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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단 한 줄기의 빛도 용납되지 않는, 악마의 손아귀 안과도 같이 끈적하게 달아오르는 암흑 속에 힘없이 무릎을 꿇는다.

 

 

그를 떠나려 했는가.

 

 

귓가를 처연히 감싸오는 목소리에 눈가에서 맥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제 주변의 어둠을 순결히 투영해내며, 힘 따위 전혀 실리지 않은 눈물이.

 

 

네 곁에 그를 왜 자꾸만 내치려 하는가.

 

 

아득하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두번째 물음에 고개를 바닥에 떨구며 더 서럽게 울어제낀다.
아, 정녕 이곳은 악마의 손아귀 안이 아닌 천사의 보드라운 날개 안 이렵니까.

 

악마의 손아귀 안이었다면 들려야 했을 악마의 소름끼치는 음성이 아닌,
천상, 그마저도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이 굽이친다.

 

 

제발 그의 곁을 떠날 수 있게 해주세요.

 

 

바들바들 손을 떨어대며 비는 내 모습에 동정이라도 하듯 적막을 뚫고 작은 빗줄기가 흘러내린다.
축축하게 젖어오는 머릿칼을 시야 밖으로 치워내며 손바닥을 펼쳐 흘러내리는 빗물을 헛된 손짓으로 잡아챈다.

 

 

제발, 제발.

제발이라...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내 절규를 되뇌이는 목소리의 주인이 잠시 말끝을 흐린다.

 

 

과연 그를 떠나도

 

 

천계의 노랫소리, 유연한 몸짓으로 굽이치는 금빛 곱슬머리, 하늘 위 흰 구름의 유영.
그리고...

 

 

네가 행복할까?


아니 애초에.
넌 그를 떠나 무얼 할 수 있는데?

 

 

바닥에 손톱자국을 깊게 패이며 조롱하는 악마의 그 웃음소리.
그 새된 웃음소리가 깔깔거리며 내 등허리 깊은 곳을 붉은 칼날로 후벼파낸다.

 

둔부 위 살점을 떼어내며 밝게 빛나는 그 살덩이를 마구 짓이기며, 즐거이 웃음을 터트린다.

 

 

어쩌면 널 구해낼지도 모르지, 이 살덩이 위 세 글자가.
다만 네가 눈을 떴을 때 즈음, 넌 이 모든걸 기억해내지 못한 채 네 카르마에 갇혀 있을 테야.

 

 

까드득, 조롱하듯 웃어보이는 웃음소리가 유리병마냥 와작 부서져내리며 가슴에 비수를 꽂아낸다.

 

속절없이 무너지며 재앙 속 몸을 맡기는,
바보같이 유약하기만 한 내가 받아들여야 할

지독히 무겁고 잔인한

 

 

 


나의 카르마,
나의 업보.

 

나의 이태용.

 

 

 

 

 

-

 

 

 

 

 

쉬어지지 않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을 떴을 땐, 이태용의 침대 위였다. 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검은 배게 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제발 일어났을 때만이라도 그의 손아귀 밖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또 내게 벗어날 곳은 없음을 세뇌시키듯 눈앞에 떡하니 놓여있는 태용의 옷가지들이 보기 싫어 눈 위로 손을 올려 어둠을 증폭시켰다. 무슨 꿈을 꿨길래 숨조차 쉬지 못하고 꺽꺽 울어댔을까. 볼 위로 말라붙은 눈물의 버석함을 없애기 위해 화장실로 향해 찬물을 얼굴 위로 들이부었다. 물방울이 온통 튄 거울 앞으로 보이는 물을 잔뜩 머금은 볼품없는 몰골. 원체 생기가 넘치는 편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이태용의 집으로 끌려오다싶이 들어온 이후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음침한 기운을 내뿜는 얼굴을 하게 되어버렸다.
"마음에 안들어."
내 자신을 책망하듯 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마주하며 혼잣말로 되뇌었다. 아무리 이 상황에 순응하려 해보아도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드는 건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려나. 머리 위로 자꾸만 태용의 살기어린 눈빛과 얼굴이 원을 그린다.

