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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광주의 모습이 담겨있어 부끄럽지만 여러 커플링 버전으로 올립니다.

사실 필명을 다른 것으로 할려고 했지만 또 만들면 머리 아파질까봐;; 신알신 해두셨던 직경러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지지하는 커플링 버전으로 보세요.


샤이니 - 화살





피코 ver




5월 비망록

written by. 맥

 

 

 

 

 

 

 

 

5월의 광주는 봄의 절정과 푸르른 함성, 그리고 열기를 품고 있었다. 함성에는 시민과 청년들의 피와 눈물들이 섞여 있었고, 열기와 매운 수류탄 냄새가 공존한 채 따스한 햇볕 위로 넘실거렸다. 강렬했으며 지독하여 잊지 못하였다. 5월의 광주는 그렇게 슬프도록 찬란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집권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고 대한민국에는 전국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혼란스러웠으나 사람들은 드디어 민주주의를 이 땅에 이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 나간다. 자신들이 그토록 염원해왔던 살기 좋은 세상이 찾아올 것만 같아서 설렜다. 온 거리에서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12월 12일. 눈이 소복이 내리던 하얀 어느 날, 전두환이 12 · 12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두환을 대표로 한 신군부세력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여 총격전을 펼쳤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가 오려고 하던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대한민국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오직 자유와 평화만 생각했었다. 그들은 과연 미련했을까?

위에선 이미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또 다른 권력이 이 나라를 조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희망이 깨지는 소리를 처참하게 듣고야 말았다. 결국 또다시 무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 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던 뜨거운 불덩이 같은 울컥함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시민, 대학생, 주부 등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일어섰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켜야 했다.

 

 

1980년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전국에서 시위와 데모가 일어났다.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지역에,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이 목이 터져라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5월의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의 거리엔 항상 가만히 목석처럼 서 있는 공수부대원들과 그의 반대편에서 열렬하게 계엄해제를 외치고 있는 광주시민이 있었다. 많은 청년이 학교를 나오는 것은 관두고 시위를 하러 갔다.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선생님들은 말했지만 이 나라를 제힘으로 바꿔보겠다고 하는 그들의 꿈틀거리는 열망을 퇴색한 그들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선생님들은 수업하다가도 종종 창밖으로 열심히 시위하며 빛나고 있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몇몇 시민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구호 소리에 시끄럽다며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냈고 같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그렇게 광주시민은 빠르게 5월을 맞이했다.

 

5월 18일 오전 10시. 전남대 정문에서 많은 수의 광주시민은 계엄 해제하라, 휴교령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했고 그동안 잠잠했던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을 들고, 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수부대원들이 휘두르는 곤봉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광주가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곤봉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때리냐고. 그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어머니들과 시민의 가족들은 울면서 거리를 뛰쳐나왔고 화가 치민 사람들도 거리로 너나 할 것 없이 나왔다. 거리는 피 냄새와 울부짖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다만 꿈이길 바랐던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의 가운데서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그려져 갔다.

 

 

 

 

 

 

 

 

 

 

 

“……너 진짜 미쳤지, 표지훈?”

“미안해. 내가 할 말이 없다.”

 

 

 

보기에도 너무 써 보이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지훈이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곧 밑으로 쏟아질 것 같은 검은 머리칼을 보자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나한테……. 애써 눈을 감고 숨을 차분히 골랐다. 방금 전 녀석이 나한테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아 나를 괴롭힌다. 도저히 못 참겠어, 나 시위 나가려고 지호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은 아늑하게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눈을 뜨고 녀석을 바라봤다. 여전히 지훈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안해 할 거면서 왜,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결정을 내린 걸까. 녀석은 지금 나가면 맞아 죽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 아주 잘 알 것이다. 지훈이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이 다 시위에 나갔다가 지상과 영이별을 했으니까. 며칠 전부터 지훈이는 나 몰래 저녁에 울어댔다. 참으려고 할수록 크게 터져 나오던 지훈이의 슬픔에 나도 듣고 자주 눈물을 흘렸다. 결국 그 애달픈 울음이 이 결과를 초래했구나. 순간 지훈이에게 처연한 마음이 들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응어리진 숨을 토해내니 녀석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녀석의 말을 듣고 놓쳐버린 물 호스가 나와 지훈이의 바지 끝자락을 차갑게 적셔나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입을 열었으나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목구멍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렇게 나가서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그때 나는 어쩌라고, 묻고 싶었다. 꼭 깨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너 죽어가는 사람들 안 봤어?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미영이도 시위 나갔다가 갈비뼈 부서져서 왔어, 그 어린 여자애도 마구잡이로 곤봉으로 때리고 있다고, 지금. 근데 나가겠다고? 너 제 정신이야?”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미안하면 이 집에 꼭 붙어있어!”

 

 

표지훈이 축 처진 눈꼬리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꼬리의 날카로운 끝이 나의 가슴 한가운데를 푹, 찌르는 느낌에 나는 잠시 시선을 지훈이의 뒤로 던졌다. 지훈이가 얼마나 슬플지 안다. 그래, 알겠는데. 너까지 죽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지훈아. 지금 거리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지훈이의 소맷자락을 나도 모르게 꽉 쥐어 잡았다. 목구멍이 불타듯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지호야……. 나는 갈 거다. 나가야겠다.”

 

 

 

 

슬프게 중얼거리는 지훈이의 목소리에 내 볼은 뜨겁게 적셔졌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지훈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분노와 슬픔, 배신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울음소리로 터져 나왔다. 결국 나는 애처럼 지훈이의 손목을 붙잡고 엉엉 울고 말았다. 나의 어떤 애원과 땡강도 녀석의 굳은 결심을 꺾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가득 울음에 묻어나왔다.

 

 

 

 

“으윽, 너 나가서 죽으면……나보고 어쩌라고, 흐어엉.”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꼭 다시 올게.”

“나는, 친구가 너밖에 없는데! 민주주의가 뭐라고, 으어엉, 나쁜 새끼, 나를 버리고…….”

“다 너를 지키고, 민주주의랑 광주를 지키기 위해 나가는 거야. 울지 마.”

“됐어, 다 필요 없다고!”

 

 

 

지훈이는 품 안에 나를 가뒀다. 그리고 위아래로 사정없이 들썩거리는 나의 등을 달래는 듯 손으로 쓸어내렸다. 녀석의 품 안은 따뜻했고 손도 따뜻했다. 이 따뜻한 몸이 차갑게 식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더 흘러나왔다. 제발 가지 마, 지훈아. 응? 울면서 녀석을 꽉 껴안고 애원해봐도 녀석은 대답 없이 나를 달랬다. 아마도 어쩌면 이게 녀석과 나의 마지막 장면이자 추억일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

 

 

 

 

 

 

 

 

 

일방적으로 나에게 시위에 나가겠다고 통보를 했던 그날 이후로 지훈이는 아침 일찍, 내가 깨어나기도 전에 나가서 저녁이 되면 우리 집 담을 넘어들어왔다. 눈을 뜨기가 싫었다. 눈을 뜨기 시작할 때부터 지훈이가 들어올 때까지 나는 메말라가며 지훈이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도 나가고 싶었으나, 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길러진 부잣집 아들이었다. 자라온 환경 탓을 하기에는 너무 찌질해 보이지만 21년 동안 살아온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내 천성이 쉽게 바뀔 리는 없을 거다. 이기적이고 영악하며 겁쟁이다. 살고 싶다는 옹졸한 욕망을 가지고 사회의 무력에도 숨을 죽이며 살기를 빌고 있었다. 이런 내 자신이 싫었고 그래서 나와 다르게 대범하고 겁 없는 지훈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와 정반대의 지훈이가 좋았다. 친구이자 동경의 상대인 표지훈. 그래서 잠자코 마당에 주저앉아 지훈이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안타깝고 웃기게도.

 

 

 

 

“……왔네.”

“어, 좀 다쳤다.”

“어디? 많이 아파?”

“일단 집에 들어가서 말하자. 많이 기다렸어?”

“아니, 별로 안 됐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일어난 순간부터 밥도 한 끼만 먹은 채 지훈이를 기다리는 나다. 말했다시피 나는 기다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지훈이가 시위하러 나간 지 5일 짼 데 아직도 곤봉에 맞지 않고 잘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지훈이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 놈일지도 몰랐다. 지훈이의 뒤를 따라 집에 들어오자 밖에 비해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휘감았다. 밖에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집에 오니 지훈이의 오른쪽 팔부분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맞은 걸까, 걱정에 나는 지훈이의 오른팔을 붙잡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다친 지훈이를 본 적이 없었다. 항상 피를 묻히고 왔어도 자신의 피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였는데. 나는 지훈이를 쳐다봤다. 지훈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어서 응급상자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어디에 응급상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작정 내 방에 재빨리 들어가 서랍을 뒤졌다.

 

 

 

 

 

“아아, 살살 좀 해봐.”

“살살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 상처는 아무리 살살해도 아파.”

 

 

 

 

한 10cm 가까이 찢어졌다. 어쩌다가 이랬냐고 물어봤는데 자신도 모르겠단다. 아마도 군인을 피해 도망가다가 다친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고. 잔소리했더니 아프다고 징징대서 관뒀다.

지훈이의 앓는 소리가 듣기 싫어 솜에 소독약을 묻히고 조심스럽게 했는데도 많이 아프다고 몸을 움찔움찔 떤다. 참 많이도 찢어졌다. 이거 병원 가야 하는데 지금 병원 문 열어? 지훈이는 병원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꿰매야 하는데, 라고 중얼거려도 나중에, 라고 얼버무리고 얼른 끝내라고 나를 재촉한다. 계속 이렇게 다쳐오면 좀 불안한데.

 

 

 

 

“지훈아.”

“응?”

“내일은 안 나가면 안 돼?”

“왜 갑자기.”

“그냥 좀……불안하네.”

“언제는 불안 안 했나. 괜찮아, 내일은 더 조심할게.”

“그래도, 한 번만 쉬자. 딱.”

