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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젠5 전체글ll조회 827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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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 Moon 04

w. 2젠5

 











"오늘 술 마실래?"




삭이었다. 이동혁은 고사하고 이민형도, 심지어 이태용 조차도 없는 삭이었다. 객기였다. 술을 마시면 귀신들이 더욱 달라붙었지만, 옆에 누군가라도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갑자기? 평소엔 너희 집에 발도 못 들이게 했잖아. 문학관 계단을 내려오던 이제노가 자리에 멈춰섰다. 이제노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아야할까, 사실 난 귀신을 본다는 것을. 내가 귀신을 본다는 걸 애써 말하지 않아도 이제노는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와 이동혁, 이제노 그리고 황인준까지 넷이 술을 마시다 내가 잠들어버리면 이동혁이 이제노와 황인준에게 얘기를 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 알겠어, 여튼 겁쟁이라니까.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웠던 이제노가 박수를 짝, 하고 치곤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왔다. 빨리 가자. 안주 사러. 이제노가 내 머리를 헝클였다.





-






이동혁을 봤다. 이제노와 편의점 봉투를 사이 좋게 나눠들고 덜렁덜렁 가고 있었는데, 시민 포차 앞에 앉아있는 이동혁과 황인준을 봤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동혁의 뒷통수를 봤다. 나와 이제노를 발견한 황인준이 이동혁이 눈치 채지 못하게 내게 신호를 준 탓이었다. 거의 일주일 만인데, 얼굴도 못 보는게 괜히 아팠다. 네 얼굴은 어떨까,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이제노가 자꾸 뒤를 돌아보는 나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동혁이가 나한테 너 잘 지내냐고 물어봤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만나면 인사를 하겠다던 너였는데, 너는 어느새 내게서 너무 멀어져버렸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된걸까, 잠깐만 헤어지자는 너의 말은 무슨 의미였던거지.




"들어와"




이동혁과 이민형 외에는 우리집에 들어온 남자라곤 없었다. 사실 이동혁도 이민형이 없는 삭에만 들어왔었지만. 이동혁과 소파에 기대앉아 밤새 영화를 보다 잠들었던 기억이 났다. 소파 아래서 작은 상을 펴 이제노의 앞에 놓았다. 조그만 빨간 상. 저는 빨간색이 제일 좋다며, 식사를 할 때마다 저를 생각하라던 이동혁의 선물이었다. 상을 보며 한참을 가만히 있는 나를 보고, 이제노가 눈치 챈 것인지 상을 옆으로 밀었다. 술은 원래 바닥에서 먹는거지-  그리고 상 좀 닦아라, 애써 웃는 이제노에게 난 미소지어줄 수 없었다.






-







"난 이동혁 싫어"





이동혁과 헤어지고 들어오자마자 창 밖을 보며 서있던 이민형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 또 심통났구만, 하루, 이틀, 사흘. 침대 머리맡에 놓인 달력의 날짜를 하루 하루 손으로 지워나갔다. 삭까지 사흘 남았구나. 창 밖으로 보이는 얇은 달이 구름에 가려져버렸다. 어두운 골목길을 이동혁은 잘 가고 있으려나. [도착 하면 문자해.] 이동혁에게 그렇게 문자하고 휴대전화를 달력 옆에 놓았다. 이민형이 휴대전화와 나를 번갈아서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삭 때 또 그 새끼랑 있을거야? 이민형이 제 뒷통수를 긁으며 침대 앞으로 설렁설렁 걸어왔다. 이민형의 눈은 부정의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았지만, 난 긍정의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삭에는 너도 없고, 이태용도 없고, 다른 귀신들도 없을테지만 어두운 밤에 저승사자를 보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너 내 눈에 안 보여도 내 옆에 있어준다고 약속하면 이동혁 안 부를게. 이민형이 저렇게 약속해주기만 한다면 난 그럴 의향이었다. 이동혁은 한달 중 5일 정도 날 위해 밤을 새웠다. 날 위해 헌신시키기에 나는 너무 작고 작았다. 김시민, 나도 그러고 싶지. 침대 끝에 걸터 앉은 이민형이 제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눈을 나른하게 깜빡였다. 






"우리가 삭 때 왜 투명해지게." 






검고 깊은 눈으로 날 단단히 묶어버린 채로 이민형이 느릿하게 제 입술을 떼었다. 투명해진다, 영안을 가진 나 조차도 볼 수 없게. 이민형이 제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거 다 저승사자들이 구분하라고 그런거야. 이민형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저승사자, 이민형은 내가 많은 영적 존재 중 저승사자를 가장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내게 영안이라는 게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시절, 친할머니의 장례식이었다. 할머니 저기 있는데 왜 다들 울어? 내가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사진을 보고 한 말이라고 치부했던 걸까. 내가 할머니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할머니는 내게 다가오라 손짓하곤 장례식장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아가, 앞으론 그런 말 하지마. 그래도 마지막 인사 해줘서 고마워. 찬 손으로 날 쓰다듬는 할머니 뒤에 있던 커다란 검은 그림자를 기억한다. 날 내려다보며 할머니를 재촉하던 푸른 안광도. 저승사자는 삭 때도 내 눈에 보였다.  내가 네 옆에 있으면 저승사자들이 오잖아, 네 눈에 보이잖아. 이민형이 고개를 떨구었다.







-







"야, 너 , 어디야, 누, 구랑,  있어?"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이었다. 맥주를 한 캔, 두 캔 비우다 보니 몽롱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여보세요? 지잉, 소리를 내며 울리는 휴대전화를 받은 것도 순식간이었다. 야, 야! 이제노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이미 받아버린 후였다. 나 지금 제노, 랑 있는데에- ? 눈이 점점 감겼다. 전화기 반대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당장 끊어, 나 미쳤어? 따위의 소리가. 그리고 이제노의 입에서도 비슷한 단어가 흘러나왔던 것 같다. 발신인, 이동혁이었다.