잠깐이라도,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도 당신이 없는 시간 속에 살고 싶어.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야차의 모습을 하고 내게 달려드는, 당신이 정말 싫어. 당신은 죽어도 날 보내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당신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볼 예정이야.

 

 

태용만 모르는 나의 다짐이 퍽 마음에 드는지, 거울에 비친 소녀의 입술이 바들거리며 어색한 호선을 그린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慾 : 역스러운 사랑

Team T

 

 

 

 

 

 


"분명 내가 말했을텐데. 내 앞에서 쓰러지는 일은 없게 하라고." 

"그런 광경이 눈에 들어오면, 모두 쓰러지기 마련이야."

침대에 흐트러진 내 긴 머리칼을 부드러이 쓸어내리며 뇌까리는 태용의 말에 이어진 대답에 태용은 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흘린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내 집에 들인 후로, 난 널 그렇게 약해빠진 몸으로 교육한 적 없어."

 

태용의 말에 현실의 무게감이 몸 위로 적나라하게 가라앉는 탓에 뻐근해지는 척추를 움츠리며 눈을 감는다.

태용의 말이 맞다. 

내 가이딩이 소위 그가 말하는 다른 '애송이'들에게 넘어가는 꼴을 보고 있기에는 너무도 대단하신 몸이라, 태용은 애초에 날 '사랑'해서 이 집안에 가둬놓는게 아닌, 단지 날 '소유'하기 위해 '교육'하는 것 뿐이었기에. 대체 몇번을 소화시키려 애써도 부드러워지지 않는 태용의 이기심에 결국엔 밀려 올라오는 토악질을 참아내기 위해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숨을 멈춘다.

나의 생기없는 몸뚱아리를 연신 쓸어내리는 태용의 농염한 손길따위, 무시한 채.

 

 

 

 

 

 

 

"내가 그렇게나 보기 싫어서 어쩌나. 넌 결국 죽을 때까지 내 옆에서 날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한동안 죽은 듯 차가이 이불 속에 덮여있는 내 몸을 유하게 쓸어내리던 태용이 이내 악,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이나 억척스러운 손길로 내 팔목을 잡아낸다. 끔찍하리만치 이기적인 말을 씹어뱉은 태용이 다시금 제 말에 숨을 불어넣듯 강조한다. 오직 나를 위해서만 살아. 그 한마디와 함께 태용은 부서질 듯 거칠게 문을 닫으며 방을 나간다. 태용의 말에 시작된 몸의 떨림과 귓가를 타고 위험히 원을 그리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라는 태용의 말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제 힘에 지쳐 매 순간 허덕이는 널 위해,

손 하나 까딱 못 할 정도로 항상 날 거칠게 대하고 내게 폭언을 일삼는 널 위해.

그런 널 위해서만 살라는 잔인한 말을 당신은 어찌 그렇게도 태연히 내뱉을 수 있을까.

한 순간에 자리잡은 증오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속 깊이 검게 뿌리박혀 뽑힐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따뜻함을 원해.
항상 나에게 봄바람처럼 따스히 다가오는,
뜨거운 태양빛 아래 유한 물결처럼 시원하고도 부드럽게 밀려오는,
그런 눈물나도록 행복한 사랑을 원해.

 

 


절박한 외침과는 다르게 태용의 차갑고 날카로운 존재감이 나의 낭만 위로 날을 세워 찍어누른다.

 

 

 

 

 

 

 

-

 

 

 

 

 

 

 

보고 있으면 원망스러워 가슴이 미어지고, 미어지는 가슴에 벅찬 감정이 몰아쳐 기어이 등을 돌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미친듯 간절히 갈망하게 되어버렸다.


태용에게, 여주가 그랬다.


