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남고생.04 (부제 : 남고생과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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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고백할 거야."
"미쳤네."
"진짜야."
"어, 누가 물어본 사람?"
씨, 아 존나 떨린다. 정국이 교복 셔츠를 구기며 얼굴을 붉혔다. 태형은 그런 정국이 징그럽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백할 거라며 잔뜩 들뜬 얼굴로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멱살을 하나씩 잡았다 놓는 정국에 태형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국이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떼며 웅얼거렸다.
"뭐라고 고백하지?"
"존나 사랑한다고 해."
"악, 내 입으로 그런 말을 어떻게 해?"
"미친놈이, 너 맨날 하잖아."
아니... 아 모르겠다 부끄러워, 힝!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정국이 뒷문을 열고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지민이 두리번거리고 태형은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호석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태형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다리를 꼬고 앉아 발을 까닥거렸다.
"야, 김태형 너가 볼 땐 전정국 오늘 차일 거 같냐?"
"백퍼 차인다. 김여주가 전정국 받아줄 거면 진작에 받아주지."
"너네 누나도 정국이 좋아한다며."
"야이씨. 그건 그냥 동생 친구, 옆집 동생 뭐 그런 개념이지 남자로 전정국 좋아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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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날씨도 존나 맑은게 꼭 잘 될 것만 같다. 으흥흥, 음흉한 소리를 내며 좋아 죽는 정국의 동글동글한 뒤통수에 태형은 고개를 저었다. 태형의 옆에 앉은 호석도 애잔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호석이 다시 태형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냅둬, 다 경험이지."
"넌 정말 친구도 아니다."
호석의 말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태형은 턱을 괴고 밖을 바라봤다. 오늘 날씨 죽이네, 차이기 딱 좋은 날씨 아니냐. 태형의 말에 멀쩡히 노래를 부르던 정국이 고개를 돌려 태형을 쏘아봤다. 태형은 눈썹을 들썩이며 능글맞게 웃어 보이고 책상 위로 엎드렸다. 괜한 호석만 정국의 튼튼한 팔에 멱살을 잡혀 눈물을 잔뜩 모았다. 때마침 오는 여주의 답장에 겨우 살아난 호석이 들숨날숨의 소중함을 깨닫고 숨을 몰아쉬는 동안에도 태형은 책상에 엎드려 검지로 느릿하게 책상을 쳐댔다. 자꾸만 스쳐 지나가는 제 친구와 누나의 모습이 태형을 괴롭혔다. 나는 전정국 같은 매형을 둔 적이 없어.
"아, 누나가 나보고 오늘도 귀엽대."
"존나 미쳤네."
"뭐 시발?"
"내가 예언하나 해볼까? 김여주 오늘 백퍼 남친생긴다."
"어 그 남친 전정국."
"아니 너 말고 새꺄."
태형의 말에 정국이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휙 돌렸다. 염병하네 김태형 내 맘 좆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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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도 단정하게 입었고 꽃도 샀다. 시들까 봐 꽃집 누나에게 물도 듬뿍 뿌려달라고 말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여주가 지나갈 벤치 앞에 가지런하게 서서 기다렸다. 괜히 헛기침을 하고 꽃 냄새도 맡아보고, 굴러가는 돌멩이도 뻥뻥 차 봤지만 여주는 오지 않았다. 정국은 초초한 마음에 괜히 손목시계만 들여다봤다. 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여주는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정국은 입술을 내밀고 축 처진 어깨로 몸만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땅바닥만 보고 있었을까,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어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얼른 들었다.
"누나!"
반가운 얼굴을 하고 손을 힘껏 흔들어보지만 여주는 어색한 웃음으로 손만 까닥해 보였다. 정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냉큼 여주의 곁으로 달려가 여주의 가방을 받아들고 여주의 어깨를 주물 거렸다.
"누나, 많이 피곤하죠."
"어, 어. 너도 피곤할걸? 그냥 먼저 들어가지."
