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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점심시간이면 버릇처럼 음악실로 향했다. 여전히 이성열은 피아노 건반들을 쓸어보고 있었다. 피아노 쳐줘. 내 말 한마디에 이성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눈물이 뚝 떨어질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보던 이성열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못 쳐.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미안함을 느꼈다. 이성열을 꼭 끌어 안고 뒤통수를 살살 쓸어주었다. 하얀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가만히 눈을 마주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성열의 큰 눈 속에 내가 담겨있는 것을 보면. 내 눈 속에도 니가 있겠지? 하려던 말을 속으로 삼키고 의자에 앉았다. "…사랑해" "……" 가만히 웃어주었다. 이성열을 내 허벅지 위에 앉혀놓고 허리를 끌어 안았다. 마른 줄 알았는데, 뱃살도 있었다. 귀여운 마음에 배를 콕콕 찌르니 이성열이 얼굴을 붉혔다. 사랑해줘, 나를. 작게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이성열과 눈을 마주했다. 사랑해줘. 작게 속삭이는 붉은 입술에 진득하게 입을 맞추고 이성열의 볼을 붙잡아 내 입 앞에 이성열의 귓가를 가져다 놓았다. 사랑해줄게, 니가 원하는 만큼. 이성열이 내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부딪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마주한 코 끝과 살짝 벌어진 입술로 나오는 따뜻한 숨결, 그리고 나 만을 담고 있는 동글동글한 이성열의 눈. "내가, 죽지 않도록 해줘" 네가 위태로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나도 살고 싶어. 작게 속삭이는 입술을 보며 내게 물었다. 이성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야? 이성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어? 먼저 입술을 부딪쳐 오는 이성열에 그냥 웃고 말았다. - 밖에서 보는 이성열은 처음이었다. 목요일 저녁 집에 가기 전에 내게 일요일날 보자며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하얗게 퍼지는 입김을 보며 이성열을 기다리고 있었다. 까만색 남방 위에 빨간 니트를 입고 나온 이성열이 팔짱을 꼈다. 베시시 웃는 모습을 보다가 이성열이 이끄는 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파트에 사는 나와 달리 이성열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전에 보았던 여자가 웃으며 나를 반겼다. 따라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성열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니가 처음이야, 우리 집에 놀러온거" "…진짜?"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이성열이 나를 제 침대에 앉혔다. 내 옆에 앉은 이성열이 수줍은 듯 웃으며 내 어깨에 기댔다. 영화 볼래? 고개를 끄덕이니 이성열이 책상 위에 놓여있던 대화면 노트북을 가져왔다. 이성열의 오른쪽 허벅지와 내 왼쪽 허벅지에 반반씩 놓여진 노트북 화면이 켜졌다. 이리저리 폴더 안으로 들어가자 주르륵, 영화 목록들이 떴다. 뭐볼래? 이성열이 내게 묻기 무섭게 벌컥 문이 열렸다. 쟁반을 들고 들어온 여자가 웃으며 내게 쟁반을 건넸다. "엄마 일 있어서 나가, 밥 꼭 챙겨먹고, 재밌게 놀아" 이성열에게 말하나 싶더니 나를 보며 재밌게 놀라는 말을 했다. 웃으며 작게 네, 하는 대답을 해보이자 여자가 문을 닫고 나갔다. 영화를 고를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문을 쳐다보고 있는 이성열의 눈 앞에 손을 흔들자 이성열이 씩 웃어보였다. 쪽,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며 이성열의 입술이 왔다 갔다. 쟁반을 옆에 내려놓은 뒤 조심스럽게 이성열의 양볼을 붙잡았다. 하, 진짜. 나는 정말 이성열의 입술에 집착하는 것마냥 시도때도 없이 물고 늘어지는 것 같았다. "페티시즘" "뭐?" "아닌가?" 씩 웃는 이성열에 따라 웃다가 이성열의 아랫입술을 콕 깨물었다. 응, 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데 오른쪽 눈보다 살짝 더 감긴 왼쪽 눈을 보다가 다시 입술을 삼켰다. 깊게, 조금 더 깊게. 아슬아슬하게 허벅지 위에 자리잡은 노트북을 들어 쟁반 옆에 내려두고 이성열의 허리와 뒤통수를 감쌌다. 자꾸만 파고드는 나때문인지 이성열이 천천히 침대 위로 누웠다. 아예 이성열 위로 올라타 쪽쪽거리는데 나를 밀어내는 이성열에 아쉬운 마음으로 물러났다. "……" "왜 웃어?" "좋아서" 나를 보며 헤, 하고 웃는 이성열에게 물으니 툭 튀어나오는 대답에 한층 더 기분이 좋아졌다. 쟁반 위에 놓여진 딸기만큼 붉은 입술로 웃는 걸보다가 짧게 입을 맞추고 다시 노트북을 가져왔다. 쟁반에서 딸기 하나를 집어 이성열에게 물려주고 영화 목록을 뒤적거렸다. 명수야. 뒤에서 나를 꼭 끌어 안은 이성열이 내 이름을 불렀다. 기분이 묘했다. 귓가에서 한 번 더 명수야, 하고 속삭인 이성열이 귀 끝을 살짝 깨물었다. "왜, 아, 깨물지 마, 아파" "내 이름 불러줘" 깨물지 말라는 말에 씩 웃으며 저가 깨물었던 귀 끝을 혀로 살살 핥는 이성열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름을 불러달라는 말에 가만히 있다가 이성열, 하고 부르자 아까보다 더 세게 콱, 귀를 깨무는 인상을 썼다. 