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걸 '투썸플레이스' 라고 말한다.
-체육대회는 재미없고 체리는 납치를 당했다.
"분명 납치를 당한걸 꺼야"
"뭔 또 또라이같은 소리냐"
그렇지 않고서야 나한테 자주 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 빨간 머리카락 한 올도 안보여줄 수가 있지?
분명 체리는 납치를 당한걸꺼야.
체리에게 사랑에 빠진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나는 상사병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일주일 내내 알바를 알바를 하면서 자주온다던 그 체리는 한번도 우리 가게를 찾아오지 않았고
나는 매일밤 체리생각으로 밤을 설쳤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렀을까 우리 학교는 체육대회를 시작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체육대회였는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당일되서야 체육대회인 걸 알았던 나는 구두를 신고와서 과대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집까지 다시 갔다 왔다.
그정도로 내 머리속은 온통 체리 투성이였다.
벤치에 앉아서 빠삐코를 먹던 박우진은 뜬금없이 뱉은 나의 말에 어이없단 표정으로 바람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아니, 얼마나 잘생겼길래 애가 넋이 다 나갔나"
"너의 빨간머리가 그냥 커피라면 체리의 빨간머리는 티오피였어"
"허?"
"나 세상에서 그렇게 빨간머리가 잘어울리는 사람 처음봐"
박우진에겐 미안하지만 사실이였다.
물론 내 기준.
박우진은 그런 나의 말에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밀더니 정없는 놈이라며 날 밉지 않게 째린다.
하나도 안미안해 넌 인기많잖아 임마.
박우진은 사실 핵 아싸인 척 굴었지만 인싸중에 인싸였다.
낯가리는 건 정말 딱 한달 아니 한달도 안갔다.
처음엔 무섭게 생긴 인상탓에 박우진을 무서워하는 동기들에 박우진은 나 말곤 친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애가 조별과제랑 술자리를 나가더니 점점 사람들과 친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는 나랑 같이 소고기초밥 먹기로 했으면서 박지훈이랑 피자를 먹어서 한동안 내가 박우진이랑 인사도 안하고 말도 안하고 삐쳐있었는데
박우진이 일주일동안 내 집앞까지 따라오며 사과를해서 풀렸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개 쓰레기 같지만 그땐 정말 너무 서운했다. 그 친구질투라고 아는 사람들은 알꺼다.)
암튼, 그런 썰도 있을 정도로 박우진은 은근 주변에 친구도 많았고?
박우진을 좋아하는 동기들, 선배들도 은근히 있었다.
나한테 자리를 놔주라며 기프티콘을 보내던 동기도 있을정도였으니..
"체린가 홍신가 바빠보였다며 바빠서 못오나 보지"
"마자 되게 바빠보였어. 근데 그럼 나중에 나랑 사귀고 내 연락도 막 씹고 나 기다리게 하면 어떡해?"
"허언증 또 도졌네"
"복수냐?"
"응"
허이고 담백도 하셔라.
박우진은 가끔씩 이렇게 담백하다 못해 맥빠지는 대답을 자주했다.
방금처럼 같이 개그를 받아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답으로 대답한다.
그럴때마다 내가 어이없어서 어이없단 듯이 쳐다보면 머리를 갸우뚱하면서(박우진의 습관이다.)뭐가? 라고 말한다.
첨엔 이새낀 뭔 새끼야 이랬는데 지금은 넘쳐나는 박우진의 습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근데 진짜 납치당한건 아니겠지?"
옆에서 미친놈이라는 박우진의 목소리는 못들은 걸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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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
"와씨 계주 1등 오졌다!! 마셔마셔 "
"짠!!!!"
"워!!! 마셔마셔 야 임영민 너도 짠! 원래 이러면서 친해지는거다! 짠!!"
"내가 껴도 되는자린지 모르겠다"
"무슨 이제 니랑 같이 수업들을 애들인데 이때 친해져야지 언제 친해지노 ~"
"아.. 강다니엘.. 알겠어ㅋㅋ 짠!"
지금 이상황이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천사랑 하이파이브 하느라 설명해 주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건 바로 내가 그렇게 앓고 앓았던 체리였고, 내 광대는 금방이라도 승천할듯 하늘높이 솟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저랑 저 체리랑 같은과 선후배관계라는게 실화라는거죠?
그치 우진아????
"....."
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앉은 박우진을 보니
박우진도 나와 체리를 번가라 쳐다보며 놀라 입이며 눈이며 구멍이란 구멍을 크게 확장시켜댔다.
