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정략결혼했는데 철벽치는 남편X들이대는 너탄.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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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입니다."
여주양, 반가워요. 정국은 자신의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있는 여주의 얼굴에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어서 이 상견례같지도 않은 자리가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을 뿐 이었다. 부모님은 뭐가 그리 좋으신지 웃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정국은 자신의 부모님이 이리도 칭찬이 후하신 분들인지 처음 깨달았다. 자신 앞에서 웃고 있는 결혼할 여자는 누가봐도 예쁜 외모에 귀엽고 사근한 성격을 지닌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그런 여자였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칭찬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웃는 모양새가 참으로 곱고 예뻤다. 아마 정국이 아무것도 모른채 여주를 만났다면 첫눈에 반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국은 죽어도 정략결혼만큼은 피하고 싶었고, 본인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소박한 꿈이었다.
냉정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 했다.
정국은 제 앞에 놓인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며 여주와 부모님의 대화를 엿들었다. 여주가 우리나라 제일가는 C그룹의 외동딸이며, 생긴 것과는 꽤나 다르게 경영에 재주가 있어 아버지의 사업을 거의 물려받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정국은 물을 한모금 마시고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혔다. 왜 자신이 여기 앉아서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들어야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정국이 넌 뭐 궁금한거 없니?"
어머니의 말에 정국은 고개를 들어 앞에 앉은 제 정혼자를 바라봤다. 기대에 잔뜩 차 제 질문을 기다리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정국은 덤덤하게 말했다.
"네."
여주의 얼굴에 당황한듯한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금세 사라졌다. 누가 대기업 후계자 아니랄까봐 표정관리에 매우 능숙했다. 큼큼. 부모님도 당황하신듯 아버지의 헛기침이 들렸다. 정국은 왠지모를 승리감에 입꼬리를 쭉 올렸다. 때맞춰 나온 식사에 다들 말없이 음식만 먹었다. 정국은 음식을 씹으며 제 앞에 있는 정혼자를 도둑눈으로 힐끔거렸다. 음식을 집는 손짓 하나하나에 기품이 넘쳐 흘렀다. 조용히 씹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정국은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봤다. 아니다, 안돼. 정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사랑스러운 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는 동안 식사는 모두 끝나고 결혼 날짜 이야기를 끝으로 정국에겐 지옥과도 같던 상견례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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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가 끝나고 제 차에 올라탄 정국은 옆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여주의 모습에 당황했다.
"뭡니까?"
"어.. 음. 정국씨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사근사근하고 다정한 목소리. 정국은 여주의 말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여주는 왜그래요? 하며 정국을 이리저리 살폈고 정국은 하, 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차피 좋아서 하는 결혼도 아니고 보여주기식 결혼인데 여주씨는 뭐가 그렇게 좋으신겁니까. 저랑 진짜 연애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거예요?"
"네!"
"네?"
"저는 정국씨가 좋은데요?"
여주는 똘망한 눈을 하고 정국을 쳐다보았다. 정국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웃으며 여주를 바라보고 여주는 여전히 아이같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정국과 눈을 맞췄다.
"하."
"아.. 정국씨는 제가 싫은 거예요?"
"..."
"역시. 싫으시구나. 그럼 뭐 내리죠."
정국의 침묵이 긍정임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는지 여주는 금세 시무룩한 얼굴로 안전벨트를 잡았다.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왜 제게 이런, 정국은 안전벨트를 풀려고 하는 여주의 손을 제지했다. 그래 내가 졌다. 뭐 이 말이 가장 적당한 표현인 듯 하다. 정국의 행동에 여주는 다시 미소를 띄웠다. 정국은 아까 상견례자리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표정변화가 다양한 사람이었나. 결국 정국의 한숨과 함께 차는 출발했다.
"저기요 정국씨."
"네."
"결혼하면 서방님이라고 불러도 돼요?"
"네?"
"아니야, 지금부터 부를래요. 서방니임."
정국은 애교섞인 목소리로 자신에게 서방님이라 부르는 여주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여주는 제 애교에도 꿈쩍않는 정국의 반응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애교를 연사했다.
"서방님은 뭘 제일 좋아해요?"
"뭘 좋아해요?"
"음식이라던지.. 아니면 취미? 뭐 그런거요."
"글쎄요."
"대답이 그게 뭐예요."
"..."
정국은 냉정한 반응에도 꿋꿋하게 말을 거는 여주가 점점 대단해 보였다. 이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정국의 시원치않은 대답에 뾰루퉁한 얼굴을 한 여주는 입술을 몇번 씰룩거리더니 다시 헤헤 웃으며 정국을 불렀다.
