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강다니엘/박우진] 코드 블루 A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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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블루 A

(부제 :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위하여)

한성대학병원. 그 이름만으로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고. 누군가에겐 최고의 병원이지만 누군가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 될 수도 있다. 응급의학과 4년차 김여주같은 사람에겐 말이다.

"선생님, 환자 사이드(side effect:부작용) 생기는 거 같아요!!!"

"갑자기 사이드가 왜 와요?"

"정쌤이 페니실린(penicillin:항생제) 주사하라고 오더 내리셔서...."

"환자분. 제가 좀 볼게요. 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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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야, 너 잘 왔다. 페니실린 쇼크 같아. 호흡곤란 심한 거 같으니까 빨리 처치 좀 해."

여주는 지훈에게 환자를 맡기고 급히 스테이션을 찾았다.

"아까 정시은 차팅하는 거 확인했어요?"

"....아니요, 못 본 거 같아요."

여주는 수간호사에게 '걔 호출 좀 해주세요.' 라고 부탁을 하곤 환자의 차트를 꼼꼼하게 살피다가 곧 인상이 찌푸려졌다. 동시에 환자 응급처치를 마치고 온 지훈 역시 여주가 보고 있던 차트를 살폈고 무언가를 확인하곤 '누군지는 몰라도 명복을 빌어줘야겠네.' 하고 여주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다시 환자들을 살피러 갔다. 여주는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환자를 살리느냐 그러지 못하냐를 1차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중요한 공간이고 그래서 응급실의 호출은 그 어떤 호출보다 위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주가 호출을 부탁한 지 벌써 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수쌤. 무슨 일이에요?"

"내가 불렀다."

"아, 선생님. 무슨 일로..."

"넌 지금 응급의학과 1년차라는 새끼가 호출한 지 5분이 지나서 무슨 일이에요?"

"죄송합니다."

"너 아까 3번 베드 환자 페니실린 오더 내렸다며."

"네...."

"반응검사 했어, 안했어."

"......반응검사요.....?"

"너 진짜 뒤지고 싶냐? 오더 내리기 전에 반응 검사도 안 해? 그것도 페니실린을 쓰면서? 하다못해 주사 넣고 괜찮은지 확인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을 좀 안하면 안 될까? 이게 몇 번째야, 지금!!!"

"김선생. 나 좀 보자."

"왜요."

"아, 이리와 봐."

환자를 살피고 돌아가던 정형외과 펠로우 준영은 응급실 밖으로 여주를 끌고 나왔다.

"김선생. 쟤 누군지 몰라?"

"누구요. 정시은?"

"그래, 걔. 병원장 딸이란다."

"근데요."

"뭐가 근데요야. 알아서 몸 사리라고."

"선배."

"너도 여기서 교수까지 하고 싶은 거 아니야? 쟤 갈구면 교수는 고사하고 당장 펠로우 되는 길까지 도움 될게 하나도 없어."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알러지 증상의 심한 형태) 예요. 근데도 제가 몸 사려야 돼요?"

"......좀 살살하라고."

"됐습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니까 선배나 열심히 몸 사리세요."

여주가 1학년 때 4학년이던 준영. 그 때부터 지금까지 사사건건 부딪히던 둘이었다. 준영은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권위적이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권력자들에겐 한없이 빌빌거리고 굽실거리기로 유명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서. 그에 반해 여주는 대학시절부터 누구의 라인을 탄다거나 높은 사람에게 잘 보여야할 이유를 딱히 찾지 못했다. 굳이 찾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고. 그래서 부당한 일이 생기거나 불합리하다 여겨지는 일이 생기면 할 말은 하고 살았다. 그게 선배가 됐건 교수님이 됐건 환자의 보호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성대병원 ER(Emergency Room:응급실) 예또(예쁜 또라이)로 유명한 거고.

"선생님. TA(traffic accident:교통사고) 환자 바로 도착한답니다."

"네, 가요."

"응급환자입니다!!!"

"이쪽이요!! 상태는요?"

"머리 쪽 출혈이 너무 심해서 일단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론 응급처치 했습니다. 다리골절도 있습니다."

"바이탈은요?"

"70에 40, 120회입니다."

"엉망이네. 일단 베드 옮길게요. 조심하시구요, 하나 둘 셋!"

"그럼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고생하셨어요!! 강쌤, OS(orthopedic surgery:정형외과) 부터 응급 콜 하세요!! 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 환자분!!!"

여주는 환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러보지만 환자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인 지 아무 반응이 없다.

"박선생 여기!!! 최쌤, 거즈랑 이비(EB:붕대) 좀 많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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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머리에 출혈이 너무 많아. 복부는 초음파 좀 봐."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야, 폐에 피 고였다. 24프렌치 체스트 튜브(chest tube:흉관) 준비해주세요."

"지금 오픈 프렉쳐(open fracture:개방성 골절) 까지 있는 거지... 아, 돌겠네. 진영아, 마취과 빨리 연락해서 수술 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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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생님."

"일단 CT부터 찍자. 김여주 넌 NS(neurosurgery:신경외과) 랑 GS(general surgery:일반외과) 콜 해."

이미 하얗던 가운은 피범벅이 된 지 오래다. 머리 출혈에 갈비뼈가 부러졌고 다리 골절까지 있는 환자는 1분 1초가 급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수쌤. GS 좀 빨리 콜 해주세요."

