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는 세상
A world she lives
Vampire
그녀에게서는 늘 달콤한 향이 났다.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아찔하게 풍겨오는 그 달콤한 향에 늘 발걸음을 멈춰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다시 그 향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면 어느새 제 모습을 감추고 없어지곤 했다. 물론, 내가 찾지 못 하는 것일 테지만. 내 189살, 올해로 190살이 되는 길고 긴 삶을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향이었다. 언젠간 한 번은 꼭 그 피를 취할 수 있길 빌고 빌었다. 달콤한 향이 나는 그 목덜미에, 내 송곳니를 박는 그 날이 오길.
역시나 신은 나의 편인 것이 분명했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내가 자주 찾는 카페에 새로 출시 되었다는 신상 딸기 라떼를 먹기 위해 카페로 발걸음을 했을 때였다. 계산대에서 해맑게 웃으며 달콤한 향을 내고 있는 그녀는, 근 100년 가까이 달고 살았던 피 만큼, 아니 어쩌면 피보다 더 사랑했던 딸기 라떼 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탐스러웠다.
"저기요. 가게 곧 문 닫는데, 언제 가실 예정이신지…."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제가 실례를 했네요. 근데 혹시 퇴근 후 시간이 되신다며 술 한 잔,"
"아니요, 저희 집 멍멍이 밥을 챙겨야 해서."
이상하게도 내가 한 번 웃어보이면 자지러져 제 피고 몸이고 다 내어 줄 것 같이 굴며 넘어오던 여자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헤실헤실 웃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미친놈처럼 바라보았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는 지 모르겠다. 그 날을 시점으로 난 나와 내기를 시작했다. 내가 먼저 저 피를 빨아 먹기 전에 그녀를 꼬시겠다고. 그래서 제 피를 내게 안 주곤 못 베기게 만들어 주겠다고.
Vampire
V 혹은 김태형 (190)
Werwolf
그녀는 늘 내게 다정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항상.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그러니까 태생부터 약간의 멍청함이 비례했다. 누가 보아도 야생에서 뛰어다니며 저보다 약한 초식 동물들을 사냥하고 있을 법한 늑대인 나를 지나가는 똥개쯤으로 알고 있으면 말 다 했지, 뭐. 그래도 어쩌면 그게 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평생 그 따뜻한 품에 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죽는 그 날까지 그 품에 안겨 있고 싶었다.
내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놀라기는 커녕, 생전 볼펜도 잘 들지 않는 그녀가 일기장을 사와 육아일기를 쓸 기세였으니 말 다했다. 하루하루 미친듯이 성장해가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며 내 몸 구석구석 훑어보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꼭 나를 홀리려고 드는 요물마냥. 그녀를 향해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은, 오로지 늑대 인간으로서, 누군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뛰는 심장이었을까.
"아가, 너는 평생 누나가 거둬줄 수가 없단다."
"……."
"아니, 물론! 절대 아가 널 버린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그런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보지는 마."
그리고 나는 어쩌면, 그녀를 위해 살아가게 될 숙명을 가지게 될 지도 몰랐다. 각인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다가오면 다가 올수록 그 상대가 꼭 그녀이길 바랐고,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다른 무언가를 지키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나를 거둬줄 수 없다고 말해도 나는 기꺼이 그녀를 거둘 각오가 되어 있었다. 나는, 오로지 그녀를 위해 살아갈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미 그녀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Werwolf
전정국 (?)
Witch
그녀는 예뻤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갖고 싶었다. 꼭 내 손에 쥐고 싶었다. 예쁘고 아름다운 그녀를. 나는 태어날 때부터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다. 그 모든 것들을 내 손에 쥐었었고, 단 한 순간도. 단 한 번도 내가 갖겠다고 마음 먹었던 무언가를 무언가를 뺏겨 본 적이 없었으나 그녀를 갖겠다고 마음 먹은 내 앞에 행방꾼이 생겼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 씩이나. 마녀보다 의지가 훨배는 강해보이는 두 놈이!
불굴의 의지로 다가갔다. 학교 친구, 라는 명분으로. 웃음 지으며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거리낌없이 예쁜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근데 왜, 왜 자꾸 이상한 감정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사랑 따위는 아니었다. 아니, 이것도 사랑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더 갖고 싶었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다. 예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주던 그녀를.
"내 친구여서 고마워."
"…어?"
"네가 내 친구여서 고맙다구. 그냥, 술이 들어가면 쓸데없는 별의 별 말이 다 튀어나오는 게 내 주사야. 히."
친구. 친구라고 했다. 내 생, 200살이 넘는 순간까지도 친구라는 명분의 과분한 존재는 없었다. 친구라고 해봤자, 서로에게 시기 질투를 느끼는 똑같은 마녀들 뿐이었다. 언젠간 자기네들이 가진 아름다운 무언가를 뺏기 위해 탐내며 친구인 척, 다가가는 것 뿐이었다. 근데 그녀가 내뱉은 친구라는 그 단어가, 왜 이렇게 멈추어 있던 심장을 뛰게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Witch
KAYA (224)
Human
요즘들어 신은 평생이 외로웠던 삶을 살아가던 내 삶이 불쌍하게 여겨졌는지, 소중한 것들을 남겨주었다. 나는 꽤나 익숙해진 삶에 적응하고 수긍하여 나름 재밌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어디서 배워오는 지 모를 이상한 멘트들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아름다운 태형도, 하루 종일 내 곁에 있으며 심심할 틈도 우울한 틈도 없게 만들어 주는 우리 집 골목길 가로등 밑에 버려져 있던 덩치가 조금(많이) 큰 정국도, 친구라곤 없던 내게 먼저 손을 내밀며 웃어주던 예쁜 카야도, 내게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들이 나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한들, 아무렴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중한 그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신에게 빌었다. 나는 이 행복이 영원할 수 있을까요. 만약, 정말 나를 불쌍하게 여겨 잠깐의 행복을 맛보라고 내려주신 선물이라면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탄소 씨, 오늘도 예뻐. 역시 내 거."
