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아프지 마라 中 |
"그 녀석이 보고 싶었어요…" "그런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았어?" 병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명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 말에 명수가 인상을 쓴다. 천천히 일어난 명수가 형은, 안 보고 싶어요? 하고 묻는다. "안… 보고 싶을리 없잖아…" 내 말에 피식 웃은 명수가 침대로 가 앉는다. 여전히 피가 새어나오고 있는 건지 붕대가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한숨을 푹 내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간호사를 부른다. 쪼르르 들어온 간호사가 가만히 앉아있는 명수에게로 가 흰 손등에 다시 바늘을 꽂아준다. 아무런 미동 없이 나만 빤히 보던 명수가 형, 하고 나를 부른다. 가만히 명수의 손등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명수를 본다. 알죠? 내일. 간호사가 내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병실에서 빠져나간다.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 갈래? 하고 묻는다. "일찍 가서 늦게 오고 싶어요" "…알았어" "고마워요, 형" 살짝 미소를 지은 명수가 털썩 침대에 누워버린다. 아, 보고싶다. 작게 중얼거린 명수가 눈을 감는다. 이제는 지켜줄 수 있는데, 그렇게 가 버리면, 나는… 한숨처럼 명수에게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가만히 명수를 보다가 병실을 빠져나온다. - "사이즈는 맞아?" "네, 적당해요, 고마워요, 형" 살풋 웃는 명수를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회색빛깔 와이셔츠 위로 까만 넥타이를 매던 명수가 잠시 멈칫하며 협탁 서랍을 쳐다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서랍을 보던 명수가 넥타이를 다 매고 서랍을 연다. 은색 반지를 꺼내 왼손 약지에 낀 명수가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는 다른 반지를 꺼내든다. 반지를 몇 번 매만지던 명수가 주머니에 반지를 집어 넣고 나를 본다. 이제 가요, 형. 머리모양을 체크한 명수가 이제 됐다는 듯 말을 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선다. "……" "……"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명수의 표정이 얼마 전 나에게 죽음을 토로한 그 표정 같다. 강변을 따라 쭉 달려 가다가 형, 잠깐만요. 하는 명수의 목소리에 차를 천천히 멈춰세웠다. 차에서 훌쩍 내린 명수가 시원스럽게 걸어가 꽃집 안으로 들어간다. 며칠 전에 튤립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명수의 말에 점원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꽃들 사이로 슥 사라진다. "튤립 사게?" "네, 며칠 전에 주문해놨거든요" "요즘에도 튤립이 피나?" "…요샌 그런 시기도 다 소용 없어요" 점원이 예쁘게 포장된 보라색 튤립다발을 들고 나온다. 명수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건네고 튤립다발을 받는다. 조심스럽게 튤립다발을 받은 명수가 씩 웃는다. 형, 가요. 성큼성큼 꽃집을 나서는 명수를 따라 차로 향한다. 차에 타 조심스럽게 튤립다발을 안고 가만히 창밖을 보는 명수를 보다가 차를 출발시킨다. 차 안은 다시 정적 속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리는 명수를 보다가 명수의 뒤로 보이는 산을 힐끔인다. 조심스럽게 든 튤립다발을 보며 미소를 지은 명수가 차 문을 닫고 점점 멀어져 간다.
- "…오랜만이다, 그치?" 조심스럽게 튤립다발을 묘 앞에 내려놓는다. 묘 앞에 앉아 가만히 있다가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보고…싶었어… 사르륵, 웃는 녀석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 같았던 녀석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뚝 흐른 눈물에 놀란다. 갑자기 휑, 하니 부는 바람에 잠시 몸을 떨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묘 옆에 털썩 누워 숨을 푹 뱉어내고 눈을 감는다. 천천히 아이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
다음편부터 필명 바꿔요~,~
acorn 으로 바꿉니당!!! 뜻은 도토리....뭔가 도토리 하면 흔해서 일까요!!!
여튼 전 영어가 되어갑니당...하...
분량조절 실패!! 시험 잘쳐서 기분 좋으니까 전 올릴래요~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