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do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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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누나, 오늘은 딸기맛 어때요. 오늘은 초코보다는 딸기가 좀 땡기네.
- …맘대로 알아서 해.
- 와, 이제 대답도 해주고. 착하네, 우리 누나. 그래서 몇 살이냐니까요.
'진짜 누나 맞아? 알고 보면 존나 애새끼인 거 아니고?' 고개를 숙이고 작게 읊조리는 말을 내가 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내가 들은 걸 알고서도 나를 기만하려 하는 건지 삐딱하게 저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씨발. 절대로 박지민에게 내 신상을 내 스스로 읊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것이다. '어, 손님 왔다. 어서오세요!' 사건의 그 날 이후로 2주 째. 박지민은 이젠 계산대 안으로 들어와 알바생 행세를 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손님은 편의점 조끼를 껴입고 무기력하게 옆에 앉아 있는 나를 이상한듯 힐끔 바라보곤 편의점을 나선다. 인생, 좆같다. 다른 알바를 찾아보려 해도 곧 학교에 가야된다는 사실에 제대로 된 알바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교복을 옷장 깊숙이 숨겨두면 뭐하나, 이미 편입 신청을 끝낸 어머니가 우뚝 버티고 서 있는데. 며칠동안 OO고등학교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바를 구하려다 실패하고 아직은 묵묵히 편의점 알바를 나가는 중이다. 내 처지를 생각하며 혼자 체념을 하다가도, 옆에서 헤실헤실 처 웃는 박지민을 보면 그게 또 안 된다, 이 말이다. 지금 이 상태론 OO고등학교와 멀리 떨어진, 주말 이틀이라도 가능한, 꿀의 알바를 찾는다면 당장에라도 편의점 조끼를 벗어던지고 날아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 아, 오늘 성적표 나왔는데.
- … 하아.
- 왜요, 내 성적 궁금해요? 보여줄까요?
- 아니.
좆도 궁금하지 않아, 네 성적. 내 말은 씨나락 까먹듯 까먹어버렸는지 필통마저 들어있지 않아 호올쭉해져 너덜너덜거리는 제 가방을 열어젖혀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펼친다. 그거 보는 것만으로도 존나 머리 아프니까 제발 그거 내 눈 앞에서 치워줄래. 미간이 찌푸려지는 내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박지민이 제 손에 가지고 있던 종이를 내 앞으로 내민다. 씨발, 보기 싫어. 보기 싫다고….
- 국어 7등급, 수학 7등급, 영어 7등급.
씨발, 내가 보기 싫댔잖아.
'아, 이제서야 표정이 좀 변하네. 이때껏 표정 변화도 없길래 인형인 줄 알았잖아요, 누나. 네?' 태연하게 종이 뒤편에서 얼굴을 쏙 들이내민 박지민이 설설 웃으며 나의 얼굴을 살핀다. '이렇게 보니까 더 예쁘네, 우리 누나.' 알고 보면 더 미친놈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외면부터 속까지 불순에 불순으로 물든 청소년 새끼. 이중인격에, 머리까지 나쁘다. 험한 세상 존나 잘도 살아가겠다, 좆고딩아. 습관처럼 한숨이 나왔다.
- 오, 지금 그 한숨, 걱정이라도 해주는 건가? 지금 나 걱정하는 거죠, 누나?
- ….
- 2주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엉덩이 씨발 불 날만큼 쫓아온 보람이 있네.
그냥 사라져라 제발….
*
- 이름아, 단정히 하고 가. 선생님께 잘 보이고, 그래도 첫 날인데.
- 알아서 어련히 할까.
- 말도 좀 예쁘게 하고.
