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52세 남환 가슴통증 호소하세요."
"네, 제가 볼게요. 환자분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체한 거 같이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찢어질 거 같아요."
"속이 좀 메스꺼우세요?"
"어... 네."
"원래 심장 쪽 질병 있으셨나요?"
"자주 답답하기는 했었는데 병원에 간 적은 없어요."
"보호자분, 환자분 통증 호소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 10시쯤? 그 때 부터 계속 아프다고 했던 것 같아요."
"최쌤, 일단 가슴 엑스레이랑 채혈하고 심전도 검사 좀 준비해주세요."
"네."
"먼저 기본검사 해서 확인해보고 담당과 연결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여주는 썩 후련하지 않은 얼굴로 스테이션으로 와서 차트를 작성하고 있다. 옆에 서있던 지훈은 그런 여주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연다.
"왜. 어떤데."
"아무래도 급성 심근경색인 거 같은데..."
"진짜?"
"어. 부정맥 오기 전에 잡아야 할 거 같아. 벌써 증상 나타난 지 거의 한 시간 됐어. 진영아, *CS 당직선생님 콜 좀 해줘."
"네."
*CS(cardiovascular surgery) : 흉부외과
**
"여주야. 밖에 좀 나가봐. 동생 왔어."
"형섭이?"
"응. 너 불러달라던데."
"어, 고마워."
형섭이가 찾아왔다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보니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 나이차이가 적지 않다보니 애기 때는 내가 거의 키우다시피 했었고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시간도 없어서 항상 애틋한 사이였다. 내가 병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얼굴 볼 날이 더 적어지니 그만큼 애틋함도 더 커졌고. 어렸을 때부터 '나는 누나처럼 멋진 사람이 될 거야.'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던 동생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뭐든지 못하는 게 없어야 했고, 뭐든지 잘해내야 했다.
"누나!!"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오늘 야자 없어?"
"응. 누나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거 있어서 왔어."
"뭔데."
"짜잔."
형섭이가 보여준 건 제 성적표였다. 워낙 공부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 과목 1등급에 전교 1등까지 한 성적표를 보니 새삼 내 동생 너무 자랑스럽다는 생각에 입 꼬리가 점점 올라간다.
"우와. 왜 이렇게 잘했어? 어구, 예쁜 내 새끼."
엉덩이를 토닥여주자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히히 소리를 내며 웃어 보인다.
**
"선생님. 15세 여환 복부 통증 호소합니다."
"네. 제가 볼게요."
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응급실은 바쁘고 여주는 쉴 틈이 없다.
"환자분. 배 어느 쪽이 어떻게 아프신지 알려주셔야 해요."
"전부 다 아픈데 오른쪽이 제일 아파요..."
"제가 배 좀 눌러볼게요."
"아파요..."
"이쪽은요? 처음이랑 지금이랑 뭐가 더 아프세요?"
"지금이요..."
"이번엔 배를 눌렀다가 뗄 건데 조금만 참으세요."
배의 오른쪽 부분을 깊게 눌렀다가 뗐더니 훨씬 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였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담당과 바로 연결해드릴게요."
"네..."
여주는 스테이션으로 와서 차트를 작성하며 간호사에게 오더를 내린다.
"*압빼네요. 수술해야겠어요. *GS 당직 선생님 콜 좀 부탁드립니다아."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여주의 의도치 않은 애교스런 말투에 스테이션 간호사들은 물론이고
2년차 진영까지 일차적으로 웃음이 터졌는데
"네에. 알겠습니다아."
거기에 여주의 말투를 따라한 수간호사 때문에 스테이션은 소리 없는 웃음바다가 됐다.
*압빼(acute appendicitis) : 급성충수돌기염
*GS(general surgery) : 일반외과
"선생님. 전화 연결됐습니다."
"아, 고마워요. 선생님, *ER 김여주입니다."
-"어. 무슨 일이야?"
"압빼 환자 있어서요. 수술 필요할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압빼?"
"네. *리바운드도 팍팍 튀고 *로브징에 *던피사인까지 있습니다.
-"알겠어. 내려갈게."
"네."
*ER(Emergency Room) : 응급실
*리바운드, 로브징, 던피사인(Rebound tenderness, Rovsing sign, Dunphy sign) : 충수돌기염을 시사하는 진찰 소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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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여러분 앗늉'-'
오라는 다니엘은 안데려오고 이게 무엇이냐하면...
후아유 끝나는대로 가져올 차기작 스케치입니다!
지금 써놓은것만 한글로 12페이지...네요...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메디컬물 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써보고 싶었는데 기왕 마음 먹은김에 이번에 쓰기로 했어요!!
주인공은 아직 몰라구요
매 편마다 에피소드 식으로 진행 될 예정이라 많은 친구들이 나올겁니다.
수술장면은 제가 아무리해도 쓸 자신이 없어서 수술장면은 거의? 완전? 안나올거구요
병명이나 의학용어, 진찰장면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닥터스', '뉴하트' 를 참고했습니다!
후아유 마지막 이야기는 금요일 전에 꼭 가져오겠습니다!
그리고 이 차기작은 다음주쯤 만나요!
아... 혹시 제목을 같이 정해주실래요? 전 작명센스가 영 꽝이라..ㅠㅠ 여러분의 신박한 제목 아이디어 기대해봄니다
굳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