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31 음악, 파불 뜨는 사진 다 재업했습니다! 원래 있던 사진과 다른 짤들도 있을 거예요. ^vT
5년째 연애 중
"나 근데 궁금한 거 있는데."
"뭐."
"쓸데없는 질문이면 안주 쏘기."
3일에 한 번 꼴로 만나는 우리는, 만날 때마다 그렇게 할 얘기가 많다. 다니엘은 안주를 집어먹다 말고 뜬금없이 말을 걸었다.
안주를 쏘라는 내 말은 가볍게 무시한 다니엘은 김재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보통 첫 뽀뽀 같은 거 기억하나?"
"...첫 뽀뽀?"
"6살 때 어린이집 선생님이 억지로 뽀뽀시킨 건 기억나는데."
볼도 아니고, 입술에. 나의 말에 다니엘은 경악한 채로 나를 바라본다. 뭐 그런 걸 다 기억하냐는 듯.
"아니... 그런 거 말고, 연애할 때 첫 뽀뽀 같은 거."
"몰라. 난 어제 일도 까먹고 사는 사람인데."
"...내가 너한테 뭘 바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안주를 집어먹는 다니엘이다. 나도 다니엘을 따라 안주를 집어먹는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그냥. 니네는 오래됐기도 했고, 아직 기억이 나나 싶어서."
그 말에 고개를 돌려 건너편에 앉은 김재환을 바라보았다. 깊게 생각에 잠긴 듯 다른 곳을 멍하게 응시하다,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아- 하며 눈을 깜빡인다.
...아니, 도대체.
"뭐고, 얼굴 빨개졌다."
"..."
"..."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5년째 연애 중
"statement."
"..."
"...아니, 야. 이걸 까먹어?"
내 말에 김재환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애꿎은 기타만 만지작거린다. 얘 진짜 안 되겠네. 아예 외우려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김재환의 모의고사 영어 점수를 본 뒤, 나는 김재환에게 영어 단어라도 외우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만 외워도 반은 해석이 가능하니까.
큰맘 먹고 내 용돈을 털어서, 단어책을 사줬더니. 글쎄, 며칠 뒤에 김재환의 집에 갔더니 라면 받침대로 쓰고 있더라.
거기에 열이 뻗친 나는, 김재환에게 하루 20개의 단어를 외우게 했다. 처음에는 외우려는 노력을 보이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책을 펴보지도 않는 김재환이었다.
"주말에 시간 있지."
"주말?"
김재환은 작게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시간 있어서.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왜?"
"너 공부 좀 시키려고."
"..."
말이 없어진 김재환이다.
"10분 뒤에 검사할 거야."
"..."
"준비, 시, 작."
내 외침과 동시에 김재환은 무심하게 단어책을 바라본다. 나도 그런 김재환의 모습을 바라보다 내 문제집에 시선을 돌렸다.
이러니까 꼭 학습지 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다니엘이 보면 김재환 엄청 놀리겠지. 사진이라도 찍을까 싶어 핸드폰을 찾던 도중, 어깨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졸려."
"그래도 외워야지."
"...진짜 하기 싫은데."
김재환은 공부는 나한테 안 맞아- 라고 중얼거리며 가만히 내 어깨에 기댄다. 나는 그런 김재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좋은 생각이 났다.
"너 방금 그 한 페이지 있지."
"응."
"그거 15분 만에 다 외우면 소원 하나."
"...진짜?"
"내가 이런 걸로 구라를 치겠냐."
내 말에 김재환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바보, 그거 그렇게 본다고 단어가 외워지냐.
그리고 나는 이날 느꼈다. 언제나 변수는 있다는 것을.
5년째 연애 중
"김재환."
"..."
"야."
"..."
"자냐?"
아, 또 필름이 끊겼다. 눈을 뜨자 깨질 듯한 이마 탓에 인상을 팍 찌푸린 채로 일어나니, 김재환은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니, 김재환의 자취방이었다.
일단 정신부터 차려야겠다 싶어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니 그나마 잠이 좀 깬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고는 다시 방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
"..."