“이게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뭘 쉬어. 웃긴다, 으하하.”

 

 

 

 

내 말이 웃겼는지 지훈이는 크게 웃었다. 진짜로 불안한데. 내일 지훈이가 나갈 것을 생각하니 왠지 온몸이 오싹 떨렸다. 내가 다시 한 번 나가지 말라고 지훈이를 보며 단호하게 말하려고 하는데 지훈이가 시선을 돌린다. 명백하게 내 말이 듣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다. 지훈이는 정말 더럽게도 고집이 세다. 하, 나는 한숨을 쉬며 지훈이의 상처에 소독약이 묻은 솜을 힘차게 두드렸다. 지훈이의 비명이 그나마 나에게 통쾌함을 줬다.

 

 

 

 

 

 

 

 

 

 

§

 

 

 

 

 

 

 

 

 

탕 - .

탕탕.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시끄럽게 울렸고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총소리. 분명하게도 내가 들은 것은 총소리였다. 계속해서 연달아 총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쏜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 철문을 향해 달려갔다가 결국 나는 문을 열지 못하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덜덜 떨었다. 총을 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지훈이도……. 표지훈도, 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제발, 죽지 마. 표지훈. 죽지는 않았지? 그렇게 철문을 붙잡고 오열을 하다가 철문 사이로 들어오는 수류탄의 매운 가스에 눈물과 콧물을 쏟다가 기절을 한 것 같았다.

 

 

 

 

 

 

 

 

 

 

§

 

 

 

 

 

 

 

 

 

눈을 떴을 땐 세상이 캄캄했다. 멀뚱히 위를 쳐다보다가 저녁인 것을 깨eke고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철문이 붙어있는 나를 가만히 지나칠 지훈이가 아니니깐 지훈이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알 수가 없었다. 제발 살아있기를.

세상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두가 죽은 듯이 그렇게. 집에 들어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있었다. 지훈이가, 오지, 않았다. 군인들은 시위대에 나간 시민에게 총을 쐈다. 또다시 지옥 같은 날이 오고 있다. 피가 바싹 마르는 고통이란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나는 그때야 알았다. 하느님을 찾았다. 하느님,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내리나요.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잘못했다고. 민주화를 원하는 게 그렇게 잘못이어서 이렇게 많은 무고한 시민이 죽어가는 건가요? 도대체 무슨 뜻으로 광주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나요. 우리 광주가 뭘 잘못했다고. 이제 나올 눈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렸다.

 

 

 

 

 

 

 

2일이 지나도 지훈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이틀 동안 총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울려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듣고 싶지 않은 괴로운 소리와 우지훈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나는 처절하게 싸웠다.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제발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지인들. 모두에게 너무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집은 자식들이 다 장애인이 돼서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군인들은 나날이 미쳐갔고 광주도 터져 나오는 울분에 미쳐갔다. 차마 눈뜨고는 못 버틸 세상이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고 지훈이가 오지 않으면 찾으러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표지훈의 시체든 아무래도 좋았다. 기다리다가 지쳐 죽는 거나 시위하다 총에 맞아 죽는 것이나 다 똑같은 거라고 느껴질 정도로 나는 지친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집에 쌀이 바닥났다. 죽거나 살기 위해서는 꼭 나가야 했다. 그리고 잠시 내일 나에게 닥쳐질 현실이 어마어마하게 무섭게 느껴져 또다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오래 기다렸지.”

 

 

 

표지훈이 돌아오지 않은 지 2일째 되는 저녁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표지훈이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담을 넘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제가 상상했던 피로 뒤덮이거나 싸늘하게 식어있지 않고 있었다. 표지훈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표지훈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내가 지훈이를 기다리면서 불안했고 초조했던 만큼을 모두 눈물로 뽑아냈다.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갈 듯이 울었고 표지훈도 작게 흐느꼈다. 표지훈의 손은 거칠게 변해있었다. 너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스쳐 지나가는 총알과 군인들을 피해 다녀 이리저리로 뛰어다녔을까. 이틀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를 힘들게 했던 표지훈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녀석과 나, 둘 다 모두 말할 수 없이 짠해서 울었다.

 

 

 

“다시는 나가지 마……. 지훈아, 다시는…….”

“안 나갈게. 여기에 있을 게.”

 

 

 

나는 녀석의 손과 깍지 껴서 꽉 마주 잡았다. 우리 그냥 조용히 이 지옥의 불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자. 광장에서 죽어나가는 수많은 광주 시민에게는 너무 죄송하지만 나에게는 네가 너무 소중하기에 잃을 수 없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나는 허공에다가 미안하다고 수백 번을 읊조렸다.

 

 

 

 

 

 

 

 

 

 

§

 

 

 

 

 

 

 

 

 

“밥 없어?”

“응. 많이 배고파?”

“어제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많이 배고픈데.”

“나도……. 근데 밥을 구할 길이 없어.”

 

 

 

지훈이 표정을 어둡게 굳히니 나도 덩달아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엄군들이 곤봉을 휘두르기 전에 쌀이나 과일을 잔뜩 사놀 걸. 이미 후회를 해 봤자 내 말대로 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밥을 구할 길이 없었다. 나가서 이웃들에게 부탁하거나 시장에 가서 사오면 모를까. 가족들 먹을 것도 없을 것이고 나와서 무슨 험한 꼴 당할지도 모르는데 과연 아무리 친했던 이웃이라도 나올까 싶다. 선택한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나갔다 올게.”

“야, 위험해. 안 돼, 이제 안 나가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다고 여기서 가만히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

“그래도…….”

“이틀 동안 잘 피해왔어. 그리고 광장 나가면 무료로 주먹밥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많으니깐 받아올게. 잠깐이면 돼.”

 

 

 

표지훈은 겉옷을 챙기고 빠르게 집을 나서 마당을 지나고 철문 사이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그 뒷모습이 그렇게 불안할 수 없었다. 지훈이는 재빠르게 달려나갔다. 철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언제나처럼 마당에서 지훈이를 기다렸다. 그래,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을까. 지금까지 잘 피해 다녔던 지훈이인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죽였다.

 

 

 

 

 

 

 

 

 

 

§

 

 

 

 

 

 

 

 

“지호야, 우지호! 있어?!!”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쭈그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황급하게 문을 열었다. 우리 집 쪽으로 들어오는 골목길 앞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딸이었다. 누나는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 채로 몸 이곳저곳에 피를 묻힌 모습이었다. 나는 얼른 누나를 마당으로 들어서게 하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누나의 눈동자가 서슴없이 떨렸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지호야, 지훈이가…….”

“아, 잠깐. 누나, 제발!”

“……군인들이 총에 맞아 죽었어.”

 

 

 

 

 

 

 

 

 

 

§

 

 

 

 

 

 

 

멍청한 표지훈은 주먹밥을 받고 돌아오다가 어린아이가 광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도망치다가 군인이 뒤에서 쏜 총을 피하지 못해 뒤통수에 총알이 박힌 채로 처참하게 죽었다. 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그렇게 잘 군인들을 피해 다녔으면서 단 몇 분 만에 다른 생명을 구하려다가 질긴 목숨을 잃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성을 잃고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누나는 그 가련한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막았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지훈이에게 달려가지 못했다. 저녁이 돼서야 지훈이가 즉사했다는 누나 집 앞 슈퍼에 가서 차갑게 식은 표지훈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듣고 누나도, 누나의 엄마도 울었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광경인지 모르겠다고 슈퍼 아주머니는 욕을 하면서 얼굴을 손에 묻고 흐느꼈다. 온몸이 시려왔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그리고 내 슬픈 울음이 끝나기도 전에 저 골목 끄트머리에서 군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나는 누나와 아주머니에 의해 슈퍼 안으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방은 내 울음으로 인해 짠 냄새가 가득 풍겼다. 그리고 내 코끝에는 계속 죽음의 냄새와 표지훈 특유의 살 내음이 맴돌고 있었다.

아침에 간신히 슈퍼에서 나오자 표지훈은 길목에 핏자국만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누나는 군인들이 지훈이를 어디에 몰래 묻어버렸을 거라고 말했다. 지훈이가 죽은 것도 서러운데 시체마저 잃어버린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뭔가 싶어서,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현실에 웃음이 나왔다. 시야가 또 뿌옇게 흐려졌지만 나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보았다. 지훈이를 데려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나는 이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표지훈을 잃어버린 오늘을. 눈을 조심스럽게 감았다. 아, 슬픈 5월의 광주여. 익숙하게 총소리가 다시 광주에 울려 퍼졌다.




오일 ver




5월 비망록

written by. 맥

 

 

 

 

 

 

 

 

5월의 광주는 봄의 절정과 푸르른 함성, 그리고 열기를 품고 있었다. 함성에는 시민과 청년들의 피와 눈물들이 섞여 있었고, 열기와 매운 수류탄 냄새가 공존한 채 따스한 햇볕 위로 넘실거렸다. 강렬했으며 지독하여 잊지 못하였다. 5월의 광주는 그렇게 슬프도록 찬란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집권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고 대한민국에는 전국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혼란스러웠으나 사람들은 드디어 민주주의를 이 땅에 이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 나간다. 자신들이 그토록 염원해왔던 살기 좋은 세상이 찾아올 것만 같아서 설렜다. 온 거리에서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12월 12일. 눈이 소복이 내리던 하얀 어느 날, 전두환이 12 · 12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두환을 대표로 한 신군부세력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여 총격전을 펼쳤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가 오려고 하던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대한민국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오직 자유와 평화만 생각했었다. 그들은 과연 미련했을까?

위에선 이미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또 다른 권력이 이 나라를 조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희망이 깨지는 소리를 처참하게 듣고야 말았다. 결국 또다시 무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 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던 뜨거운 불덩이 같은 울컥함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시민, 대학생, 주부 등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일어섰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켜야 했다.

