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엄마에게 사정사정을 했다. 생각보다 경과가 좋아서 금방 다시 집에 갈 수 있다는 진단이 난 말이 안 된다고 보거든.
"다, 다시 한 번..!"
"오구 우리 공주. 그렇게 친구 보내기 싫었어?"
"....응."
"알았어. 딱 3일만 더 데리고 있자. 나 믿지? 연기 진짜 잘해."
"알죠."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아직 그녀와 그렇게 많이 친해진 것 같지 않아서 불안했다. 또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밤에 잘 때 이야기 안 나눠?"
"난, 밤새도록 나누고 싶은데.. 그녀는, 인간이니까.. 일찍 자야죠.."
"오, 우리 공주가 이렇게 능동적이라니..! 나 진짜 눈물 고일 것 같네."
눈물 닦는 시늉을 하던 윤엄마가 싱긋 웃더니 자신만 믿으라 다시 말하며 나에게 신뢰감을 줬다. 때마침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다 다친 손이 거슬린 모양인지 수건을 집어 던지는 거였다. 옆에서 윤엄마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믿어도 되는 거 맞겠죠..?
"친구..?"
"에? 왜요?"
"그, 한 3일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요? 왜죠? 아니 솔직히 피만 안 나면 되는 거 아닌가? 대충 보니까 상처 아물었던데요?"
"원래 그런 흉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거야. 너 승철이 손에 죽고 싶니?"
조금 과격한 말에 윤엄마 옆구리를 쿡 찔렀다. 요란하게 피한 윤엄마가 맞는 말이라며 얄밉게 고개를 끄덕이는 거였다. 물론 나만 얄미워 보이는 건 아니었나 보다.
"아 진짜 말 한번 겁나게 곱게 하네요. 서러워서 살겠나, 진짜. 가뜩이나 손 때문에 모든 생활이 불편한데!!!"
"내가, 도와줄게요."
"내가 진짜 공주님 때문에 여기 붙어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벌써 나갔어."
"참나. 나가서 갈 곳은 있고?"
"...있습니다. 있을 거예요."
윤엄마를 휙 째려보았다. 괜히 지기 싫어서 천 살이나 어린 아이에게 틱틱거리고 그래. 내 눈치를 받은 윤엄마가 아무튼 그렇게 알라며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니 그 방문을 끈덕지게 째려보던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잔뜩 쳐진 눈으로 말했다.
"서러워요.. 나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것도 아닌데.."
"아.."
"공주님. 나랑 가출 할래요?"
'너, 하기만 해!! 우리 공주 이상한 길로 인도하지 마!!!!'
방 안에서 내지르는 소리에 그쪽을 힐끔 째려본다. 그러나 금방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던졌던 수건을 집어 와 소파에 앉아 있는 내 밑바닥에 앉았다. 그런 그녀가 건네주는 수건을 집어 조심스럽게 머리를 말려주었다. 금방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행동에 웃음이 또 나왔다. 나의 작은 웃음소리를 들은 그녀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 성격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잘 웃기도 잘 웃고."
"아.."
"왜 이렇게 이쁜 거죠?! 공주님 없는 게 뭐예요?!"
"어..."
"어... 공주님에게서, 우리 집 한솔님이 보이네요."
그게, 누구지..? 승철 아저씨네에 원우오빠 말고 그 말고 또 누가 살았었나..? 하긴, 그간 절대 승철 아저씨네에 가질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