"아니, 누나 이거 주려고."
"아, 꽃."
정국이 꽃다발을 서툰 손길로 불쑥 내밀었다. 여주는 움찔거리며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고마워 정국아. 여주의 그 한 마디에 정국은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예쁘다. 정국은 일부러 발걸음을 늦춰걸었다. 집에 빨리 들어가기 싫었고 오늘은 꼭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사귀자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내가 아직 학생이든 누나가 성인이든 나는 괜찮으니까 나 한 번만 만나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정국은 애꿎은 손가락만 연신 쥐어뜯다 여주의 앞을 가로막고 오늘 하루 종일 속으로 연습했던 그 말을 천천히 꺼냈다.
"누나, 나 누나한테 할 말이 있는데."
"뭔데?"
"나 진짜 장난 안 치고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그래 정국아."
"나 누나랑 사귈래요."
백색 가로등 아래 반짝이는 정국의 눈동자가 여주를 가득 담았다. 여주는 시선을 내리깔고 머뭇거리다 흘러내린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 살짝 꽂았다. 여주의 손이 어색하게 머리에서 떨어져 치맛자락을 꾹 쥐었다. 여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 쿵쾅거리는 정국의 심장소리가 둘 사이 침묵을 깨고 요란하게 뛰어댔다. 정국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며 여주를 바라봤다. 재촉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누나의 대답이 궁금했다, 누나는 어때요? 나랑 연애할래요? 정국의 눈빛이 여주를 쏘아댔다. 여주는 머뭇거리던 입술을 살짝 떨어트렸다.
"미안."
정국의 눈이 동그래졌다. 여주는 입술을 꾹 깨물고 정국을 바라봤다. 다시 그 입술이 벌어지며 무어라 말하려는 것을 정국이 달라들어 막아버렸다. 여주의 벌어진 입새로 정국의 혀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정국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여주의 입안을 헤집었다. 여주가 거절하지 못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여주의 입을 가득 채웠다. 여주는 눈을 크게 떴다가 사르를 감으며 온몸에 힘을 빼고 정국의 몸짓에 따랐다. 정국의 팔이 여주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았다. 여주는 정국의 어깻죽지를 꾹 잡으며 겨우 몸을 지탱했다.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고 정국이 붉어진 얼굴과 눈으로 여주를 내려다봤다.
"미안해요."
"..."
"나 누나가 너무 좋아."
정국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여주가 정국의 뺨을 따뜻한 손길로 쓸어내렸다. 천천히 떨어지는 고개에 여주가 정국의 볼을 잡고 다시 입을 맞췄다. 떨리는 입술이 느껴지자 정국은 눈물을 꾹 참아내며 여주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헤집었다. 좋아한다는 말이 먹혀들어갔다, 누나가 너무 좋아. 정국의 혀로 느껴지는 감정에 여주는 입술을 떼고 잔뜩 번진 입가를 손등으로 닦아주었다.
"나도, 나도 너 좋아해 정국아."
여주의 말에 정국이 활짝 웃어 보였다. 여주가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내가 너랑 사귀어도 될까? 넌 어리잖아. 정국이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다. 내가 좋아요, 내가 좋아해요 그리고 난 상관없어요. 정국의 말에 여주가 웃으며 정국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럼 누나랑 연애할래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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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비쟉 원래 안 이어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마이벌스데이니까 특별하게 이어줬어요 ^^,,
생색 오뎌따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짝짝 오늘은 분량이 양아치니까 포인트도 양아치인 컨셉
생일이 이제 칠분남았으니까 올려요 엉엉
내 소중한 첫 스무살 생일도 안녕
정구가 오늘도 너무 잘생겼네 그리고 원래 이거 어제 올리고 오늘은 특별한 단편을 하나 쓰려고 했는데 아마 그건 내일...아니... 이번주 주말... 그렇게 점점 미뤄지고
글고 곧 덕후 정구기 마지막 다른 버전도 올라와요
생일 축하해 다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