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번외 3
15. 무미건조
창문으로 새벽의 빛이 어슴푸레 방을 밝혔다. 00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잠들어 있지 않았다. 시야가 흐릿해 눈의 깜빡임을 조금 더 느릿히 하고 있었을 뿐.
열어 둔 창문은 빛과 함께 신선한 공기도 같이 밀려들어왔다. 새벽 냄새. 00은 숨을 깊게 쉬었다. 폐에 신선한 공기를 가득 담고 싶었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었다. 어차피 호흡은 뱉게 되어 있는 것이다.
멤버들은 아직 잠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00은 그 모습을 보지 않아도 알았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00을 포함해 멤버들 중에선 석진이 가장 일찍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사실이었다. 00은 제일 먼저 일찍 일어났어도 잠든 척했다. 숨을 쉬기 위해서였다. 새벽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거실로 나가면 석진이 있었으니까. 숨이 막히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다.
00은 아침을 먹지 않았다. 가수라는 꿈을 가지고 나서부터 이어진 습관이었다. 어제 제 동생인 현오와 통화를 했다. 시간은 이른 아침이었다. 현오는 제법 쌩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침 먹었어? 주말이니까 빵 먹었겠네. 00은 그렇다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안 먹었어. 나 아침 안 먹어. 그러자 휴대 전화의 건너편이 조용해졌다. 00이 씻으러 가려 큰 타올을 챙겼을 때, 그때서야 현오는 대답했다. 그래. 간결한 답이었다. 현오가 느낀 것은 아마 낯섦이었을 거다. 알 수 있었다.
현오와 00이 전화한 것이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은 어제였으므로, 오늘은 월요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월요일이 한 주의 시작이라 말한다. 사실은 일요일이 한 주의 시작인데 말이지. 어쨌거나,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었다. 달력을 보던 00이 생각했다.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16. 멤버들
"……저기, 누나. 마지막에 동선 조금 바뀌었어요. 원래 위치에서 조금 더 뒤로 가 주시면 돼요."
"아. 고마워."
정국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00은 짧게나마 정국을 바라보고 있던 눈을 다시 제 휴대 전화로 돌렸다. 정국이 멀어졌다. 달달한 향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저런 인위적인 향은 질색이었다. 조금 어질한 머리에 00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정국은 표정을 숨길 줄을 몰랐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싫은 것이든 좋은 것이든 얼굴에 둥둥 떠다녔다. 00과 있을 때는 어색하고 불편한 티가 났다. 00은 딱히 상처받지는 않았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그 어색하고 불편한 것을 능숙히 숨기는 것이었다.
데뷔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00을 향한 지인들의 걱정은 여전했다. 매일매일 00에게로 오는 메시지들이 그러했다. 항상 곁에 있는 멤버들 대신이었다. 밥 먹었어? 힘들지는 않았어? 너 오늘 무대에서 실수했더라.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곧 무대잖아. 또 틀리면 직접 찾아가서 혼낸다. 잘해. 00이 픽 웃었다. 답장은 가벼운 욕설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했다.
너무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었나. 숙인 목이 아팠다. 00이 고개를 치켜들고는 두어 번 돌렸다. 우드득, 알 수 없는 소리가 났다.
"……."
그러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00과 소파에 앉아 있는 지민의 눈이 마주쳤다. 지민은 조금 당황하던 기색을 감추고 눈을 슥 피했다. 순식간이었다.
멤버들과 00의 사이에는 교류가 없었다. 그런 태도는 익숙했다. 00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외로웠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런 비즈니스 관계는 연예계에 판을 쳤다. 그 수많은 비즈니스 관계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수많은 비즈니스 관계는 전부 다 개개인이고, 방탄소년단이란 팀은 다수와 혼자라는 거였다. 일곱 명과 한 명. 순간 00은 자신이 아연해졌다.
괜찮아. 00은 주문처럼 자신을 다독였다. 괜찮다고 하면 괜찮아질 것이다. 근본 없는 확신이었다.
17. 이해
멤버가 멤버를 배척한다는 건 유치한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00을 내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그뿐이었다. 그래서 00은 초연했다.
왜 받아들이지 못하냐 질책하지 않았다. 사실 못한 것이었다. 방황하고 방황하다 간신히 찾아 낸 그 목적지에는 00이 있었다. 00은 자신이 거대한 짐덩어리라고 생각했다. 속에서 밀려오는 죄책감과 미안함은 때때로 어둠 속에 잠식하고 싶어 하는 00의 몸을 쓸어 버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00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는 눈물이 났다. 심각한 자기 혐오였다. 알면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00의 방은 항상 불이 꺼져 있었다. 낮밤 상관없이 00의 방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00이 어둠을 좋아한 탓이었다. 인터뷰에서도 그리 응했었다. 어둠을 좋아해요. 어두우면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00은 언제나 어두운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모습을 본 윤기가 한숨을 쉬었다. 제 방은 항상 어두워요. 방에 들어간 뒤엔 문을 닫아요. 솔직히 방안에 있으면 외롭고 답답해요. 근데 싫진 않아요. 좋아요. 나름.