 

 

1980년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전국에서 시위와 데모가 일어났다.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지역에,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이 목이 터져라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5월의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의 거리엔 항상 가만히 목석처럼 서 있는 공수부대원들과 그의 반대편에서 열렬하게 계엄해제를 외치고 있는 광주시민이 있었다. 많은 청년이 학교를 나오는 것은 관두고 시위를 하러 갔다.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선생님들은 말했지만 이 나라를 제힘으로 바꿔보겠다고 하는 그들의 꿈틀거리는 열망을 퇴색한 그들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선생님들은 수업하다가도 종종 창밖으로 열심히 시위하며 빛나고 있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몇몇 시민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구호 소리에 시끄럽다며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냈고 같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그렇게 광주시민은 빠르게 5월을 맞이했다.

 

5월 18일 오전 10시. 전남대 정문에서 많은 수의 광주시민은 계엄 해제하라, 휴교령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했고 그동안 잠잠했던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을 들고, 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수부대원들이 휘두르는 곤봉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광주가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곤봉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때리냐고. 그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어머니들과 시민의 가족들은 울면서 거리를 뛰쳐나왔고 화가 치민 사람들도 거리로 너나 할 것 없이 나왔다. 거리는 피 냄새와 울부짖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다만 꿈이길 바랐던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의 가운데서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그려져 갔다.

 

 

 

 

 

 

 

 

 

 

 

“……너 진짜 미쳤지, 표지훈?”

“미안해. 내가 할 말이 없다.”

 

 

 

보기에도 너무 써 보이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지훈이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곧 밑으로 쏟아질 것 같은 검은 머리칼을 보자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나한테……. 애써 눈을 감고 숨을 차분히 골랐다. 방금 전 녀석이 나한테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아 나를 괴롭힌다. 도저히 못 참겠어, 나 시위 나가려고 태일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은 아늑하게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눈을 뜨고 녀석을 바라봤다. 여전히 지훈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안해 할 거면서 왜,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결정을 내린 걸까. 녀석은 지금 나가면 맞아 죽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 아주 잘 알 것이다. 지훈이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이 다 시위에 나갔다가 지상과 영이별을 했으니까. 며칠 전부터 지훈이는 나 몰래 저녁에 울어댔다. 참으려고 할수록 크게 터져 나오던 지훈이의 슬픔에 나도 듣고 자주 눈물을 흘렸다. 결국 그 애달픈 울음이 이 결과를 초래했구나. 순간 지훈이에게 처연한 마음이 들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응어리진 숨을 토해내니 녀석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녀석의 말을 듣고 놓쳐버린 물 호스가 나와 지훈이의 바지 끝자락을 차갑게 적셔나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입을 열었으나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목구멍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렇게 나가서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그때 나는 어쩌라고, 묻고 싶었다. 꼭 깨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너 죽어가는 사람들 안 봤어?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미영이도 시위 나갔다가 갈비뼈 부서져서 왔어, 그 어린 여자애도 마구잡이로 곤봉으로 때리고 있다고, 지금. 근데 나가겠다고? 너 제 정신이야?”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미안하면 이 집에 꼭 붙어있어!”

 

 

표지훈이 축 처진 눈꼬리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꼬리의 날카로운 끝이 나의 가슴 한가운데를 푹, 찌르는 느낌에 나는 잠시 시선을 지훈이의 뒤로 던졌다. 지훈이가 얼마나 슬플지 안다. 그래, 알겠는데. 너까지 죽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지훈아. 지금 거리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지훈이의 소맷자락을 나도 모르게 꽉 쥐어 잡았다. 목구멍이 불타듯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태일아……. 나는 갈 거다. 나가야겠다.”

 

 

 

 

슬프게 중얼거리는 지훈이의 목소리에 내 볼은 뜨겁게 적셔졌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지훈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분노와 슬픔, 배신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울음소리로 터져 나왔다. 결국 나는 애처럼 지훈이의 손목을 붙잡고 엉엉 울고 말았다. 나의 어떤 애원과 땡강도 녀석의 굳은 결심을 꺾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가득 울음에 묻어나왔다.

 

 

 

 

“으윽, 너 나가서 죽으면……나보고 어쩌라고, 흐어엉.”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꼭 다시 올게.”

“나는, 친구가 너밖에 없는데! 민주주의가 뭐라고, 으어엉, 나쁜 새끼, 나를 버리고…….”

“다 너를 지키고, 민주주의랑 광주를 지키기 위해 나가는 거야. 울지 마.”

“됐어, 다 필요 없다고!”

 

 

 

지훈이는 품 안에 나를 가뒀다. 그리고 위아래로 사정없이 들썩거리는 나의 등을 달래는 듯 손으로 쓸어내렸다. 녀석의 품 안은 따뜻했고 손도 따뜻했다. 이 따뜻한 몸이 차갑게 식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더 흘러나왔다. 제발 가지 마, 지훈아. 응? 울면서 녀석을 꽉 껴안고 애원해봐도 녀석은 대답 없이 나를 달랬다. 아마도 어쩌면 이게 녀석과 나의 마지막 장면이자 추억일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

 

 

 

 

 

 

 

 

 

일방적으로 나에게 시위에 나가겠다고 통보를 했던 그날 이후로 지훈이는 아침 일찍, 내가 깨어나기도 전에 나가서 저녁이 되면 우리 집 담을 넘어들어왔다. 눈을 뜨기가 싫었다. 눈을 뜨기 시작할 때부터 지훈이가 들어올 때까지 나는 메말라가며 지훈이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도 나가고 싶었으나, 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길러진 부잣집 아들이었다. 자라온 환경 탓을 하기에는 너무 찌질해 보이지만 21년 동안 살아온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내 천성이 쉽게 바뀔 리는 없을 거다. 이기적이고 영악하며 겁쟁이다. 살고 싶다는 옹졸한 욕망을 가지고 사회의 무력에도 숨을 죽이며 살기를 빌고 있었다. 이런 내 자신이 싫었고 그래서 나와 다르게 대범하고 겁 없는 지훈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와 정반대의 지훈이가 좋았다. 친구이자 동경의 상대인 표지훈. 그래서 잠자코 마당에 주저앉아 지훈이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안타깝고 웃기게도.

 

 

 

 

“……왔네.”

“어, 좀 다쳤다.”

“어디? 많이 아파?”

“일단 집에 들어가서 말하자. 많이 기다렸어?”

“아니, 별로 안 됐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일어난 순간부터 밥도 한 끼만 먹은 채 지훈이를 기다리는 나다. 말했다시피 나는 기다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지훈이가 시위하러 나간 지 5일 짼 데 아직도 곤봉에 맞지 않고 잘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지훈이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 놈일지도 몰랐다. 지훈이의 뒤를 따라 집에 들어오자 밖에 비해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휘감았다. 밖에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집에 오니 지훈이의 오른쪽 팔부분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맞은 걸까, 걱정에 나는 지훈이의 오른팔을 붙잡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다친 지훈이를 본 적이 없었다. 항상 피를 묻히고 왔어도 자신의 피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였는데. 나는 지훈이를 쳐다봤다. 지훈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어서 응급상자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어디에 응급상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작정 내 방에 재빨리 들어가 서랍을 뒤졌다.

 

 

 

 

 

“아아, 살살 좀 해봐.”

“살살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 상처는 아무리 살살해도 아파.”

 

 

 

 

한 10cm 가까이 찢어졌다. 어쩌다가 이랬냐고 물어봤는데 자신도 모르겠단다. 아마도 군인을 피해 도망가다가 다친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고. 잔소리했더니 아프다고 징징대서 관뒀다.

지훈이의 앓는 소리가 듣기 싫어 솜에 소독약을 묻히고 조심스럽게 했는데도 많이 아프다고 몸을 움찔움찔 떤다. 참 많이도 찢어졌다. 이거 병원 가야 하는데 지금 병원 문 열어? 지훈이는 병원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꿰매야 하는데, 라고 중얼거려도 나중에, 라고 얼버무리고 얼른 끝내라고 나를 재촉한다. 계속 이렇게 다쳐오면 좀 불안한데.

 

 

 

 

“지훈아.”

“응?”

“내일은 안 나가면 안 돼?”

“왜 갑자기.”

“그냥 좀……불안하네.”

“언제는 불안 안 했나. 괜찮아, 내일은 더 조심할게.”

“그래도, 한 번만 쉬자. 딱.”

“이게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뭘 쉬어. 웃긴다, 으하하.”

 

 

 

 

내 말이 웃겼는지 지훈이는 크게 웃었다. 진짜로 불안한데. 내일 지훈이가 나갈 것을 생각하니 왠지 온몸이 오싹 떨렸다. 내가 다시 한 번 나가지 말라고 지훈이를 보며 단호하게 말하려고 하는데 지훈이가 시선을 돌린다. 명백하게 내 말이 듣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다. 지훈이는 정말 더럽게도 고집이 세다. 하, 나는 한숨을 쉬며 지훈이의 상처에 소독약이 묻은 솜을 힘차게 두드렸다. 지훈이의 비명이 그나마 나에게 통쾌함을 줬다.

 

 

 

 

 

 

 

 

 

 

§

 

 

 

 

 

 

 

 

 

탕 - .

탕탕.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시끄럽게 울렸고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총소리. 분명하게도 내가 들은 것은 총소리였다. 계속해서 연달아 총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쏜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 철문을 향해 달려갔다가 결국 나는 문을 열지 못하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덜덜 떨었다. 총을 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지훈이도……. 표지훈도, 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제발, 죽지 마. 표지훈. 죽지는 않았지? 그렇게 철문을 붙잡고 오열을 하다가 철문 사이로 들어오는 수류탄의 매운 가스에 눈물과 콧물을 쏟다가 기절을 한 것 같았다.

 

 

 

 

 

 

 

 

 

 

§

 

 

 

 

 

 

 

 

 

눈을 떴을 땐 세상이 캄캄했다. 멀뚱히 위를 쳐다보다가 저녁인 것을 깨eke고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철문이 붙어있는 나를 가만히 지나칠 지훈이가 아니니깐 지훈이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알 수가 없었다. 제발 살아있기를.

