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대잖아. 놔.”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끼여있었다. 박우진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 영민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박우진의 뒤를 따라갔다. 왜 저러는건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C
둘이 학교 안에서 갈 곳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래도 사람이 많이 없는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갔다. 박우진을 마주보고 서니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바닥만 보고있었다. 눈이라도 맞추려고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니 아예 정수리만 보이도록 고개를 푹 숙여버린 박우진이었다.
“아, 왜. 바구진 갑자기 왜그래.”
“...”
“바구지니 진짜 그러고만 있을거야?”
되도 않는 애교까지 부려가며 박우진에게 매달려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 진짜 왜 그러는데. 말을 해줘.”
계속 혼자만 하는 대화에 짜증이났다. 뭐든 대화로 풀고 싶은데 항상 이렇게 미루다가 나는 나대로 오해해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박우진 때문에.
“아니다. 그냥 피곤해서...”
“나랑 말 하기가 싫어?”
생각만 한다는 것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내 말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
눈이 땡그래져서 나를 쳐다보는 박우진이었다.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한동안 내내 수그리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하도 세게 드는 바람에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내 얼굴과 그대로 박치기 할 뻔 했지만. 맞았으면 최소 사망이었다.
“내는 그게 아니고, 그냥.”
수습하려는 듯이 이리저리 눈을 굴려 가며 횡설수설 말을 하기 시작했다.
“됐어, 그거 아니면. 피곤하면 가서 자.”
괜히 말이 예쁘게 안 나왔다. 항상 나만 이렇게 눈치보고 살갑게 구는 거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꽁하기도 했다. 말을 하기 전이나 하고 나서나 기분이 꽁한 건 여전했다.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고, 복잡해진 마음에 멍해있는 박우진을 뒤로하고 혼자 교실로 먼저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C
수업 종이 치고나서야 뒷문으로 박우진이 들어왔다. 큰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고는 조심스레 내 옆에 앉았다.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의 말씀이 들리지도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펜으로 교과서 구석에 연신 낙서만 해댔다. 박우진. 사과? 임영민. 왜? 이런 단어들로 교과서 한 구석을 가득 채우고나서야 그 짓을 그만둘 수 있었다. 손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더 복잡해지는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숨을 내쉴 때마다 옆에서 박우진이 움찔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모른 체했다.
“....여주..”
“..김여주, 일어서.”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아 존나 망했다. 정신줄을 놓고 있던 나머지 선생님이 읽으라고 한 지문을 놓친지 오래였고, 선생님은 화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의자 소리가 들리더니 나 대신 임영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쌤 제가 이거 읽고 싶습니다.”
“김여주. 너는 앉아. 영민이가 한 번 읽어보자, 앉아서 읽어도 괜찮다.”
“네.”
다행이었다. 그래도 영민이 덕분에 큰 일은 피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진짜 풀리는 거 없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아직 1교시라니 믿기지 않았다. 평소라면 엎드려서 잠이라도 잤을건데, 잠도 안오고 머리만 복잡해져서 기분만 우울해졌다.
수업이 끝나고, 박우진은 교실 밖으로 나갔다. 영민이는 비어있는 내 옆자리로 와 앉았다.
“여주야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뭐가 너 때문이야. 괜찮아.”
“다행이다.”
다행이라며 안절부절하던 표정이 펴졌다. 운동장에서 봤던 그 얼굴이었다. 이러니 좋아할 수 밖에.
“고마워,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뭐가 고마워.”
“그냥..다?얘기 들어준 것도 도와주는 것도.”
영민이와의 대화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복잡했던 머리가 어느정도 정리되니, 사과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박우진 성격에 절대 먼저 말 걸 애는 아니었다. 저렇게 계속 눈치를 보는 걸 놔둘 바에는 그냥 내가 굽히고 가야지.
“덕분에 박우진이랑 화해할 용기도 생겼고,”
“나는 너 화해 안 했으면 좋겠는데.”
“어?”
중얼거리는 영민이의 목소리에 되물어보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어보였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고마우면 번호나 달라며 내 앞으로 내밀었다.
"고마워면 번호 줘, 연락할게. 맛있는 거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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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일오/우빠/돌하르방/애정/캔디젤리러브/똥똥이/ ■계란말이■/0226/절편/방구뿡/따끔이/운명/우럭/809/ 잠만보/기화 〈!--EndFragment--> |
A01 |
글머리를 프로듀스101에서 브랜뉴/워너원으로 바꾸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시작하여 나야 나라는 노래가 나오고 101명이었던 때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1명의 멤버들이 데뷔 확정이 되었네요ㅠㅠ. 고민을 하다 프로그램명을 계속 쓰는 것보다는 말머리를 바꾸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조금 길어도 이렇게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른멤버들의 글을 쓸 때도 소속사/이름 이렇게 표기 할 것 같습니다. .
우진이와 약간의 마찰이 있던 사이 벌써 영민이는 이만큼 가까워졌네요. 우진이와의 사이가 좋아져야 할텐데... 엇갈리는 우진이의 마음이 안타깝네요, 우리의 여주는 알련지 모르는지. 앞으로 누구랑 이어질 지.. 어남박인가 어남임인ㄱ ㅏ... 완결이 난다면 주인공으로 글머리를 아예 바꾸려 했는데 그건 너무 스포인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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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천석만, 파랑망또 - 맘에 안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