문이 닫히며 도어락에선 요란한 소리가 났다. 반지하에서 산 게 고작 몇개월 전인데 아파트에 금방 적응했다. 띵 소리가 나며 열린 엘레베이터 안에 들어서며 떨어질 듯 아슬하게 손에 쥐어져있는 서류 봉투를 힘주어 쥐었다. 10층에서 천천히 내려가던 엘레베이터가 7층에서 소리를 내며 멈췄다. 버튼 앞에 자리하던 나는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 꽂아뒀던 핸드폰을 찾아내고 두걸음 뒤로 물러났다. 사람이 타는 기척이 느껴졌고,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한 쪽 귀에 꽂았다. 학교는 고작 걸어서 5분 남짓 거리이지만.
- 어.
잠긴듯한 목소리로 낮게 울리는 소리에 반대쪽 귀에 이어폰을 꽂으려다 고개를 들었다. 살짝 감았다 뜬 눈에는 박지민 똘마니들 중 한 명이 비쳤다. 시끄러움을 빼면 시체인 그들 중에서 가장 말이 없는 고딩이었다. 그러니까, 전정국이랬나…. 2주 사이에 이름도 외워버린 사실에 진절머리가 났다. 씨발, 내가 얼마나 시달렸으면. 미간을 찌푸렸다, 풀었다, 입을 앙 다물었다 시시각각 표정을 변화하는 나를 묵묵히 바라보던 전정국은 1층에 다다르자 나에게 소리 없이 고개를 꾸벅 숙이곤 엘레베이터를 나섰다. 하아, 왠지 내 인생에 거대한 장애물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엮이지 말자, 엮이지 말자.
아파트 공원을 따라 느즈막히 걸어가니 바로 앞에 학교가 보였다. 이미 등교 시간은 지난지 오래였고, 학교 앞 길은 한적했다. 아까 마주쳤던 고딩은 뭐지, 그럼. 느긋하게 엘레베이터를 빠져나가던 고딩의 잔상을 떠올리다 초록불로 바뀌는 신호등에 애써 머리를 털어 지워냈다. 엮이지 말자고 한지 3분도 지나지 않았다. 늦여름이지만 햇볕은 따가웠고,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서류를 반대손으로 옮기고 땀이 흥건해진 손을 대충 털었다.
다행히도 수업시간이었는지 복도는 조용했다. 밖에서 볼 때는 쥐꼬리만하던 학교가 들어와서 교무실을 찾자니 꽤 커보였다. 간간히 지나가는 학생들은 사복을 입고 두리번거리는 나를 이상한듯 힐끔거렸고, 나는 그 시선을 피해 간신히 찾은 2학년 교무실로 들어섰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놨는지 교무실 안은 냉기가 가득했다. 조용한 적막 속에 들린 문 소리에 안에 있던 소수의 선생님들의 시선은 금방 나에게로 모아졌다. '혹시, 저번에 연락줬던 편입생…?' 그 중 안경을 쓰신 한 분이 나에게 물었고, 나는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리로 와서 앉아라.'
- 개학날 2학년 4반으로 바로 등교하면 된단다. 네 자리는 마련해둘테니까.
인상 좋은 웃음을 지은 선생님의 말을 끝으로 나는 교무실을 나왔다. 괜히 예전 자퇴할 때의 생각이 났다. 갑자기 속이 답답해졌다. 시원한 거라도 마실까. 예전 학교에서 있었던 음료수 자판기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뗐다.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두리번대던 도중, 스피커로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렸다. 수업 끝났다고 온 나라에 광고할 일 있나. 잠시 걸음을 멈췄던 나는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을 우르르 나오기 시작한다.
'뭐야, 사복인데?' '누구 가족 아니야?' '병신아, 저기 우리 학교 서류 봉투 들고 있잖아.' '뭐야, 전학생?' 사복을 입고 걸어가는 나를 보며 웅성거림이 커졌다. 학교 안 좆고딩들의 관심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괜한 스포트라이트 받기가 부담스러워 발걸음을 빨리했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바로 보이는 코너로 돌아갔다. 그러자, 관리한지 오래되어 보이는 뒷뜰 너머로 곧 쓰러질듯 삐걱이는 음료수 자판기가 보였다. … 하, 이 놈의 학교는 씨발.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햇볕은 더욱 뜨거워지고 느껴지는 갈증에 침을 꼴깍 삼켜 넘겼다. 저거라도 마셔야지, 어쩌겠어. 다시 한 번 서류봉투를 고쳐 안아들곤 음료수 자판기로 향하는데,
- 야, 짐나, 짐나. 성호가 우리 다음 체육이니까 존나게 튀어오래. 이번에도 빠지면 야구빠따라고.
