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사랑일까, 우리 - 바닐라 어쿠스틱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해가 뜨는 걸 보며 그제야 잠에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잠에 잔뜩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브데여-"
"이름 씨?"
"... 네?"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김석진 씨 전화인 줄 알았으면 예쁘게 받는 건데...
목을 가다듬고 다시 전화를 받자 작게 웃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자고 있었어요? 내가 깨웠나 보네. 미안해요."
"아니에요!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혹시 오늘 약속 같은 거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왜지.
"아... 뇨."
"그럼 우리 오늘 좀 만나요."
뭔가 있는 느낌인데. 에이- 아닐 거야.
이게 다 전정국 씨 일기를 읽어서 그런 거라며 고개를 젓고는 그에게 좋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옆집에 귀를 기울이자 조용한 걸로 봐서 아직 자고 있는 듯 했다.
그냥 앞으로 계속 집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다. 나 이사 갈 때까지.
점심에 보자고 했으니까... 2시간만 더 자야겠다.
이름이는 이번엔 절대 저번처럼 급하게 준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알람까지 설정하고 잠이 들... 었지만.
"아 또! 또 늦게 일어났어!"
역시나. 약속 1시간 전에 일어났다.
오늘도 씻는 둥 마는 둥, 머리를 말렸다가 화장을 했다가 옷을 골랐다가 다시 머리를 말렸다가...
그런데 그것보다 문제인 건 치마를 보면 전정국 씨의 일기가 생각나고 화장을 하다가도 전정국 씨의 일기가 생각나고.
그의 일기 내용이 머릿속을 맴돈다.
약속을 5분 남기고 겨우 준비를 끝낸 이름이는 난관에 부딪혔다.
"이걸 뿌려, 말아."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좋다고 뿌렸던 향수였는데 전정국 씨의 일기를 본 후로는 그냥 뿌릴 수가 없었다.
"어떡해. 뿌려, 말아?"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이름이의 고민은 전화 한 통으로 깔끔하게 해결됐다.
"이름 씨, 준비 다 했어요?"
"네. 지금 내려갈까요?"
"아뇨. 조금만 있다 내려와요."
"그럼... 그냥 뿌리고 가자."
이름이는 옷에 향수를 뿌리며 생각했다.
전정국 씨는 지금 이런 나를 전혀 모르고 있겠지.
집에서 나오며 아직 조용한 옆집을 힐끔 쳐다봤다.
속 편하게 자고 있겠지. 좋겠네.
이름이 계단을 내려가 현관문을 열자 여느 때처럼 석진의 차가 앞에 서있었고 이름이 차에 타자 석진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래. 지금만큼은 아무 생각 하지 말자.
차가 출발하고 한참이 지나도록 이름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자고.
어느덧 저녁이 되고 석진의 차는 이름이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이름 씨? 이름 씨!"
"ㄴ, 네?"
결국 나는 하루 종일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심지어 집에 도착한 이 순간까지도 나는 계속 전정국 씨와 일기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디 아픈 데라도 있어요? 오늘따라 멍해 보이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전 이만..."
"잠시만요, 이름 씨."
아, 올 것이 왔구나.
이름이는 자신을 잡는 석진의 손에서 확신했다.
아침에 통화를 하며 느낀 건 느낌이 아니었다.
"네?"
석진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가 좀 더 편한 사이가 되면 말하려고 했는데 지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사실 저희 어머니가 이름 씨한테 사진 보여준 거, 제가 부탁드린 거예요. 이름 씨가 이사 오던 날 우연히 이름 씨를 봤는데 너무 예뻐서요.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나한테 사진을 보여준 게 사실은 김석진 씨가 부탁한 거다. 이건가? 이거지, 지금?
"당황스러울 거 알아요. 그런데 우리..."
설마... 설마...
"사귈래요?"
오 마이 갓.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환장하겠다. 이건 뭐 성이름이의 환장쇼도 아니고. 차라리 갑자기 이경규 아저씨가 등장해서 몰래 카메라였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어쩌지, 지금 대답해야 하나, 뭐라고 하지.
갖가지 생각이 스치는 이름이의 얼굴을 보며 석진이 말을 이었다.
"아, 지금 바로 대답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그때 대답해줘요."
다음이라는 말과 함께 차에서 내린 나는 집으로 올라가 문고리를 잡았다가 다시 놓았다.
그리고 옆집으로 건너갔다.
문을 두드리자 편한 차림의 전정국 씨가 집에서 나왔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뭐 할 말 있어요? 그냥 창문 열고 얘기..."
심호흡 한 번 하시고.
"나 고백받았어요."
쏘세요.
전정국 씨의 표정이 굳었다.
"김석진 씨한테 고백받았어요, 나."
"그, 근데요? 뭐, 추, 축하라도 해줘요?"
입만 웃는다. 눈은 굳은 채 입만. 그것도 덜덜 떨면서.
이판사판이다, 싶어 눈을 딱 감고 모조리 얘기했다.
