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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 인스티즈



화아, 눈앞에서 퍼져 나가는 더운 숨이 묘한 보랏빛을 띠고 흩어졌다. 그것이 상체에 맞닿으며 떨어져 내릴 때마다 요요한 카타르시스가 벅차올랐다. 잘 짜여진 근육 탓에 언뜻 조각상으로도 보이는 몸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제가 온몸의 힘과 힘을 쥐어짜고서야 그는 만족한다는 듯이 웃는다. 동시에 어깨와 가슴께를 아로지르는 상처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재생되어 갔다. 나는 숨을 참았다. 들숨에 삼킨 연기가 목 아래, 아래를 타고 흘러 들어가 역설적인 감정에 취하게끔 했다. 저를 홀려 대는 독에 미쳐 도는 심장이 점차 붉은 기를 잃었다.


분명 금빛 이름만을 타고 흘러야 할 가이딩은 엇갈리는 붉은 실에도 굴하지 않는다. 쌍방도, 하다못해 일방적이지도 않건만, 대체 왜 그리도 잘 맞는 한 짝이 되는지 알 수가 없어. 나는 타인의 죽은 이름을 달고, 그는 채 운명의 축복을 받지 못한 노네임 상태로 남고. 그렇게 어디 하나 빛나지 않는 운명의 버림받은 자식들은 서로들이 숨을 나눈다. 나는 느릿하게 눈꺼풀을 떠 보였다. 몽롱한 시선이 눈앞의 살결을 타고, 타고 올라가 그 참혹히도 아름다운 얼굴을 담았다.


금방이라도 붓으로 슥 그려낸 것 같은 모습에는 현실성 따위 존재치 않았다. 꺾어 대는 고개와 마구잡이로 읊는 신음성이, 찡그리는 이마 밑 그가 휘두르는 능력처럼 음험한 거먼 빛이 눈동자 안 살아 숨 쉬는데, 그 모습은 아름답다는 단어 외 설명할 길을 찾지 못한다. 참으로 역겨운 탐심貪心은 고작 이깟 겉껍데기에 탐미耽美해야 할 존재가 된다. 어불성설이었다. 나를 탐하는 그도, 그리고 그런 그를 알게 모르게 탐하는 나도.


그 얼굴을 마주했다 하면 안 된다는 말은 당연하거니와 비슷한 부정어조차 뱉지 못했다. 그의 달싹이는 입술 사이 온갖 난잡한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잇새에 걸린 것이 나를 향한 사랑인지, 혹은 단순히 생명을 잇기 위한 발악인지 알 수가 없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말없이 눈을 감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깟 가이딩 하나에 바르르 떨리는 몸을 볼 때면 충족감에 도취되어 황홀경에 빠진다. 사랑의 거죽을 쓴 괴물이 저 아래 있는 것을 알고도, 아마. 일반적인 센티넬과 가이드의 상관 관계는 그와 제게 성립되지 않았다. 둔부 바로 위 새겨진 타인의 이름이 이질적인 검은 빛을 띠었다. 그것을 느끼자마자 다시 숨을 참았다.


아아, 그래서 그대는 나를 그리도 증오하되 사랑하나.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 인스티즈

…날 떠나지 마.





사랑하나 사랑한다 할 수 없고, 증오하나 증오한다 할 수 없는, 얽혀 있는 붉은 실의 관계에게.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 인스티즈

욕慾: 역스러운 사랑

w. 시민단체 T팀








공기 한 줌 새지 않는 밀실이 꿉꿉한 흰 연기로 가득 찼다. 몽롱하니 달착지근한 향취는 틀림없는 약, 그리고 그 안에 안에 흐릿하게 섞여 나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독. 그 지독한 파멸의 시발점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은 이 저주스러운 영향력과는 전혀 관련 없을 듯한 얼굴이 있었다.


어둠에 젖은 머리칼은 사뿐히 내리 앉고 그와 꼭 닮은 검은 눈동자는 반쯤 정신 나간 상황에서도 이채를 띄었다. 자연스레 눈길을 끄는 수려한 얼굴, 곧은 등허리나 잘 짜여진 탄탄한 몸을 감사할 때면 이 끔찍한 독과 그를 연관 짓기란 영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잇새로 흘러나오는 보랏빛 안개는 허연 연기를 뒤엎고 점령해 댔다.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증명이었다.


이태용이라는 이름 하나만 들이밀었다 하면 그것이 사람이든,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짐승이든 간에 상관없이 무릎을 꿇었다. 생물이라면 가지고 있을 강자를 향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그에 따른 순응력. 태용이 아무 생각 없이 뜬 눈이나 픽 지어 대는 웃음 따위의 것에도 우러러 숭배하기에 바빴다. 스물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가 거머쥔 것은 일반인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권력과 재력이었다.


태용이 첫 숨을 뱉을 때부터 모든 것은 하늘의 뜻대로 흘렀다.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것이 그의 숙명이었고 이를 거느릴 만큼의 외모와 능력 모두 안은 채였다. 그러나 신이 친히 내린 힘은 결국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파괴력으로 돌아왔다. 센티넬에게 내려진 최악의 형벌. 운명이란 이름 아래 주어진 가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정해진 말로, 멸망이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독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는 기미를 보였다. 서른다섯 시간. 임무를 홀로 두 개나 완수하고도 가이딩 없이 버틴 시간이었다. 조금 전 가까스로 꽂아 넣은 가이딩 약물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잡아먹혀진 채 남았다.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머리에 태용이 잘게 고개를 꺾었다. 그가 몸을 조금이라도 비틀 때마다 보라색은 진해지고 진해져 검은색으로 변했다. 방 안이 연기로 차 흐릿해져 가는 상황에서도 눈앞의 인영은 꿋꿋이 정자세를 유지했다. 태용이 이를 갈았다.