- 씨발, 귀찮아….
- 아, 그리고 오늘 예쁜 누님 하나가 왔다 갔다는데?
- 무슨 개소리야, 그건 또.
'몰라, 성호 지금 존나 흥분했는데?' 박지민의 눈 앞에서 메신저를 띄운 제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익살스럽게 웃어보이는 김태형의 얼굴에 급하게 몸을 뒤로 젖혀 막다른 벽에 몸을 기댔다. 들키면 주옥되는 거야. 거칠어진 숨소리를 죽였다. 애초부터 내가 왜 숨어야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씨발.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촉이 나를 숨기고 있다. 내 오른쪽을 막고 있는 벽에 달라붙어 빼꼼히 얼굴을 내밀자 담배를 꼬나물고 삐딱하게 선 박지민의 뒷통수가 보인다. 아, 담배 연기….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아 나오려는 기침을 참았다.
- 전학생인지, 누구 가족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예뻤대. 애들 지금 흥분 상태.
- 그러든지 말든지. 알 바야.
- 어휴, 우리 지민이는 요즘 편의점 누나한테 빠져서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 응?
'닥쳐, 씨발.' 언제 뱉어냈는지 모를 담배 꽁초를 발로 비벼낸 박지민이 낮게 읊조렸다. 편의점에서 봤을 때완 달라진 분위기에 괜히 몸이 굳었다. 쟤 저러는 거 몰랐던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편의점 누나한테 지민이 실체를 까발리면 우리 지민이 어쩌려나~' 그 기운에 쫄지도 않았는지 더욱 입꼬리를 올린 김태형이 놀리듯 박지민의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든다. 괜히 시간 끌지 말고 조용히 체육인지 뭔지나 가라, 제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다리에 점점 힘이 빠졌다.
- 근데, 솔직히 그 누나 벌써 다 알지 않을까? 너 꼴통인 거, 악!
'아, 왜 때려어!' 김태형이 볼멘소리를 내며 불퉁한 시선으로 박지민을 바라본다. 퍽 가벼운 손짓으로 김태형의 손에서 자신의 담배를 채어간 박지민이 고개를 불량스럽게 까딱인다. '니가 뭔데 누구보고 누나래. 친한 척 좆까, 병신아.' 왜 지 꼴통인 거에는 화를 안 내는데. 왜 핀트가 거기로 꽂히는데…. 괜히 숨기는 숨어서 듣지 말아야할 걸 들은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괜히 여기서 잘못해 걸렸다간 쓸데없이 시간만 뺏기게 된다. 2주 동안의 전적으로 봐선 박지민 옆에 김태형이 끼인 이상 적어도 30분은 기본으로 잡아야 한다. 죽어도 참자, 성이름.
- 존나 치사해, 박지민….
- 뭐 어쩌라고.
- 누나가 무스, 아. 씨발…. 좆됐다. 성호가 체육 여기로 오고 있대.
'박지민, 김태형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이 새끼들이, 빨리 안 튀어와?!' 입을 툭 내밀고 박지민에게 맞아 오버액션을 하는 바람에 떨어졌던 핸드폰을 주워 확인하던 김태형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것도 잠시, 저 멀리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김태형의 얼굴은 금새 굳었다. 무서운 분위기를 뿜어내던 박지민도 눈에 띄게 흠칫거렸고,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나 먼저 튄다!!!!' 핸드폰을 제 주머니에 쑤셔넣던 김태형은 머리를 털더니 금방 뒷뜰 너머로 달려갔다. 하아, 이제 집에 들어갈 수 있겠네. 거의 5분동안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했던 다리는 풀려버렸고, 나는 잔디 위에 풀썩 주저 앉아 오른쪽 벽에 머리를 기댔다. 이제 좀 다 꺼져라.
