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꾸
너탄
윤기 "걔는 또 왜 애 귀를 깨문다니..." 엄마가 속상한지 귀에 얇은 붕대를 감아주면서 이야기했어요. "콧대높은 재규어한테 토끼니 뭐니 해대는데, 목덜미 안물린것 만으로 감사해야지." 윤기가 거실에 앉아 토끼모양으로 잘린 사과를 베어물면서 이야기했어요. "어, 토끼 귀 잉는 사과는 내꼬라고오!!! 엄마가 나 먹으라고 잘랐단마랴!!!" "어우 잔인해 토끼는 동족도 먹나봐," 윤기가 마지막으로 남은 사과 한조각까지 먹으면서 혀를내밀었어요. "융기가 더 잔인해!!! 어,, 어 막 토끼 먹고오!!!" "오빠라고 곧죽어도 안부르지!!!" 윤기가 화가난 나머지 혼현을 드러내곤 토끼에게 달려들었어요, 깜짝 놀란 토끼가 혼현을 드러내곤 쇼파밑으로 숨어들어 바들바들 떨어대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귀를 물렸던 장면이 자꾸만 떠올라 눈물을 퐁퐁 쏟아내는데, 쇼파밑으로 엄마의 손이 들어와 날 안아올렸어요. "민윤기 가서 손들고 벌서, 내가 탄소앞에서 혼현 들어내지 말랬지!" "아 진짜 나이가 몇인데!!" 계속 투정을 부리는 윤기를 등지곤, 아직까지 바들바들 떨어대는 회색 솜뭉치를 안고, 엄마는 토끼의 방으로 들어섰어요. "몇년을 같이살아도 저렇게 애같니 어쩜." 내 등허리를 토닥토닥 거리며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했어요, 윤기의 혼현을 보면, 몇일밤을 악몽에 시달리며 후유증을 앓거든요.. - 평소처럼 엄마가 내어주는 우유 한잔을 원샷하곤, 팔랑거리는 귀을 어떻게든 넣어보려 안간힘을 쓰는데, 역시나 귀가 잘 숨겨지지 않았어요... 귀를 내놓고 등교하면 벌점이 어마어마한데.. 울상으로 거울을 보며 귀를 접어대는데, 자꾸만 넣어지지 않아 귀가 빨개져 버렸어요, 설상가상으로 어제 재규어한테 물린 귀까지 욱신욱신, 거울 뒤에선 윤기는 제 귀를 잘만 숨겨대는데. "가만있어봐," 손을 뻗어 제 귀를 숨겨주려는 윤기의 손길에, 순간 공포심을 느껴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어요, 윤기의 눈을 마주치자 어제 혼현의 모습을 하곤 제게 달려들던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선 눈가를 훔쳐내는데,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가 귀를 조심스레 숨겨줬어요. 구두를 챙겨신고는 넥타이를 바로매던 아빠도, "어떡하냐 민윤기 이번엔 한 일주일정도 가겠는데." 아마도, 저번에 혼현을 드러내 위협을 준 탓에 몇일간 윤기를 피해다니던 때를 말하는 거겠죠, 아빠는 주저앉은 저를 안아올려 엄지로 눈물을 살살 닦아줬어요, 가만히 뒤에서 그모습을 지켜보던 윤기가 제 신발 한짝을 챙겨들곤 걸어 나왔답니다. 오랜만에 나란히 아빠차를 타고 등교하는데, "야, 미안..." 윤기가 가방에서 먹기좋게 손질된 당근을 꺼내들고는 말했어요 "안니야... 히끅... 탄소가 미아내... 히끅..." 아침부터, 제일좋아라하는 당근을 오물거리니까, 토끼 기분 최고에요! - 몰랐는데, 어제 토끼라고 생각했던 정국이가 사실은 재규어였대요. 어제는 제가 명찰을 가지고 협박을 해서그런지, 제 귀를 깨물어버렸지만! 오늘은 일부러 정국이 주려고 당근도 남겨놨겠다,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정국아, 정국아... 밥 아직 안머것지! 내가아... 쩨일 조아하는거 여기 가져왔는데 모고봐..." "너 다른쪽 귀도 씹히고십냐." 정국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저를 내려다 보는데.. 어제 윤기에게서 봤던 살기가 느껴져서 몸이 떨려왔어요. "꾸꾸야.... 나랑 칭구해조오.... 응?" 멋있게 인심쓰는척 당근을 내밀려던 계획과는 달리, 눈물부터 퐁퐁 쏟으며 애원하는 제 팔을 거칠게 뿌리치는 정국이에요. "나 토끼고기도 먹는다, 양념에 절여서 딱 두번 뒤집으면 진짜 맛있던데." 맞아요, 재규어는 육식 동물이죠. 저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 "어유 답답아, 중종들은 경종이랑 노는거 자체가 수치라니까? 그리고 말마따나, 너 중종한테 함부로 까불었다가 양념에 영원히 잠드는 수가 있어."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윤기의 말 따윈 들리지 않았어요. 그날밤, 저는 양념이 알맞게 베인 저를 베어무는 정국이 꿈을 꿨답니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