00이 어둠이 좋다고 말한 후의 답변이었다. 윤기는 가만히 닫힌 00의 방문을 바라봤다. 남준은 머리를 짚었다. 순간 외롭고 답답한 그곳이 싫진 않다는 00의 얼굴이 떠올랐다. 평소처럼 그냥 무시하면 될 걸 오늘따라 왜. 석진이 그런 윤기와 남준을 쳐다보다가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 피곤했다. 딜레이 스케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00을 이해하려 했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려 했다. 단지 피곤해서 넘어가려는 것뿐이다. 피곤해서 그래, 피곤해서. 윤기와 남준도 방에 들어갔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관심과 무관심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날 때부터 이해한 자와 이해하지 않은 자들이란 거였다.
변화는 없었다. 그들은 똑같이 무관심했다.
18. 너무하지 않냐
"00이 어디 있어?"
"……."
침묵이 돌았다. 매니저는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어디 있냐고, 00이. 날이 서 있는 음성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남준이 답했다. 모르겠어요.
"……00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
멤버들의 머리 위로 길고도 깊은 한숨이 쏟아졌다. 지민이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밖에 한 번 나갔다 올게요. 매니저는 그것을 막았다. 됐어. 어차피 찾을 수도 없을 거다. 매니저의 얼굴에 피곤이 잠식되어 떠다녔다. 에너지 소비가 심했다. 멤버들 때문이었다. 보기만 해도 힘이 빠지고 긴장이 숨통을 쥐었다. 외줄을 타는 느낌이었다. 멤버들은 감정 소비와는 다른 범주였다. 감정이라고는 한 치도 새어나오지 않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보는 사람만 힘들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아서, 항시 긴장하고 있어야 했으니까.
"너네 그러고도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냐."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한 마디였다. 매니저의 말에 남준은 움찔, 떨리는 마음을 더 꼭꼭 숨겼다. 매니저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좀, 얘들아. 치사하게는 굴지 말자. 어?"
"치사하게 군 적 없어요."
"그걸 왜 네가 판단해."
매니저의 눈이 석진에게로 따라붙었다. 석진은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치사하게 군 적은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매니저의 눈이 옆으로 가늘어졌다.
니네가 치사하게 군 적이 있든 말든, 그건 피해자가 판단하는 거야. 가해자가 아니라.
석진의 어깨가 미세히 떨렸다.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만한 미동이었다. 내색 따위 없었다.
"그 애가 다가오면 되는 거였어요."
석진이 말했다.
"다가가면, 받아 줄 의향은 있었고?"
"형."
"핑계 대지 마. 나는 니네들 오래 보고 싶다."
"……."
"00이 포함한 말이야."
19. 혐오
"오빠, 무서워요."
"뭐가."
"노래 부르는 게요."
핸들을 트는 매니저의 팔이 뚝 멈췄다. 사고 나요. 그러지 마. 00의 태연한 말에 매니저는 신호에 걸린 차에 맞게 00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00은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는 입을 달싹였다.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워요."
"……."
"두 개 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일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고등학생 때 회사에 들어와 노래가 좋아서 감당이 안 된다는 말을 하던 꼬맹이를, 매니저는 알거든. 그 꼬맹이가 어느덧 커서 자신의 삶을 혐오하게 된 걸, 매니저는 알거든.
"나 진짜 무서워요."
"……."
"멤버들이 그러는 것처럼, 내 노래, 내 무대 보는 사람들이 나 싫어하면 어떡해?"
"……."
"이러다 내가 노래랑 무대까지 놓게 되면 어떡해요."
00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이 턱에 대롱 맺혀 있다가 그대로 하락했다. 얼굴이 축축히 젖었다.
나도 내 자신을 사랑한다면 좋을 텐데.
나지막이 말하는 00의 말을 들은 매니저는 순간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20. 변할 거니?
「무섭단다.」
「뭐가요.」
「부르는 노래가, 서는 무대가,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서는 자신을 보며 사람들이 할 생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신이 무섭단다.」
「…….」
「뭐라고 했는 줄 아냐, 00이가.」
「……뭐라고 했는데요.」
「나도 날 사랑한다면 좋을 텐데.」
「…….」
「잘 좀 살아 보자, 우리.」
하아. 남준이 한숨을 쉬었다. 아까 쥐었던 런치패드는 내팽겨친 지 오래였다. 윤기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각각 다른 작업실에 가 있던 세 명은 모였다. 윤기, 호석, 그리고 남준이었다. 세 명은 가장 익숙한 윤기의 작업실에 모이기로 했다. 실은 움직이기 귀찮다는 윤기의 말에 호석과 남준이 손수 방문한 것이었다.
