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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석민] Write Either Direct 02
w. 뿌존뿌존
귀가 아프게 소리를 질러대는 이석민의 머리를 놓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뭐야, 촬영한다며? 당혹스러운 전원우(젖은원우) 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고 뛰었다. 일단, 이 건물을 벗어나야해. 건물 바깥으로 정신없이 뛰어가 눈에 보이는 아무 벤치에나 걸터 앉고 숨을 몰아쉬었다. 씨, 저딴 새끼한테 설레다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내 행동에 괜히 화가 나 소리를 꽥꽥 질렀다. 물론, 그에 별 미친년 다보겠다는 사람들의 눈빛과 푸드덕 거리며 날라가는 비둘기들은 덤이었다.
벤치에 앉아 애꿎은 신발만 툭툭 쳐댔다. 뭐가 잘못된걸까? 이석민이랑 그 조그만 동아리 실에 둘만 있었던거? 아니면 내가 잠이 들어버린거? 아니다, 그냥 이 학교에 온 것 부터가 커다란 잘못인것 같다. 씨, 차라리 오빠 따라서 플레디스 취직할걸. 문준휘 매니저 자리 비었다던데. 문준휘.. 문준휘 입에서 계속 그 이름만 우물거리고 있던 그때 전화가 울렸다. [사랑스러운 부랑둥이] 라는 끔찍한 이름에 전화를 세봉호수에 던져버릴까 생각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윤정한한테 뼈도 못 추릴 것이 분명했기에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야, 무슨 일인데"
"아 그냥 갑자기 토 쏠려서"
"이석민 때문에?"
"응"
부승관 말에 따르면 동아리 실은 아수라장이란다.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전원우가 깔깔 거리며 이석민을 놀리고 있고, 이석민은 머리만 문지르면서 대본을 불태우겠다며 난리를 치고있다고 했다. 난 세븐틴도 아닌데 왜 여기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냐는 부승관의 징징거림이 전화기를 타고 귀를 때리는 것 같아 곧 돌아가겠다는 간단한 대답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기를 쥐고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이석민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무시했다. 지금 네 목소리 들으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머리 더 혼란스러워 질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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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원우에게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오늘 촬영은 못 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곧 이석민에게 괜찮냐는 문자가 왔지만 대답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부승관에게 잠깐 요 앞 편의점에서 만나자는 문자만 넣을 수 있었다. 제발, 이석민은 데려오지 말라는 추신을 덧붙여. 편의점에 들려 손에 집히는데로 맥주를 쓸어담고 승관이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잔뜩 산 후, 계산대에 낑낑거리며 들고 가 계산해주세요, 라며 카드를 내밀었다. 알바생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하나 둘 계산하기 시작했다. 부승관이 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라는 생각에 바깥만 내다보고 있다가 누군가 툭툭, 치는 손길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좀 비키시죠 감독님?"
"예?"
설마, 하며 뒤를 돌았더니 라면을 꼭 쥐고 있는 권순영과 최한솔이 있었다. 권순영은 찬란한 파리의 거세 장면에 의학적 자문을 준 수의예과 학생이고, 최한솔은 프랑스 버논에서의 아침, 이라는 영화에서 영어 나레이션과 남주를 맡았어서 어느 정도의 친분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권순영과 최한솔은 이석민의 하숙집 프렌드라는 거였다. 나는 미안! 내가 좀 바빠서! 라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급히 편의점을 떴다. 무슨 소리야! 어디가! 라며 꽥꽥 거리는 최한솔의 목소리에 입을 틀어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일단은 피하고 보자, 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물론, 갑자기 사라져 버린 나때문에 어디갔냐며 전화해서 징징거린 부승관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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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날 밤, 집에서 외로이 맥주를 까먹고 있던 그 밤, 이지훈한테 전화가 왔다. 이석민 그 새끼가 꼰질렀겠지? 하는 생각에 무시했지만 집요하게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체념하고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지훈은 하나에 꽂히면 계속 그것만 하는 성격임을 잘 알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받자마자 욕을 한바가지 해줄테야.
