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대학 후배 전정국 X 시각장애 너탄 11
(+벌써 횟수가 두자리수가 되었네요ㅜ.ㅜ 제목을 줄일까 심각하게 고민되는 오늘.)
정국이 손에 쥔 종이 쪼가리를 내려보곤 주위를 둘러본다.
연화대학교 건축학과에 대대적으로 내려온다는 풍습같은건데, 2인1조 레포트 작성이라니. 학교 졸업학점 따기 한번 힘들다, 그리생각하며 정국이 머리를 헝클인다.
"왜 하필 제비뽑기야,"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던 정국이 귀찮다는듯 상대방을 찾는것을 포기하곤 강의실 의자를 빼 앉기 까지는 정말 짧은 시간이 걸렸다.
성격급한 전정국은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다. 이 바글거리는 강의실안에서,
-
"야 3번 뽑은애 누구야?"
"어? 나나!"
"오예ㅋㅋㅋㅋㅋ!'
-
그래, 짝이 없다 싶으면 찾아오겠지. 정국은 그리 생각한다, 굳이 제가 발벗고 나서 짝을 찾을 필욘 없지 않은가.
근데 또, 멀리서 주절주절 교수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김태형이 보인다.
상황 딱 보니까, 견적나오네. 정국이 괜한 곳에 신경을 기울이며 비웃는다.
김태형, 저 거슬리는새끼가 김탄소랑 레포트를 쓰고 싶은거구나. 누구는 지금 누군지도 모를 상대방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며 앉아있는데,
정국은 애써 시선을 거둔다.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리 생각하면서 은근히 시선을 돌려대며 눈으로는 김탄소를 좇는다,
제 손에 분명히 쥐어진 종이가 있음에도, 김탄소는 숫자를 읽지 못한다. 그렇게 종이를 쥔 채로 이도저도 못하고서 멍청히 서있다.
얼마나 바보같은 꼴인가 싶어 전정국이 웃는다.
혹시나 뽑힐 레포트파트너가 제 장애에 불쾌함을 느낄까 두려워 떠는표정이 볼만했다.
김태형이 저를 위해 우연인척 위장한 배려를 선사하려는걸 알긴 할까.
분명 교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난 김태형이, 제손에 쥐어진 종이가 마치 김탄소와 같은 숫자인것처럼 연기해대는 모습이 눈엣가시처럼 선명하게 그려졌다.
김탄소, 은근히 인생 쉽게 산단말이야. 정국은 또 괜한 심통을 부린다.
관심없는듯 폰을 만지면서도, 그 광경이 퍽이나 짜증나 정국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땀에 젖은 종이를 만지작 대는 김탄소에게 다가간다.
정국이 제손에 쥐인 종이를 한번 쳐다보곤, 허공을 방황하던 김탄소의 손에서 그 축축한 종이를 뺐어든다.
분명, 그 숫자가 일치했다. 정국이 기막힌 우연에 웃는다.
잠시 큭큭대다, 배를 잡고 실성한듯 그리 웃다가.
"안녕 탄소누나, 또 같은팀이네."
젖은 종이 하나와, 제 꼬깃한 종이를 김탄소의 손 위에 올리며, 그렇게 말을건다.
저 멀리서 그런 제모습과 김탄소의 모습을 바라보는 김태형의 표정이 볼만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저 거슬린다는듯한 김태형의 표정을 보아하니. 꽤 만족스러운 결과같기도하고,
-
"어...정국...."
"응 나에요 이번에도, 두번다시는 이런 과제로 만나기 싫었는데 또 만나네요."
또 마을 더듬는 꼴이 퍽이나 답답해서 저절로 정국의 얼굴에 인상이 써진다.
멀리서 김태형이 걸어오는게 느껴져 애써 즐거운 표정을 짓고는 김태형을 쳐다본다.
"뭐야, 둘이 같은번호?"
그래, 너도 안믿기지?
나도 안믿겨 임마.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 드러나는 정국의 속내에 김태형이 또 곤란함이 한가득 내비치는 표정을 지어낸다.
"누나, 괜찮아?"
시발 지금 괜찮냐고 물어봐야할 상대가 누군데,
정국은 태형의 그 태도에 또 울컥 짜증이 오른다.
일단은 참는다. 앞으로 벌어질, 더욱 열이 채이는 상황들이 눈앞에 선한데,
벌써 화를 내면 안된다, 정국은 또 애써 표정을 고쳐짓곤.
멍하니 서있는 김탄소의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김태형을 직시한다.
"누나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괜찮겠냐고 묻는건 뭐야 김태형."
최대한 능청을 떨면서 있는대로 약을 올렸다.
김태형이 주먹을 꽉쥐곤 바들바들 떤다. 입모양으론 계속해서,
'손.떼' 를 연발하면서.
그 짜증 가득한 얼굴이, 근래에 김탄소와 김태형을 바라보던 제 모습과 겹쳐 보여 전정국은 이유없는 승리감에 취한다.
-
그시각, 죄없는 김탄소가 난데없는 신경전의 희생양이 된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접고 싶다. 그리 말한게 불과 몇일 전 이건만, 피할 수 없는 우연으로 정국과 계속 엮이는 꼴이 못내 불편했다.
아니, 사실은 참을 수 없이 좋았다.
제 어깨에 얹어진 단단한 팔에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온전히 느끼면서, 그렇게 다짐했던 마음이 자꾸만 무너지는걸 느낀다.
그래, 이번엔 김탄소가 완전히 졌다. 그렇게 자포자기 하든 빠르게 뛰는 심장을 받아들인다.
벗어나고 싶어도, 버리고 싶어도 어쩔수없는게 제 감정이구나,
그 사실을 또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
암호닉은 선착순으로 약 30~40명...정도까진 수용 가능 할 것 같습니다!
투표좀 꼭해주세요.. 그...제목 재밌게 줄여주시면 소정의 감사표현을...ㅎㅎ하허이ㅓㅎ이ㅏㅓ아
암호닉 신청 기쁘게 받겠습니다!
오늘은 별 내용이 없어서 죄송할 따름..
암호닉은 어느정도 인원수가 차면 마감이라고 표시하겠습니다.
독자님들 오늘도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