순간 치밀어 오른 화기에 부서져라 닫힌 문을 죽일 듯 노려본다. 그의 안광에 서린 독기에 녹아내리길 바라듯, 한참동안이나 아무 감정의 변이 없이 단단히 버티고 있는 문을, 또 그 너머에서 미련히 울먹이고 있을 여주를 경멸의 눈초리로 훑어내리던 태용이 이내 문을 등지고 힘없이 스러져 내린다.


태용은 항상 그랬다.


제 몸에서 베어나오는 독기와 수많은 이들의 피를 뒤집어 써 포악한 괴수의 모양새를 하고 여주에게 달려들다가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물기어린 눈으로 그를 담아낼 때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솜뭉치마냥 뭉근히 무너져내리곤 했다. 모순적이게도, 단 한번도 남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태용이었다. 그럴 때면 태용은 제 비어버린 몰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감정의 칼날을 더욱 고조시키며 여주의 명치에 칼을 깊숙이 꽂아넣었다.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지 못할 것임이 분명함에도, 태용은 더욱 더 깊게, 더




그녀를 난도질 했다.

 

 

 

 

 

 

사실 애절한 말 한마디와 물기어린 눈빛 하나면 될 일이었다.
그저,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하게 쓰려오는, 그 벅찬 낯을 감히 눈에 쓸어담아내며 그 달콤한 독재에 무릎을 내어주면 될 일이었다.
허나 제 마음 하나 채 파악하지 못하며 미련히 사랑이란 감정에 피칠갑을 하는 그의 행동이, 세상 그 모든 낭만적인 것들의 목을 무자비하게 비틀어버렸다.
태용의 그 가시돋힌 칼질이, 제 안에서 자라고 있는 분홍빛깔 꽃들을 남김없이 잘라내버리고 말았다.

 

 

 

 

 

-

 

 

 

 

 

 

"당장 내 앞으로 김여주 데려와."
어디서 무얼 하고 있건, 당장 내 눈 앞에 보이게 해. 단언하듯 명령하는 태용의 어투에 그의 앞에 죽, 일렬로 서있던 고용인들 중 고개를 잔뜩 움츠린 모양새의 남성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ㄱ.... 그게... 아가씨께서 많이 아프신 듯 한데..." 분명 태용에게 향한 말이었지만 그의 눈길은 태용에게 닿지 못한 채 갈피를 잡지 아니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로 흔들렸다. 그런 그의 말에 태용은 가소롭다는 식의 코웃음을 흘렸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아파?"

 

그 한마디와 함께 제 관자놀이를 가만히 매만지던 태용이 이내 고용인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프다.... 아프다고?" 단조로운 어투의 되물음이었지만 평소에 보여준 그의 극악무도한 만행들은 고개를 숙인 고용인들의 어깨를 더욱 더 아래로 향하게 할 뿐이었다. 따닥, 따닥. 검은 윤을 내며 빛나는 그의 구두 앞발이 시리도록 흰 대리석 바닥에 닿을 때마다 그의 아래에 무릎을 꿇은 이들은 앓는 소리를 잘게 내뱉었다.


따닥.


짧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공허히 비어있는 집안 곳곳 드리우는 음험한 기운의 침묵. 그 누구도 감히 먼저 소리내지 못하도록 빈틈없이 메워진 침묵이 태용의 살기를 품고선 시린 보라빛을 띄며 독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태용이 불러낸 핏빛 독사의 송곳니가 목표물의 급소에 찔러넣어진 건 한 순간이었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아파서 오늘은 가이딩이 어려울 것 같다, 이소린가?"