"여보세요?"
"우베위붖ㅂ....."
"여보세요?"
"야이씨이............ㅏ아......"
내가 전 여친도 아니고 술 취해서 전화 걸건 뭐람. 깨어있는 이지훈한테는 할 수 없는 욕을 잔뜩 해주고, 작작 마시세요!^^ 라는 예쁜 말도 남겨주고 전화를 껐다. 주위가 소란스러워 잘 들리지 않았겠지만 이지훈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잔뜩 담은 예쁜 말이었다. 그런데, 이지훈이 술을 혼자 마신게 아닌건지 권순영한테도 전화가 왔다. 무려 영상통화.
"세봉아아아!!!!!"
받자마자 풍기는 것 같은 술냄새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액정 속의 권순영을 바라봤다. 권순영은 기분이 좋은 건지 제 테이블을 이리저리 비춰주며 제 하숙집 친구들을 소개했다. (이지훈은 자취하지만, 요즘 너무 공부만 하는 거 아니냐는 이석민의 징징거림에 합석하게 되었다고 후에 전했고, 부승관은 나한테 바람맞아 합석했다고 내게 변명했다. )
"음, 얘는 최한소ㄹ.... 한솔아 인사해. 내 친구 윤세봉"
"안녕 세봉-"
최한솔로 시작해 최한솔로 끝난 하숙집 친구들 소개는 권순영이 이미 술에 거나하게 취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한솔은 이미 술에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 수저로 테이블을 통통 쳐대고 있었고, 권순영은 그런 최한솔에게 계속 내게 인사하라며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애들은? 너희 둘만 먹는거야? 괜히 목을 다듬으며 권순영에게 질문했다. 분명히 이석민이 그 테이블 어딘가에 앉아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정말로. 그러자 갑자기 어디선가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세봉아! 보고 싶어! 하며 울부짖는 목소리에 급히 전화 음량을 줄이고 전화기에 귀를 가까이 댔다. 뭐라고? 보고 싶다고 윤세봉! 갑자기 온 몸에 열이 올랐다. 분명한 이석민의 목소리였다. 권순영 너 어디야? 여기 우리 학교 앞. 권순영의 대답을 듣자마자 겉옷을 급히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이 시간에 어디가냐는 윤정한의 고나리질이 뒤따라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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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가벼운 종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뒤엉켜있는 여섯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있지만 풍기는 것 같은 술냄새에 한숨을 후, 내뱉고 그 앞으로 걸어가 부승관의 머리를 소리나게 갈겼다. 아아.. 술을 먹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부승관의 징징거림이 성가시게 왱왱거렸지만 무시하고 손에 들린 소주병을 빼앗아 속에 급히 털어넣었다. 부승관의 풀린 눈이 네가 왜 여기있냐며 갈 곳을 잃고 흔들렸지만 그냥 자 승관아. 하는 다정한 말을 몇마디 해주자 아이 처럼 웃으며 다시 잠들어버렸다. 이 새끼들을 다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고뇌가 머리카락을 타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차라리 이 새끼들이 술먹고 서로 싸워서 경찰서에 갔다면 편했을텐데. 테이블 위에 올려진 지갑 중 하나를 대충 집어 카운터로 향했다. 저기 5번 테이블 계산이요, 카드를 꺼내기 위해 지갑을 꺼내자, 이석민의 주민등록증이 날 환하게 반겼다. 세봉아, 정말 내 돈으로 저 많은 술을 계산할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예쁜 미소를 지으며. 학생, 계산 한다며? 아줌마의 목소리가 날 집요하게 괴롭혔지만 지갑을 들고 으으.... 한참을 앓다가 결국 이석민의 지갑 대신 전원우의 지갑을 가져와 계산했다. 삼십만원. 저 새끼들 여섯이서 많이도 쳐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