“언제까지 잡아 둘 생각이야?”

“네가 성질 좀 죽일 때까지.”

“그럼 나 뒤질 때까지 잡아둬야 하겠네. 네가 떠민 빌어먹을 임무도 완수했는데, 내가 굳이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더 있나?”





튀어나오는 말들이 날카롭게 각이 섰다. 태용이 급하게 담배 한 개비를 다시 입술 사이 끼워 넣었다. 불을 붙이는 손이 금단 현상으로 인해 위태로이 흔들렸다. 남자는 눈을 섬칫했다. 저 안 들어있는 것이 가공할 만한 양의 약물 혼합제임을 능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잖아도 하이얀 피부가 더욱 허여멀겋게 질렸다. 핏줄이 불룩하게 솟은 손마디가 두어 번 꺾이고 나서야 그는 눈을 흐릿하게 떴다. 핏기없는 입술이 그보다 색 없는 연기를 흘려보냈다. 센터장. 흐릿한 안개 사이로 명패 옆 직위가 빛을 발했다.





“할 말 없으면 갈 거니까 잡지 마.”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아무 생각 없는 행동에서까지 짜증이 묻어났다. 잔뜩 혀를 짓뭉개 뱉은 것 중 유순히 대립하는 단어는 존재치 아니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뒤돌아선 태용은 들려오는 말소리로 인해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아직도 네임은 없니?”





도화선이 당겨졌다.


그 말이 허공에 던져진 순간 시퍼런 연기가 방 안을 휩쓸었다. 느릿하게 돌아간 고개부터 서서히 떠대는 눈동자 전부 같은 인간의 것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의 독기를 뿜었다. 차마 차갑다는 말로는 표현 불가하지, 보잘것없는 몸뚱이를 얼리고 얼려, 종국에는 숨 멎게 할 저열한 독이란. 순간 그의 능력이 얼음이라 착각할 정도의 파급력이었다. 마구잡이로 능력을 남용하는 멀끔한 얼굴, 그 아래, 아래 금빛 이름 하나 없는 허연 피부가 거멓게 비추어졌다.


흉흉하게 빛나는 눈을 한 태용은 입을 꾹 다물고 방 안을 뛰쳐나갔다. 남자의 직책만 아니었다면 입을 함부로 놀린 이의 대가리를 진작에 날리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그의 발천장이 닿은 곳마다 서서히 녹아내리며 분노의 잔재를 보였다. 김여주, 김여주, 김여주. 태용이 주문을 읊듯이 제 인생의 해독제를 좇았다. 당장에라도 이 좆같은 구역을 벗어나 그녀를 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천 년 묵은 구렁이 새끼.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말이 거무죽죽한 독에 흠뻑 젖었다. 뻐근한 뒷목을 매만지던 태용이 일순간 눈매를 일그러트렸다.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얼굴은 기억나는 순간이동 능력자의 것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의 팔을 억세게 잡아 쥔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센터 밖으로 이동해.”

“…네?”

“씨발, 내 말 안 들려?”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 위 언뜻 호랑이의 태가 스쳤다. 이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해가 되었다. 태용이 이성을 유지하려 뱉는 날숨 하나도 독과 얽매여 질척이는 곤죽이 되었다. 그는 제가 잡은 이의 옷자락이 어떤 식으로 녹아내리는지, 닿은 피부 틈 사이 번져 나가는 독이 얼마나 끔찍한지에 관해서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장을 잠식해 온몸을 타고 타고 번지는 것들이 가이딩을 요하며 주체를 뒤덮었다. 아릿하게 흔들리는 시야와 갈수록 심해지는 두통의 세기가 이를 증명했다. 순간 뇌를 쥐어짜는 고통에 태용이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그가 쥐고 있는 팔에도 동일히 악력이 가해졌다. 이성적인 판단을 좀먹고 정신을 조작한 것이 그의 집 앞 좌표를 찍어 댔다.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시야가 암전된다. 공간을 가르고 움직이는 몸이 무차별적으로 우그러졌다. 태용이 마른 숨을 토했다. 희디흰 입술을 타고 거먼 독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익숙한 풍경을 담은 시야는 하릴없이 흔들린다. 물기 빠진 캔버스처럼 으스레한 모습에 그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밀쳐냈다.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구는 힘없는 몸뚱어리는 이미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태용이 애써 발을 떼었다. 독에 점멸되어 가는 시야가 점차 힘을 잃고 까아맣게 잔물졌다.


손에 닿은 문고리가 그의 분노를 감당 못 하고 주먹 쥔 모양을 본따 녹아내렸다. 이제 더는 주체할 수 없는 통증에 태용이 문을 발로 내리찍었다. 철제 문 따위는 광분한 센티넬을 막을 수 없어 종잇장처럼 구겨져 내렸다. 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태용이 눈을 치켜떴다.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여주가 눈에 띄었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 인스티즈

그의 시선이 가느다란 발목을 타고 타고 그 위 마른 다리를 담았다. 손 한 번 대었다 하면 멍들 것처럼 무른 살결과 분내 나는 하이얀 원피스, 유한 선을 그리는 몸의 곡선이나 놀란 듯이 크게 뜨여진 눈까지 전부. 한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창백한 얼굴은 태용과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더욱 선연히 색을 잃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온몸을 조여오는 심장 박동에 태용이 고개를 꺾었다. 단단한 대리석이 까만색으로 물들며 푸석하게 조각났다. 순식간에 가녀린 팔을 낚아챈 손의 핏줄이 울룩불룩하게 솟았다. 힘 조절은 일절도 존재하지 않는 행위였다. 찍어누르듯이 맞댄 입술은 사랑하는 이와의 키스라기보다는 본능적인 교접의 시작점에 더 가까웠다.





