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지자, 미안해. "
" …그래. "
시작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것 같은데
어쩜 끝은 이리 차갑고도 쉬울까
너의 헤어짐에 수긍했던
그때도 난 여전히 뜨거웠다는 걸
넌 알까
-
*
빌어먹을 로맨스 A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 여주씨 왜 그래? 아는 얼굴이야? "
" … …아니요, 아는 사람을 닮아서요.
…이번 저희 부서 신입사원이라구요? "
" 어 이번에 들어오는데 능력이 대단하다던데?
다른 회사에서 노리던 인재에 스펙도 엄청 좋아서 들어오자마자 팀장 달아주려다 보는 눈도 많고 절차는 밟아야 해서 사원으로 시작한다는 소문도 있더라. "
" 아... "
5년 전 헤어지고 연인 관계처럼 우리의 인연도 끝인 듯 너는 내 눈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군대를 갔다더라, 연예인 뺨치게 예쁜 여자친구와 사귄다더라, 대학교에서 과 탑으로 유명하다더라…
이슈와 소문도 한 때인 법.
어느 순간 끊긴 소문에 잊고 살았던 너인데 그런 널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장소에서 말도 안되는 상대로 마주해야 하는건지
" …아 부담스러운데 최팀장님네 신입이랑 바꿔주시면 안돼요?"
" 어? 여주씨 마음에 안 드나? 뜻밖이네
김팀장님 입에서 부담스럽단 말도 나오고.
근데 이번엔 곤란할 것 같아, 미안해요 여주씨.
왜 인지 이번엔 변동 사항 일절 없다고 위에서 강력히 말씀하셔서…"
" …아 장난으로 해본 말이었어요. 마음에 들어요 "
하하.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사진만 보고 닮은 사람이길 바랬는데
하필 이름도 권순영이다.
권순영, 권순영…
너는 상사가 나인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너와 사귀던 시간만큼 혼자 지내면서 잊고 또 잊고 지웠는데 오랜만의 네 이름은 너무나 낯설면서도 묘하다.
" 소문대로 인재라면 얼마 있다가 진급하게 될 테니
조금만 고생해요. "
" 네 그럼 이따 봬요 최팀장님 "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최팀장님을 보냈는데 혼자 있으니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다.
…그래 시간도 많이 지났고 그냥 웃으면서 쿨하게 인사하고 지낼 수 있잖아? 내가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 남친 일 뿐이고
나도 그 후에 남자친구 많이 사겼으니까 권순영은 그냥 내가 사귀어 본 남자 중 한 명일 뿐이다.
는 개뿔
사실 헤어지잔 권순영 말에 쿨한 척 '그래' 라 해 놓고
구질구질하게 밤마다 전화에 바지 가랑이 붙잡고 헤어지지 말자고 울고, 내가 이렇게 자존심 다 버리고 다시 만나자는데 어쩜 권순영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내치는지 몇 날 며 칠을 밤마다 울고 떼쓰고 그를 따라다니기를 몇 달,
처음엔 미안해 하고 당황스러워하던 권순영의 눈매가 점점 차가워 질 무렵이었나.
권순영에게 어여쁜 여자친구가 생겼다
사실 어여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너무 예쁜 여자친구.
너무 부럽고 배가 아파, 아니 배가 아픈 걸 넘어서 한동안 앓았다.
내 자리인데 왜? 누가? 부정하고 싶었고 아닐거라 믿었다.
정신나간 여자처럼 현실을 못 받아들이고 망가져 갈 무렵 내 눈으로 그 둘을 보게 되었다.
그 둘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예쁜 커플이었고 나는 그 둘 사이엔 사랑의 장애물도, 뭣도 아니였다.
날 보며 질린다는 듯 차갑게 훑어보며 지나친 뒤 그 여자를 바라보며 너무도 예쁘게 웃는 순영이의 얼굴에
나와의 시간은 다 정리했구나
니 마음속에 내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넌 다른 사람을 채울 만큼 내 자리가 없었구나,
싶어 속이 썩어갔지만 그제서야 난 비로소 우리 연애의 진짜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후로 권순영을 놓아주며 다시는 만나지 않길 밤마다 이불 킥을 하며 빌고 또 빌었건만,
내가 권순영과 자주 갔던 곳은 모조리 피해다녔건만
신입? 내가 팀장?
안 그래도 스펙타클한 인생에 커다란 불씨가 지펴졌다
멈췄던 머릿 속 시계가 갑자기 초고속으로 돌아간다.
미련은 아니다.
그 후로 정말 온전히 권순영을 잊고 일에만 매진하며 살아온 결과 얻게 된 직장이고 직급이니까.
추하고 못 보게 될 꼴을 그렇게 보여줬지만 난 그 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잡았고, 차였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단지 과거의 흑백 추억으로 남게 된 권순영과의 수많은 추억의 마지막 장이 날 보는 차가운 눈빛이었다는 게 조금 많이 아픈 모양일 뿐.
너와 나의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 새로 쓰여져 더 어두운 검은색으로 물들어 버릴까,
간신히 덮고 잊으며 잘 살아온 내 생활이 뿌리 째 흔들릴까 단지 그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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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서 난생 첫 글이라 어리숙하고 많이 미숙해요! 오류나 지적사항이 많을 수도 있을텐데 둥글게 부탁드릴게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