태용의 손아귀에 목이 졸린 채 일전에 떨리는 목소리로 김여주의 상태에 관해 염려하는 기색을 보였던 고용인은 숨 넘어가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연신 도리질쳤다. 제 손 안에 잡힌 가여운 희생양의 탁해지는 눈빛을 보며 태용의 눈은 그와 대조를 이루며 어느때보다 더 뜨겁게, 더 생생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딱 한번만 묻도록 하지. 내가 이 집에 김여주를 들인 이유는?" 교만한 질문을 끝으로 손아귀에서 벌벌 떨리는 숨통을 놓아준 태용이 여전히 활하니 타오르는 눈빛 위로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가이딩을 받기 위해서... 입니다."
마침내 목울대를 긁는 소리로 나온 고용인의 대답이 퍽 만족스러웠는지, 제 두 손가락으로 딱, 하는 소리를 낸 태용이 제 턱을 만지작거린다.
"좋아, 이제야 좀 알아들은 듯 하니..."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리는 모두의 눈빛이 일사분란하게 땅을 향했다.

"당장 내 시야에 김여주 한명만 있도록 조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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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딱 열, 까지만 세도록 하지."

 

 

 

 

 

 


-

 

 

 

 

 

 

단지 몸을 건강히 유지해 저를 위해 봉사하라던 태용의 독선기식(獨善其身)적 발언이 아니꼬와 찬물에 오랫동안 몸을 담구고 있었던게 화근이었다. 하루 내내 으슬으슬 떨리기를 반복하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이불을 덮어쓴 채 애꿎은 이빨만 맞부딫히며 기침을 속으로 삼켰다. 사람은 아플 때 더 서럽다더니. 이 상황이 본래보다 더 서럽게 느껴져, 이유모를 눈물을 뚝뚝 떨궈냈다. 하릴없이 점점 붉어지는 눈시울만 연신 문질러대다 현실에 회의감이 들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태용의 고용인들이 문가에 두고 간 약을 물 없이 와닥, 씹어먹었다. 입안에 텁텁한 가루의 기운과 약의 쓴맛이 동시에 느껴져 저절로 미간을 좁혔다.
대체 내가 왜.
이빨과 알약들이 맞부딫혀 내는 파열음 너머로 화기어린 생각이 묻어나왔다.
대체 내가 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태용에게 헌신해야 해.

내가 그의 연인이길 해, 아님 내가 그를 사랑하기라도 해?


혀 끝에서 춤을 추는 씁쓸함이 몸 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와 심장이 아릿하다.

 

 

 

 

 

 

"아가씨, 태용님께서 얼른 아가씨를 데려 오시라고..."
욕실 문을 두드리며 다급한 어투로 외치는 그 목소리는 태용의 고용인들 중 한명일 것이 분명했다. 지겨워, 지겹다 이제는. 태용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이제는 내 발목을 죄어오는 쇠사슬,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더 이상은 그 권력의 압박에 짓눌린 외침들을 듣고 싶지 않아 물 속으로 머리를 담궈버렸다. 그제서야 웅웅대듯 탁한 백색소음으로만 귓가에 다가오는 그 느낌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물 속에서 잠들면 숨도 못쉰 채 죽어버리지 않을까.

내가 죽어버리면 이 모든 고통도 다 끝나버리겠지. 천국의 환희와도 같은 속삭임 뒤로 내 마음 한켠에나마 남아있던 작은 귀엣말이 뒤따라 온다. 그래, 너는 편하겠지. 죽어버리면. 그치만 태용은? 태용 또한 고통 속에 죽어버릴텐데? 불쌍한 어투로 말끝을 늘이는 그 목소리를 한손으로 쳐내며 응수한다. 그럼 뭐 어때. 그는 더욱 큰 고통을 받아 마땅해. 그 생각을 끝으로, 크게 참방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 속으로 쑥 들어오는 흉터 가득한 팔뚝에 놀라 수면 위에 두 팔을 휘저으며 허우적거렸다. 제 손으로 내 얼굴을 아프게 감싸쥔 채 수면 위로 날 끌어올린 태용이 가증스럽다는 듯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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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예 귀 막고 눈 감겠다, 이건가?"


전혀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마주해오는 그의 눈이.


태용의 눈이.


금방이라도 내 목을 죄어올 듯 살기어린 그 무언가로 변모해온다.