세상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두가 죽은 듯이 그렇게. 집에 들어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있었다. 지훈이가, 오지, 않았다. 군인들은 시위대에 나간 시민에게 총을 쐈다. 또다시 지옥 같은 날이 오고 있다. 피가 바싹 마르는 고통이란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나는 그때야 알았다. 하느님을 찾았다. 하느님,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내리나요.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잘못했다고. 민주화를 원하는 게 그렇게 잘못이어서 이렇게 많은 무고한 시민이 죽어가는 건가요? 도대체 무슨 뜻으로 광주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나요. 우리 광주가 뭘 잘못했다고. 이제 나올 눈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렸다.

 

 

 

 

 

 

 

2일이 지나도 지훈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이틀 동안 총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울려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듣고 싶지 않은 괴로운 소리와 우지훈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나는 처절하게 싸웠다.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제발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지인들. 모두에게 너무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집은 자식들이 다 장애인이 돼서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군인들은 나날이 미쳐갔고 광주도 터져 나오는 울분에 미쳐갔다. 차마 눈뜨고는 못 버틸 세상이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고 지훈이가 오지 않으면 찾으러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표지훈의 시체든 아무래도 좋았다. 기다리다가 지쳐 죽는 거나 시위하다 총에 맞아 죽는 것이나 다 똑같은 거라고 느껴질 정도로 나는 지친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집에 쌀이 바닥났다. 죽거나 살기 위해서는 꼭 나가야 했다. 그리고 잠시 내일 나에게 닥쳐질 현실이 어마어마하게 무섭게 느껴져 또다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오래 기다렸지.”

 

 

 

표지훈이 돌아오지 않은 지 2일째 되는 저녁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표지훈이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담을 넘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제가 상상했던 피로 뒤덮이거나 싸늘하게 식어있지 않고 있었다. 표지훈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표지훈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내가 지훈이를 기다리면서 불안했고 초조했던 만큼을 모두 눈물로 뽑아냈다.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갈 듯이 울었고 표지훈도 작게 흐느꼈다. 표지훈의 손은 거칠게 변해있었다. 너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스쳐 지나가는 총알과 군인들을 피해 다녀 이리저리로 뛰어다녔을까. 이틀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를 힘들게 했던 표지훈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녀석과 나, 둘 다 모두 말할 수 없이 짠해서 울었다.

 

 

 

“다시는 나가지 마……. 지훈아, 다시는…….”

“안 나갈게. 여기에 있을 게.”

 

 

 

나는 녀석의 손과 깍지 껴서 꽉 마주 잡았다. 우리 그냥 조용히 이 지옥의 불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자. 광장에서 죽어나가는 수많은 광주 시민에게는 너무 죄송하지만 나에게는 네가 너무 소중하기에 잃을 수 없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나는 허공에다가 미안하다고 수백 번을 읊조렸다.

 

 

 

 

 

 

 

 

 

 

§

 

 

 

 

 

 

 

 

 

“밥 없어?”

“응. 많이 배고파?”

“어제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많이 배고픈데.”

“나도……. 근데 밥을 구할 길이 없어.”

 

 

 

지훈이 표정을 어둡게 굳히니 나도 덩달아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엄군들이 곤봉을 휘두르기 전에 쌀이나 과일을 잔뜩 사놀 걸. 이미 후회를 해 봤자 내 말대로 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밥을 구할 길이 없었다. 나가서 이웃들에게 부탁하거나 시장에 가서 사오면 모를까. 가족들 먹을 것도 없을 것이고 나와서 무슨 험한 꼴 당할지도 모르는데 과연 아무리 친했던 이웃이라도 나올까 싶다. 선택한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나갔다 올게.”

“야, 위험해. 안 돼, 이제 안 나가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다고 여기서 가만히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

“그래도…….”

“이틀 동안 잘 피해왔어. 그리고 광장 나가면 무료로 주먹밥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많으니깐 받아올게. 잠깐이면 돼.”

 

 

 

표지훈은 겉옷을 챙기고 빠르게 집을 나서 마당을 지나고 철문 사이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그 뒷모습이 그렇게 불안할 수 없었다. 지훈이는 재빠르게 달려나갔다. 철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언제나처럼 마당에서 지훈이를 기다렸다. 그래,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을까. 지금까지 잘 피해 다녔던 지훈이인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죽였다.

 

 

 

 

 

 

 

 

 

 

§

 

 

 

 

 

 

 

 

“태일아, 이태일! 있어?!!”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쭈그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황급하게 문을 열었다. 우리 집 쪽으로 들어오는 골목길 앞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딸이었다. 누나는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 채로 몸 이곳저곳에 피를 묻힌 모습이었다. 나는 얼른 누나를 마당으로 들어서게 하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누나의 눈동자가 서슴없이 떨렸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태일아, 지훈이가…….”

“아, 잠깐. 누나, 제발!”

“……군인들이 총에 맞아 죽었어.”

 

 

 

 

 

 

 

 

 

 

§

 

 

 

 

 

 

 

멍청한 표지훈은 주먹밥을 받고 돌아오다가 어린아이가 광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도망치다가 군인이 뒤에서 쏜 총을 피하지 못해 뒤통수에 총알이 박힌 채로 처참하게 죽었다. 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그렇게 잘 군인들을 피해 다녔으면서 단 몇 분 만에 다른 생명을 구하려다가 질긴 목숨을 잃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성을 잃고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누나는 그 가련한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막았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지훈이에게 달려가지 못했다. 저녁이 돼서야 지훈이가 즉사했다는 누나 집 앞 슈퍼에 가서 차갑게 식은 표지훈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듣고 누나도, 누나의 엄마도 울었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광경인지 모르겠다고 슈퍼 아주머니는 욕을 하면서 얼굴을 손에 묻고 흐느꼈다. 온몸이 시려왔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그리고 내 슬픈 울음이 끝나기도 전에 저 골목 끄트머리에서 군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나는 누나와 아주머니에 의해 슈퍼 안으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방은 내 울음으로 인해 짠 냄새가 가득 풍겼다. 그리고 내 코끝에는 계속 죽음의 냄새와 표지훈 특유의 살 내음이 맴돌고 있었다.

아침에 간신히 슈퍼에서 나오자 표지훈은 길목에 핏자국만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누나는 군인들이 지훈이를 어디에 몰래 묻어버렸을 거라고 말했다. 지훈이가 죽은 것도 서러운데 시체마저 잃어버린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뭔가 싶어서,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현실에 웃음이 나왔다. 시야가 또 뿌옇게 흐려졌지만 나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보았다. 지훈이를 데려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나는 이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표지훈을 잃어버린 오늘을. 눈을 조심스럽게 감았다. 아, 슬픈 5월의 광주여. 익숙하게 총소리가 다시 광주에 울려 퍼졌다.





직효 ver





5월 비망록

written by. 맥

 

 

 

 

 

 

 

 

5월의 광주는 봄의 절정과 푸르른 함성, 그리고 열기를 품고 있었다. 함성에는 시민과 청년들의 피와 눈물들이 섞여 있었고, 열기와 매운 수류탄 냄새가 공존한 채 따스한 햇볕 위로 넘실거렸다. 강렬했으며 지독하여 잊지 못하였다. 5월의 광주는 그렇게 슬프도록 찬란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집권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고 대한민국에는 전국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혼란스러웠으나 사람들은 드디어 민주주의를 이 땅에 이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 나간다. 자신들이 그토록 염원해왔던 살기 좋은 세상이 찾아올 것만 같아서 설렜다. 온 거리에서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12월 12일. 눈이 소복이 내리던 하얀 어느 날, 전두환이 12 · 12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두환을 대표로 한 신군부세력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여 총격전을 펼쳤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가 오려고 하던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대한민국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오직 자유와 평화만 생각했었다. 그들은 과연 미련했을까?

위에선 이미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또 다른 권력이 이 나라를 조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희망이 깨지는 소리를 처참하게 듣고야 말았다. 결국 또다시 무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 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던 뜨거운 불덩이 같은 울컥함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시민, 대학생, 주부 등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일어섰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켜야 했다.

 

 

1980년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전국에서 시위와 데모가 일어났다.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지역에,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이 목이 터져라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5월의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의 거리엔 항상 가만히 목석처럼 서 있는 공수부대원들과 그의 반대편에서 열렬하게 계엄해제를 외치고 있는 광주시민이 있었다. 많은 청년이 학교를 나오는 것은 관두고 시위를 하러 갔다.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선생님들은 말했지만 이 나라를 제힘으로 바꿔보겠다고 하는 그들의 꿈틀거리는 열망을 퇴색한 그들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선생님들은 수업하다가도 종종 창밖으로 열심히 시위하며 빛나고 있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몇몇 시민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구호 소리에 시끄럽다며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냈고 같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그렇게 광주시민은 빠르게 5월을 맞이했다.

 

5월 18일 오전 10시. 전남대 정문에서 많은 수의 광주시민은 계엄 해제하라, 휴교령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했고 그동안 잠잠했던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을 들고, 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수부대원들이 휘두르는 곤봉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광주가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곤봉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때리냐고. 그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어머니들과 시민의 가족들은 울면서 거리를 뛰쳐나왔고 화가 치민 사람들도 거리로 너나 할 것 없이 나왔다. 거리는 피 냄새와 울부짖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다만 꿈이길 바랐던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의 가운데서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그려져 갔다.

 

 

 

 

 

 

 

 

 

 

 

“……너 진짜 미쳤지, 우지호?”

“미안해. 내가 할 말이 없다.”

