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정국에 뷔 예보
학교에 온 탄소는 하루 종일 신경이 뒤로 쏠렸다. 윤기와 만나고 어떻게 된 건지도 묻고 싶었고, 혹여 또 주먹질을 당한 건 아닐까 싶어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만, 차마 얼굴을 마주 볼 용기도 없었다. 뻔뻔하게 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걱정에 휩싸여 손톱을 질근질근 씹어댔다. 가서 말 걸어 볼까, 싶었다만 좀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망부석마냥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잠시, 앞문을 열고 들어온 지민에 탄소는 입을 떡 벌렸다. 그래, 저 새끼 저거……. 내가 저 새끼를 생각 못 했네. 분명 놈이 오면 정국의 심기를 비틀리게 할 걸 알았기에 입술을 꾹 깨문 탄소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말 했다. ' 꺼.져 '
" 온 지 1분도 안 됐는데 꺼지라고? "
" ……하. "
" 오늘은 같이 밥 먹을 거지? 나 요즘 너 때문에 급식실 안 간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
" 혼자 쳐 먹어, 새끼야. "
" 지랄. 같이 먹기로 했음 끝까지 같이 먹어줘야 할 거 아니야.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마. "
"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가. "
" 왜? "
" 왜기는! "
" 저기 쟤 때문에? "
탄소는 2차 충격에 휩싸였다. 분명 지민이 턱 짓한 방향은, 정국이 있는 곳임이 틀림 없었으니까. 로봇에 빙의해 삐그덕거리며 고개를 돌린 탄소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정국과 보기 좋게 두 눈이 마주쳤다. 눈을 깔고 다시 지민에게 시선을 돌리면 싱글벙글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탄소는 울상이 되어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이거 뭐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잖아! 이미 이것은 약과에 불과하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 채였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도 어김없이 지민이 탄소의 반을 찾았다. 정국의 시선이 무서울 법도 한데, 그딴 건 안중에도 없나 보다. 밥을 먹자고 끌어내는 탓에 정국에게 시선조차 주지 못 하고 급식실로 향했다. 밥도 더럽게 맛 없는데…. 맛 없는 메뉴를 탓하며 투덜거리니 지민이 귀엽다는 듯 탄소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마저 사랑에 빠질 것 같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보였다. 태형의 손에 끌려 급식실을 들어오던 정국이 그런 지민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건지 지민이 시선을 돌려 정국을 마주보고 싱긋, 웃었다. 더럽게 재수없게.
" 아, 뭐 이렇게 메뉴가 좆같아? 밥맛 떨어지게 만드네. "
" 그래도 먹어. 사람은 밥심이야. "
" 잔소리 하지 말지? 우리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를 네가 왜 해. "
" 응, 많이 먹으라고. "
" 좆 까, 김탄소 그거 못 먹어. "
" ……? "
지민이 버섯볶음을 집어 탄소의 급식판 위로 올려주려고 할 때, 풀쑥 튀어나온 손 하나가 지민의 손을 쳐냈다. 굴러떨어진 버섯 하나는 애잔하게 바닥에 자리해야 했다. 고개를 돌린 탄소의 옆자리엔 식판 하나가 놓였다. 더해서 지민의 옆자리에도. 그 목소리가 워낙 익숙해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았지만, 탄소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했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 정국이었다. 지민의 옆, 정국의 앞에 자리한 태형의 해맑게 웃으며 지민의 어깨에 손을 얹어 토닥였다.
" 친구, 여기는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니니까 조용히 먹자. "
" 뭐냐, 너? "
" 나? 김태형인데. 너는 박지민이네? 요즘 네가 우리 정국이 짝한테 그렇게 삽질을 한다며. "
" 미친 새끼야. "
정국이 손을 들어 태형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에 울상이 되어 머리를 감싼 태형이 정국을 노려보았다. 탄소는 아직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어버버거리며 정국과 태형을 번갈아 봤다. 주변에 널린 게 자린데, 하필 왜 여기에? 의문을 품기도 잠시, 그저 정국이 저의 옆에 있는 게 좋아 저도 모르게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여섯개의 눈동자가 부담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웃고 있는 탄소의 정수리로 향했다. 그칠 줄 모르고 웃던 탄소는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셋을 둘러봤다.