"네."

"저 ER 김여주입니다. TA환자 응급수술이 필요해요. 지금 수술 가능한 스탭 선생님 계실까요?"

-"지금 다 수술 들어가셨는데 어떡하죠?"

"아... 그럼 제일 시간 적게 남으신 선생님이 누구세요?"

-"강다니엘 선생님 수술이 제일 적게 남았어요."

"네, 알겠습니다."

신경외과의 수술장은 언제나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다. 아주 작은 혈관과 신경들을 다루는 수술이다 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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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닥터 강다니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들 말하는 노력형 천재. 미국에서 자라고 공부를 한지라 남들보다 빠르게 스탭자리까지 올랐다. 뛰어난 머리에 노력까지 더해지니 수술 성공률 97.8%라는 빛나는 커리어까지 갖게 됐다. 그런 사람이니 병원장이 스카우트하러 직접 미국까지 다녀왔겠지. 오자마자 유명 대기업 회장 수술을 성공시키고 한성대병원의 자랑거리로 등극, 원장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 본인은 매우 싫어하지만.

"선생님. ER 김여주선생입니다."

"받아주세요."

-"선생님. ER 김여주입니다."

"얘기해."

-"34세 남환 TA환자 BP(blood pressure:혈압) 110이상 유지되고 세츄레이션(saturation:산소포화도) 은 일단 체스트 튜브 박고 현재 90이상 으로 회복됐습니다. 지금 CT결과 받았는데 출혈부위가 SSS(superior sagittal sinus:상시상 정맥동. 경막 사이 혈관 중 머리 꼭대기 부분을 지나가는 정맥) 로 확인됩니다. 사지모토도 거의 없는 거 같고... 응급수술 필요합니다. 지금 NS 스탭 선생님들 다 수술 들어가셨는데 선생님이 제일 먼저 끝나실거라고 들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가능.... 하실까요?"

"수술방은."

-"2번방에서 황민현선생님 준비하고 계십니다."

"20분. 그 정도는 네가 케어가능하지?"

-"네. 할 수 있습니다."

"20분 있다 환자 OR(operation room:수술실) 로 올려 보내."

-"네, 감사합니다!!!"

"들었지? 20분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

"네!!"

다니엘은 누가 보면 제가 환자 보호자인 줄 알 정도로 수술하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여주가 항상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괜히 ER 또라이가 아닌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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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환자 CT 좀 보자."

"아, 선생님. 여기요."

"간 손상이 심하네... 수술 준비됐니?"

"신경외과에서 먼저 수술하고 바로 이어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정형외과랑 컴바인 오피(combine operation:합동 수술) 하실지 확인 하셔야해요. 오픈 프렉쳐까지 있습니다."

"아이고.... 신경외과는 누가?"

"강다니엘선생님께서 하십니다."

"걔 지금 수술중이던데?"

"20분 컷...."

"미친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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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외과 닥터 김종현.

잘생긴 외모는 물론이고 다정한 행동, 다감한 말투로 한성대병원 뭇 여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너도 고생한다. 무슨 4년차가 1년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냐."

"응급환자라 그렇죠, 뭐."

"그래, 수고해. 나도 수술 준비해야겠다."

"네. 고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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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은 한껏 지쳐 보이는 여주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곤 응급실을 나선다. 거기에 스테이션 간호사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여주를 바라본다.

"김쌤, 뭐예요~?"

"뭐가요?"

"지금 쓰담쓰담!!!"

"아... 별 의미 없어요. 원래 아무한테나 잘해주시잖아요."

"그래도 쓰담쓰담은 처음인데!!!"

"일합시다, 일."

"네에."

여주에게 종현은 존경하는 선배, 은인 그 쯤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다.

인턴시절 일반외과 교육받을 때 여주가 듣던 대부분의 소리는 '너 여기 1등으로 들어왔다며? 그럼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지?' 혹은 '넌 잘하니까 알아서 해.' 딱 이 말뿐이었다. 그래서 매일 밤새서 학회자료 뒤지고 논문자료 뒤지고 그 두꺼운 의학서적까지 달달 외워가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런 여주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이 바로 종현. 그 당시 펠로우였던 종현은 당직이라 중환자실, 병실, 응급실을 바쁘게 오가며 환자들을 보다가 잠깐 숨 좀 돌리러 들른 의국에서 책을 보다가 잠든 건지 책 위에 엎어져있는 여주를 보게 됐다. 사실 그 때 종현의 머릿속에 여주는 아, 쟤 똑똑한 애. 딱 그정도? 그러다가 저런 모습을 매일같이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자주 보다보니 말을 트게 되고, 말을 트게 되니 여주는 종현에게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아서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게 된 거다. 종현은 그런 여주가 기특하기도 안쓰럽기도 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최대한을 아주 친절하게 답해줬었다. 그 때부터 여주에게 종현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고맙고 존경하는 사람으로 각인이 됐고.

보통은 스탭이 당직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정말 아주 많이 드문 일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GS 당직 선생님 콜 좀 해주세요.' 하면 내려오는 사람이 거의 종현이다. 그리고 여주는 언젠가부터 응급실 당직을 매일 도맡아 하고있다. 아마 종현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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