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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눈이 부셨다. 찡그리지 않으면 눈조차 뜨기 힘든 그런 날이었다. 오늘따라 듣기 싫었던 수업에 적당히 거짓말을 해가며 수업을 빠져나왔다. 양호실에 가 잠이나 잘까 싶어 음악실 앞을 지나던 순간이었다. 열린 틈새로 길쭉한 남자 애 하나가 피아노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멈춰섰다. 창문으로 쏟아져들어오는 햇살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문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한참을 쳐다보고 나서야 이성열이라는 걸 알아챘다. 흰 손으로 하얀 피아노 건반을 매만지고 있었다. 뺨을 타고 햇살에 반짝거리는 것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나서 항간에 떠돌던 소문이 생각났다. '이성열, 저번에 손 다친 거 때문에, 피아노 다시는 못치게 됬데.' 사실이었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양호실로 가려는 순간 이성열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나머지 휙, 하니 돌아서 냅다 양호실로 뛰어갔다. 분명, 이성열은 울고 있었다. 양호실 앞에 멈춰서 내가 지나온 복도를 쳐다봤다. 멀리 음악실이 있는 곳에서 사람이 하나 빠져나왔다.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둔 걸 보고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디 가신 건지,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괜시리 두근거리는 심장에 침대 쪽으로 가 벌러덩 침대에 누웠다. - 아까 음악실에서 본 이성열 때문인지, 이상하게 이성열의 눈이 부어있는 것 같이 보였다. 혼자 집 방향이 틀려 친구녀석들과 헤어지고 정적에 휩싸인 채 걸어가는데 저 앞에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하나 보였다. 얼마 안가 까만 가방에 분홍색 포인트를 보고 이성열이라는 걸 눈치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걷는 모습에 천천히 뒤를 따라갔다. 집으로 가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성열의 뒤에 바싹 붙어서 가는데 이성열은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에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녀석이 아무생각없이 차가 오는데도 걸어가기에 화들짝 놀라 팔을 잡아챘다. "야! 미쳤어?!" 끽, 하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오던 차가 멈춰섰다. 창문을 내린 운전자가 이성열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는 쌩, 하니 사라져 버렸다. 붙잡고 있는 팔이 달달 떨리는 느낌에 이성열을 쳐다보니 고개를 푹 숙인 채 떨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울고 있었다. 뽀얀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다가 이성열을 일으켜 세웠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지 푹 넘어지는 이성열을 품에 끌어안고 근처에 있는 벽돌을 쌓아 만들어 놓은 유치원 꼬마아이보다 작은 돌담에 이성열을 앉혔다. "괜찮아? 어?" 손을 내려다보며 울기만 하는 이성열에 곤란해 하다가 양 볼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코 끝이 빨개진 채로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분명 눈동자는 나를 향해 있었지만 이성열의 시선 끝에는 내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연신 이성열의 이름을 불렀다. 이성열의 양 손을 꼭 붙잡고 이성열의 눈동자에 내 시선을 맞췄다. 정신 좀 차려, 어? 이성열… 울지만 말고… 손에 힘을 살짝 준 이성열이 내 배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도 모르게 놀라 손을 놓으니 내 허리를 꼭 끌어안는 모양새에 손을 이성열의 등에 가져다 대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무서워…" 연신 등을 쓸어주며 이성열의 울음이 멎기를 기다렸다. 뭐가 무서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섭다고 중얼거리는 이성열에게 괜찮아, 하고 중얼거려주었다. - 이성열의 주머니에서 징징 울려대는 진동에 폰을 꺼내어 이성열 대신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란에 엄마, 라고 뜨는 걸 보고 대충 상황설명을 드리니 화들짝 놀라시더니 금방 여기로 오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리셨다. 조금이나마 진정된 건지 이제는 아무런 말도 중얼거리지 않는 이성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고 있는 거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갑작스레 드는 이성열에 표정을 풀었다. "……" "……" 발갛게 젖은 얼굴에다가 눈물로 잔뜩 젖어버린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괜시리 내가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축축하게 젖은 얼굴에 마음에 쓰여 손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내 주었다. 뺨을 손으로 살살 쓸어주면서 이성열을 보다가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내 행동에 나도 적지않게 당황을 했는데, 이성열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이성열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제 얼굴 쪽으로 당겼다. 