내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진짜 돈 많이 벌어서 빨리 이사를 가든가 해야지!"
내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열심히 입에 달고 살던 말인데.
한참을 웃던 나는 여전히 웃음이 멈출 줄 모르는 정국이의 손을 잡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국아."
왜 부르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저 사람이 정말 이사를 갈 것 같아?"
내 말에 잠깐 고민하던 정국이 이내 웃음 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난 왠지 안 갈 것 같네."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름이 집에 가자며 정국의 손을 잡아끌었고 정국은 잠시 우리가 살았던 집을 보다 뒤를 돌았다.
정국아.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좋겠는데.
난 왠지 저 두 사람이. 우리처럼 잘 될 것만 같은 그런 예감이 들어.
너는 어때?
정국에 뷔온대 사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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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암호닉은 http://www.instiz.net/bbs/list.php?id=writing&no=2743458&&noinput_memo= 이곳에서 받고 있습니다!
p.s.2 - 완결 기념 워더권 뿌립니다. 누굴 워더하냐고요? 저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