 

 

 

 

 


"당장 이리와."
내 앞에 제 두 팔을 벌리며 명령해오는 태용의 말에 가슴팍을 두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떨군다. 지금 내 몰골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거야? 경멸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대꾸하고 싶었다. 지금 그가 내게 주는 그 압박감, 그 감정을 똑같이 그에게 고스란히 안겨주며 화를 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서 한마디도 큰 소리로 낼 수 없는 나약한 나의 무의식은 결국 그에게 작게 도리질 치는 것으로 반항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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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오면 나도 강압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걸 알텐데."


태용의 말에 당치도 않다는 듯 입을 연 순간, 말문이 막히도록 거센 악력으로 제 어깨 한쪽에 내 몸을 들춰업은 태용이 서두른 몸짓으로 욕실 한켠에 걸쳐진 샤워가운을 거칠게 뜯어내듯 쥐어간다. 그의 거친 손짓에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팔다리만 붕붕거리며 저항한 탓에 바닥은 점점 축축하니 젖어들며 온통 물바다가 되어버린다. 내려놔, 나 좀 내려달란 말이야! 집 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메아리치는 나의 비명소리에도, 이따금씩 어깨너머로 마주치는 다급한 시선에도, 태용의 고용인들은 도와줄 생각을 않은 채 다들 모른 척, 제 일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결국 저항하는 걸 멈춘 채 영락없이 그에게 안긴 몰골을 하며 축 쳐진 채 눈을 감는다.


아무리 내게 다정했어도,
아무리 날 생각하는 척 했어도.
결국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태용의 발 밑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네가 잠시 가이딩을 거부한 사이에 내가 큰일나버리기라도 하면. 혹여나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했어?" 샤워가운을 입고 나오자마자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나른한 어투로 묻는 태용의 행동에 고개를 숙이며 귀를 막았다. 더이상의 폭언은 견디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머리가 울리는 와중에, 그의 거친 말들을 한번이라도 더 들으면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핑그르르 도는 머리를 애써 잠재우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태용은 항상 내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싫어했다. 추운 공기 탓에 자꾸만 닥쳐오는 몸의 떨림도 모른 채, 팔목을 으스러질 듯 잡아채며 날 일으킨 태용이 거칠게 입을 맞춰왔다. 입 안의 여린 살들이 온통 깨물리며, 짭찌름한 혈의 맛이 혀 끝에서 위험한 춤을 췄다. 숨 쉬기도 벅찬 거친 입맞춤에 반항하며 고개를 저을 때 마다 채 마르지 못한 머리칼의 물기가 똑, 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나의 눈물겨운 반항에도 불구하고 태용은 점점 더 대담해지며 기어코 제 입술로 내 헐떡거림을 찍어눌러 숨쉬는게 더욱 더 힘들어지게 만들었다. 더이상은... 나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지 못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거친 가이딩 행위를 잠시 멈춘 태용이 제 입가에 고인 피를 바닥에 거칠게 뱉어냈다. 그와 동시에 긴장이 풀리며, 괜찮아진 줄 알았던 몸의 경련이 배로 심하게 온 몸을 감아왔다.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내 사지와, 파랗게 질려버린 입술에 태용의 낯빛이 쎄하게 변해갔다. "이게 무슨...." 그가 다급한 손길로 내 몸을 뉘이려 했지만, 그에 반항하며 책상 쪽으로 향해 그가 편지봉투를 뜯을 때 쓰곤 하던 작은 칼을 집어들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죽어버릴꺼야. 매일 이렇게 고통받을 바에야, 차라리 내가 그 끈을 끊어버릴꺼야."