성 떼고 불러줘. 다시 노트북을 옆에 내려놓고 이성열의 팔을 풀었다. 뒤로 돌아 침대에 앉아있는 이성열을 끌어 안았다. 코 앞에 와있는 이성열의 얼굴을 보다가 성열아, 하고 속삭였다. 방긋 웃는 이성열의 표정이 귀여웠다. "명수야, 사랑해" "……" "한번만 사랑한다고 해줘, 응?" "…사랑해" 살며시 웃는 이성열의 모습이 슬퍼보였다면, 위태로워보였다면,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 그렇게 이성열과 영화 한 편을 보고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내 옆에서 이성열이 자고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허리를 감싸 안으려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뜨기힘든 눈을 부릅 뜨고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어두컴컴한 거실에 달빛이 들이차 시린 거실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거실을 두리번거리다가 베란다에서 혼자 달빛을 받고 있는 이성열을 발견했다. "뭐해, 안 추워?" 문을 열고 나가 이성열을 뒤에서 끌어 안고 물었다. 명수야, 내가 살 수 있을까? 싸늘한 이성열의 목덜미에 코를 부비는데 이성열이 물었다. 가늘게 떨려오는 이성열의 목소리에 코를 부비던 걸 멈추고 이성열을 뒤돌려 세웠다. 무서워, 피아노를 못 친다는게, 너무. 잠깐 잊고 있었던 이성열의 손이 떠올랐다. 흰 손을 맞잡고 양 손등에 입을 맞춰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이성열의 볼에 입을 맞추고 깍지를 꼈다. "울지 마"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울지 마, 하나가 끝이었다. 괜찮다는 말도, 피아노가 다가 아니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정말 이성열이 죽어버릴까봐. - 결국 이성열은 감기에 걸렸다. 집에 들렸다가 오기 위해 새벽에 몰래 빠져나갔다 온 사이, 이성열은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도 춥다며 낑낑거리고 있었다. 이성열 위로 두꺼운 이불을 하나 꺼내 덮어주고 옆에 앉았다. 단단히 감기에 걸린 건지 미동도 없이 색색 숨만 내쉬며 누워있는 이성열을 보다가 이마를 짚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열이 오른 이성열을 가만히 보다가 겉옷을 챙겨입고 나왔다. 한참을 뛰어 약국에 들려 종합감기약을 하나 사 돌아갔다. "이성열, 자?" "…응" "많이 아파? 병원 갈래?" 입을 오물오물거리는 가 싶더니 고개를 살살 젓는 모습에 주머니 속에 든 감기약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대로 자게 눕혀두고 방에서 빠져나와 부엌으로 갔다. 흰 죽은 죽의 모양만 띠고 있지, 전혀 맛있는 죽이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다른 걸 찾다가 계란을 꺼내들었다. 평소 죽 끓이듯 하다가 마지막에 계란을 넣고 휘휘 저었다. 내 집이 아니지만 찬장을 이리저리 뒤져서 소금으로 간도 하고 깨소금을 뿌려서 나름 고소하게 한다고 노력도 했다. 그릇에 담아서 숟가락 하나를 챙겨 이성열에게로 갔다. "일어나, 이거 먹고 약 먹게" 이성열을 앉히고 앞에 죽이 담긴 그릇을 가져다 주었다. 큰 눈이 평소보다 작게 뜨인 채로 노란 죽을 보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나름 죽이라고 만든 계란죽을 떠서 입 앞으로 내밀었다. 아기새가 모이를 받아 먹는 것처럼 작게 벌린 입 안으로 계란죽이 들어갔다. 혹시라도 맛이 없어 아픈 애한테 무리라도 되는 건 아닐까, 하며 입술을 씹다가 아, 하고 입을 벌리는 이성열에게 물었다. 맛있어? 먹을 수 있겠어? 힘들어 죽겠는데 왜 말을 시키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이성열에게 연신 죽을 떠서 먹여 주었다. 그릇이 다 비워지기 무섭게 냅다 부엌으로 가 싱크대 안에 그릇을 내려놓고 물 한 컵을 따라 방으로 갔다. 주머니에서 감기약을 꺼내 한 알을 뚝 뜯어 이성열에게 물러주고 입에 컵을 대주었다. 꿀꺽꿀꺽 잘도 마시던 이성열이 내가 컵을 옆에 내려놓자 힘들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열이 오른 볼에 입을 맞추자 이성열의 입에서 힘없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기분이 좋아저 이리저리 입을 맞추다가 감기 옮는다며 밀어내는 이성열을 손을 붙잡았다. 앉아있는 이성열을 다시 눕혀주고 나도 따라 옆에 누웠다. "학교 안 가?" "응, 왜, 갈까?" "…아니" 이성열이 귀여워서 작게 웃다가 녀석을 꼭 끌어 안았다. 아픈 탓에 힘이 없는 이성열은 곱게 눈을 감은 채 내 품에 안겼다. 힘들어, 나 잘거야. 작게 중얼거리는 이성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 진짜… 바보야, 하지 마. 작게 눈을 뜬 이성열이 혓바닥을 쏙 내밀어 메롱, 을 하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이성열의 혓바닥이 나왔다 들어간 입술을 빤히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키스하고 싶다. |
하라는 건 안하고 자꾸 딴짓을 한다. 슬슬 딴길로 새는 병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같다.
내 기준으로 보자면, 폭풍으로 올리는 글인데, 이렇게 올리다보면
갑자기 뚝 끊긴다, 그러면 짜증나서 미칠 거 같다.
시럽그대, 나그네그대, 땡땡이그대, 나니그대, 감성그대, 연애일보그대, 열달래꽃그대, 열총버섯그대
고마워요 ㅠ,ㅠ 그남것이랑 성열아에 댓그 ㄹ달린 그대들까지 총 합쳐서 쓴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