 

 

 

보기에도 너무 써 보이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지호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곧 밑으로 쏟아질 것 같은 검은 머리칼을 보자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나한테……. 애써 눈을 감고 숨을 차분히 골랐다. 방금 전 녀석이 나한테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아 나를 괴롭힌다. 도저히 못 참겠어, 나 시위 나가려고 재효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은 아늑하게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눈을 뜨고 녀석을 바라봤다. 여전히 지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안해 할 거면서 왜,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결정을 내린 걸까. 녀석은 지금 나가면 맞아 죽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 아주 잘 알 것이다. 지호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이 다 시위에 나갔다가 지상과 영이별을 했으니까. 며칠 전부터 지호는 나 몰래 저녁에 울어댔다. 참으려고 할수록 크게 터져 나오던 지호의 슬픔에 나도 듣고 자주 눈물을 흘렸다. 결국 그 애달픈 울음이 이 결과를 초래했구나. 순간 지호에게 처연한 마음이 들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응어리진 숨을 토해내니 녀석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녀석의 말을 듣고 놓쳐버린 물 호스가 나와 지호의 바지 끝자락을 차갑게 적셔나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입을 열었으나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목구멍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렇게 나가서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그때 나는 어쩌라고, 묻고 싶었다. 꼭 깨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너 죽어가는 사람들 안 봤어?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미영이도 시위 나갔다가 갈비뼈 부서져서 왔어, 그 어린 여자애도 마구잡이로 곤봉으로 때리고 있다고, 지금. 근데 나가겠다고? 너 제 정신이야?”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미안하면 이 집에 꼭 붙어있어!”

 

 

우지호가 축 처진 눈꼬리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꼬리의 날카로운 끝이 나의 가슴 한가운데를 푹, 찌르는 느낌에 나는 잠시 시선을 지호의 뒤로 던졌다. 지호가 얼마나 슬플지 안다. 그래, 알겠는데. 너까지 죽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지호야. 지금 거리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지호의 소맷자락을 나도 모르게 꽉 쥐어 잡았다. 목구멍이 불타듯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재효야……. 나는 갈 거다. 나가야겠다.”

 

 

 

 

슬프게 중얼거리는 지호의 목소리에 내 볼은 뜨겁게 적셔졌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지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분노와 슬픔, 배신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울음소리로 터져 나왔다. 결국 나는 애처럼 지호의 손목을 붙잡고 엉엉 울고 말았다. 나의 어떤 애원과 땡강도 녀석의 굳은 결심을 꺾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가득 울음에 묻어나왔다.

 

 

 

 

“으윽, 너 나가서 죽으면……나보고 어쩌라고, 흐어엉.”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꼭 다시 올게.”

“나는, 친구가 너밖에 없는데! 민주주의가 뭐라고, 으어엉, 나쁜 새끼, 나를 버리고…….”

“다 너를 지키고, 민주주의랑 광주를 지키기 위해 나가는 거야. 울지 마.”

“됐어, 다 필요 없다고!”

 

 

 

지호는 품 안에 나를 가뒀다. 그리고 위아래로 사정없이 들썩거리는 나의 등을 달래는 듯 손으로 쓸어내렸다. 녀석의 품 안은 따뜻했고 손도 따뜻했다. 이 따뜻한 몸이 차갑게 식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더 흘러나왔다. 제발 가지 마, 지호야. 응? 울면서 녀석을 꽉 껴안고 애원해봐도 녀석은 대답 없이 나를 달랬다. 아마도 어쩌면 이게 녀석과 나의 마지막 장면이자 추억일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

 

 

 

 

 

 

 

 

 

일방적으로 나에게 시위에 나가겠다고 통보를 했던 그날 이후로 지호는 아침 일찍, 내가 깨어나기도 전에 나가서 저녁이 되면 우리 집 담을 넘어들어왔다. 눈을 뜨기가 싫었다. 눈을 뜨기 시작할 때부터 지호가 들어올 때까지 나는 메말라가며 지호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도 나가고 싶었으나, 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길러진 부잣집 아들이었다. 자라온 환경 탓을 하기에는 너무 찌질해 보이지만 21년 동안 살아온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내 천성이 쉽게 바뀔 리는 없을 거다. 이기적이고 영악하며 겁쟁이다. 살고 싶다는 옹졸한 욕망을 가지고 사회의 무력에도 숨을 죽이며 살기를 빌고 있었다. 이런 내 자신이 싫었고 그래서 나와 다르게 대범하고 겁 없는 지호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와 정반대의 지호가 좋았다. 친구이자 동경의 상대인 우지호. 그래서 잠자코 마당에 주저앉아 지호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안타깝고 웃기게도.

 

 

 

 

“……왔네.”

“어, 좀 다쳤다.”

“어디? 많이 아파?”

“일단 집에 들어가서 말하자. 많이 기다렸어?”

“아니, 별로 안 됐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일어난 순간부터 밥도 한 끼만 먹은 채 지호를 기다리는 나다. 말했다시피 나는 기다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지호가 시위하러 나간 지 5일 짼 데 아직도 곤봉에 맞지 않고 잘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지호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 놈일지도 몰랐다. 지호의 뒤를 따라 집에 들어오자 밖에 비해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휘감았다. 밖에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집에 오니 지호의 오른쪽 팔부분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맞은 걸까, 걱정에 나는 지호의 오른팔을 붙잡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다친 지호를 본 적이 없었다. 항상 피를 묻히고 왔어도 자신의 피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였는데. 나는 지호를 쳐다봤다. 지호는 희미하게 웃으며 어서 응급상자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어디에 응급상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작정 내 방에 재빨리 들어가 서랍을 뒤졌다.

 

 

 

 

 

“아아, 살살 좀 해봐.”

“살살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 상처는 아무리 살살해도 아파.”

 

 

 

 

한 10cm 가까이 찢어졌다. 어쩌다가 이랬냐고 물어봤는데 자신도 모르겠단다. 아마도 군인을 피해 도망가다가 다친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고. 잔소리했더니 아프다고 징징대서 관뒀다.

지호의 앓는 소리가 듣기 싫어 솜에 소독약을 묻히고 조심스럽게 했는데도 많이 아프다고 몸을 움찔움찔 떤다. 참 많이도 찢어졌다. 이거 병원 가야 하는데 지금 병원 문 열어? 지호는 병원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꿰매야 하는데, 라고 중얼거려도 나중에, 라고 얼버무리고 얼른 끝내라고 나를 재촉한다. 계속 이렇게 다쳐오면 좀 불안한데.

 

 

 

 

“지호야.”

“응?”

“내일은 안 나가면 안 돼?”

“왜 갑자기.”

“그냥 좀……불안하네.”

“언제는 불안 안 했나. 괜찮아, 내일은 더 조심할게.”

“그래도, 한 번만 쉬자. 딱.”

“이게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뭘 쉬어. 웃긴다, 으하하.”

 

 

 

 

내 말이 웃겼는지 지호는 크게 웃었다. 진짜로 불안한데. 내일 지호가 나갈 것을 생각하니 왠지 온몸이 오싹 떨렸다. 내가 다시 한 번 나가지 말라고 지호를 보며 단호하게 말하려고 하는데 지호가 시선을 돌린다. 명백하게 내 말이 듣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다. 지호는 정말 더럽게도 고집이 세다. 하, 나는 한숨을 쉬며 지호의 상처에 소독약이 묻은 솜을 힘차게 두드렸다. 지호의 비명이 그나마 나에게 통쾌함을 줬다.

 

 

 

 

 

 

 

 

 

 

§

 

 

 

 

 

 

 

 

 

탕 - .

탕탕.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시끄럽게 울렸고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총소리. 분명하게도 내가 들은 것은 총소리였다. 계속해서 연달아 총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쏜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 철문을 향해 달려갔다가 결국 나는 문을 열지 못하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덜덜 떨었다. 총을 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지호도……. 우지호도, 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제발, 죽지 마. 우지호. 죽지는 않았지? 그렇게 철문을 붙잡고 오열을 하다가 철문 사이로 들어오는 수류탄의 매운 가스에 눈물과 콧물을 쏟다가 기절을 한 것 같았다.

 

 

 

 

 

 

 

 

 

 

§

 

 

 

 

 

 

 

 

 

눈을 떴을 땐 세상이 캄캄했다. 멀뚱히 위를 쳐다보다가 저녁인 것을 깨eke고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철문이 붙어있는 나를 가만히 지나칠 지호가 아니니깐 지호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알 수가 없었다. 제발 살아있기를.

세상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두가 죽은 듯이 그렇게. 집에 들어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있었다. 지호가, 오지, 않았다. 군인들은 시위대에 나간 시민에게 총을 쐈다. 또다시 지옥 같은 날이 오고 있다. 피가 바싹 마르는 고통이란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나는 그때야 알았다. 하느님을 찾았다. 하느님,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내리나요.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잘못했다고. 민주화를 원하는 게 그렇게 잘못이어서 이렇게 많은 무고한 시민이 죽어가는 건가요? 도대체 무슨 뜻으로 광주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나요. 우리 광주가 뭘 잘못했다고. 이제 나올 눈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렸다.

 

 

 

 

 

 

 

2일이 지나도 지호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이틀 동안 총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울려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듣고 싶지 않은 괴로운 소리와 우지호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나는 처절하게 싸웠다.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제발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지인들. 모두에게 너무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집은 자식들이 다 장애인이 돼서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군인들은 나날이 미쳐갔고 광주도 터져 나오는 울분에 미쳐갔다. 차마 눈뜨고는 못 버틸 세상이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고 우지호가 오지 않으면 우지호를 찾으러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지호의 시체든 아무래도 좋았다. 기다리다가 지쳐 죽는 거나 시위하다 총에 맞아 죽는 것이나 다 똑같은 거라고 느껴질 정도로 나는 지친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집에 쌀이 바닥났다. 죽거나 살기 위해서는 꼭 나가야 했다. 그리고 잠시 내일 나에게 닥쳐질 현실이 어마어마하게 무섭게 느껴져 또다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오래 기다렸지.”

