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진짜 누구 아기예요? 이거 물어보면 실례려나... ”
“ 아, 아니야. 다니엘 사촌 형 아기. 잠깐 급해서 봐주기로 했어."
갑자기 다가와 내 가방을 들고 냅다 빨리 가자는 녀석에 덕분에 카페로 왔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성격 나올 뻔했는데.
고맙다는 의미로 한 잔 사주겠다고 하니 선호만 쳐다본다고 정신을 못 차린다. 선호가 귀엽긴 하지. 어깨를 톡톡 쳐 물어보니 돌아오는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초콜릿까지 두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아기 띠를 풀려고 하는데... 이게 원래 혼자서 못 푸는 건가. 내 유연성이 떨어지는 건가.
“ 도와드릴게요. 아기 잡고 있으세요. ”
“ 아, 어. 고마워. ”
우진이의 도움으로 아기 띠를 풀기는 했는데. 조금 쪽팔리네. 나중에 혼자서 푸는 연습이라도 해야겠다.
선호를 제대로 안아들어 손부채질을 해주는데 시원한 지 방긋거리며 웃는다. 배는 안 고프려나. 입가에 손을 톡톡 건드려도 괜찮은 거 보니 배는 안 고픈가 보다.
조금 있으면 먹여야 할 시간이기는 한데. 새로운 곳에 신기한 건지 무릎 위에 앉아 테이블을 팡팡 친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박우진은.
“ 진짜 귀엽네요... 와... ”
선호로 인해 심장이 팡팡 쳐진 것 같다.
“ 시험은, 잘 쳤고? ”
“ 아, 오늘은 전공 하나랑 오후에 교양 하나 있어요. 전공은 뭐...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
"오. 자신감이 넘치는데. “
커피도 나와서 느긋하게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는데 선호가 빨대를 잡으려고 한다. 안돼 임마. 다쳐. 가방에서 딸랑이를 꺼내 쥐여주니 금세 재밌게 가지고 논다.
안쪽으로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가끔씩 쳐다보는 시선이 따갑다. 그냥 지나가주세요. 제 애 아닙니다.
“ 아까 진짜 고마웠다 우진아. 근데 너 그렇게 하고 나와도 돼? ”
“ 괜찮아요. 그 선배 남자들한테는 별로 시비 안 걸잖아요. 나중에 뭐라 하면 잔소리 좀 듣죠 뭐. 어디 선배한테 그러는 게 한두 번인가. 제가 본 것만 해도 10번은 넘을걸요. ”
하긴 그것도 맞는 말. 유난히 남자들한테는 웃으면서 대하더니 여자 후배들한테만 틱틱 거린다. 그래서 작년에도 말 많았던 것 같은데.
심심한지 손을 뻗어대는 선호에 눈치를 보는 우진이. 왜?라고 물어보니 손 한 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본다.
살짝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는다. 어... 그래... 그 정도의 열의 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조심스럽게 검지로 선호 손을 톡톡 건드리는데 선호도 재밌는지 우진이의 손가락을 꼭 잡는다.
“ 아... 진짜 귀엽다. 선배는 매일 얘를 보는 거예요? ”
“ 어... 뭐. 그렇지. 저번 주 금요일부터. ”
“ 그럼 얘는, 아. 아기 이름이 뭐예요? ”
“ 선호. 윤선호. ”
“ 선호는 선배 집에 있는 거예요?
“ 아니, 다니엘 집. 우리 집이랑 바로 옆집이거든. ”
“ 아아... 같이 보시는구나. 귀엽겠네요. 저도 같이 보고 싶다. ”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이 후배님이. 궁금한 것도 많은 건지 커피는 뒤로하고 선호와 나를 번갈아보며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우진아... 커피 다 녹겠어.
“ 그... 한 번 안아봐도 돼요? ”
“ 어? ”
“ 저 진짜 동생도 많이 봤고 아기 진짜 잘 안아요. 아 물론 거절하셔도 상관없어요! ”
음... 자신감에 찬 눈빛과 주말에 다니엘에게서 봤던 슈렉 고양이 같은 눈이 번갈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조금 고민하다 알겠다고 하니 일어나서 내 앞에 와 무릎을 접어 선호와 눈높이를 맞춘다. 아기를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선호야, 형아한테 가볼까?
