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윤기가 오토바이를 세운 곳에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제 친구들이 있었다. 정국에게 신경이 몰두해있는 탓에 친구들을 만날 정신이 없었다. 물론, 그닥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만. 헬멧을 벗은 뒤 머리를 두어 번 턴 탄소가 윤기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신나게 조잘거리던 호석이 탄소를 발견하곤 벌떡 일어나 다가와 대뜸없이 어깨를 부여잡았다.
" 야, 너 전정국이랑 사귄다는 거 레알 트루임? "
" 아니, 넌 또 정국이를 어떻게 알아? 알 바냐? 염병, 오랜만에 본 친구 새끼가 하는 질문하고는. "
" 너랑 걔는 약간 이어질 수가 없는데? "
" 알아, 나도. 우리 정국이가 공부를 좀 잘 해? "
" 우리? 우ㅡ리? 이야, 민윤기 얘 진짜 드디어 미친 거 아니냐? "
윤기는 아무런 말 없이 똑같이 담배를 입에 문 채 탄소를 바라보았다. 탄소는 호석이 왜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조용히 하라며 그의 입을 툭 치며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대략 스무명 가량의 되보이는 무리들에 그 골목 안은 담배 연기가 자욱했으며, 오토바이 몇 대가 골목 입구를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탄소였다. 탄소가 있는 공간이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철 없었고, 그저 저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였다. 담배 불씨가 필터에 다다랐을 때 벽을 향해 튕군 윤기가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아직도 담배를 물고서 호석과 다투는 탄소를 바라보았다.
" 진짜 기억 안 나? "
" 넌 또 뭐가. "
" 작년 초에 여기서 존나게 쳐 맞던 새끼. 기억 안 나냐고. "
" 작년? 야, 일주일 전 일도 기억 못 하는 나한테 뭘 바라? 네가 줘패던 새끼들이 한 둘도 아니고. "
" 네가 내 오토바이에 걸터 앉아서 담배 빨고 있을 때 쳐 맞던 새끼. "
" 아니, 오늘 하나같이 시발 못 알아 쳐 들을 말만 해대네. 용건이 뭔데. 대뜸 찾아와서 지랄하더니, "
" 우리가 왜 공부만 존나게 하는 전정국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
탄소의 입이 약속이라도 한듯 굳게 다물렸다. 그제서야 윤기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고, 호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작년 초. 윤기가 애꿎은 아이들을 데려다가 패는 건 일상이었다. 딱 한 날은, 미친듯이 날뛰어 엎어져 있는 놈을 쥐어팰 때,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그 흔한 잘못했다, 살려달라는 말도 없는 그 놈이 참 독하다고 느꼈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탄소는 진절머리 난다며 시선을 돌려 휴대폰을 만졌었다. 근데 그게, 정국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놈들은.
" 너 방관자였다고. 애새끼 존나 쳐 맞을 때. "
" ……너 지금 무슨 개소리를, "
" 개소리라고 믿고 싶은 거겠지. "
" ……. "
" 그 새끼 이미 네 입에서 나랑 친구라고 말 할 때부터 표정 말이 아니었는데, 네가 그렇게 괴롭혔던 새끼들 무리인 거 알면 어떨까 궁금했어. "
" 야, 민윤기. "
" 내가 그 새끼한테 꼬바르기엔 너무 하잖아. 우리 탄소가 좋아한다는 앤데. "
" ……. "
" 그래서 말 안 하려고. 네가 양심이 있다면 알아서 전정국을 정리하지 않을까 싶어서. "
방관자. 아까 전 윤기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그 눈빛이 저를 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서웠다. 전정국은 저에게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이미 더 커버려서, 져버릴 수도 없는 마음이었다. 나중에 연락한다며 해맑게 인사를 하고 왔는데, 그래서 연락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윤기가 탄소의 어깨를 토닥였다.
" 네 선택이야. 옳은 선택하길 바랄게. "
전정국이, 보고 싶었다.