"주인이 왜 네 거야. 모가지 물기 전에 설치지 말고 좀 꺼져."
"와. 진짜 살벌하다, 살벌해. 내가 너네 뭘 믿고 애를 맡겨? 탄소는 내 친구거든? 탐내지 마!"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평생 제 곁에 있게 해주세요. 평생 누리지 못한 그 행복을 나도 조금은 욕심내고 싶어요.
Human
김탄소 (20)
그녀가 사는 세상
A world she lives
신이 내가 가여워 내려주셨다고 하기엔 너무나 요상한 것들이었다. 주말마다 보러가는 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내용들 사이에 어느새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우리 카페 단골은 200년을 가까이 나같은 인간의 피, 혹은 짐승의 피를 빨아먹고 살았을 뱀파이어란다. 피부가 창백하다는 미설에 비해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고, 시체처럼 징그럽게 생겼을 거라는 내 상상 속에 비해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보자마자 뿅, 가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 아니. 뱀파이어였다. 또 하나는 내가 먹을 사비를 줄여 이것저것 먹여 키운 우리 집 멍멍이가 늑대인간이라고 하더라. 그, 송중기가 나왔던. 그, 어. 그 늑대인간. 집앞 골목길에 버려져 있던 게 가여워 데려와 키웠더니, 늑대. 그것도 모잘라 사람. 나 참.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랑스러운 걸 어찌하리. 거두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키웠다. 내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탓인데 누굴 탓할까. 덩치만 산만한 늑대인간, 이자 내 사랑스러운 애완견?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친구라곤 없던 내게 유일무이한 친구 하나가 생겼다. 내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민 그 예쁜 여자는, 외국에서 살다왔다고 했다. 이름부터 외국 냄새가 났다. 외모에서도 엄청난 오로라가 풍겼다. 뭔가, 나를, 베어버릴 것만 같은. 근데 아니나 다를까, 마녀란다. 마녀. 나는 이 판타지한 이야기들을 믿어야 할까. 잠시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미친 걸까. 싶었다만, 모두 현실이었다. 외면 할 수도 없는. 내 세상은,
K 내 거야, 미친놈들아. 제발 탄소 앞에서 좀 꺼져.
J 어이, 할멈. 너나 꺼져.
K 할멈? 이 짐승 새끼가 진짜.
V 짐승 할멈 둘 다 꺼져. 내 거야.
J 시체 네가 제일 위험해, 시발. 언제 주인 목덜미에 이빨 쳐 박을지 모를 일인데.
V 지랄 마, 난 사랑이야.
K 네가 뭔데 탄소를 사랑해? 내 친구야!
J 친구는 염병. 죽여서 박제 시켜놓고 볼 년이.
J 어이, 할멈. 너나 꺼져.
K 할멈? 이 짐승 새끼가 진짜.
V 짐승 할멈 둘 다 꺼져. 내 거야.
J 시체 네가 제일 위험해, 시발. 언제 주인 목덜미에 이빨 쳐 박을지 모를 일인데.
V 지랄 마, 난 사랑이야.
K 네가 뭔데 탄소를 사랑해? 내 친구야!
J 친구는 염병. 죽여서 박제 시켜놓고 볼 년이.
V 야, 짐승 넌 아닌 줄 알아? 배고프면 잡아 먹을 새끼야, 네가.
K 아! 너네 존나 시끄러, 진짜.
K 아! 너네 존나 시끄러, 진짜.
저, 저기… 내가 다 듣고 있는데…8ㅅ8
그러니까 그녀가 사는 세상은 조금. 아니, 많이. 수상하고 아름다웠다.
* * *
양아치 완결 시키고 데려오겠다고 했는데, 역시 저는 마이웨이를 걷습니다. 나만의 길로 걷겠다! 개쓰레기다! 하고 지 멋대로인 작가는 새작을 들고 나타났습니다!사실 이 작품은 위에 이미지를 보시다시피 아니쥬 티저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고요.. 정말 그냥 리얼 판타지물입니다.. 판타지인 듯 아닌 듯한 그런 판타지라고나 할까요?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네,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주는 약간 낙천적이고 4차원적이예요. 그런 새내기 인간과 소유욕 오지는 세 인간인 듯 인간 아닌 인간같은 시체, 짐승, 할멈으로 이야기를 꾸려 보았어요. 사실 곧 개학이라 연재 텀은 어떻다고 정확히 말씀은 못 드리겠으나, 꼭! 완결 시키겠습니다. 새작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제 바람. 아마 글 자체가 제가 쓰기 편한 문체로 쓸 거라 쓰는 내내 행복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느낌! 루키루키! 가 있습니다. (윙크)
사실 카야는 비중은 많으나, 저번에 독방에 물어보니 가상의 인물이 좋겠다고 하셔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야 스코델라리오 이름을 따왔어요. 얼굴을 그렇게 생겼다고 상상하시며 보셔도 좋고요! 마냥 이국적인 외모는 또 아니라 잘 설명을.. 탄소는 그냥 음, 평범하지만 수수하게 예쁜 얼굴을 생각해주세요. 세 명의 인간이 아닌 것들이 반했으니 예쁜 거죠, 암요. 그렇고 말고!
그리고 암호닉은 신청해주신다며 받겠습니다. 단, 양아치에 신청하신 분들은 하지 말아주세요! 전 어느 분인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