조심스럽게 맞닿는 입술에 당황해 눈을 깜박이다가 눈을 감아버렸다. 말랑말랑하고 울음때문에 열이 오른 입술을 조심스럽게 핥다가 천천히 혀를 밀어넣었다. 이성열이 앉아있고, 내가 서 있는 탓에 잔뜩 굽어버린 허리가 아팠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 않고 이성열의 혀를 물고 늘어졌다. 입술만큼이나 말랑말랑하고 뜨끈한,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천천히 떨어지고 나서야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고개를 슥 숙인 이성열이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성열아!" 가만히 이성열의 정수리를 보고 있는데 멀리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성열도, 나도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이성열의 엄마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이성열의 손을 놓았다. 이성열을 일으켜 세워주고 가만히 서있다가 여자가 무어라 이야기 하는 걸 들었다. 아마, 고맙다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성열을 빤히 쳐다봤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뒤통수로 진득하게 시선이 꽂히는 것 같았다. 착각은 자유니까, 하고 생각하며 그럴리 없다고 연신 나를 타이르다가 잠깐 뒤를 돌았을 때 나를 보고 있었던 건지, 이성열과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에 끝에 방긋 웃는 이성열이 있었다. - 이성열과 키스했던 날 이후로 나는 이성열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 이성열과 반도 달랐고, 밥도 잘 안 먹는 듯 급식실에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급식실을 지키다시피 했지만 이성열은 보이지 않았다. 식욕이 뚝 떨어지는 기분에 오늘은 급식실로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늘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햇살을 받으면 정수리가 뜨거워지고, 입기 싫은 동복 마이가 뜨거워지는 그런 날. 날씨 탓인지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음악실로 향하고 있었다. "……" "……" 이성열은 음악실에 있었다. 드르륵, 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서인지 이성열의 시선이 나에게로 꽂혔다. 오늘도 흰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쓸어보고 있었다. 이성열의 시선때문인지 민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문을 닫고 다시 나가면 더 민망할까봐 이성열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와 이성열이 앉은 피아노 의자는 작았다. 혼자 앉기 위해 작은 의자를 주문했다던 음악선생덕인 듯 했다. 안, 물어봐? 무섭다고 작게 속삭이던 목소리 말고 다른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기분이 좋아졌지만 애써 티내지 않으려고 했다. 왜 그랬는데?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는 이성열과 눈을 마주했다. 내리쬐는 햇살이 교실 안까지 밀려들어왔다. 이성열의 등 뒤로 쏟아져내리고 있어서인지 이성열에게서 빛이 나는 듯 했다. 왜 그랬냐고?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중얼거린 이성열이 피아노 건반 위에 있던 손을 내려 내 손을 붙잡았다. "좋아하고 있었거든, 너를" "……" "내 꿈이, 죽기 전부터" 이성열의 눈이 물기를 머금는가 싶더니 삭 눈을 감아버렸다. 그보다 조금 느리게 닿은 입술에 나도 같이 눈을 감았다. 이성열이 잡지 않은 손을 뻗어 이성열의 뒤통수를 붙잡았다. 제가 뭘 해보겠다는 것처럼 꼬물거리던 입술 사이로 혀가 쏙 빠져나오더니 내 입술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덥석 녀석의 혀를 집어 삼키듯 물고 꼭 뽑을 듯 빨았다가 놓으며 부드럽게 이성열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이성열의 혓바닥 밑을 간질이다가 이성열의 입 안을 내 집마냥, 물고기가 물 만난 것마냥 헤집어 놓았다. 나를 살며시 밀어내는 손길에 천천히 떨어졌다. 입가가 내 침으로 물들어 있는 걸 보고 손을 뻗어 닦아주었다. 아까 전보다 붉어진 입술이 마음에 들었다. "울지 마" 결국 이성열은 울었다. 소리내 운 것도 아니었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그런데도 이성열은 세상을 잃은 것 같았다. 내 허리를 끌어안은 이성열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살고 싶지 않아.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었다. 등을 살살 쓸어내려주다가 이성열의 얼굴을 다시 내 얼굴 앞에 데려다 놓았다. 코끝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고 입술을 물었다. 야금야금 무언가를 먹는 것처럼 이성열의 입술을 머금다가 결국 다시 입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하고 축축한,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
으앜, 반촌 써야하는데 자꾸 미루게 되서..
사실 금요일에 잇몸을 찢어서 염증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아야했떤지라, 지금도 사실 정신이 왓다갔다하네요 @,@
목요일 저녁에 애써 진정해본다고 끄적였죠, ㅋㅋㅋ , 이제 반촌이나 마저 쓰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