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written SOW.
자그마한 새가 소리쳤다. 그가 돌아왔노라고. 숲 전체에 울려퍼지고 나서야 새들은 바삐 움직였다. 잡히면, 죽는다.
잡히지 않아도, 죽을껄.
나뭇잎 한 장 마저도 불태워버린 악마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숲에서 아이를 발견했다. 수많은 희생을 낳고서야 낳아진 아이.
드디어, 내게로 와주었구나.
나의 아이야.
29. 다시, 평범한 악마와 아이의 일상
"태형!"
여주의 부름에 고개를 여주 쪽으로 튼 태형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여주가 정국에게 화장을 시켜 놨는지 정국의 얼굴이 알록달록했다.
그 모습이 마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 아이 같아서 마음 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 도화지가 사람 얼굴이라는 건 정말 유감이지만.
"정국이 예쁘죠?"
"예쁘네."
"나보다?"
"네가 제일 예쁘지."
"태형도 예뻐요!"
여주의 웃음을 보고 있자면, 안 그래도 더디게 가는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녀의 웃음은 그랬다. 그녀에겐 그저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접고,
미세하게 나온 송곳니를 드러내는 일이겠지만. 태형에게 그 웃음은 더디게 가는 시간 속 유일한 유희였다.
"태형, 근데요. '콜카타'에서 축제가 열린 대요."
"무슨 축제."
"에, 태형은 자기가 다스리는 구역에서 하는 축제도 모르고."
"알긴 아는데, 너무 오래전에 가서 까먹은 것 뿐이야."
"아, 그래요. 근데요 태형 ‥ 나 그 축제에 갔다 오면 안돼요?"
"‥."
평소처럼 안된다고 하려다가도 태형은 잠시 숨을 참았다. 저번에도 인간계에 가지 못하게 했다가 그 꼴이 났었지. 그 꼴을 또 당할 바엔,
"가."
"와, 진짜요? 태형 고마워요!"
"단, 나도 동행한다."
30. '콜카타'의 축제에서 악마와 아이는
제 기척을 숨기고 태형은 자신의 신분과는 맞지 않는 복장을 착용했다. 그렇다고 평범한 악마의 신분인 복장을 착용한 건 아니고, 지민의 신분 정도?
지민의 신분도 대단한 것이지만 태형은 자신과는 맞지 않는 듯한 옷에 불쾌 해 했다. 그래도 제 앞에서 환히 웃는 여주를 보며 간간이 웃어주었다.
"와, 태형 저것 봐요. 놀이기구 인가 봐요."
"어, 그러네."
"나도 타고 싶은데, 안되겠죠?"
"타."
"아싸!"
"그 대신 나도 같이 탄다."
"‥태형 이런 거 싫어하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무서워하는 거였다. 악마 주제에 무서운 게 있냐고 욕을 들어도 좋은데, 악마의 놀이기구와 인간 세계의 놀이기구가 아주 다르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여주도 이건 처음 타보는 것 일텐데도 무서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 옆에 우두커니 선 태형만이 여주의 어깨를 감싸곤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에 놀이기구가 이렇게 큰 규모로 있는 건 오직 '콜카타'의 축제만이 유일했다. '콜카타'를 지배하는 태형의 성품과 맞게, '콜카타'는 파격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추구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와, 태형! 진짜 재밌었어요. 그쵸?"
"‥잠깐만 말 걸지 말아봐."
"뭐야, 멀미해요?"
"‥여주야 나 마실 것 좀."
"많이 심각한 가보네. 알겠어요.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요!"
태형은 가슴께를 부여잡곤 의자에 앉았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해맑게 마실 것을 사러 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뭘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차라리 인간계까지 날아갔다 오는 것이 나을 뻔했다. 저딴 걸 만든 새끼를 일단 찾아야겠어.
태형은 이상한 곳으로 분풀이하며 여주를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여주에 태형은 살아가면서 몇 흘려보지도 못했던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이런 곳에 여주를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31. 유괴범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흑발에 흑안을 가진 여주를 악마들이 그냥 보고 있을리 없었다. 아무리 축제 기간엔 살생이 금지된다고 하지만 항상 금기시되는 법을 어기는 놈이
하나씩 있는 법이었다. 여주는 누구의 피인지는 모르겠으나 피가 잔뜩 든 컵을 사들고는 태형에게 가는 중 이었다. 도중에 맞닥뜨린 하급 악마들만 아니었더라도
20분 전엔 태형에게 도착했을 터였다.