"무섭대."
윤기가 운을 뗐다. 마땅히 둘 곳 없던 시선은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결국 제 발 끝으로 향했다.
"우리도 무서울까."
그 애는, 우리도 무서울까.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숨이 막힐까.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와 무대도 무서워하는 그 애는, 우리를 보면 어떨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잠잠한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해도 별 상관없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두쪽 다 똑같은 무관심이었어도 심리 상태는 다를 게 분명했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는 무관심과,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관심은 확실히 달랐다. 머리가 아팠다. 평소에 잘 오지 않던 두통이다.
"……먼저 다가가야 하나."
"……."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나는, 누나가 받아들이는 '척'이 아니라,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호석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어느새 다가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은 없어졌다. 다가가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바뀌어야 했다. 안정을 찾아야 했다. 지난번 00의 일로 매니저와 약한 논쟁을 벌이던 석진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받아들였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다.
21. 변할지도 몰라
태형은 눈치를 살폈다. 00에게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었다. 00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천성이 착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 서툴다. 00은 멤버들을 그리 평가했다. 그 말은 곧 멤버들은 00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근본 없는 확신이었다. 그러나 큰 눈을 굴려대는 태형에게서 그 확신이 진실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몸을 부산스레 움직이는 태형에 00은 태형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태형의 몸이 경련 을 일으켰다. 동공이 이리저리 마구 흔들렸다.
"할 말 있어?"
"……."
"할 말 있는 줄 알았는데."
"……."
"없구나."
"있어요!"
00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 나올 줄이야.
막내 라인 세 명은 특히나 00의 눈치를 많이 살폈다. 아니, 00의 눈치가 아닌 상황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했다. 여태껏 00과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없었던 게 그 이유다. 팀의 중심에 있는 멤버 형들이 00에게 무관심했고,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제일 연장자인 석진부터, 언제나 막내들과 웃으며 놀던 호석까지도. 연장자들이 그러했으니 자연스럽게 그 세 명도 그러하였다. 눈치 보지 않고 해맑게 웃으면서 00에게 다가갈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용기도 없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언제나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요즘들어 더욱 그랬다. 말 걸고 싶다. 어젯밤에는 지민과 태형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말 걸어 볼까? 형들이 안 좋게 보면 어떡해. 아냐, 형들이 누나를 싫어하진 않아. 지금은 지민이 없었다. 태형이 마른 입술을 혀로 흝었다. 그게, 그러니까…….
"밥, 밥 먹어요."
잔뜩 긴장한 태형이 횡설수설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00은 참을성 있게 태형이 다음 말을 꺼낼 때가지 기다렸다.
"이게 아니라, 어……."
"……."
"누나 아침 안 드시잖아요. 점심도 잘 안 드시고, 저녁도 그렇고……. 그렇게 하면 몸 망가지니까……."
00은 조용히 태형의 말을 듣고 있다 살풋 웃었다. 입꼬리만 올라가는 웃음이 아닌, 눈이 완전히 접히는 그런 웃음이었다. 웃을 때의 00은 왼쪽 눈이 조금 더 많이 감겼다.
그 미소를 본 태형이 멍해졌다. 분명한 미소였다. 웃음이었다. 처음 마주한. 다른 사람들에게 웃어 주었던 것처럼 환하고 진한 미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와 같이 너무도 따스해서, 그래서.
"……."
태형은 벌겋게 달아오르는 자신의 얼굴을 푹 숙였다.
22. 변할 거야
마이크를 건네는 하얀 손이 낯설었다. 그 마이크를 쥐려 뻗는, 또다른 하얀 손도 낯설었다. 00은 어색함에 자꾸만 손가락이 오무려졌다. 잠시 머뭇대다, 00은 윤기의 손에 들린 핸드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무언가 이상한지 00의 눈썹이 휘었다. 눈썹이 조금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어 냈다. 윤기는 00에게 쥐어진 마이크를 쳐다보다 고개를 휙 돌렸다. 괜히 가슴 언저리가 간질거려서였다.
00은 윤기가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마음이 좀 편해졌는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인이어를 손으로 매만졌다. 윤기는 그것을 똑바로 보고 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시야는 꽤 넓으니까. 작은 손이 꼬물꼬물, 인이어를 잠시 빼 두고 인이어에 눌렸던 귀를 살짝 매만지고. 자신이 마이크를 건네 주었던 그 순간보다는 훨씬 편해 보였다. 윤기는 살짝 짜증이 일었다.
"무뎌지지 마."
"……."
"내가 너를 무시했던 건 당연한 게 아니야."
"……무슨 소리야?"