“이태용, 아, 잠시만,”

“...안 돼.”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감을 알려 주듯이 입술에 닿는 숨이 따가웠다. 그 사이를 가르는 미끄덩한 살덩이는 불결처럼 홧홧했다. 입안의 여린 점막이 독에 취해 황홀히도 녹아내렸다. 넋 나간 개새끼처럼 사정없이 입술을 문대 오는 모습에 미약한 저항마저 버거웠다.


허리에 뜨거운 팔이 감기는 순간 여주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펄떡였다. 마룻바닥이 울릴 정도로 격하게 몰아붙이는 태용에 그녀는 지탱할 곳을 찾지 못하고 휘청였다. 공기 중에서 마른 팔이 가쁘게 흔들렸다. 본능 속 살아 숨 쉬는 이성이 그를 온전히 믿고 기대지 말라는 마지막 경고를 울렸다. 하지만 맞붙은 살결의 고통보다 더한 것은 심리적인 요인이었다. 온 세상의 축복이란 축복을 전부 거머쥐고 태어난 이게 고작 제 입맞춤 하나에 매달린다라. 그 하늘의 장난에, 이 어처구니없는 일에 여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할딱이는 숨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폭주 직전에 선 태용 덕에 맞닿은 살결 또한 그 영향 아래 고스란히 놓였다. 보라색으로 물든 피부는 끽하면 괴사할 모냥새였고, 붙잡힌 옷자락은 본래의 흰색을 찾을 수 없었다.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가이드의 몸뚱이는 반쯤 눈 돌아간 센티넬 앞 무력한 피식자가 되어 잡아먹혔다.


안쓰럽다가도 증오스럽고, 사랑하는 듯 싶었더니만 더는 되찾을 수 없는 과거에 목매는 꼴을 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 여주는 녹녹해지는 눈가에 애써 몇 번이고 눈꺼풀을 깜빡였다. 무턱대고 입을 맞춰 오는 그를 밀어내려 애를 썼지만 흐리멍텅한 눈동자 하나에 미미한 저항마저 수그러든다. 발정 난 개새끼처럼 문질러지던 입술은 이제 그 아래, 아래 턱선을 쪼다 목선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다. 강인한 짐승은 애정을 갈구하며 헐떡였다. 원하는 것이 오로지 살가죽 아래 가이딩 뿐만인 양 굴었으면서 이럴 때는 꼭 신실히 사랑만을 요하는 애인처럼 행동해 댔다. 불안과 걱정에 펄떡이던 심장이 조각조각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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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나름 진정된 모습의 태용이 입을 열었다. 낮게 목울대를 긁어 뱉는 울음이 썩 사랑과 비슷한 폼을 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시간의 개념이 뒤틀리고 몸담은 공간은 사정없이 망가져 내린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비정상적인 관계의 끝은 고작해야 쉼표가 될 것이었다. 수도 없이 휘둘렸건만 겨우 사랑한다는 말 하나에 멱통이 답답해진다. 숨에 섞여드는 복잡한 감정의 혼합물이 머리를 뒤흔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년간의 감금 생활 중 그녀가 느낀 것은 증오라기보다는 사랑에 치우친 동정과 더 닮아 있었다. 다시 맞추어져지는 입술에 여주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몸의 힘을 뺐다. 게슴츠레 뜬 눈 너머 보이는 핏발 선 흰자에 모든 것은 제동 걸린다. 그는 늘 길 잃은 개새끼처럼 낑낑대 놓고 정작 품을 내주었다 하면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오늘도, 언제나처럼 속은 것이었다.


바스라진 마음 조각들이 입안에서 구르며 상처를 냈다. 이 상황에서 그를 걱정한다면 미친 짓일까. 여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태용의 허리춤을 쥐었다. 그녀가 내쉬는 날숨은 사랑의 단내와 비슷한 향취를 냈다. 그 와중에도 난잡하게 얽혀 오는 혀가 익숙했다. 거먼 악몽이 태용의 혀끝으로부터 퍼져 뱃속에 똬리를 틀고 자리 잡았다.


네 심장을 터트리는 고통도, 밤마다 널 괴롭히던 수마도,
네 몸에 난 상처들도 전부 다, 모두, 사라져라, 말끔하게 사라져라.......


여주는 달달거리는 손을 들어 태용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 순간 그녀는 감았던 눈을 떠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 지독한 파멸의 시작점이, 그 신호탄이 그의 눈 안에서 거멓게 들끓었다. 이 년 전 그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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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의 이태용과 스물셋의 이태용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유일무이하고 전지전능해, 감히 실수로라도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운 범접 불가능한 이였다. 측정 불가 센티넬이라는 호칭이 가지고 오는 배경이란 차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다. 특히 그것이 정신과 신체를 전부 주무를 수 있는 힘임에 더한 결과를 낳았다. 단순히 살 몇 번 녹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을 스미고 들어가 뇌 안 환각을 깨우친다거나, 채 자백하지 못한 진실을 토해내게 한다는 점에서 예상외로 확연한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그래 보았자 스물셋의 그는 아직 치기 어린 사내에 지나지 않았다. 운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에 발광하는 미친개가 될 만큼.