"흑발에 흑안이라. 이 년이 그 년 맞지?"
"맞을거야. 숲을 하나 태우고서야 나타난 그 년."
"‥비켜주실래요? 저 빨리 가봐야 해서요."
"미안한데, 우리도 빨리 너를 데리고 해야 할 일이 있어."
"뭔데요."
"널 마왕에게 데려가는 것."
"죄송한데요, 진짜 제가 급하거든요."
겁도 없는지 여주에게 치근덕대던 악마들은 곧 여주가 태형의 창조물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걸린 현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마왕에게로 가는 말을
끌고 오고 있었다. 머리가 세 개 달린 말은 하데스가 기르는 케르베로스처럼 흉악 해 보였다.
"마왕님 에게는 제가 나중에 제 발로 걸어 갈 테니까 저 말 좀 치워 주실 래요. 말 관리를 아예 안 하시나 봐요? 냄새나 죽겠네 아주."
"하,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나 봐주지."
손을 칼모양으로 변형시킨 4마리의 악마들이 여주에게 달려들었다. 여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더니 주머니 안에서 작은 스크롤을 꺼내어 주문을 외웠다.
여주에게 칼을 꽂으려던 악마는 칼을 여주의 몸에 꽂지 못했다. 신체 강화 주문이었다. 여주는 발로 악마의 정강이를 차곤 뒤돌아 뛰었다. 태형에게로.
하지만 곧 자신을 품에 가둔 누군가에 놀라 발버둥 치며 빠져나오려 했으나 익숙한 향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태형!"
"좆같은 것들. 이래서 내가 널 데리고 나오기 싫었던 거야."
손 끝에서 순식간에 한기를 내뱉어낸 태형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차에 올라탔다. 창문으로 흘끗 넘어본 여주는 경악했다. 태형이 손짓한 곳에 모두
얼음이 가득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악마들은 모두 빙하기에 접어든 것 마냥 얼음에 갇혀 있었다.
"태형의 백성들이잖아요. 이래도 되는 거에요?"
"쟤네가 왜 내 백성이야. 쟤네가 내 땅에 들어와서 사는 거지."
"그래도!"
"쟤넨 마왕새끼 수하들이야. 널 찾으려고 온."
"네? 마왕님이 대체 왜."
"말하자면 복잡한데, 그 새끼 첫사랑이 민윤기를 낳아서 그래."
"네? 아니, 그게 무슨."
"아, 넌 민윤기를 모르겠구나. 있어, 인간계에 사는 잡종새끼."
여주는 알 수 없는 말만 내뱉는 태형에 골을 짚었지만 곧 '민윤기'라는 이름에 눈가가 발개지고 말았다. 왜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에 눈물이 고였는지
알 수 없었다. 잡종이라고 한다면 인간계에서 살고 있을 것이고, 자신은 인간계에서 잡종은 커녕 인간을 만난 기억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인간계에
가서 대체 뭘 한거지? 정국의 말대로라면 거의 한 달을 인간계에서 지낸건데, 놀랍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은 인간계에서 남준과 남준의 그녀를 만난 기억
밖엔 없었다. 의식주는 남준이 제공했다 치더라도 한 달동안 남준과 지낸 것 치곤 남준과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민윤기가 누구에요?"
"알면 다쳐."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 넌 모르는 사람이야. 조용히 하고 가자 아가. 너 아까 힘을 너무 많이 썼어."
태형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여주는 살짝 튀어나온 뿔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태형은, 거짓말을 하면 뿔이 튀어나오더라고요."
태형은 아무 말 없이 여주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숨이 조여 왔지만 여주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신이 태형에게 압박 당하는 일은 없었다.
여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왠지 지금의 태형은 무언가를 들키지 않으려 힘을 쓰는 듯 했다. 안타깝게도 그 힘은 여주에게 통하지 않았지만.
"아, 넌 왜 내 최면이 안 통하냐."
"당연하죠. 난 태형의 일부인데."
"나도 네 일부야."
"‥."
"네가 없으면, 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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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엄청난 떡밥이 터졌는데 !!!!!!!!!!!!!! 아무도 모르겠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