 

 

 

우지호가 돌아오지 않은 지 2일째 되는 저녁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우지호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담을 넘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제가 상상했던 피로 뒤덮이거나 싸늘하게 식어있지 않고 있었다. 우지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우지호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내가 지호를 기다리면서 불안했고 초조했던 만큼을 모두 눈물로 뽑아냈다.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갈 듯이 울었고 우지호도 작게 흐느꼈다. 섬섬옥수라고 불렸던 우지호의 손은 거칠게 변해있었다. 너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스쳐 지나가는 총알과 군인들을 피해 다녀 이리저리로 뛰어다녔을까. 이틀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를 힘들게 했던 우지호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녀석과 나, 둘 다 모두 말할 수 없이 짠해서 울었다.

 

 

 

“다시는 나가지 마……. 지호야, 다시는…….”

“안 나갈게. 여기에 있을 게.”

 

 

 

나는 녀석의 손과 깍지 껴서 꽉 마주 잡았다. 우리 그냥 조용히 이 지옥의 불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자. 광장에서 죽어나가는 수많은 광주 시민에게는 너무 죄송하지만 나에게는 네가 너무 소중하기에 잃을 수 없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나는 허공에다가 미안하다고 수백 번을 읊조렸다.

 

 

 

 

 

 

 

 

 

 

§

 

 

 

 

 

 

 

 

 

“밥 없어?”

“응. 많이 배고파?”

“어제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많이 배고픈데.”

“나도……. 근데 밥을 구할 길이 없어.”

 

 

 

지호가 표정을 어둡게 굳히니 나도 덩달아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엄군들이 곤봉을 휘두르기 전에 쌀이나 과일을 잔뜩 사놀 걸. 이미 후회를 해 봤자 내 말대로 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밥을 구할 길이 없었다. 나가서 이웃들에게 부탁하거나 시장에 가서 사오면 모를까. 가족들 먹을 것도 없을 것이고 나와서 무슨 험한 꼴 당할지도 모르는데 과연 아무리 친했던 이웃이라도 나올까 싶다. 선택한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나갔다 올게.”

“야, 위험해. 안 돼, 이제 안 나가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다고 여기서 가만히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

“그래도…….”

“이틀 동안 잘 피해왔어. 그리고 광장 나가면 무료로 주먹밥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많으니깐 받아올게. 잠깐이면 돼.”

 

 

 

우지호는 겉옷을 챙기고 빠르게 집을 나서 마당을 지나고 철문 사이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그 뒷모습이 그렇게 불안할 수 없었다. 지호는 재빠르게 달려나갔다. 철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언제나처럼 마당에서 지호를 기다렸다. 그래,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을까. 지금까지 잘 피해 다녔던 지호인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죽였다.

 

 

 

 

 

 

 

 

 

 

§

 

 

 

 

 

 

 

 

“재효야, 안재효! 있어?!!”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쭈그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황급하게 문을 열었다. 우리 집 쪽으로 들어오는 골목길 앞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딸이었다. 누나는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 채로 몸 이곳저곳에 피를 묻힌 모습이었다. 나는 얼른 누나를 마당으로 들어서게 하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누나의 눈동자가 서슴없이 떨렸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재효야, 지호가…….”

“아, 잠깐. 누나, 제발!”

“……군인들이 총에 맞아 죽었어.”

 

 

 

 

 

 

 

 

 

 

§

 

 

 

 

 

 

 

멍청한 우지호는 주먹밥을 받고 돌아오다가 어린아이가 광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도망치다가 군인이 뒤에서 쏜 총을 피하지 못해 뒤통수에 총알이 박힌 채로 처참하게 죽었다. 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그렇게 잘 군인들을 피해 다녔으면서 단 몇 분 만에 다른 생명을 구하려다가 질긴 목숨을 잃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성을 잃고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누나는 그 가련한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막았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지호에게 달려가지 못했다. 저녁이 돼서야 지호가 즉사했다는 누나 집 앞 슈퍼에 가서 차갑게 식은 지호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듣고 누나도, 누나의 엄마도 울었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광경인지 모르겠다고 슈퍼 아주머니는 욕을 하면서 얼굴을 손에 묻고 흐느꼈다. 온몸이 시려왔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그리고 내 슬픈 울음이 끝나기도 전에 저 골목 끄트머리에서 군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나는 누나와 아주머니에 의해 슈퍼 안으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방은 내 울음으로 인해 짠 냄새가 가득 풍겼다. 그리고 내 코끝에는 계속 죽음의 냄새와 지호 특유의 살 내음이 맴돌고 있었다.

아침에 간신히 슈퍼에서 나오자 우지호는 길목에 핏자국만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누나는 군인들이 지호를 어디에 몰래 묻어버렸을 거라고 말했다. 지호가 죽은 것도 서러운데 시체마저 잃어버린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뭔가 싶어서,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현실에 웃음이 나왔다. 시야가 또 뿌옇게 흐려졌지만 나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보았다. 지호를 데려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나는 이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지호를 잃어버린 오늘을. 눈을 조심스럽게 감았다. 아, 슬픈 5월의 광주여. 익숙하게 총소리가 다시 광주에 울려 퍼졌다.




범권ver 



5월 비망록

written by. 맥

 

 

 

 

 

 

 

 

5월의 광주는 봄의 절정과 푸르른 함성, 그리고 열기를 품고 있었다. 함성에는 시민과 청년들의 피와 눈물들이 섞여 있었고, 열기와 매운 수류탄 냄새가 공존한 채 따스한 햇볕 위로 넘실거렸다. 강렬했으며 지독하여 잊지 못하였다. 5월의 광주는 그렇게 슬프도록 찬란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오랫동안 권력을 집권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고 대한민국에는 전국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혼란스러웠으나 사람들은 드디어 민주주의를 이 땅에 이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 나간다. 자신들이 그토록 염원해왔던 살기 좋은 세상이 찾아올 것만 같아서 설렜다. 온 거리에서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12월 12일. 눈이 소복이 내리던 하얀 어느 날, 전두환이 12 · 12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두환을 대표로 한 신군부세력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여 총격전을 펼쳤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가 오려고 하던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대한민국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오직 자유와 평화만 생각했었다. 그들은 과연 미련했을까?

위에선 이미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또 다른 권력이 이 나라를 조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희망이 깨지는 소리를 처참하게 듣고야 말았다. 결국 또다시 무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 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던 뜨거운 불덩이 같은 울컥함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시민, 대학생, 주부 등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일어섰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켜야 했다.

 

 

1980년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전국에서 시위와 데모가 일어났다.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지역에,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이 목이 터져라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5월의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의 거리엔 항상 가만히 목석처럼 서 있는 공수부대원들과 그의 반대편에서 열렬하게 계엄해제를 외치고 있는 광주시민이 있었다. 많은 청년이 학교를 나오는 것은 관두고 시위를 하러 갔다.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선생님들은 말했지만 이 나라를 제힘으로 바꿔보겠다고 하는 그들의 꿈틀거리는 열망을 퇴색한 그들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선생님들은 수업하다가도 종종 창밖으로 열심히 시위하며 빛나고 있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몇몇 시민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구호 소리에 시끄럽다며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냈고 같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그렇게 광주시민은 빠르게 5월을 맞이했다.

 

5월 18일 오전 10시. 전남대 정문에서 많은 수의 광주시민은 계엄 해제하라, 휴교령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했고 그동안 잠잠했던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을 들고, 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수부대원들이 휘두르는 곤봉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광주가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곤봉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때리냐고. 그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어머니들과 시민의 가족들은 울면서 거리를 뛰쳐나왔고 화가 치민 사람들도 거리로 너나 할 것 없이 나왔다. 거리는 피 냄새와 울부짖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다만 꿈이길 바랐던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의 가운데서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그려져 갔다.

 

 

 

 

 

 

 

 

 

 

 

“……너 진짜 미쳤지, 이민혁?”

“미안해. 내가 할 말이 없다.”

 

 

 

보기에도 너무 써 보이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민혁이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곧 밑으로 쏟아질 것 같은 검은 머리칼을 보자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나한테……. 애써 눈을 감고 숨을 차분히 골랐다. 방금 전 녀석이 나한테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아 나를 괴롭힌다. 도저히 못 참겠어, 나 시위 나가려고 유권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은 아늑하게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눈을 뜨고 녀석을 바라봤다. 여전히 민혁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안해 할 거면서 왜,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결정을 내린 걸까. 녀석은 지금 나가면 맞아 죽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 아주 잘 알 것이다. 민혁이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이 다 시위에 나갔다가 지상과 영이별을 했으니까. 며칠 전부터 민혁이는 나 몰래 저녁에 울어댔다. 참으려고 할수록 크게 터져 나오던 민혁이의 슬픔에 나도 듣고 자주 눈물을 흘렸다. 결국 그 애달픈 울음이 이 결과를 초래했구나. 순간 민혁이에게 처연한 마음이 들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응어리진 숨을 토해내니 녀석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녀석의 말을 듣고 놓쳐버린 물 호스가 나와 민혁이의 바지 끝자락을 차갑게 적셔나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입을 열었으나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목구멍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렇게 나가서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그때 나는 어쩌라고, 묻고 싶었다. 꼭 깨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너 죽어가는 사람들 안 봤어?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미영이도 시위 나갔다가 갈비뼈 부서져서 왔어, 그 어린 여자애도 마구잡이로 곤봉으로 때리고 있다고, 지금. 근데 나가겠다고? 너 제 정신이야?”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미안하면 이 집에 꼭 붙어있어!”

 

 

표민혁이 축 처진 눈꼬리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꼬리의 날카로운 끝이 나의 가슴 한가운데를 푹, 찌르는 느낌에 나는 잠시 시선을 민혁이의 뒤로 던졌다. 민혁이가 얼마나 슬플지 안다. 그래, 알겠는데. 너까지 죽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민혁아. 지금 거리로 나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민혁이의 소맷자락을 나도 모르게 꽉 쥐어 잡았다. 목구멍이 불타듯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유권아……. 나는 갈 거다. 나가야겠다.”

