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여주
빌어먹을 로맨스 Y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그 날 이후
다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 마냥
넌 날 깍듯이 상사로 대했으며
의도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피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1월 말이 되었다
세찬 한 겨울은
도통 봄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 팀원들 몇 명 빠진다며?"
"어 부산으로 내려간다더라"
"다행이다 이번엔 강제로 안 보내서"
"이번에 신입사원들도 몇 명 간다던데,"
"가서 프로젝트 하나만 똑뿌러지게 하면 바로 승진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나 같으면 못 갈 것 같아"
"나도."
인사발령. 부산.
벌써 때가 그렇게 됐구나
"이번에 그 인기 많은 신입도 간다지 않았어?"
"...아 맞아. 그 잘났는데 임자있다던,"
"디자인부서였나. 능력있으니까 가면 고속 승진이겠네"
디자인부서 신입...?
디자인부서면 우리팀인데
난 아직 보고 받은게 없는데
내 의문이 들기 무섭게
내가 부서로 돌아가자마자
권순영이 인사발령 동의서를 들고 나타났다
직속상사가 나인데 누구랑 얘기하고
누구 맘대로 결정하고 이런 걸 들고 와
나만 도장을 찍으면 끝날 종이 쪼가리였다
어디가
얼굴만 보고 버텨보려했는데
그것도 하지말고 지워내란건가
여친있는 너한테 이러는거
잘못 된 일인거 알아서
욕심 안 내겠다잖아
얼굴만 보고 숨쉬고 살겠다잖아
그것도 욕심이야?
"...이게 뭐죠?"
"인사발령 동의서입니다"
"...자의적으로 신청하신건가요"
"네."
"...프로젝트 끝난지 얼마 되었다고 또...
왜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승진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앞으로를 위해서 가장 좋을거라 생각해서요."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닌가요
다음 분기에 다시 지원하시는 건,"
"아니요, 지금이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가 있으신 건 아니죠"
"....네."
"...납득이 잘 안 가요 이번 프로젝트 결과로 봤을 땐
여기서도 충분히 곧 승진이 될 텐데 왜,..."
"...."
"....가거나 여기 있거나 권순영씨 승진에 관해서는 비슷할거예요
그냥 여기 있으시는게,"
"아니요. 동의해주세요"
내가 널 잡는게 말이 안되는 걸까
네가 가는게 말이 안되는 걸까
어찌보면 타당한 이유지만
따지고 보면 전혀 그럴 필요 없는 이유로 넌 떠난다고 한다
어디가
또 왜 가
"....왜 가. 너 그럴 이유 없잖아
너 그냥 있어도 조금만 있으면 바로 승진이야
애초에 들어올 때부터,...."
"...갈거야."
"...그러니까 되도 않는 이유로 뭣하러 고생을 하느냐고"
"....."
"....."
".....네 얼굴보면 껄끄러워서.
우리 둘 다 힘드니까.
그래서 가
...싸인해줘"
"....무슨,"
"....둘 다 서로한테 미안해서 이러고 있잖아
할 말도 못하고 조심조심
안 부딪힐려고 최선을 다 하잖아
근데 무슨 일을 같이 해 너랑"
"...그래서 간다고?"
"...그럼 뭘 할까
이제 5년 전 오해가 다 풀렸으니까
우리 다시 잘해보자 이럴까?
아니면 다 지난 일이니 잊어버려 이러면 다 돼?
우리 그러기로 했는데
지금 이러고 있잖아"
"...."
"5년이 지났어
너랑 나 사이에 남은 감정은 미움과 원망에 대한 미안함 뿐이야"
"....그래서 안 보는게 최선이야?"
"어, 지금은.
...이 미안함도 희미해지면 그땐 웃으면서 볼 수 있겠지"
"....도망가는게 아니라?"
"...."
"....이거 나만 싸인하면 되는거지?"
"...어"
"...언제부터 결정하고 준비한건데"
".....휴가 마지막 날"
"....가게되면 언제 가는데?"
"..다음주"
"....."
"...."
"....."
"......"
".....진짜,
미안한데"
"...."
"..."
"...."
"....안 가면 안 될까?..."
"...뭐?"
".....미안한데"
"...."
"....가지마 권순영"
"....."
"...."
"....네가 착각하나본데 오해 풀리니까 잠깐 미련 남는거야
정신차려.
1,2년도 아니고 5년이 지났는데 왜 이래?
미련을 착각하지 말고 너도 빨리 좋은 남자 만나"
"....
....다른 사람 만나도 너면?
그랬었는데도 너면,"
"...싸인 해 줄거지. 나 갈게."
".....권순영,"
"답답하게 굴지 좀 마,
너 바보야?
나한테 그렇게 당해놓고 정신을 못 차려?
얼마나 더 상처받을래?
너 나랑 있으면 불행해져
제대로 된 사람 좀 만나라고, 제발 좀."
"나는...."
"그래 만약 지금 미련을 착각해서 다시 만나.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아?
행복해질까?
이미 남은 상처와 서로에 대한 미안함에 서로 눈치만 보겠지
할 말도 제대로 못 할거야
또 실수하고 오해할까봐
그렇게 만나면 우리가 행복할까?
그리고 그렇게 사귀다가 다시 헤어지면?
그땐 정말 얼굴조차 마주 할 수 없겠지"
"....."
잔인하게도 다 맞는 말이다
이러던 저러던 우리의 끝은 이거구나
"....."
"...."
"...."
"....내일까지 싸인해서 줄게"
"....그래"
".....다음주면 가겠네
처리되는대로 회사 안 나올테니까
둘이 대화하는건 이게 마지막이겠네
...마지막까지 이 모양이라 미안,
잘가, 고마웠고 미안했어.."
".....그래 잘 지내라"
우리는 헤어졌다
이제서야 서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로
정말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진짜 이별을 맞이했다
그때처럼 더이상 널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안녕, 권순영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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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작가양반 새드엔딩이 아니라더니 이 글의 장르는 새드인가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도망 다들 진정하시구...ㅠ_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 죄송스러우니 제 사랑을 듬뿍 놓고갈게요 사실 현실적인 모습이져.... 5년 전 헤어진 구 남친과 현재 오해가 풀렸다고 오호라 그렇구나 우리 한 번 다시 사귀어볼까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여...ㅠ_ㅠ 허허허 정말 빌어먹을이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