조심스럽게 선호를 우진이 쪽으로 앉히는데 바로 손을 뻗어 우진이에게 안긴다. 야, 윤선호. 사람 섭섭하게 말이야. 낯을 안 가려도 너무 안 가리는 거 아니냐.
바로 안길 줄은 몰랐던 건지 살짝 경직된 자세로 아기를 안다가 바로 고쳐 안더니 내 옆에 앉아 선호랑 잘 논다.
아기를 잘 안는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닌 건지 제법 폼이 난다.다니엘보다 잘 안는 것 같기도 하고...
“ 저 키즈카페에 아르바이트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기 잘 안는 거예요. ”
“ 아 진짜? 몰랐네. 의외다 너. ”
“ 그래요? 선배 눈빛이 어떻게 아기를 잘 안고 있냐는 눈빛인 것 같아서. 다음에 선호 데리고 놀러 오세요. 제가 진짜 잘 놀아줄 수 있어요. ”
너무 빤히 보고 있었나. 그나저나 의외다. 알바를 키즈카페에서... 근데 10개월인데 되려나.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일이 있을 때 선호를 봐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니, 그건 너무 폐 끼치는 것 같아... 그나저나 강의건 이 인간은 언제쯤 오려나.
“ 계속 선배가 보고 있어요? 시험은요? ”
“ 곧 시험 치러 가야지. 아마 다니엘이 여기로 올 거야. ”
“ 아, 그래요? 동생 안고 있다고 싫어하시는 건 아니겠죠. ”
“ 그건 아닐걸. 괜찮을 거야. 어차피 나중에 성우 오빠도 오고. ”
그래. 시험이 남아있었지. 우진이가 선호를 보고 있는 김에 요약본이나 봐야겠다 싶어 펼치니 한숨부터 나온다. 한숨 쉬면 땅 꺼져요.
우진이의 말에 훕 하고 다시 들이 마시니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혼자서 웃어댄다. 뭐 임마.
“ 아, 선배 진짜 귀엽네요. 그렇다고 바로 들이 마시는 게 어딨어요. 다시 뱉어요 얼른. ”
“ 후우... 어렵다. ”
“ 아, 진짜. 선호나 선배나 진짜 귀여워요. ”
갑자기 뭔 귀엽다 타령인지. 못하는 말이 없어요. 나중에 강의건한테 말해주면 난리 날 텐데. 비웃겠지 뭐. 그래도 자랑이라도 한 번...
“ 사이좋네. ”
양반은 못 되겠다 너.
아기와 너 05
W.22개월
“ 시험 다 쳤어? ”
“ 어. ”
“ 안녕하세요. 형. ”
“ 그래. 오랜만. ”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시험을 못 친 건가. 얼굴에 완전 나 지금 기분 나빠요. 이렇게 적혀있는데. 둘 다 살짝 눈치를 보고 있는데 우진이가 선호를 건네준다.
다니엘이 받으려고 하는데 선호가 우진이의 팔을 꼭 잡는다. 야, 윤선호. 아까는 잘 가놓고 왜 그러냐 너.
당황한 우진이도 선호를 안아 다니엘에게 넘기니 다니엘도 바로 받아 품에 가둔다. 애 숨 막혀. 이 자식아.
“ 나가자. 뭐하노. ”
“ 아, 어. 가야지. 우진아 너는? ”
“ 저도 가야죠. 애들도 시험 치고 나왔을 거예요. 먼저 가볼게요. 선호야, 다음에 또 봐. ”
“ 오늘 고마웠어. 나중에 또 보자. ”
“ 네, 안녕히 계세요. 커피 고마워요 선배. ”
가방을 챙겨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니 다니엘이 한숨을 쉬며 내 옆으로 앉는다. 왜 여기에 앉아. 앞에 앉지.
어깨를 툭툭 치며 앞에 앉으라고 턱짓으로 신호를 주니 조금씩 밀고 들어온다. 왜 이래 얘.
“ 점마는 되고 나는 안 되나. 땡기라. ”
“ 야, 니가 나를 몸으로 밀면 다친다. ”
입술을 부루퉁 내민 채 뭐가 불만인지 계속 선호만 본다. 왜 그러는데. 말을 해줘야 알지.
“ 시험 못 쳤어? ”
“ 아니, 잘 쳤다. ”
“ 배고파?”