이상적인 세계에서 모든 사람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것이 드러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달라도 결국 제 모습을 내보이기 마련이었다. 하늘이 점지해 준 운명은 마치 사회적 규범과도 같이 일상적인 존재였다. 귀 뒤쪽이나 발바닥 바로 아래 나타나는 특수한 경우부터 단순히 팔이나 쇄골에 박혀 있는 것까지 셀 수 없었다. 발현의 나잇대는 불규칙적이었으나 대체적으로는 성인이 되기 전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며 일반인들에게 운명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현상이 되었지만 센티넬에게만큼은 아니었다.


센티넬의 운명은 반드시 그와 걸맞는 파장을 가진 가이드여야 했고 — 그 내려진 운명은 신체 부위에 새겨진 이름으로 인해 명확히 드러났다. 태용은 이십 삼 년간 노네임 상태를 유지한 보기 드문 센티넬이었다. 특히 그가 측정 불가 센티넬이라는 사실을 추가한다면 더욱이 유례없는 일이었다. 풀가이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센티넬은 벼랑 끝에 선 것과도 같았다. 늘상 이어지는 가이딩 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그리고 각종 질병이 그를 난타한 것도 이 때 즈음이었다. 고통은 흩어지지 않고 축적되어 이따금 그를 불쑥 치고 올라왔다. 개차반 같은 성질머리 또한 이에서 비롯되었다. 받아 본 가이딩의 출처는 끽해 봤자 다른 이의 운명, 그마저도 파장이 맞지 않아 불쾌한 감각만을 주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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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곱상한 얼굴이나 그 외 특별한 것은 없다. 솜털이 보송하게 앉은 하이얀 얼굴과 말간 웃음 따위가 약간의 위안을 주었을 뿐이었다. 십 대의 끝자락, 또는 이십 대의 시작점을 막 앞둔 어린 계집아이. 풍만한 여체 양팔에 끼우고 애써 쾌락으로 고통을 덮던 태용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줄 가치 없는 여린 몸이었다. 실제로도 여주는 지극히 평범했다.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에 얽혀 사는 일반적인 여고생에 지나지 않았다. 이 년을 간격으로 행해지는 가이드 검사를 맞닥트리기 전만 해도.


마른 팔이 고분고분 흰 탁자 위에 놓였다. 핏줄 한 점 보이지 않는 하얀 살결을 뚫고 들어오는 주삿바늘 사이 피가 주욱 빨려 올라갔다. 손목 아래 맥박은 놀랄 이유 없이 잠잠했다. 그녀는 결과가 재작년에 있었던 것과 다르리라 추호에도 생각 않았다. 검사를 핑계로 학교를 일찍 마친 터라 신이 났을 뿐이지, 센티넬과 가이드라는 주제는 이때까지만 해도 동떨어진 존재였다. 이미 검사를 마치고 대기 중일 친구들을 생각하며 여주는 발장난을 쳤다. 센터는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었지, 제가 자리할 곳이 아니라 생각한 덕이었다.


여주는 차라리 그때, 그때 도망쳐야 했을 거라고, 그게 그 지독한 악마의 손아귀에 잡히기 전 마지막 기회였노라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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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어딨어."
 



방 안 가득 울리는 굉음 소리와 날카롭게 각 선 말투에 여주는 어깨를 흠칫했다.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순간에 철제 문이 삽시간에 우그러들었다. 문의 중심부부터 시작해 퍼진 구멍은 차마 인간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주는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눈앞의 남자는 비정상적이게 아름답고 비정상적이게 섬뜩했다.


여주는 단언컨대 그런 사람을 절대 만나본 적 없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동일한 인간의 것이라 하기 어려운 얼굴은 마치 무기질의 가면과도 같아,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다한 역작처럼 고아한 빛을 뿜었다. 이상하리만치 허옇게 질린 피부는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에 현실감을 더했다. 온 세상 어둠을 전부 씹어 삼킨 마냥 악독한 검은 기가 남자의 눈동자 안에서 들끓었다. 그는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 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음에도 온몸을 굳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짜증스럽게 일그러진 이마와 대충 뱉어 대는 숨마저도 찬사를 던져야 할 듯한 기분을 자아냈다.


그녀는 앞에 있는 의사의 따분한 얼굴을 한 번, 그리고 저, 저 문 앞 비현실적인 외양의 남자를 한 번 보며 대화를 관찰했다. 껴서는 안 될 곳에 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더 이상하게 비추어질 게였다.




“여기 약이 어디 있어, 병동 가서 가이딩이나 받고 와.”

“지랄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어제 새로 물건 들여온 거 모를 줄 알았어?”




태용이 손을 휘휘 저으며 싸늘한 태도로 일갈했다. 두어 번의 한숨 소리와 바닥을 탁탁 두드리는 구둣굽 소리가 잡스럽게 울려 퍼졌다. 끝내 포기하고 탁자 밑을 뒤적이는 의사를 뒤로한 그가 그제야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불 하나 붙이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보라색 연기가 번졌다. 여주는 그 신기한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머니를 뒤적이던 태용은 비로소 그녀의 존재를 발견하곤 인상을 찡그렸다. 심지어 그녀를 눈치챈 이유마저도 시야에 잡혀 그런 것이 아닌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다.


