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승철
빌어먹을 로맨스 Z 번외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생각없이 뱉은 인사발령 이야기인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기어코 자기는 부산을 가야겠다며 우기더니
벌써 내일이면 권순영이 부산으로 가는 날이 되어버렸다.
"...진짜 가냐,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다시 한 번,"
"가야 돼"
"가야 돼,는 뭐야
...여주씨랑 잘 안 된거냐"
"....그 반대야."
"반대라고?
...반대인데 왜 가는데"
권순영은 무슨 마음의 변화가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나와의 술자리에서 술을 진탕 마시더니
하나씩 하나씩
긴 세월 감춰둔 이야기를,
아마 여주씨도 모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주씨가 너 잡았다고?"
"....어."
"...근데 대체 왜 가는건데,
병신이야?
왜 또 도망을 가"
"...그럼 거기서
나도 사랑해 우리 사귀자 이래?
아니면 응 안 갈게 이럴까?
너라면 그럴 수 있어?
...
...미워하고 아프게 한 만큼
나도 댓가는 치뤄야지.
내가 무슨 자격으로 걜 보면서 다시 웃어"
"...지랄하네
그럼 여주씨는 뭔 죄냐
병신같은 널 사랑한 죄?"
"......그래서 너한테 말 한거야"
"뭐,"
"...부탁한다
아마 한동안 또 술만 먹을거야
그때만,
외롭지않게 해줘"
"...신파극찍냐?
그럼 너는 염치없고 지은 죄가 있어서 여주한테 못 돌아가고
그것도 모르고 여주는 슬퍼하며 살고
끝이야?"
"....내가 필요해지면,
그러면 올 거야"
"니가 언제 필요해지는데"
"...그러게,"
"...그러다
여주씨한테 남자 생기면?"
"...행복을 빌어주겠지."
"그리곤 영영 안 돌아오고?"
"..."
"아주 절절하다 절절해"
"...나중에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래도 김여주한테 내가 필요하다하면
그때 돌아올게"
"그래서, 결론은
또 사랑해서 떠난다?
비겁한 놈
내가 여주씨면
너 같은 거 안 좋아해"
"...알아 존나 한심한 새끼인거
맨날 도망만 치는 거.
근데 너
원래는 빛나던 애가
네 옆에서 빛을 잃어가면
그거 두고 볼 수 있냐,
너 같으면 너 좋자고 잡아 둘 거야?"
"..."
"...할 말도 못하고 못 되게 굴어도 그냥 웃어,
내가 하는 건 다 괜찮데.
헤어지자고 한 것도 내가 그러자해서,
내 말 들어주려고 헤어졌다는 애야
그런 애를,
걔를,"
한심한 놈
울긴 왜 울어
떠나는 네가 마음이 아플까
아무것도 모르는 여주씨가 마음이 아플까
어느 쪽이든 나보단 더 아프겠지,
술이 취할대로 취한 채
권순영은
김여주를 잘 부탁한단 말만 반복하다
다음 날 떠났다
같은 회사의 김여주는
잘 웃고,
잘 먹고,
잘 떠들고
분명 괜찮아 보이는데
웃어도 우는 사람 같아 보였다
네 말대로 회사에선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널 부르며 울어대던
그 술집 그 자리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무섭게 말 한 마디 없이 술을 마시고는
취하고 나서는 눈물만 흘리면서 잠들어 버린다
그리곤 잠꼬대로는 너만 찾고.
평소의 술주정과 너무 상반되는 모습에 당황스러워
권순영에게 전화를 걸면,
"......
...여...보세요,"
마찬가지로 술에 쩔은 채였다
둘 다 답답하고,
한심하고
...안쓰럽고,
그렇게 살다가 김여주가 좀 괜찮아지고 술을 덜 먹어갈 무렵
네가 떠나고 반 년쯤 지났을 때였을까,
"...최팀장,
혹시...
권순영
돌아왔,
아, 아니야"
유난히 불안해보이는 김여주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작게 말했지만 분명 권순영이라했고.
권순영이 돌아와?
그럴리가 없는데
그 날 김여주는,
또 다시 주량을 넘기며 술을 마시곤 울었다
"...권순영.
너 어디야"
-"....왜"
"....너
서울이냐"
-"...."
"혹시 김여주 만났어?"
-"....."
"...뭐야, 만났어?"
-"...얼굴
보고싶어서,
잠깐 회사 근처 갔었는데
...마주치진 않았는데
걔가 뒤에서 날 불렀어.."
"...그리고 넌 도망갔고?"
"....."
"...."
"...."
"너 여기 좀 와라
니가 자주갔던 그 술집"
"..왜,"
"오라면 와,
빨리 와."
얼굴이 보고싶어서 서울까지 왔다?
답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다
멍하니 들어오던 권순영은
울면서 잠들어있는 김여주를 보고는 멈칫하더니
미안함,
그리움,
사랑
그 모든 감정이 복합된 표정으로
여주를 애틋하게 바라본다
"..보고싶어서 왔다며,
실컷 봐라"
"....순영아..."
술을 과도하게 먹으면 늘 하는 잠꼬대이니 난 별 감흥이없건만
내가 전화로 그리 말할 때는 꼼짝 않던 권순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라,
또 우냐 너
이 커플 아닌 커플은 참 많이도 닮았다
그래서 이 모양이겠지만.
바로 앞의 내가 보이지도 않는지
김여주 손을 만지작 만지작
"....꼭,
돌아올게...
...미안해"
".....순영아
어디가..."
"...나도
더이상
너 없이
못 버티겠어..."
울면서 잠든 김여주,
그런 김여주 손을 붙들고 오는 권순영.
참 슬픈 광경이긴 한데
별로 슬프진 않다
아마 저 둘에게 곧 봄이,
반드시
올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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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돌아온 수녕이 미워하지마세요ㅠ_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ㅎ허허허 할 일이 많네요! 암호닉 정리도 해야되고 마지막화엔 댓글도 다 달아드릴 예정입니다 머리도 식히고 댓도 달아드리고 아무튼 바빠요 넘치는 사랑에 더 바쁘구요 1년만에 돌아온 권순영의 속사정 부제, 그남자의 겨울 허허허허 마음에 드셨으면! 그럼 당분간은 글이 안 올라오고 댓글 달고 정리하느라 바쁠테니 쉬고 계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