* * *
윤기를 먼저 찾은 건 정국이었다. 윤기를 따라간 후에 나중에 연락하겠다던 탄소는 연락도 받지 않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이틀동안 학교에도 나오지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집으로 찾아가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불이 꺼진 내부에 조심스럽게 눌렀던 초인종에도 반응이 없었다. 이미 안중에 민윤기를 친구로 칭했던 그 따위의 걱정들을 날린지 오래전이었다. 무슨 일이기에 저를 피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걱정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기에 찾은 방도라곤 윤기를 찾는 것 뿐이었다. 또 그 골목 안이었다.
윤기를 중심으로 대 여섯명이 서있는 그 공간 안은 한참이나 좁아보였다. 연기가 가득한 그 골목길을 들어서자마자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다. 역겨운 냄새. 치가 떨렸다. 정국을 발견한 윤기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오랜만이다? 이런 장소에서 보는 거. 너랑 제일 잘 어울리는 곳인데. "
" 김탄소한테 뭐라고 한 거야. "
" 이야, 네가 말도 할 줄 알아? 근데 첫 질문치고는 좀 별론데. "
" 물었잖아. 김탄소한테 뭐라고 했냐고. "
" 아, 별 말 안 했어. "
머리를 쓸어넘기며 일어난 윤기가 정국에게 다가가 그대로 배를 걷어찼다. 뒤로 엎어진 정국을 향해 무자비하게 발길질을 해댔다. 그럼에도 정국은 이를 꽉 문 채, 그 발길질을 받아냈다. 역시나 아무런 신음없는 정국에 목을 돌리던 윤기가 몸을 낮추어 정국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 눈을 맞추었다.
" 너무 건방지잖아, 시발. "
" …김탄소, 뭐라고 했냐, 하. 물었어. "
" 끝까지 고집 피우겠다? 왜. 탄소가 네 연락을 씹어? "
" ……. "
" 모르나 본데, 걘 애초에 널 사랑한 적 없어. 넌 버려진 거야. 정신 차려라, 정국아. "
" …지랄 하지 마. "
" 지랄 같아? 걔가 왜 내가 존나게 괴롭히던 너한테 다가갔겠어. 응? "
" ……. "
" 우리 탄소가 좀 악독하긴 해. 네가 맥도 못 추릴 만큼 사랑을 퍼줬나 봐? 연기도 잘 해, 내 새끼는. "
거짓말. 정국은 윤기의 입에 흘러나오는 말들을 부정했다. 눈을 부릅뜬 채 윤기를 노려보던 정국의 머리를 밀어내는 탓에 다시 바닥에 엎어진 정국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던 유리에 볼이 쓸렸다. 으……. 짧은 신음을 내는 정국을 바라보던 윤기는 헛웃음치며 그 유리 조각을 집어들었다. 그렇게 발길질을 해대고, 주먹을 날려도 신음이 없던 정국이 무방비하게 유리에 긁히며 신음을 내뱉었다. 윤기는 바닥을 짚고 있던 정국의 손목을 잡아챘다.
" 너도 기억이 안 나나 보네. "
" ……. "
" 너 여기서 오지게 쳐 맞을 때, 우리 탄소도 너 보고 있었는데. 동물원 원숭이보는 것처럼. "
" …하, 뭐? "
" 대가리도 좋으면서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쳐 먹어. "
" ……. "
" 공부한답시고 펜들고 설치는 너 볼때마다 내가 얼마나 배알이 꼴렸는지 아냐? 네 손목 자르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
잡아 챈 손목 위에 유리 조각이 스쳐지나갔다. 얇게 베인 손목 위로 피가 새어나왔다. 아직 며칠 전 맞은 게 가라앉지 않은 왼쪽 뺨에서 흘러내리는 피도, 오른쪽 손목에서 흘러내리는 피도, 아프지 않았다. 정말, 정말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던 걸까. 해맑게 웃으며 나를 대하던 너도, 다정하게 안아주던 너도, 사랑한다 속삭이며 입을 맞추었던 너도, 민윤기를 친구라고 칭하며 갔던 너도, 내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던 너도, 다 같은 사람일까. 너도 역시나, 나를 사랑해주지 못할 사람이었을까.