교복. 채혈. 일 년을 걸러 돌아오는 가이드 검사. 그리고....... 몸 안에 들끓는 기운을 가라앉히는 무언가.


색 없는 입술 사이 끼워져 있던 담배가 공기의 흐름을 역행했다. 그가 서늘하게 웃었다. 비죽 끌어당긴 입꼬리에서부터 불안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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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가이드구나?






그 말이 끝난 순간 태용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센티넬 특유의 믿기지 않는 속력이었다. 무턱대고 잡아끌린 팔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 난대없는 상황에 여주는 팔을 빼려 애썼으나 돌아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 하나였다.


이게 뭐지?


비현실적인 남자와의 비현실적인 행위는 이 모든 상황이 꿈이라 결론짓게끔 했다.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칠한 입술의 감촉과 뜨거운 살덩이에 정신이 혼미했다. 그 농밀한 입맞춤을 풋내 나는 소녀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여주는 멍청히 입을 볼린 채로 모든 것을 타인을 바라보듯이 감상했다. 뒷목을 부여잡고 있는 홧홧한 손과 맞댄 살갗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고통, 그리고 이 상황 전부를. 사태를 외면하려 꾹 감긴 눈이 가해지는 통증에 번쩍 뜨였다. 시꺼죽죽한 검은 눈이 그녀를 직격하고 뇌리를 헤집었다.



세상 가장 찬란한 악마의 제물.

그것이 어긋난 운명의 시작점이자, 천계 아닌 지옥으로의 유희였다.








 
*  *  *









마지막 영혼 한 줄기까지 씹어먹겠다는 마냥 이어지던 입맞춤은 밑바닥이 채워지자마자 끝을 보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힘을 조절할 정신까지는 남아있지 않기에 밀쳐진 여주의 몸은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 반동으로 계단 모서리에 부딪힌 무릎이 벌건 색을 띠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고 나면 푸른 멍이 들 것이 뻔했지만 태용에게 그깟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진정된 몸과 더는 느껴지지 않는 아찔한 두통이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고 나니 이제 서서히 다른 것들이 시야를 점령했다. 가령 일 층으로 향하는 계단 위 자리했었던 여주가 그러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그녀에게 태용이 다시 한번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쏘았다.





“일 층은 왜 내려갈 생각이었어?”

“…어?”

“너한테 필요한 건 내가 다 삼 층에 구비해 뒀는데, 일 층에 내려올 이유가 있나?”





그냥 마중나갈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그 말은 끝내 열리지 못한 입 안 잠잠히 자리했다. 두어 번 달싹이던 입술이 이내 굳게 다물렸다. 그에 태용은 냉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변명해 봤자 이미 그는 제 마음대로 결론짓고 잣대 삼을 것이 뻔했다. 망설임 없이 계단을 올라가는 계단이 분憤이 묻어났다. 여주는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랐다.


이 층에 자리한 태용의 방에서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 하기 힘들 정도의 한기가 솟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침대와 옷장같이 기본적인 것들인지라 더욱 그러한지도 몰랐다. 그는 따듯한 색감의 조명 아래서도 유유히 찬기를 뿜었다. 옷장 문을 뜯을 듯이 열어 제끼곤 대충 손에 잡히는 와이셔츠를 꺼냈다. 무의식 중 흘러나온 독은 여주뿐만이 아니라 그가 걸치고 있던 옷 또한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했다.


옷을 갈아입느라 드러난 맨 등은 처참했다. 너른 등을 아로지른 거대한 흉터나 자잘한 상처 자국 따위의 것들이 그의 험난한 인생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센티넬의 자가재생 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뛰어났지만, 가이드 하나 없이 약물로만 전전해온 과거는 이미 그를 좀먹은 채였다. 여주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묘한 얼굴을 했다. 가슴이 자꾸 아릿해져 오는 이유는 동정인가, 혹은 그를 걱정함에 따른 사랑인가. 그 애매모호한 갈래에 선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옆에서 눈을 깜빡였다. 태용은 그녀의 존재를 인식은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묵묵히 단추만 채워 댔다. 안광이 서늘해진 것은 그 이후였다.





“너 떠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응.”

“오늘처럼 떠나려 들면 난 죽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순전히 네 탓이고.”

“…….”

“벗어날 일은 없으니까 제발 허튼 짓 좀 하지 마.”





코앞에 들이 밀어진 얼굴이 싸늘했다. 태용은 그녀의 앞에서 절대 물렁하게 녹아내리는 법이 없었다. 대부분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진 표정이라던가, 끽해 봤자 아무것도 담지 않은 무표정이었다. 여주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꽉 깨문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장기간의 세뇌로 인해 거부라는 단어는 이미 머릿속을 떠난 지 오래였다. 그녀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방을 나섰다. 태용이 휘어잡았던 팔과 뒷목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태용이 정말 나를 사랑할까.


던져진 의문은 점차 늘어나 종국에는 질병처럼 몸을 뒤덮는다. 그러나 믿지 않고서는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어서, 그 역겨운 감정의 시초가 사랑이 아니었을 때의 패배감이 감당 불가해서. 여주는 결국 또다시 상황을 외면하려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녀를 둘러싼 거죽 위 자리한 퍼런 멍들이 서서히 살갗 아래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기생충처럼 파고들어 뱃속의 가장 안쪽을 천천히 잠식했다. 결국 모든 것은 지나친 황홀경에 넋을 잃고 스러진다. 끝에 남는 것은 사랑이라 굳건히 믿는 감정 하나였다. 그 질병의 원천이 독이라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마.