그런 박우진을 보며 나는 이게 꿈은 아니구나..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설레고 놀라울 뿐이였다.
체육대회가 끝이나고 우리과는 계주 1등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그래서 동기며 선배들이며 신이나 뒷풀이를 하자며 학교 앞 술집으로 향했다.
다니엘 선배는 갑자기 어디에 전화를 하더니 누구를 부르는 듯 했고
나와 박우진은 술자리라면 환장을해서 분위기에 취해 신나있었다.
나도 이때 만큼은 체리 생각없이 신나서 옆에 동기와 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니엘 선배는 손을 흔들며 반갑게 그 주인공을 맞이했다.
난 자연스럽게 그 소란스러운 관경에 고개를 들어 그 주인공을 쳐다봤고.
그대로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빨간머리는 나의 상사병의 상대이자 내가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커피숍 그남자였다.
"아 진짜? ㅋㅋㅋㅋ 진짜 웃기다"
"니 뭐하는데"
"뭐가"
"못났다. 입은 대빨 나와가지곤 그렇게 체리체리 하더니 말한번도 못거나"
"..."
팩트폭력을 해대는 박우진에 나는 그저 안주만 젓가락으로 괴롭힐 뿐이였다.
체리를 만나고 그것도 같은과 선배라는 걸 알았는데 내 기분은 땅으로 꺼지다 못해 쳐박혔다.
만나면 알아봐 줄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체리는 나와 눈이 3번정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는 사람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리 아니 영민선배의 옆에는 예쁘기로 소문난 선배들과 동기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난 병신같은 금사빠가 또 도졌구나 혼자 자책할 뿐 이였다.
그런 와중에 옆에서 꿍얼거리는 박우진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근데 진짜 첫눈에 반했단 말이야
"지은선배 저랑 아이스크림 사러가요"
"어? 갑자기?"
"네 저번에 지은선배가 사줬으니깐 제가 이번에 사드릴께요"
"오~ 박우진 뭐냐 너네 둘이 뭐냐~"
그렇게 한참을 날 노려보던 박우진은 갑자기 지은선배한테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는 자리와 얼굴이 빨개져 수줍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은선배에 나는 똥씹은 표정으로 박우진을 째려봤다.
이새끼 나는 지금 남자때문에 기분이 쓰레기인데 넌 이쁜 지은선배랑 진도빼겠다 이거냐?
그래 친구고 뭐고 다 부질없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사이로 지은선배와 박우진이 자리를 뜨고 그 둘이 없어도 그둘의 이야기로 술자리는 떠들썩 했다.
다니엘선배는 우리 우진이 다 컸다며 좋아했고 여자 동기들은 아쉬워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난 그들과 다른의미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술을 들이켰다.
으 맛없어
"왜 혼자먹어요"
"...네?"
"전 또 봐서 반가운데 짠할래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체리가 내 옆에서 잔을 흔들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난 내 옆자리가 지은선배가 사라짐으로써 체리인걸 알게 되었고
놀란 눈으로 체리를 쳐다봤다.
"그때 커피숍 뚜썸 맞죠?"
".....네"
"진짜 저희 자주 보겠네요"
그와 동시에 갑자기 문이열리고
방금 나갔던 박우진이 나와 체리쪽으로 뛰어 오더니 내 앞에 섰다.
"니 아이스크림 뭐 먹고싶은지 안물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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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파카],[■계란말이■],[슝러비],[yuns],[0226],[일오],[선양],[우럭],[흥흥],[체리],[너구리],[총뉘],[희동이]
여러분 암호닉이 뭔지몰라서 인터넷 배우고 왔어여 (ง •̀_•́)ง
<작가 왈>
이 글을 지웠다 썼다 10번정도 한 것 같아요.
저랑 비슷한 소재의 글도 많이 나오고 제 글에 자신감이 없어서 쉽게 묻혀 질 것 같았는데
간간히 쪽지와서 보면 재밌다고 댓글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때문에 열심히 써봤습니다. ㅠ
재미없는 글 재밌게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이제 종강해서 빠른 연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당 ㅎㅎ
영민이가 떨어졌다고 해도 전 이 글 끝까지 쓸꺼구요
우진이, 영민이 끝까지 응원할꺼에요
앗 그렇다고 전 둘만 좋아하지 않고 다 좋아해요 다 ㅠ 여러분도 좋아해요 치킨도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