" 불쌍한 새끼. "
" ……. "
" 그래도 너무 원망하지는 마. 이것도 내 운명이겠거니, 받아들이는 게 너한테 편하지 않겠어? "
유리 조각을 던진 후 손을 턴 윤기가 유유히 골목을 벗어났다. 바닥에 쓰러진 채 주먹은 꽉 쥔 정국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로 뒤덮인 얼굴이 눈물에 씻겨내려갔다. 눈물이 닿이는 왼쪽 뺨이 시큰거렸다. 나는, 나는 늘……. 한참을 그 골목 안에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 * *
정국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발길질로 인해 온 몸이 멍이 들었을 테고, 새하얗던 교복 와이셔츠의 소매와 카라에는 피로 물었다. 얼굴에는 피로 얼룩져 보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마주친 아버지는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놓쳤고, 그 소리에 놀라 뛰쳐나온 어머니도 아버지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눈을 돌렸을 때 보인 정국의 모습에 소리를 질렀다. 그 누구도 먼저 정국에게 다가가지 못 했다. 눈가가 벌건 채로 제 부모를 바라보던 정국은 주먹을 쥐었다.
" 너 지금……. "
" 저는 더 이상 아버지에게 득이 되는 아들이 될 자신이 없습니다. "
" ……. "
" 더 이상 아버지가 바라던 아들이 될 자신이 없습니다. "
" ……. "
" 아버지에게 득이 되려 미친듯이 이 악물고 17년을 살았어요. 다른 가족들처럼, 사랑 받는 아들이 되고 싶어서. "
" 전정국. "
" 전 이제 거기에 미련 둘 생각 없습니다. 이젠 그딴 식으로 사랑 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
" ……. "
" 그러니까, 저 좀 버려주시겠어요? "
그쳤던 눈물은 다시 흘러내렸다. 굳었던 피들이 눈물 덕에 녹아내렸고, 쥐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가 손목 사이로 다시 피가 새어나왔다. 아직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맞는 현실은 너무 가혹했고, 잔인했다. 누군가를 믿은 자신도,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도, 이제는 없어졌다.
" 저는 더 이상 아버지의 아들이고 싶지 않아요. "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 * *
이번에는 초록글 올라간 거 캡쳐 못 해버려따...(눈물) 그래도 늘 댓글 달아주시는 우리 독자님들 덕분에 맨날 초록글이에요 진짜ㅠㅠㅠ
너무 과분하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답니다.. 지쨔 너무 좋아! (어꺠춤) 글 열심히 써야 게써요 나 ㅎㅎㅎ!
이번 편에 정국이가 도망가게 된 이유와 여주가 피하게 된? 오해를 여지를 준 사건을 다뤄봤어요! 아직 회상 完 편이 남아있습니다ㅎㅅㅎ
정국이가 전학간 후의 이야기! 태형이를 만난 이야기를 담을 거고요! 그 뒤에 암호닉과 브금 정리를 한 글을 올릴 예정이에요! (두근두근)
윤기, 네.. 윤기.. 솔직히 악역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낼까 했는데 약간 저 캐릭터가 나오는 분량이 많습니다...네.....
그리고 여러분의 몰입도를 높혀드리기 위해서..ㅠㅠ (핑ㄱㅖ) 쨋든 저는 민윤기를 사랑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사랑합니다, 네!
어서 어서 글을 쓰고 싶은 작가의 마음 ㅎ.... 매화 봐주시는 우리 독자님들 사라애요 진짜루ㅠㅠ
그리고 암호닉 신청해도 추가 못 해드랴ㅕ요.... 회상 完 편 올리고 받으러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젭알....!!
♡ 제 마음 훔쳐간 양아치들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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