여주는 멍하게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퍼런 자욱이 남은 볼을, 그 아래 목을, 또 어깨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아릿한 고통이 몰려오는 순간 그녀는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사랑해야 했고....... 그렇기에 모든 것이, 또는 모든 것을. 부정해야 했다.










* * *









책을 덮는 소리는 정적인 방 안에서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지루함의 척도를 따진다면 이보다 더 크겠지만.


태용이 그녀를 어거지로 끌고 온 순간부터 외부와의 소통은 차단되었다. 핸드폰은 당연했고 단순한 인터넷 사용마저 금지되었다.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고작해야 책을 읽는 것과 잠을 자는 것 정도였다. 오늘도 그랬다. 한참 동안이나 책을 읽어내리던 여주는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댔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활자들이 제멋대로 머릿속에서 노닐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침대 밑에 발을 디딘 그녀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장기간 누워 있던 탓인지 어지럼증이 솟구쳤다. 벽에 팔을 대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올라가는 뒷모습이 휘청였다. 마른 몸이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렸다.


다락방은 처음 태용의 집에 온 이후로 들려본 적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용인들을 고용한 것이 헛일은 아닌지, 모든 것은 정돈되고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했다. 그녀는 멍하니 눈을 몇 번 더 깜빡여 댔다. 벽의 반을 장식한 창문 사이로 햇살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그 어여쁜 광경이 나름 포근한 분위기를 빚었다. 덕분에 따듯하게 온기가 오른 침대보나, 누군지 모를 어린아이의 봉제 인형을 거머쥐던 그녀는 이내 방 한 켠에 있는 옷장에 시선을 두었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마냥 그녀가 똑바로 옷장을 향해 걸어갔다. 기묘한 마력에 빠진 그녀가 옷장 문에 손을 대었다. 작고 마른 몸 하나 겨우 욱여넣을 수 있을 크기였다.


잠깐이라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여주는 가만히 그 안에 몸을 구겨 넣곤 둥글게 말았다. 접은 다리를 한껏 끌어안고 그 안에 고개를 묻었다. 옷장 문을 닫은 순간부터 어둠이 그녀를 감쌌다. 그것은 발목을 붙잡고 그녀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릴 음습한 어둠이 아니었다. 굳이 꼽자면 태초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안락한 느낌을 주었다.


몸뚱어리는 당연한 듯 저항을 포기하나 몸 담은 영은 도피를 일삼는다. 늘 그랬다. 오늘도 그 일의 연장선이었다. 좌절, 체념, 그리고 의심. 사랑을 한 것인지, 또는 그를 사랑하는 제 자신을 사랑한 것인지, 그 지독한 혼돈 속 잠식당하는 날. 여주는 결국에는 갈 곳을 잃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어미의 양수 안 유영하는 아이처럼, 또는 무언가를 피해 탄생의 가장 첫 단계로 돌아가고 싶은 이가 된 마냥. 눈을 뜨지도, 말을 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는 뱃속의 아기가 되어........ 가만히 숨 쉬었다.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 또는 몇 날 며칠인지. 시간의 개념은 그 안에서 완전히 혼동되어 뒤섞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태초의 암흑에서 고르게 숨을 내쉬었다. 그 평온한 감각을 외부적 압박이 깨트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것을 어느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낮은 고함. 음 높은 비명. 유리와 닮은 물건과 그보다 더한 강도의 것들이 깨져나가는 소리. 아직까지도 멍청히 어둠에 젖어 있는 몸이 소리를 듣자마자 흠칫했다. 쑤셔 대는 관절 같은 것은 신경 쓸 가치조차 없었다. 옷장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풍경과 동시에 그 소리들이 더한 높이로 귓가를 웅웅 울렸다. 갑작스레 찾아온 빛무리에 눈을 찡그린 그녀가 소음 속 섞여 드리는 목소리에 단번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김여주 어디 있어!!!!!





이태용이었다.


마른 몸이 가쁘게 공기를 갈랐다. 한참이나 몸을 구기고 있었던 탓에 온몸이 아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언가가 잔뜩 깨지는 파격음과 고함 소리가 한대 뒤엉켜 기분 나쁜 소음을 만들어 냈다. 어떡하지? 내가 얼마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지?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주는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최대한의 속도를 냈다.


마침내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할 기력을 찾지 못했다.


지독한 독기에 혼절한 이들은 일말의 움직임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환각을 본 듯이 까뒤집은 눈과 게거품을 문 모냥새는 추호에도 일반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점점이 올리온 검은 반점은 흡사 전염병으로 떼죽음을 맞이한 꼴이었다. 여주는 숨 한 줌도 쉬이 뱉지 못하며 멍청하게 뒷걸음질쳤다. 태용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보라색 연기가 휘몰아치며 살아 숨 쉬는 것들의 숨통을 악착같이 끊어 댔다. 피가 스며든 눈동자가 검붉게 빛을 발했다. 허옇던 피부는 독기에 잠식되어 손가락 끝부터 새까맣게 물든 채였다.