- 박지민!!!!! 김태형!!!!!
혼자 남겨진 박지민은 한 번 더 울리는 목소리에 한숨을 푹 내쉬고는 저도 도망치려는 생각이었는지 발을 떼는 소리가 들렸다. 김태형따라 도망갔겠지. 어휴, 좆고딩들. 무서운 선생님의 말에 꽁무니가 빠지도록 도망가는 김태형의 뒷모습이 생각나 고개를 저었다. 집이나 가야지. 이게 뭔 개고생이야. 잔디를 짚었던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나려 다리에 힘을 주는데, 분명 햇빛이 짱짱했던 공간에 그늘이 진다. …?
아, 망했다.
*
- 박지민, 김태형!!!!! 이 새끼들 이거, 어디 갔어!
체감 2분, 나를 의아한듯 바라보는 박지민과 멍하니 마주했다. 입을 꾹 다물고 그를 올려다보는데, 벌써 여기에 도달했는지 화난 선생님의 외침이 바로 옆에서 들린다. 쨍한 고음에 어깨를 떨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박지민이 씩 웃음을 지었다. 기분 나쁘게. 여기서 소리라도 지를까. 좆 같은 고딩이 선생님에게 귀가 잡혀 끌려가는 모습이 조금, 아주 조금 보고 싶긴 했다. 한 번 숨을 내뱉었다가 다시금 숨을 들이켰다. 너도 한 번 좆돼봐라, 박지민.
- 여ㄱ, 흡!
- 여기서 소리 지르면 좀 곤란한데, 누나.
나의 입을 제 손으로 꽉 막은 박지민이 눈치를 살피듯 벽 저 뒤편으로 주위를 살폈다. '너네 빨리 안 기어나와!?' 그새 큰 소리가 울린다. 박지민은 금방 주저 앉은 나를 살짝 밀어 제 몸을 숨긴다. 덕분에 나는 꼼짝없이 박지민의 손에 입을 막힌채로 그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났고, 박지민은 좀 더 몸을 나에게 밀착해왔다. 지금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조금만 참아요, 누나.
아직까지 내 입 위에 안착해있는 박지민의 손을 얼굴을 돌려 털어내고 모나게 째려보자, 실실 웃은 박지민이 천천히 내 귀로 다가와 속삭였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저리 가라고…. 또 말소리를 입 밖으로 내밀었다간 불필요한 접촉이 생길까봐 입을 앙 다물고 그저 눈빛으로만 말했다. 저 선생이고 뭐고가 나가면 죽일 거야, 널. 그런 내 눈빛의 저의를 알아채긴 했는지 눈꼬리를 살살 휘어가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 꺼져라.
- 귀엽네, 우리 누나.
- 누나 너네 누나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소리를 죽여 눈치를 살피며 입을 떼자 그런 나를 보곤 웃어보인 박지민이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이곤 제 두 팔을 벽에 기대 그 안에 나를 가둔다. 자세, 좆같아. 짜증나. 그냥 엄마나 시킬걸 괜히 내가 왔구나 싶은 생각에 머리를 헝클어트리는데, 좀 조용하다 싶었던 벽 너머에서 이쪽으로 향한듯 점점 커져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걸려라, 제발. 여기 있어요, 박지민. 체육 선생이 제발 불순한 청소년들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간절히 너머를 쳐다보고 있는데, 저도 가까워지는 발걸음을 느꼈는지 박지민이 몸을 밀착해온다.