내 말에 그제서야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하는 태용의 낯짝이 볼만하다. 그래, 너도 이런 숨통 죄이는 공포감 정도는 느껴봐야지. 더는 가이딩 받지 못할 생각에 벌써부터 손이 달달 떨리지? 아픔보다 먼저 의식을 잠식해오는 통쾌함에 더욱 잘 다듬어진 칼의 끝부분을 손목 더욱 깊숙이 찔러넣는다.
이젠 굳은 당신의 얼굴 따위, 더이상 무섭지 않아.
일전에 보았던 거울 속 소녀의 미소와, 그 미소 너머로 다짐했던 혼자만의 결심을 떠올려내며 결국 그의 손아귀에 거세게 잡힌 팔목 어딘가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나의 이성의 끈도 끊어지고 만다.

 

 

 

 

 

 

 

-

 

 

 

 

 

 

 

공포와 두려움으로 잔뜩 얼룩진 그의 표정은, 결코 한낱 이기심 탓이 아니었음을.
옳지 못한 표현에 얼룩진 걱정,
그 무언가를 닮은 가여운 애정이었음을.

기어이 알아차리지 못할 어리석은 감정에게.

 

 

 

 

 

 

 

-

 

 

 

 

 

 

 

여주씨.

여주씨....

김여주 씨.

 

공기 위로 유영하듯 맴돌다 겨우 분명해진 목소리에 힙겹게 눈두덩이를 말아올린다.
"어디..."
얼마나 잠에 들었던건지, 칼칼한 목의 통증과 함께 올라오는 손등의 날카로운 통증.
손등에 꽃힌 링거바늘에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낀건지, 목소리의 주인이 제 명함을 내밀며 입을 연다.


이 민형.


"병원입니다. 간밤에 저체온증과 외상... 으로 실려오셔서."
손목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딱지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말끝을 늘이며 곤란하다는 듯 의사가 침대 헤드 쪽을 제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새벽 즈음에 열이 심각하게 오르긴 했는데, 병원에서 조치를 일찌감치 취한 덕에 지금은 다행이도 정상체온 범주로 들어왔네요." 제 얼굴보다 큼지막한 병원 차트를 손에 쥔 채 낮게 읊조리는 민형의 어투가 듣기 좋게 귓가에 머무른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거친 음성을 띄며 목 안쪽을 긁어오는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민형이 갑작스레 손목을 감싸쥐며 눈을 맞춘다.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 너머로 일렁이는 연민어린 애정.
생애 첫 따뜻함에 그의 눈가에 비친 내 모습이 일렁거린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거겠지만, 마음이 아프면 더욱 더 힘들어요."
"..."
"그러니까 아프고 힘들 땐, 좀 더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려 애써봐요."
힘들어도 울지 말고.
결국에 눈물이 터져버린 내 얼굴을 안쓰러이 바라보며 민형이 고개를 가만히 주억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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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다 괜찮아요.

 

 

 

 

 

 

 

-

 

 

 

 

 

 

 

"김여주는 좀 어때."
나른하듯 태연한 말투였지만 태용의 다리는 그의 불안한 속마음을 내비추듯, 달달 떨리고 있었다. 그런 태용의 불안증세를 아니꼽게 바라보던 민형이 잠시 혐오가 가득 깃든 눈빛을 내보이다 이내 태용에게 해사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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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이태용씨."