"여보세요? 난데, 김시민 듣고 있어? 나 황인준이야"





이동혁의 전화를 빼앗은 것인지 황인준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건지 이제노가 내 손에서 내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 하는 거야- 인준인데. 이동혁, 이동혁의 목소리가 들렸음을 알고 있으면서 입에선 의지와 다른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제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도 황인준이겠지. 이동혁이랑 아까 시민 포차에 있었으니까,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결국 쿵, 하는 소리를 남긴채 옆으로 쓰러져버렸다. 야, 김시민! 하는 이제노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






"야, 야 김시민. 일어나봐."






익숙한 목소리였다. 깨질 듯한 머리에 눈을 떴다. 새벽 1시. 한시간 밖에 안 잤구나. 어느새 이쪽으로 합류하기로 한건지 황인준이 편의점 봉지를 내게 내밀었다. 황인준도 집에 들였는데 괜찮지? 너 혼자 두고 가기 그래서. 이제노가 내게 해장 음료를 까서 건네주며 말했다. 쓴 맛이 식도를 훑자 머리가 띵해졌다. 이, 이동혁은? 아직도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건지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황인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 데려다주긴 했어. 이동혁의 주사는 안기고 뽀뽀하는 거였다. 여자애들이랑 술 마시지 마라. 이동혁의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했던 잔소리가 떠올랐다. 황인준 꽤나 힘들었겠네. 몇시간 전에 봤는데도 황인준의 얼굴이 흙색이었다. 네 이름 부르면서 얼마나 울던지, 그렇지만 황인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알던 이동혁과는 달랐다.




냉수를 들이켰다. 이동혁 주사에 우는 것도 있었나.  거실에선 황인준과 이제노가 오징어 땅콩을 주워먹으며 저들끼리 심각하게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아마 나와 이동혁에 관한 이야기겠지. 애써 그 둘을 막고 싶진 않았다. 저들도 얼마나 불편하겠어, 냉동실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혀로 살살 굴렸다. 이민형이 내일 모레 집에 오면 아마 입이 댓발 나와선 찡찡대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정네들을 집에 들였다며 씩씩대겠지. 벌써 징징거리는 이민형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아 골이 지끈거렸다. 그때였다. 누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이 새벽에? 황인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징어 땅콩으로 볼이 가득 찬 이제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발, 황인준이 낮게 욕을 내뱉었다. 누군데? 오늘 아침에 시킨 택배가 지금 왔나 싶어 현관을 내다보면, 현관 앞에 서서 울고 있는 이동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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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깜스 입니다 작가님!! 암호닉 신청하고 첨 댓글남기네요ㅎㅎ 이번편도 역시나 넘 재밌어요ㅠㅠ! 뭔가 동혁이 주사가 여주한테만 뽀뽀하고 껴안기였다는거 생각하면 뭔가 설레여요,, 껄껄 그나저나 역시 썬앤문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 밤의 정취? 를 느끼며 읽는게 너무너무 좋아요ㅠㅠ 항상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봬요 :)
6년 전
2젠5
꺄 깜스님! 제가 의도한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셨군요...............! (매우신남) 밤의 정취라녀ㅠㅠㅠ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2
미생이에요 진짜 이번 편 동혁이 너무 롬곡이라 ㅠㅠ 서로 좋아하는데 뭐가 문제라서 헤어지자고 했는지 궁금하고 사이에 민형이 문제도 궁금하고!! 썬앤문 넘 재미써요,, 다음화도 기다릴게요!
6년 전
2젠5
동횩...........완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후하후하.........끝까지 함께해 주실거져?
6년 전
독자3
꺅헐 동혀ㅕㄱ이 모에요ㅜㅜㅜㅜㅜㅜㅜ빨리 다음편을 주세요ㅠㅠㅠㅠㅠ넘재밌어요 작가님ㅜㅜㅜㅜ잠은 죽어서 주무시고 당장 다음편을 주세요^^.....!농담이에여 아시져..?ㅎㅎ....암튼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
6년 전
2젠5
이런 박력 넘치는 사랑고백이라니...........껄껄 기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4
[미녕이]
꺅ㄱ 동혁이 뭐랴뭐야 ㅠㅠㅠㅠ왜울어ㅜㅠㅠㅠ
작가님 진짜 브금도 좋고 글도 좋고 작가님도 좋고 ,,❤️❤️^0^
다음편 빨리 보고싶어요 ㅠㅠㅠ너무 재미있는것슈ㅠㅠㅠ빨리 다음편을 주세요오 ,,,,,

6년 전
2젠5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독자님 넘나 좋은 것..............!
6년 전
독자5
열렬 입니다!!!! 헉 동혁이가 울면서 문 앞에 서 있었다니 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기막히게 끊기 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 그나저나 민형이가 삐진 모습 상상만 해도 넘나 귀여운 것 같아요.. 따흑... 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이렇게 콩깍지 한 겹 추가하고 갑니다... (?) 사랑해요 작가님.... ♥♥♥♥♥
6년 전
2젠5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두여 ♥
6년 전
독자6
작가님!!! 이제야 읽네요ㅜㅜ 동혁아ㅜㅜ 민형아ㅜㅜ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6년 전
독자7
ㅠㅜㅜㅠㅜ 너무 돟으ㅏ요 읽다가 기뻐서 화장실에서 춤 추고 나왔어요ㅠㅠㅠㅠ진짜 사랑합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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