“ 아니, 배 안고프다. ”
“ 더워서 그래? ”
“ 이 안에 시원한 거 안 보이나. ”
“ 그러면. 우진이가 선호 안고 있어서 그래? ”
“ ...... ”
바로 재깍재깍 나오던 답이 갑자기 멈춘다. 진짜 이거였냐 강의건. 그래서 그래? 한 번 더 되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 난 애 두 명을 키우는 게 분명해. 질투하냐.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니 갑자기 나를 쳐다본다. 맞구나. 질투.
“ ......”
“ 선호 좋아하길래 한 번 안아보라고 했어. 키즈카페에서 일했대. 잘 안기도 하더라. 질투를 왜 거기서 하냐. 너한테 바로 안 가서 그래? 그건 선호가 그냥 장난쳤겠지. 요 꼬맹이가.”
“ 와 둘이 같이 있는데. ”
“ 어? ”
“ 그것도 금마는 와 니 옆에 앉아있는데. ”
“ 아, 아까 리나 선배가 시비 털었는데 그때 우진이가 나 데리고 빠져나와서 그래. 고마워서 커피 한 잔 사줬어. 선호 때문에 단단히 삐쳤구만. 커피 한 잔 마실래? ”
“ 카드. ”
바로 카드 받아 가는 거 보소. 애 하나 때문에 질투를 하냐. 어휴. 성우 오빠가 애 안을 때 질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카페 안을 구경시켜주는 건지 주문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될까... 커피가 나오자 선호랑 방실방실 웃으며 내 옆으로 와 앉는다.
“ 야, 앞으로 가. ”
“ 요약본 없다. 그리고 선호가 여 앉고 싶단다. ”
하... 그래... 알겠다. 카드를 건네받고 요약본을 열심히 보는데 의외로 다 외운 듯한 다니엘. 언제 이렇게 열심히 했대.
한참을 마지막으로 외우고 나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짐을 챙기니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성우 오빠. 타이밍이 다들 좋네요. 오늘따라.
“ 얘가 그 선호야? 귀엽네. ”
“ 형이 좀 봐도. 미안타. ”
“ 고마워요. 오빠. ”
걱정 말라며 아기 띠를 둘러매고 아기 용품만 따로 있는 가방을 메고 학교 구경을 시켜준답시고 밖으로 나갔다. 윤선호... 이번에도 바로 안겼어...
내가 다니엘을 뭐라 할 게 아니었네. 똑같이 질투하고 있는 내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가방을 챙기자 가자고 재촉한다. 그래, 간다.
“ 오늘도 내 목표는 메달이다. ”
“ 다 적고 나오기는 하냐. ”
“ 당연한 거 아이가. 객관도 오늘 섞여 나온다 캤으니까 딸 수 있는 조건은 완벽하다. ”
“ 그래도 꼼꼼하게 확인 한 번 더 하고. ”
“ 예, 알았심다. ”
요약본만 보며 걸으니 익숙하다는 듯 다니엘도 장애물이 나올 때마다 내 팔을 끌어당기며 걷는다.
너밤선배라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후배들 무리에 섞여 손을 번쩍 흔드는 우진이. 귀여워 가지고는.
“ 시험 잘 치세요! 형님도! ”
우르르 인사를 하는 후배들에 다니엘도, 나도 손을 흔들어주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니엘의 표정이 또 어두워진 것 같기는 하지만...
“ 시험 잘 치라. ”
“ 그래, 너도. ”
살짝 긴장되어 한숨을 또 쉬는데 몸을 홱 돌려 나를 본다. 아, 놀래라. 진짜. 왜, 또 뭔데.
“ 내가 말 안 할라 캤는데. ”
“ 뭐가. 교수님 들어오셨다. 앞에 봐. ”
“ 박우진 금마랑 둘이 있지 마라. ”
“ 갑자기 왜. ”
“ 아, 그기... 그니까. 그래, 선호는 내끼다. ”
진짜 유치한 새끼.
22개월입니다! |
바로 연달아서 왔습니다! 우진이를 질투하는 다녤과 그걸 모르는 여주... 이 사람아... 왜 그걸 몰라... 이제 다음주부터 주 2회로 갈 것 같은데 아마 화요일 혹은 수요일 그리고 토요일에 올라 올 것 같습니다. 다만 현생이 도와준다면 더 빨리 올 수도 있겠죠? ㅎㅁㅎ 댓글 써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엉엉 ㅠㅁㅠ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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