" 나 진짜 친구 생겼네. "
" ……. "
" 뭘 봐. 밥이나 쳐 먹어, 들. "
금세 얼굴을 굳힌 탄소가 숟가락을 들었다. 그에 지민은 씩 웃으며 수저를 들었고, 태형은 뭐야, 저 년? 이란 표정으로 바라보다 지민을 힐끔 보고 따라 수저를 들었다. 정국은, 한참 탄소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하얗고, 입술은 붉었다. 민윤기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둘이었다. 정국은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따라 수저를 들었다. 묵묵히 밥을 먹는데도 헤실헤실 웃는 지민이 거슬리던 정국이 한숨을 푹 내쉬며 제 식판에 있던 김치를 들어 지민의 밥 위로 던졌다.
" ……뭐야? "
" 밥 쳐 먹으라고. 자꾸 병신같이 실실 쪼개지 말고. "
" 오, 정국이 질투 시전. "
" 시발, 아가리 쳐 닫아라, 진짜. "
" 전정국 진짜 존나 살벌하다, 살벌해. "
" 지리겠네. "
" 넌 밥이나 쳐 드시라고. "
반찬을 깨작거리며 탄소가 정국을 살폈다. 뭐가 또 저렇게 불만이람. 전에 사귈 적에도 질투, 그런 거 없었던 것 같은데. …질투인가. 탄소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왜 이렇게 감정 억제가 안 되는지. 태형은 턱을 괴고 그런 탄소를 살폈다. 여기 왜 분홍빛이 보이는 것 같지. 그를 느끼지 못하는 건, 탄소 그리고 정국 둘 뿐인 것 같았다.
* * *
태형은 정국을, 지민은 탄소를. 당연하다는 듯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형은 은근스레 지민에게 붙었다만, 지민은 몸서리치게 싫어했다. 그에 울상을 짓던 태형이 교실 밖으로 나오는 탄소와 그 뒤를 따라나오던 정국을 보더니 제 턱을 매만지면 둘을 살피다 힐끔, 지민을 바라보았다. 뭔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분위긴데. 정국의 눈짓 한 번에 생각을 끝 마쳤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 태형이 지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뭐하냐? "
" 우리 오늘부터 친구하자. 난 좀 막 내키지는 않는데 분위기상 해야 할 것 같아. "
" 뭐래는 거야. "
" 나랑 당구장 달리자, 친구야. 너랑 나랑, 단 둘이서. "
" 뭐래, 시발 진짜. "
싱긋 웃어보인 태형의 지민의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주어 자리를 벗어났다. 정국에게 윙크를 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벗어나려고 애썼다만, 아무래도 태형의 덩치를 감당하기엔 지민이 너무 작았달까. 탄소는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 그러다 제 옆으로 다가온 정국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제야 눈치를 챈 탄소가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애도 아니고.
" 더 애 같아졌네, 너. "
" 어쩌라고. "
" 어쩌라고 한 말 아닌데. 그냥 귀엽다고. "
" 지랄. "
" 말 본새 고칠 때 된 것 같은데. "
" 네가 담배 끊으면 생각해볼게. "
" …야, 씨. "
정국이 시선을 돌린 채 탄소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 너야 말로 뭐 어쩌라고? "
" 뭐긴. 잡으라고. "
* * *
이제 드디어 좀,, 꽁냥거리기..! 그래서 배경을 검은색으로 하지말까 했는데, 전 일관성있는 것을 주장하기 때문에..! (개씹억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태형이와 지민이, 또 다른 브로맨스 등장해버리기..! 눈치 백단 태형이를 둔 정국이는 행복하답니다. (눈짓 한번)
중학교 다니시는 분들은 거의 다 내일 개학하시더라구요..? 저는 내일 놀러 갑니다. (약 올리기) 학교 조심히 다녀오시고! 오세요! 네!
오늘의 킬링 포인트는? 없습니다! 늘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진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하아아아아아ㅏ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