잔뜩 찡그린 인상 아래 마주한 눈동자가 그녀를 완전히 옭아맸다. 삶을 향한 욕구라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하등 인간이 홀로 벗어날 수 없는 범위 안이었다. 몽롱해지기는커녕 가면 갈수록 뚜렷해지는 정신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맨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역겨운 독기가 호흡기를 타고 들어가 몸 안 번졌다. 더는 사랑이라 착각할 수 없을 만큼 저열한 감정이 심장께를 쥐어 잡고 마구잡이로 주물러 댔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는 인형의 것처럼 주도권 없이 휘청였다. 쿵, 하고 바닥을 내리찍은 몸뚱이가 잘게 경련했다. 여주는 떨리는 고개를 애써 들어 태용과 눈을 마주했다.


차라리 그가 나를 사랑했다면.





“어디 갔었어?”





나는, 아마.





“왜, 또 도망치려고 했어?”





그 얄팍한 사실 하나로라도 기어코 기어코 면죄부 삼았겠지.





“어차피 못 벗어나는 걸 알면서 왜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해.”





내 심장을 직접 그의 손에 쥐여 주며 발치에 엎드렸을 게야.


무차별적으로 내리꽂는 집착에 숨이 멎다가도 그의 시선 한 번에 소생했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제 더는 정리할 수 없게 뒤섞인 제 불쌍한 감정들이, 형체를 잃은 그 아이들이 파멸을 맞이해야 할 때였다. 


태용은 여주의 허리를 휘감고 단번에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채 진정되지 못한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태우고 어린 살결을 녹아내리게끔 했다. 고작 몇 초 만졌답시고 푸른 멍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반사적으로 뱉은 신음성에도 태용은 개의치 않고 손을 잡아챘다. 억지로 잡아맨 깍지 낀 손마디가 시렸다. 얼음장 같은 피부가 그녀의 것에 맞닿으며 황홀한 독기를 뿜었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 인스티즈

“...지금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똑바로 봐."





이건 사랑이 아니구나.


나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나를 내쳐 대겠지. 아마 그래서 이태용은 그리도 나를 갈망하는 척 지껄였나. 어둠 속 나를 파묻고 다른 사람과 눈이라도 맞추지 못하게 격리시켰던가. 혹 거짓된 사랑 속 그의 진실된 욕망을 알아차릴까 봐.   


여주는 미친 듯이 입술을 맞대어 오는 태용에게 응하지도, 똑같이 안아 주지도 않았다. 맞닿은 살갗은 이제 더없이 쓰라리기만 할 뿐이었다. 애써 외면해 왔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그녀의 목을 졸랐다. 태용이 지난 이 년간 제게 쏟은 것은 생명 보존제를 향한 헌신적인 집착이었다. 우둔하게도 보지 못했던 사실은 확고히 몸통을 직격했다. 스치는 것으로는 모자라 뇌 정중앙부터 오장육부 사이를 미친 듯이 헤집고 날뛰었다.


이태용은 나를 사랑하지 않지. 내 살가죽 아래 가이딩이라면 모를까.

 
마침내 알아차린 사실에 눈을 치켜뜬 그녀는 온몸의 힘을 뺐다. 둔부 위 알지도 못하는 이의 이름이 유유히 빛을 뿜었다. 





이민형.





하이얀 살갗 위, 선명한 금색으로 빛나는 그녀의 운명이 훗날의 참사를 예고했다. 멍청히 사랑을 순환하던 심장이 난대없이 금빛의 재앙을 머금었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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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렇게 T팀의 첫 타자로 찾아뵙게 된 Ta라고 합니다.
일찍 오지 못한 것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쓸데없는 현생과... 글의 저퀄이... 시너지를 일으켰네요...808...