00이 한 발자국 걸어갔다. 윤기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얼굴이 선명히 보였다. 일자로 다물어진 윤기의 얄쌍한 입매가 벌어졌다.
"그동안의 우리의 모습에 무뎌지지 말라고."
"……."
"무뎌지면 무너지니까."
무슨 뜻인지 물을 수 없었다. 00은 괜히 마이크를 꽉 쥐었다.
23. 첫
"케이크 가져와야지, 이 멍청아!"
"아, 맞다."
"사진, 사진! 형, 사진이요!"
"김태형 뒤로 빠지라고! 센터 너 아니라고!"
"왜여! 나 센터에 서고 싶은데!"
"아, 뜨거! 촛불 좀 꺼 봐!"
"바보예요? 촛불을 끈 케이크를 든 상태에서 찍으면 사진이 안 예쁘잖아요!"
"아오, 시끄럽고 서!"
앙칼진 외침에 잠시 조용해지는 듯 싶더니 다시 웅성였다. 태형은 아직까지도 석진과 센터에 자신이 서야 한다, 아니다로 싸우고 있었고, 에어컨 바람에 흩날리는 촛불의 열기 때문에 촛불을 다 불어 꺼 버려리고 하는 윤기에 남준은 계속해 말리고 있었으며, 호석과 지민은 케이크의 과일 토핑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정국은 매니저를 향해 사진을 외치고 있었다. 이런 망할. 아오. 진심으로 00의 이마에 핏줄 하나가 설 것 같았다.
"서라고, 이 바보들아!"
"……."
웅성거림이 뚝 멎었다. 모두가 일제히 00을 바라보고 있었다. 00은 하아, 한숨을 쉬더니 석진과 태형을 밀어 냈다. 저리 가. 내가 센터니까. 그리고는 양옆으로 서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몇몇 개가 꺼진 촛불을 가리키곤 윤기에게 다시 불을 붙이라 명했다. 입을 오물거리는 호석과 지민에게는 그저 인상을 한 번 쓰는 것으로 대신했다. 남준과 정국을 각각 한 번씩 쳐다보고는 딱 한 마디만 했다. 닥쳐.
"오빠. 찍어요."
"……표정 펴야 찍지, 인마."
카메라를 든 매니저가 허탈하게 웃었다. 뒤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정국이 케이크의 생크림을 손가락으로 푹 퍼 00의 볼에 슥 발랐다.
"……."
"……."
"뒤지고 싶나, 진짜!"
"진정, 진정! 누나! 케이크!"
"이리 와, 새끼야!"
"으악! 야!"
"아, 전정국이가 생크림 다 묻혔어!"
"사진 안 찍어 준다, 진짜!"
결국 매니저의 말에 엉망이 되었던 대열을 바로 만들었다. 얼굴에는 생크림이 묻은 채, 전부 다 심통이 난 표정. 표정 펴, 이것들아. 매니저의 말에 입꼬리를 슬금슬금 올려 보더니 이내 활짝 웃는다. 얼씨구.
"봐 봐요, 잘 나왔어?"
"전정국 때문에 얼굴 뭐야!"
"케이크 못 먹어요? 먹고 싶은데."
"전정국 손 씻었냐?"
"아뇨?"
"도움 안 되는 자식아."
00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멤버들을 뒤로 하고 나온 사진을 바라봤다. 첫 사진. 정확히 말하자면 진심으로 찍은 첫 사진. 진심으로 웃는 표정. 예쁘다. 데뷔하고 나서 이렇게 편안했던 데뷔일은 없었는데. 00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쓸었다.
"……아. 생크림."
"……."
"……."
"……누나, 생크림을 묻힌 건 나지만 그걸 쓸어내린 건 누나예, 악!"
얼굴에 생크림이 가득 묻어 눈도 잘 떠지지 않은 채, 00은 정국의 멱살을 콱 잡았다. 멤버들이 으하하 웃었다.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누나가 웃었다. 아, 예뻐ㅎㅎㅎ 방탄탄생일♡ P.S. 우리 다 멍청하게 나왔어ㅠㅠ」
사담 |
날씨가 쌀쌀합니다. 근데 제 마음은 더 쌀쌀해요... 왜냐면 남일여하 번외편이 총 열 편인데, 그게 지금 다 날아가 버렸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세 달이 날아갔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러브라인 번외가 다 날아가서 다시 써야 해요. 복구는 불가능하답니다. 마음 아파서 눈물 나오려고 해. 사실 이번 번외도 다시 쓴 거라 내용이 엉망이네요. 급 화해. 이게 무슨 전개죠? 아 안 돼. 여러분 자기 비하는 하면 안 돼요. 자기혐오란 끝이 없는 것이기 때무네. 의식의 흐름이네요. 좋은 밤 되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