 

 

 

 

슬프게 중얼거리는 민혁이의 목소리에 내 볼은 뜨겁게 적셔졌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민혁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분노와 슬픔, 배신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울음소리로 터져 나왔다. 결국 나는 애처럼 민혁이의 손목을 붙잡고 엉엉 울고 말았다. 나의 어떤 애원과 땡강도 녀석의 굳은 결심을 꺾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가득 울음에 묻어나왔다.

 

 

 

 

“으윽, 너 나가서 죽으면……나보고 어쩌라고, 흐어엉.”

“안 죽어. 내가 왜 죽어. 꼭 다시 올게.”

“나는, 친구가 너밖에 없는데! 민주주의가 뭐라고, 으어엉, 나쁜 새끼, 나를 버리고…….”

“다 너를 지키고, 민주주의랑 광주를 지키기 위해 나가는 거야. 울지 마.”

“됐어, 다 필요 없다고!”

 

 

 

민혁이는 품 안에 나를 가뒀다. 그리고 위아래로 사정없이 들썩거리는 나의 등을 달래는 듯 손으로 쓸어내렸다. 녀석의 품 안은 따뜻했고 손도 따뜻했다. 이 따뜻한 몸이 차갑게 식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더 흘러나왔다. 제발 가지 마, 민혁아. 응? 울면서 녀석을 꽉 껴안고 애원해봐도 녀석은 대답 없이 나를 달랬다. 아마도 어쩌면 이게 녀석과 나의 마지막 장면이자 추억일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

 

 

 

 

 

 

 

 

 

일방적으로 나에게 시위에 나가겠다고 통보를 했던 그날 이후로 민혁이는 아침 일찍, 내가 깨어나기도 전에 나가서 저녁이 되면 우리 집 담을 넘어들어왔다. 눈을 뜨기가 싫었다. 눈을 뜨기 시작할 때부터 민혁이가 들어올 때까지 나는 메말라가며 민혁이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도 나가고 싶었으나, 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길러진 부잣집 아들이었다. 자라온 환경 탓을 하기에는 너무 찌질해 보이지만 21년 동안 살아온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내 천성이 쉽게 바뀔 리는 없을 거다. 이기적이고 영악하며 겁쟁이다. 살고 싶다는 옹졸한 욕망을 가지고 사회의 무력에도 숨을 죽이며 살기를 빌고 있었다. 이런 내 자신이 싫었고 그래서 나와 다르게 대범하고 겁 없는 민혁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와 정반대의 민혁이가 좋았다. 친구이자 동경의 상대인 이민혁. 그래서 잠자코 마당에 주저앉아 민혁이를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안타깝고 웃기게도.

 

 

 

 

“……왔네.”

“어, 좀 다쳤다.”

“어디? 많이 아파?”

“일단 집에 들어가서 말하자. 많이 기다렸어?”

“아니, 별로 안 됐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일어난 순간부터 밥도 한 끼만 먹은 채 민혁이를 기다리는 나다. 말했다시피 나는 기다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민혁이가 시위하러 나간 지 5일 짼 데 아직도 곤봉에 맞지 않고 잘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민혁이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 놈일지도 몰랐다. 민혁이의 뒤를 따라 집에 들어오자 밖에 비해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휘감았다. 밖에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집에 오니 민혁이의 오른쪽 팔부분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맞은 걸까, 걱정에 나는 민혁이의 오른팔을 붙잡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다친 민혁이를 본 적이 없었다. 항상 피를 묻히고 왔어도 자신의 피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였는데. 나는 민혁이를 쳐다봤다. 민혁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어서 응급상자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어디에 응급상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작정 내 방에 재빨리 들어가 서랍을 뒤졌다.

 

 

 

 

 

“아아, 살살 좀 해봐.”

“살살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 상처는 아무리 살살해도 아파.”

 

 

 

 

한 10cm 가까이 찢어졌다. 어쩌다가 이랬냐고 물어봤는데 자신도 모르겠단다. 아마도 군인을 피해 도망가다가 다친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고. 잔소리했더니 아프다고 징징대서 관뒀다.

민혁이의 앓는 소리가 듣기 싫어 솜에 소독약을 묻히고 조심스럽게 했는데도 많이 아프다고 몸을 움찔움찔 떤다. 참 많이도 찢어졌다. 이거 병원 가야 하는데 지금 병원 문 열어? 민혁이는 병원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꿰매야 하는데, 라고 중얼거려도 나중에, 라고 얼버무리고 얼른 끝내라고 나를 재촉한다. 계속 이렇게 다쳐오면 좀 불안한데.

 

 

 

 

“지훈아.”

“응?”

“내일은 안 나가면 안 돼?”

“왜 갑자기.”

“그냥 좀……불안하네.”

“언제는 불안 안 했나. 괜찮아, 내일은 더 조심할게.”

“그래도, 한 번만 쉬자. 딱.”

“이게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뭘 쉬어. 웃긴다, 으하하.”

 

 

 

 

내 말이 웃겼는지 민혁이는 크게 웃었다. 진짜로 불안한데. 내일 민혁이가 나갈 것을 생각하니 왠지 온몸이 오싹 떨렸다. 내가 다시 한 번 나가지 말라고 민혁이를 보며 단호하게 말하려고 하는데 민혁이가 시선을 돌린다. 명백하게 내 말이 듣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다. 민혁이는 정말 더럽게도 고집이 세다. 하, 나는 한숨을 쉬며 민혁이의 상처에 소독약이 묻은 솜을 힘차게 두드렸다. 민혁이의 비명이 그나마 나에게 통쾌함을 줬다.

 

 

 

 

 

 

 

 

 

 

§

 

 

 

 

 

 

 

 

 

탕 - .

탕탕.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시끄럽게 울렸고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총소리. 분명하게도 내가 들은 것은 총소리였다. 계속해서 연달아 총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쏜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 철문을 향해 달려갔다가 결국 나는 문을 열지 못하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덜덜 떨었다. 총을 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민혁이도……. 표지훈도, 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제발, 죽지 마. 표지훈. 죽지는 않았지? 그렇게 철문을 붙잡고 오열을 하다가 철문 사이로 들어오는 수류탄의 매운 가스에 눈물과 콧물을 쏟다가 기절을 한 것 같았다.

 

 

 

 

 

 

 

 

 

 

§

 

 

 

 

 

 

 

 

 

눈을 떴을 땐 세상이 캄캄했다. 멀뚱히 위를 쳐다보다가 저녁인 것을 깨eke고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철문이 붙어있는 나를 가만히 지나칠 민혁이가 아니니깐 민혁이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알 수가 없었다. 제발 살아있기를.

세상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두가 죽은 듯이 그렇게. 집에 들어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있었다. 민혁이가, 오지, 않았다. 군인들은 시위대에 나간 시민에게 총을 쐈다. 또다시 지옥 같은 날이 오고 있다. 피가 바싹 마르는 고통이란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나는 그때야 알았다. 하느님을 찾았다. 하느님,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내리나요. 우리가 얼마나 무엇을 잘못했다고. 민주화를 원하는 게 그렇게 잘못이어서 이렇게 많은 무고한 시민이 죽어가는 건가요? 도대체 무슨 뜻으로 광주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나요. 우리 광주가 뭘 잘못했다고. 이제 나올 눈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렸다.

 

 

 

 

 

 

 

2일이 지나도 민혁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이틀 동안 총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울려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듣고 싶지 않은 괴로운 소리와 우민혁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나는 처절하게 싸웠다.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제발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지인들. 모두에게 너무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집은 자식들이 다 장애인이 돼서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군인들은 나날이 미쳐갔고 광주도 터져 나오는 울분에 미쳐갔다. 차마 눈뜨고는 못 버틸 세상이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고 민혁이가 오지 않으면 찾으러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표지훈의 시체든 아무래도 좋았다. 기다리다가 지쳐 죽는 거나 시위하다 총에 맞아 죽는 것이나 다 똑같은 거라고 느껴질 정도로 나는 지친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집에 쌀이 바닥났다. 죽거나 살기 위해서는 꼭 나가야 했다. 그리고 잠시 내일 나에게 닥쳐질 현실이 어마어마하게 무섭게 느껴져 또다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오래 기다렸지.”

 

 

 

이민혁이 돌아오지 않은 지 2일째 되는 저녁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이민혁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담을 넘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제가 상상했던 피로 뒤덮이거나 싸늘하게 식어있지 않고 있었다. 표지훈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표지훈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내가 민혁이를 기다리면서 불안했고 초조했던 만큼을 모두 눈물로 뽑아냈다.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갈 듯이 울었고 표지훈도 작게 흐느꼈다. 표지훈의 손은 거칠게 변해있었다. 너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스쳐 지나가는 총알과 군인들을 피해 다녀 이리저리로 뛰어다녔을까. 이틀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를 힘들게 했던 이민혁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녀석과 나, 둘 다 모두 말할 수 없이 짠해서 울었다.

 

 

 

“다시는 나가지 마……. 지훈아, 다시는…….”

“안 나갈게. 여기에 있을 게.”

 

 

 

나는 녀석의 손과 깍지 껴서 꽉 마주 잡았다. 우리 그냥 조용히 이 지옥의 불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자. 광장에서 죽어나가는 수많은 광주 시민에게는 너무 죄송하지만 나에게는 네가 너무 소중하기에 잃을 수 없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나는 허공에다가 미안하다고 수백 번을 읊조렸다.

 

 

 

 

 

 

 

 

 

 

§

 

 

 

 

 

 

 

 

 

“밥 없어?”

“응. 많이 배고파?”

“어제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많이 배고픈데.”

“나도……. 근데 밥을 구할 길이 없어.”

 

 

 

민혁이 표정을 어둡게 굳히니 나도 덩달아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엄군들이 곤봉을 휘두르기 전에 쌀이나 과일을 잔뜩 사놀 걸. 이미 후회를 해 봤자 내 말대로 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밥을 구할 길이 없었다. 나가서 이웃들에게 부탁하거나 시장에 가서 사오면 모를까. 가족들 먹을 것도 없을 것이고 나와서 무슨 험한 꼴 당할지도 모르는데 과연 아무리 친했던 이웃이라도 나올까 싶다. 선택한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나갔다 올게.”