'꺼져라' 더욱 가까워진 얼굴에 속삭이는 것도 포기한채로 입을 뻐끔대자 박지민이 내 어깨와 얼굴 사이로 얼굴을 기대고는 소리를 참으며 웃어댄다. 웃기냐, 씨발? 짜증나는듯 어깨를 털자, 얼굴을 바로한 박지민이 방금 올라갔던 게 무색하듯 눈꼬리를 늘어트린다. '싫.은.데.' 나를 따라하며 저도 같이 입을 뻐끔대는 박지민을 보고 살인 충동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 선생이 덮치기 전에 내가 아작을 내버릴까.
'김성호, 애들 여기 있는 거 확실해?'
'어, 어…. 여기가 아니라, 그, 옥, 옥상에 있나…?'
'똑바로 말 안 할래?!'
빨리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저버린 체육 선생은 달고 온 학생과 함께 다시 뒷뜰을 나서고 있었다. 벽 너머로 들리는 대화가 말해주고 있었다. 허리 아파. '야, 박지민, 김태형!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체육 옥상으로 끌테니까 빨리 튀어라!' 끝으로 들리는 박지민과 김태형의 좆고딩 친구의 혼잣말에 쭈그리고 있었던 허리를 폈다. 팔자에도 없는 도망자 처지가 되다니.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네. 허리를 쭉 늘리고 무심코 눈을 감았다 뜨는데, 그 바로 앞에 박지민의 얼굴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라….
- … 그럼 나는 간다.
눈을 몇 번 깜빡이는데도 움직임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던 박지민을 애써 무시하곤 몸을 일으키곤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몸을 일으키니 뻐근함이 배가 됐다. 가서 잠이나 장지. 발걸음을 떼는데 멍하니 앉아있던 박지민이 벌떡 일어나서는 아까와 같이 제 두 팔에 나를 가둔다. 뭐 하는 짓야, 이게. 황당한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이없다는 듯 그를 올려다보니 아까의 멍한 상태는 어디 갔는지 금새 능글능글한 눈빛을 장착한 박지민이 얼굴을 들이민다.
- 그 전에.
- ….
- 여긴 왜 있는지. 그거 설명부터 해야죠.
'저 궁금한거 존나게 못 참아요.'
*
- 그래서 오늘부터 이 학교에서 우리와 같이 공부를 하게됐다. 복학생이라고 너무 놀리지들 말고.
- ….
- 이름이 뭐라 그랬지?
- 성이름 누나요!!
'… 박지민 저거, 무슨 꿍꿍이가 있길래 일찍 등교를 했대.' 저가 무슨 유치원생인마냥 손을 번쩍 뜬 박지민이 선생의 목소리에 헤실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아무튼, 어, 성이름 자리는….' 선생의 목소리가 아득해져가고 금새 건방지게 다리를 꼰 박지민이 고개를 쳐들고 나를 묘하게 구경한다. 그 시선에 결국 교탁 뒤로 슬금 물러나다 팔꿈치로 선생의 옆구리를 찔러버렸다. 그 모양새에 교실에 앉아있던 고딩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중 하나. 박지민만이 제 입꼬리를 능글맞게 올리곤 나를 진득하니 바라봤다. 한숨을 푹 쉬고 입술을 힘주어 꾹 깨물고는 시선을 마주하자 보란듯 제 눈을 살짝 감아보이며 웃는다.
… 엄마, 나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주면 안 돼?
불도저 상륙 작전 ☞ Bulldozer 제목 변경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생각해뒀던 제목이기도 했고, 단순한 게 마음에 더 들더라구요... 헿 불도저 상륙작전과 Bulldozer 는 같은 글입니다, 헷갈리지 말아주세요! 8ㅅ8 그리고 이번 편에서 암호닉을 받겠습니다. 신청하고 싶으신 분들은 댓글에 원하시는 암호닉과 함께 댓글을 달아주세요. 암호닉을 신청하시면 본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외전과 함께 텍파를 받으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외전을 포함한 텍파는 공유로 돌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