"봤어요. 그쪽 노트. 정말 미안하지만 일기도. 다 읽었어요."
살며시 눈을 뜨자 당황한 표정의 전정국 씨가 보였다.
"버렸다면서요."
"사실, 그거 소파에 떨어져 있었어요."
내 말에 전정국 씨는 힘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서요. 다 알게 된 마당에 그 인간이 고백했단 얘기는 대체 나한테 왜 하는 건데요? 나보고 진짜 축하라도 해달란 얘기에요? 아니면 나 싫다는 얘길 이렇게 하는 건가?"
"나 저 사람 만나요?"
"예?"
"나 저 사람이랑 사귈까요?'
이건 진짜 미친 짓이다.
전정국 씨의 표정이 알 수 없게 변했다.
얘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싶겠지.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전정국 씨라고 알겠나.
"그쪽 마음대로 해요,"
전정국 씨는 날 툭 밀어내고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다.
닫히는 문 사이로 급하게 발을 밀어 넣었다.
놀란 전정국 씨가 문을 활짝 열었다.
"미쳤어요? 거기 발을 왜 집어넣어요? 다치면 어떡하려고..."
"나 진짜 만나요?"
한참을 내 얼굴만 바라보던 전정국 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만나지 말라고 하면... 안 만나요?"
"대답해봐요. 저 사람, 만날까요, 말까요?"
계속되는 내 물음에 한숨을 푹 내쉰 전정국 씨는 입술을 깨물다 나와 눈을 맞췄다.
"내가 생일 선물로 소원권 갖고 싶다고 했죠,"
웬 소원권 얘기지.
"그거, 지금 쓸게요."
대체 어떻게 쓰려는 건가, 싶어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나지 마요. 김석진이든 영업 부장이든 오빠든 만나지 마요."
소원권 내용이, 김석진 씨와 만나지 말라는 거라니.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안 만날게요,"
"그리고..."
뭐 더 할 말이 있는 건가, 했는데 그가 별안간 내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끌었다.
"뭐, 뭐예요!"
문이 닫히는 소리에 괜히 긴장한 내가 그의 손을 놓자 그가 순순히 내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원래 이걸 소원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우리 만나요. 이웃 말고 애인으로."
"네?"
놀란 내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가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천천히 다가오는 얼굴. 그리고 느껴지는... 입술?
미처 반항하거나 밀어낼 틈도 없이 그의 입술은 금방 떼어졌다.
온갖 환상으로 가득했던 내 첫 키스가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던 와중, 내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를 올려다보자 정말 터질 듯 붉어진 얼굴을 한 그는 내게 말했다.
"이건 소원 아니에요. 기다릴게요. 그쪽 대답."
정국에 뷔온대 사담 |
좋겠다... 누구는 정국이랑 뽀뽀도 하고... 이러다 얘네 다음 편에 사귈 듯. 왠지 댓글 중에 '그럼 내가 석진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지만 영창 가서 마라핫으로 세수하고 싶지 않으시면 거기서 그만두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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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30cm 암호닉 |
ㄱ 간장밥 / 갓찌민디바 / 고무고무열매 / 구가구가 / 국쓰 / 귤 / 꽃오징어 / 꾸꾸♥ / 꾹꾸까까 / 낑깡 ㄴ 나의별 / 너를위해 / 늘봄 / 늘품 ㄷ 다미 / 다정 / 달콤윤기 / 둥둥이 ㄹ 랄라 / 레드 / 로즈 / 루이비 ㅁ 마름달 / 목소리 / 무네큥 / 미니미니 / 민슈팅 / 밍뿌 ㅂ 방소 / 뱁새☆ / 범블비 / 분수 / 블라블라왕 / 비림 / 비비빅 / 비븨뷔 / 뷔밀병기 / 빠밤 / 빡찌 / 뾰로롱♥ / 뿡침침슈 / 쀼 ㅅ 사이다 / 순생이 / 슙큥 / 스타일 / 쓰니워더 ㅇ 연꽃 / 오렌지 / 오월 / 용가리침침 / 윤기야 / 융융힝 ㅈ 전정쿠키 / 정꾸기냥 / 정연아 / 정전국 / 정쿠다스 / 제리뽀 / 주황자몽 / 쩡구기윤기 / 쫑냥 ㅊ 참기름 / 채린별 / 초코아이스크림 / 침치미 / 침침이< / 침탵 ㅋ 코코몽 / 콘칩 / 쿠앤크 / 큐큐/ 크슷 / 큄 ㅎ 항암제 / 환타 / 희망빠 숫자, 문자 030901 / 0320 / 0917 / 1234 / 6018 / ♡율♡ / ♥옥수수수염차♥ |
암호닉 신청해주신 소진님! 양식 맞춰서 다시 신청 부탁드립니다ㅠㅠ
p.s. - 암호닉은 http://www.instiz.net/bbs/list.php?id=writing&no=2743458&&noinput_memo= 이곳에서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