가이딩 실패로 자주 찾아오셨던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엔 좀 괜찮아지셨나봐요?
누구에게나 베풀던 친절이었지만, 민형은 유독 태용의 앞에서만 더 가증스럽도록 상냥한 미소를 억지로 지어보이곤 했다.
"됐고, 김여주는 어떻냐고."
열은 내렸어?
손목에 상처는.
"그렇게 여주씨에 관해서 하나하나 걱정하시는 분이, 왜 진작에 이런 사단을 막지 못했는지 궁금하네요."
잔잔한 민형의 낯에 잠시나마 어둠이 깃들어 꽤나 그로테스크한 표정을 자아낸다. 그런 민형의 표정에 태용이 내내 유지하던 팔짱을 풀어내며 줄곧 제 몸을 기대고 있던 벽을 주먹으로 세게 쾅, 내친다.
"헛소리 말고 그냥-"
민형의 옆을 세게 강타한 태용의 주먹이 다시한번 휘둘려지기 전에 재빠른 동작으로 태용의 팔을 민형이 꽤나 센 악력으로 잡아챈다.
그 고고한 낯빛에서 나왔다고 믿기엔, 실로 엄청난 악력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잖아. 그렇게 하나하나 걱정할 시간에 애초에 여주씨가 저렇게 쇠약해질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시가 잔뜩 들어찬 민형의 말에 태용의 얼굴이 잠시나마 표정을 잃다 이내 본래의 사나운 기운을 되찾는다.
금방이라도 민형의 숨통을 찍어누를듯한 살기를 품은 그의 독기어린 기운에도 아랑곳 않은 채, 태용에 귓가에 나긋히 속삭이는 민형의 입가가 얌전히 호선을 그린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지금 여주씨, 위태로운 상황이니까 그 더러운 성깔 좀 죽이라고."

"너 하나 때문에 애꿎은 사람 힘들게 좀 하지 말자.
알았어?"

 

 

 

 

 

 

 

-

 

 

 

 

 

 

 

때때로,
잘 길들여진 칼날보다 달콤하게 꿀을 바른 사탕이 더 치명적일 때가 있다.

 

 

 

 

[NCT/TEAMT] 욕慾: 역스러운 사랑 02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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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입니다!! ㅎㅎ 새로운 기분으로 오랜만에 재밌게 글 쓴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더 많은 금손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즐겁게 즐겨주세요~

엔씨티 릴레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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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대박.... 민형이랑 태용이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은 후로 저렇게 된 걸까요 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ㅜㅜㅠㅜㅠㅠㅠㅠㅠㅠㅜ 아니라면 애초에 서로가 서로에게 증오를 품고 있던 사이였을 수도 있겠지만요... 대박이에요 이번 화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 울 릴레이 작가님들 늘 예쁜 글 써 주셔서 감사해요 ♥ 오늘도 작가님의 애정어린 마음들 한가득 품고 갑니다 ^///^ 그럼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
6년 전
독자2
헐 미친미친 대미친 아니 헐 민형이 출연 하가각 너무 좋아요.. 드디어 여주가 약간의 반항을 했다는 게 뭔가 조금 통쾌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리구 좋은 밤 되세용!!♡♡♡
6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민형쓰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좀 이번 화 삶짝 사이다... ㅜ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사랑합니다 정말
6년 전
독자5
세상에..아 이런거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인생에서 센티넬 가이드 글이 너무 좋습니다...그런 센티넬 태용이는 더더욱 사랑...
6년 전
독자6
와..분위기 진짜...최고된다....작가님 멋있어여ㅠㅠ분량폭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7
너무 좋아요ㅠㅠㅠㅠ기다렸었는데ㅠㅠㅠ태용이의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여주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맘아프네요...ㅠㅠㅠ
6년 전
독자8
여주의 처절한 반항?이 왜 안쓰러울까요ㅜㅜㅜ얼마나 힘들었으면,,
드디어 민형이의 등장이 너무 저 불안해서 미쳐버릴거같아요..
제발 셋다 행복하게해주세요ㅜㅜ진짜 글 읽으면서 ㅂ불안하고 초조하고 미치겠는 감정은 처음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독자9
헐 민형이ㅠㅠㅠ 대박 이런 센티넬 가이드 너무 좋아요ㅠㅠㅠ 여주가 너무 안타까워요ㅠㅠ
6년 전
독자10
잘보고가요!!ㅠㅠ항상기대이상인것같아요ㅠㅠ
6년 전
독자11
아 진짜 재밍ㅆ어요ㅠㅠㅠㅠㅠ따흐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4.250
이런 글은 만인이 알아야 하고,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데ㅜ 개인적으로 어두운 글은 묘사하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보는데, 정말 잘 쓰시네요ㅠㅠ 시민단체 최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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