"정국씨. 근데 정국씨는 정말 나한테 궁금한거 없어요?"
"네."
"왜요?"
"별로 알고싶지 않아요."
"서운하네. 난 정국씨의 모든 걸 다 알고 싶은데."
"왜요?"
"말했잖아요. 좋아한다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당당하게 제 마음을 드러내는 여주의 말에 정국은 당황의 연속이었다. 서방님과 정국씨를 번갈아가며 부르고, 연신 질문을 해대는 여주탓에 정국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략결혼도 싫었고 제 옆에서 쫑알대는 여주도 싫었다. 근데 자신과 다르게 들떠서 좋아한다는 둥 연애하자는 둥 꿈에 부푼 소리를 하는 여주가 너무나도 이상하고 싫었다. 그냥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정국은 브레이크를 확 밟으며 해서는 안될 말까지 했다.
"아야, 정국씨 그렇게 멈춰버리ㅁ,"
"뭐가 그렇게 좋아요."
"네?"
"재밌어요? 신나요? 결혼이 장난입니까, 여주씨는?"
"정국씨."
"저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 하는게 너무 화나고 짜증나는데 여주씨는 그렇지도 않아요?"
"저는요 정국씨,"
"됐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제 의견 하나 펼치지도 못하고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에 따라 바르게 커오신 아가씨께서 뭘 알겠어요."
"...저기,"
"저는 이 결혼 못 합니다."
정국은 여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주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정국은 그 모습을 보며 또 다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기사사진에서나 보던 여주의 차가운 무표정함이 얼굴에 씌워졌다. 정국은 당황했다.
"그러는 정국씨는 되게 반항하면서 큰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정국씨나 저나 크게 다르지않게 컸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리고 사랑이라뇨. 너무 낭만적이시네요. 그래서 뭐 사랑하는 애인이라도 있으신가? 그래요 그럼, 정국씨는 그 애인이랑 결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결혼 날짜도 나오고 그쪽이랑 저랑 결혼한다는 기사도 다뜬 마당에 무슨 사랑타령."
"..."
"전정국씨. 로멘티스트인건 잘 알겠는데, 애처럼은 굴지맙시다."
"..."
"이것도 다 비지니스의 일종인데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일 엎을 순 없잖아요? 전정국씨 사회생활 해봤으면 잘 알거아니예요."
여주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고개를 까닥해보이며 정국에게 되묻는다. 안그래요 정국씨? 정국은 핸들을 쥔 손에 힘을 꾹 주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애인, 정국의 애인도 평범한 여자는 아니지만 여주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제 부모님이 허락해줄 일도 절대 없었다. 정국은 입술을 씹으며 말했다.
"그래도 저는 못합니다. 결혼."
"..전정국씨 마음대로 해보세요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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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 사람 누구야?"
"너 말투 또."
"누구냐니까?"
"전정국, J그룹 막내아들."
"아.. 전정국?"
여주의 눈이 반짝였다. 여주는 찬찬히 정국을 뜯어보았다. 일단 외모 합격, 키도 합격, 몸도 합격. 여주의 옆에서 샴페인을 홀짝이던 윤기가 여주에게 살짝 물었다.
"마음에 들어?"
"어."
"너무 애같잖아."
"좋은데?"
여주는 파티장 안을 돌아다니는 정국을 집요하게 쫓았다. 정국은 이곳 저곳에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여주 앞에 섰다. 정국은 살짝 가볍게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J그룹 전정국입니다."
"네."
여주는 정국에게 살짝 웃어보였다. 정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많이 짜증나있는 상태였다. 사교파티라면 질색을 하는 정국이 사교파티에 등장한 것에는 본인 형의 역할이 컸다. 형대신 참여한 사교파티에서 정국은 여주를 만났다. 아니 여주가 정국을 만났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정국의 눈에 여주가 보일리가. 그럼 이만, 정국은 여주가 말을 걸기도 전에 자리를 피했다. 여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수치에 여주는 어쩔줄 몰라했다. 옆에서 윤기가 조용히 웃었다.
"김여주 까였네."
"아니야."
"뭐가 아니야."
누구라도 여주를 보면 먼저 이야기를 붙이고 싶어 안달나했었는데 정국은 여주를 싸그리 무시한채 떠났다. 샴페인이 담긴 잔을 쥐고 있는 여주의 손이 떨렸다. 여주는 화가 났다. 지가 뭔데 날 무시해? 여주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이성을 되찾았다. 어른스럽게 전정국을 엿먹이는 방법. 여주의 눈이 빛났다.
"나 쟤랑 결혼할래."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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