혹시 제 글만 보고 실망하셨을까 두려워... 이 다음의 모든 글들은 금손님들로 꽉꽉 채워져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차는 아니되어요...!
마지막으로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T팀 파이팅! 모든 릴레이 작가님들 파이팅!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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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워 지리네요 글 필력이 정말,,, 태용이 분위기며 외모며 다 머릿속으로 상상 되고 민형이가 뒤에 나오면 태용이랑 대립할 그런 모습까지 기대 돼요 ㅜㅜ 제가 글을 빨리 읽는 편이긴 한데 특히 이번 거는 정말 집중해서 스크롤 내리다 보니깐 어느새 끝이...! 잘 읽고 가요 사랑함다 작가님 ♡♡ 그리고 다음 화들도 엄청 기대 돼요 ㅎㅎ
7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읽으면서 계속 입벌리고 봤어요... 분위기 이고 태용이... 완전... 와.. 그냥 대박.. 근데 마지막 반전 와.. 진짜 말로 설명할수없는 그냥 와.. 그냥 대박대박초대박이예요... 짱입니다 작가님!!!
7년 전
독자3
워 작가님... 분위기... 읽는데 숨못쉬고 글 분위기에 압도당하먄서 읽다보니 글이 끝나잇네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쉽쓰 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75.93
실망이라뇨 가당치도 않습니다 작가님ㅠㅠㅠㅠ 분위기만으로 이미 압살당한 1인 여기 있구요ㅠㅠㅠㅠㅠㅠㅠ아아 굉장히 매혹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글이랄까요
7년 전
독자4
아 작가님 정말 분위기 최고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배경음악도 글과 너무 잘어울리도 진짜 보는 내내 숨을 쉬지 못하고 봤던 거 같아요 마지막에 진짜 와 ... 앞으로 어떤 전개가 이뤄질지 너무 궁금하고 정말 너무 글 잘봤습니다 !!!! ❤️
7년 전
독자5
헐 작가님 와,,, 민형이를 만나면 여주는 어떻게 될지, 또 태용이는 어떻게 될지 넘 궁금해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ㅜ 아 진짜 와 몰입력 넘 쩌는 거 아닌가요,,, 보는 동안 숨 참을 뻔했고 제 심장은 조져졌읍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7년 전
독자6
와 이거 진짜 대박 퀄리티 대박적인데요 진짜 ㅠㅠㅠ 보는 내내 숨죽이면서 봤어요 ㅠㅠ 민형이 만나고 여주와 태용이는 어떻게 될지가 너무 궁금하고 아니 그냥 앞으로의 전개가 너무 궁금하네요 ㅠㅜㅜㅜ 진짜 최고입니다 작가님...
7년 전
독자7
민형이라니ㅠㅠㅠㅠ 민형이랑은 또 어떻게 만나게 될른지ㅠㅠㅠ 글 분위기 진짜 좋아요오..
7년 전
독자8
와 미쳤다
7년 전
독자9
와..... 진짜 필력에 감탄하면서 계속 읽었러요ㅠㅠㅠㅠ 분위기가 진짜 대박이에요 ㅠㅠㅠㅠㅠㅠ 센티넬가이드물 진짜 좋아하는데 ㅠㅠㅠㅠ 이제 또 민형이가 나오면 또 어떤전개가 될지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
7년 전
독자10
아니 이거 진짜 너무 최곤데요 작가님....진짜 뭘까요 이거....너무 좋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5.111
와 대박 아니 작가님... Ta님... 대박... 아니.... 헐... 필력 무슨일이에요.... 미쳤어.... 진짜... 와.. 방금 다 읽었는데...
7년 전
비회원15.111
태용이 캐릭터가 정말 독보적이네요 그리고 읽을 수록 참 나쁜 남자고.. 그러면서 불쌍하고.. 여주는 더 불쌍하고.. 마지막에 여주 몸에 이민형 글씨 새겨지는 부분에서 완전 소름이었어요ㅠㅠㅠ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져요 작가님 정말 천재.. 아니 계속 칭찬을 하고 싶은데 필력에 한 방 먹어서 지금.. 그냥 감탄사밖에 안 나오네요.. 진짜 대박...
7년 전
비회원15.111
릴레이 세 작품 중에 욕이 제일 제 취향이네요 브금 셀렉도 완전 몰입도 쩔게 만들어주고요.. 언젠가 막연히 주변 모든 걸 제패하는 이태용 보고싶다 생각했는데 이걸 실제로 읽게 될 줄이야 ㅠㅠㅠㅠ 게다가 그토록 원하던 센티넬 세계관ㅠㅠㅠㅠ 넘나 좋다구여ㅠㅠㅠㅠ 태용이가 지금 네임이 여주인 건지 아니면 네임이 없는 상태인 건지도 궁금하고... 민형이로 바뀐 여주의 네임 때문에 앞으로 닥쳐올 상황들이 겁나게 궁금하네요ㅠㅠㅠㅠㅠ 아악ㅠㅠㅠㅠㅠ 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 댓글
진짜 세 글 중에 욕이 제일 기대되는 건.. 떡밥 까는 거랑 반전 드러내는 데에 큰 능력 가지고 계신 작가분들께서 많이 참여하신 것 같다고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티저에서부터 느낀 필력이랑 엄청 정밀한 세계관, 인물들끼리 대립할 때의 실제 상황에 있는 듯한 장면 묘사 등등 엄청 신경써서 작성한 게 보인 글이어서 ㅜㅜ 정말 더기대돼요 ㅜㅜ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108.237
헐 진짜 대박이에요...
7년 전
독자11
으아...진짜 읽는내내 감탄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 말도 안돼 진짜 ㅠㅠㅠㅠㅠㅠ좋아죽어여...
7년 전
독자12
와 진짜 숨죽이고 봤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글은 처음... 센티넬버스가 이런 분위기로 쓰일 수 있다니...
7년 전
독자13
제목에 홀려서 들어왔는데 세상에 브금이랑 분위기에 먼저 치이고 필체...너무 제 취향이에요ㅠㅠㅠㅠㅠ 다음 화도 너무 기대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알신 누르고 갈게요!!
7년 전
독자14
태용이의 저런 모슺 너무 좋아요...진짜 센티넬가이드글 너무 사랑하는데 이렇게 치명적이게 써주시니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15
아..진짜 숨참고 봤어요...말도 안돼...이런 고퀄이라니...
아니,,,그거보다 미친듯이 집착하는 툥을 보게되다니 하...
엔시뤼 덕후로서 갱장한 영광입ㄴ디ㅏㅜㅜㅜㅜㅜ민형이랑 어찌 될지,,
툥이 어떻게 미친듯이 집착할지ㅜㅜㅜㅜㅜ아 왜 불안할까요..
(심장이 아직도 두근대냐,,,진졍해,,,,)

6년 전
독자16
잘보고가요!!분위기대박이네요ㅠㅜㅠ캐릭터태용이랑찰떡ㅠㅜㅜ
6년 전
독자17
와ㅠㅠㅠㅠ 저는 왜 이제서야 이 직품을 보개 된걸까요ㅠㅠㅠ 미쳤어요 완전 빠져들어가지고 읽었어요 지금 정주행하러 갑니당ㅠㅠ
6년 전
비회원170.248
대박 ....... 쩔어요..... 정주행시작하겠습니다... 대박대박
6년 전
비회원14.250
절대 금손이신데요, 뭘ㅜㅜㅜ 수위 하나도 없는데 보면서 침 삼키게 되는 글이에요 출판하셔도 될 정도로 잘 쓰세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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