언제부터 있던 건지, 화장실 앞에는 비몽사몽 한 채로 서있는 김재환이 있었다. 근데 너...
"...까치?"
김재환은 민망한 듯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대며 웃었다.
"이리 와봐."
"응?"
김재환을 화장실로 보내고, 부엌에서 대충 먹을 것을 꺼내고 있던 중이었다. 금방 샤워를 끝내서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제게 이리 오라는 김재환이다.
영문을 모른 채로 김재환에게 가까이 가자, 내 팔을 끌어 자신의 품에 넣는다. 금방 샤워를 한 탓에, 김재환 특유의 냄새가 난다.
"안아줘."
"이미 안았는데."
"말고, 네가."
이럴 때만 어리광을 부린다. 나는 한숨을 쉬며 조심스레 김재환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어째 살이 더 빠진 거 같다.
"살 빠졌어?"
"조금."
"보니까 또 귀찮아서 굶었네."
"..."
정곡을 찔렸나 보다. 김재환의 품 속에서 킥킥대며 웃자 김재환은 민망한지 웃지 말라며 내 어깨에 제 고개를 부비적 댄다. 아, 좋은 냄새.
한참을 안고 있었을까, 이제 김재환의 품에서 나와 밥부터 먹자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
"..."
마주친 두 눈에서 묘한 분위기가 흘렀고, 김재환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틀어 제 쪽으로 가까이 온다. 조심스레 다가온 입술이 맞물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5년째 연애 중
"...야, 이건."
"..."
"말이 안 되잖아... 아오, 야!"
내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김재환은 이미 소원 생각에 신나 보였다. 아니, 어떻게 소원 하나 걸었다고 외우지도 않던 단어를 이렇게 한 번에 외울 수 있나.
김재환이 미워 죽겠지만, 뭐.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해탈한 상태로 김재환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소원인데.
"뽀뽀."
"...뭐?"
"얼른."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볼을 톡톡 치는 김재환이다. 비속어가 목 끝까지 올라왔... 다가 들어가는 나였다. 어이가 없어 김재환을 쳐다보자 얼른, 이라며 제게 가까이 온다.
"아, 미쳤어? 싫어."
"소원이잖아. 빨리, 빨리."
"많고 많은 소원 중에 왜 하필 이건데?"
"많고 많은 소원 중에 내가 제일 간절한 게 이거니까."
할 말이 없다. 사실 소원이 아니더라도 연인 사이에 뽀뽀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도 맞지만...
"...눈은 왜 감는데?"
환장하는 것은, 김재환 반응이지. 볼 뽀뽀에 그렇게 기대감을 가진 표정으로 눈까지 감으니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고민을 하다가도 어떻게든 뽀뽀를 받아낼 김재환을 내가 제일 잘 알기에, 빨리 끝내고 말자는 심정으로 김재환에게 다가갔다.
"왜 안,"
"..."
"...아."
내가 너무 느리게 다가갔는지, 김재환은 왜 안 해주냐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참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김재환과 내 입술이 살짝 스쳤고.
"..."
"..."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내가 느껴질 정도면, 지금쯤 내 얼굴은 붉은 홍당무 같겠지. 이도 저도 못한 상태로 가만히 김재환과 시선을 마주했다.
이런 내 시선에 가만히 눈만 깜빡이며 나를 내려다보던 김재환은 조금 더 깊게, 내게 입을 맞춰왔다.
김재환과 나의, 첫 입맞춤이었다.
암호닉 ♥ㅎvㅎ♥
샘봄
우지니최고야
으건츄
지재
균킹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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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ㅎvㅎ
한분 한분 답글 달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ㅠvㅠ 하지만 댓글 항상 보고 있어요! 볼 때마다 감덩 먹는답니다... ㅎvㅎ♥ 사랑해요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그리고 초반 장면이요...! 어제 일도 까먹고 산다고 기억 안 난다고 했지만! ㅋㅋㅋ 어떻게 까먹겠어여 ㅠvㅠ
말은 그렇게 해도 기억하고 있다는 컨셉(?)을 잡고 썰을 풀어보았습니다 ㅎvㅎ...
글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느끼신다면 죄송합니다...! 더 노력할게요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