“야, 위험해. 안 돼, 이제 안 나가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다고 여기서 가만히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

“그래도…….”

“이틀 동안 잘 피해왔어. 그리고 광장 나가면 무료로 주먹밥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많으니깐 받아올게. 잠깐이면 돼.”

 

 

 

이민혁은 겉옷을 챙기고 빠르게 집을 나서 마당을 지나고 철문 사이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그 뒷모습이 그렇게 불안할 수 없었다. 민혁이는 재빠르게 달려나갔다. 철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언제나처럼 마당에서 민혁이를 기다렸다. 그래,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을까. 지금까지 잘 피해 다녔던 민혁이인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죽였다.

 

 

 

 

 

 

 

 

 

 

§

 

 

 

 

 

 

 

 

“유권아, 김유권! 있어?!!”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쭈그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황급하게 문을 열었다. 우리 집 쪽으로 들어오는 골목길 앞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딸이었다. 누나는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 채로 몸 이곳저곳에 피를 묻힌 모습이었다. 나는 얼른 누나를 마당으로 들어서게 하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누나의 눈동자가 서슴없이 떨렸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유권아, 민혁이가…….”

“아, 잠깐. 누나, 제발!”

“……군인들이 총에 맞아 죽었어.”

 

 

 

 

 

 

 

 

 

 

§

 

 

 

 

 

 

 

멍청한 이민혁은 주먹밥을 받고 돌아오다가 어린아이가 광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도망치다가 군인이 뒤에서 쏜 총을 피하지 못해 뒤통수에 총알이 박힌 채로 처참하게 죽었다. 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그렇게 잘 군인들을 피해 다녔으면서 단 몇 분 만에 다른 생명을 구하려다가 질긴 목숨을 잃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성을 잃고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누나는 그 가련한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막았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민혁이에게 달려가지 못했다. 저녁이 돼서야 민혁이가 즉사했다는 누나 집 앞 슈퍼에 가서 차갑게 식은 이민혁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듣고 누나도, 누나의 엄마도 울었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광경인지 모르겠다고 슈퍼 아주머니는 욕을 하면서 얼굴을 손에 묻고 흐느꼈다. 온몸이 시려왔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그리고 내 슬픈 울음이 끝나기도 전에 저 골목 끄트머리에서 군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나는 누나와 아주머니에 의해 슈퍼 안으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방은 내 울음으로 인해 짠 냄새가 가득 풍겼다. 그리고 내 코끝에는 계속 죽음의 냄새와 이민혁 특유의 살 내음이 맴돌고 있었다.

아침에 간신히 슈퍼에서 나오자 이민혁은 길목에 핏자국만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누나는 군인들이 민혁이를 어디에 몰래 묻어버렸을 거라고 말했다. 민혁이가 죽은 것도 서러운데 시체마저 잃어버린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뭔가 싶어서,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현실에 웃음이 나왔다. 시야가 또 뿌옇게 흐려졌지만 나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보았다. 민혁이를 데려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나는 이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민혁을 잃어버린 오늘을. 눈을 조심스럽게 감았다. 아, 슬픈 5월의 광주여. 익숙하게 총소리가 다시 광주에 울려 퍼졌다.




@. 

쓸데없이 일을 키우는 감이 없지 않아 많이 있습니다.....그래도 지금 이렇게 서러운 시점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네요. 광주인으로써 사실에 입각해서 썼습니다. 과장된 부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그리고 저는 아마도 또 5.18을 소재로 글 하나 언젠가....들고 올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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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언제 올라오나 기다리고있었는데ㅠㅠㅠ필명 그대로하셔서 다행이예요!!덕분에 알림왔길래 바로 왔어요!!!ㅠㅠㅠ비루한 글이라니요;;;;ㅠㅠㅠㅠ대박이예요ㅠㅠㅠㅠㅠ진짜 먹먹해요ㅠㅠㅠ진짜 글잘쓰세요ㅠㅠㅠ작가님 스릉흔드♥♥♥♥♥전 커플링 상관없이 다 읽는데...진짜 재밌게 잘 읽었어요!!!!대박대박!!!!
다른 글 기다릴께요!!!작가님도 메리크리스마스!!!!

11년 전
독자3
피코로 읽었어요!!커플링까지 배러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ㅠㅠ읽으먼서 몰입도 엄청되고 화도 나고 눈물도나고...ㅠㅠㅠㅠ써주셔서 금스흡느드ㅠㅠㅠ
11년 전
독자4
오일로 한번 더읽었네요ㅠㅠㅠ사랑해요진짜
11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저 그 총대에요ㅠㅠㅠ으헝휴ㅠㅠㅠㅠ 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흘러들어왔다가 읽엇는데ㅠㅠ제기대를저버리지 않네요ㅠㅠㅠ진짜 지금 시기가 시기다보니 더 감수성돋앗던거같아요ㅠㅠㅠㅠ아진짜 경이마음=제마음빙의쩌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직경이랑 직효버전으로 두번읽엇어요 ㅠㅠ 아진짜 제가 작가님이랑 같이 팬북작업한다는 자체에 너무 영광스럽ㅁ고 ㅠㅠ 진짜 짱이에요 뭐라 더 드릴말씀이없네 ㅠㅠ 짱이란소리바께 ㅠㅠ 진짜 저 저 찔끔울엇어요 리얼임 .. 제가 지금 배터리가없어서 톡을 못드리는게 매우 한스러움 ㅠㅠ 사랑합니다 .. ♥
11년 전
어휴 총대님 저 팬북에 껴주셔서 감사할 다름인데ㅠㅠㅠ사랑합니다♥♥♥♥♥♥♥♥♥♥
11년 전
독자6
커플링 배려까지ㅜㅜㅜㅜㅜ 너무 잘 읽고 가요 스크랩도 해감듕ㅜㅜㅜㅜㅜㅜ
11년 전
독자7
헐 진짜 헐 저 왈츠 헐 맥님 헐 제가 헐 헐.........정말 진짜 뭐라고 헐......말을 못하겠다.........맥님........님.......ㅠㅠㅠㅠ.......제여자...하실래여......?저 지금 매우 감동 받음............텍파 안내줘여......?헐.......진짜.......헐................................진짜 총대님 말처럼 님이랑 같이 팬북 하는게 완전 와 감동존경영광을 뛰어넘어서 경이로움........도그쩐다 정말..................헐...제가 원래 이런...애가 아닌데......와...........님짱.....대박........헐.............맥님............짱...........
11년 전
독자8
ㅠㅠ 5월의 광주.... 슬프네요....
11년 전
독자9
최애맥이예요 하 ㅠㅜㅠ 한번 더 보니까 진짜 눈물나요... 이런역사는 진짜 잊혀지지않고 항상 상기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퀄이시라 와... 또 눈물이 나네요 팬픽인게 너무아까울 정도예요 혹시 뭐 따로 그런 관련일을 하시나요? 궁금하네요 ㅠㅜ
11년 전
그런일안해요 그저 학생일뿐입니다^^;;
11년 전
독자10
으허허헣 진짜 팬픽이 팬픽인게 아까운거 처음이예요 ㅠㅜㅠ
11년 전
어휴 그정도는 아니에요ㅠㅠ
11년 전
독자11
아니예요 ㅠㅠㅠ 다음 작품 너무 기대되요 아 부담은 갖지 마시고 ㅠㅜ 그냥 계속 글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기다릴께요
11년 전
독자12
피코로 읽었는데 마지막에 울음이 터져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지금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정말 마음이 착잡하고 서글프고......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정말 지금 이 현실이 믿기지 않고 억울해 죽겠는데, 광주 분들 심정은 어떠실 지 상상도 안 가서 타자 하나하나 치기가 조심스럽네요. 절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3
이건 팬픽을 떠나서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좋은글이엿어요 작가님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ㅇ잊지안ㄴㅎ을거에요 절대 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4
내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ㅠㅠㅠㅠㅠㅠㅠ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내 여자님 나 포태일ㅇㅌ토엥ㅇ여 미친 내여자님 진짜 미쳤어 이걸 어떻ㄱㅔ 말해야되지 내 여자님 글솜씨는 쩐다는 걸 이미 알고있었지만 이건 그 수준을 넘어섰어 미쳤어 맨날 나한테 똥손이라고 뻥치고!!!!!!!ㅠㅠㅠㅠ아 이게 팬픽이라니.. 완전 문학 작품인데 컾 배려해준것도 마음착해 헝 내 여자 천사야ㅠㅠㅠㅠㅠㅠ 근데 이건 진짜 내가 좋아하는 컾글이든 아니든 꼭 읽어봐야 할듯 전 광주인이 아니라서 광주 사는 친구들 위로해주는 데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거 읽고 감정 이입 쩔게 되서 아 진짜 이 조ㅈ가튼 세상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난다 5.18 당시 그 상황에 시위하기가 많이 무섭고 어려웠을텐데 힘써주신 모든 분들 편히 잠드세요.. 그리고 광주인들 진짜 힘내세요..ㅠㅠㅠ 한낱 개미가 응원한들 뭐가 달라지겠냐만은 그래도 힘내ㅐ세요..내 여자도 울지마여 힘내 내가 지켜줄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맥씨 내 연약한 눈물샘 책임져요 사랑해여 맥씨 진짜 평생 내 여자야 아무도 못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평생 가슴에 담고 살거에요 하.. 착잡한 밤 부디 평안하시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5
ㅠㅠㅠㅠㅠㅠㅠㅠㅠ피코로 읽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하......
11년 전
독자16
탤탤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ㅇ나ㅠㅜㅠㅠㅠㅠㅠㅠㅠ오일범권로 읽어도 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좋아요 몇번봐도 최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7
맥님정말대단하시너같아여...독방에서도소문이자자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픽중에서처음으로작가님픽접해봐요 제가원래 커플링이런거 잘안보고그랬는데작가님덕분에 보게될거같아요사랑해요정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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