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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김용국] 뱀파이어 김용국 | 인스티즈

뱀파이어 김용국



"얘는 먹어도 돼요?"

"응. 용국아."



자그마한 목소리로 다니엘에게 물은 용국이 그물덫에 걸린 사슴을 빤히 바라본다. 아둥바둥 제 몸에 얽힌 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사슴을 멀뚱히 바라보는 어린 용국이 입꼬리를 싱긋 올리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 사슴의 몸뚱아리 찢고서 송곳니를 박았다. 용국은 아직 세상의 모든게 낯설기만한 어린 신생 뱀파이어였다. 신생이라 해봤자 일주일만에 성인의 몸으로 크는것이지만. 인간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에게 내려진 한가지의 질서는, 웬만해서는 인간을 공격하면 안되다는 것이었다. 이를 어기면 또 두 종족간의 오랜 싸움이 다시 이어질것이고 그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었다. 그래서 그들 또한 인간의 피보다는 동물의 피로 살아가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동물의 피든 인간의 피든 사고판단이 흐린 용국의 입가가 피로 얼룩졌다. 저의 골반까지도 오지 않는 작은 용국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힌 다니엘이 용국의 입가를 제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잠시동안 새빨갛게 변했던 용국의 눈동자가 다시 까만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나무들이 우거진 숲 안에서 총총총 발걸음을 옮겨 제 집을 향해 빠르게 사라진다. 어느새 다니엘 곁으로 다가온 제니가 물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르네?"

"응. 근데 걱정이야.."

"뭐가?"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뒤떨어져보여."

"큰일이네."



다니엘의 제어능력이 아니었다면, 용국은 눈 앞에 놓인 먹잇감에 먹어도 되냐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사슴을 먹어치웠을것이다. 괜찮다며 다니엘의 어깨를 토닥인 제니가 저만치 제 또래아이들과 놀고있는 용국을 바라본다.


용국은 똑똑했다.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머리가 비상했으며 다른 잔꾀로도 머리가 좋았다. 다니엘의 우려와 달리 억제능력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고 자유롭게 움직여도 상관없다는 허락을 받았다. 말도 없고 따로 눈에 튀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용국이 항상 바라보는건 저 숲속 너머의 높은 철장이었다. 마치 두 세계로 단절한듯한 철장은 용국에겐 큰 호기심 그 자체였다. 다니엘에게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대답해주지않는 노릇에 용국은 입술을 꽉 깨물며 속으로 다니엘을 씹었다. 빠른 성장으로 다른 남자 뱀파이어들보다 더 큰 키의 건장한 성인 남성모습이 된 용국에 주변은사람들의 놀라움을 샀다. 성장이 빨라도 너무 빠른거 아니야? 하나같이 용국을 향한 말들이었다. 그 말들을 싸그리 무시한 용국은 이 무료한 일상의 재미를 찾고 싶었다.



"..재미없어."



영양가 없다고 느끼는 학교를 빠져나와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은 용국이 턱을 괴고서 우거진 나무들을 하나하나 뜯어본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용국의 눈빛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 그 때, 용국의 앞으로 다가온 한 검은고양이 하나가 용국이 내민 손바닥을 애교스럽게 핥았다. 용국이 유일하게 건들지 않는 동물은 고양이 그 하나뿐이었다. 뭔가 자신을 닮았다며 연민을 느끼는 용국이 쉽게 송곳니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였다. 낑낑, 소리를 내며 용국의 품을 파고드려던 고양이가 그의 품에서 튀어나와 빠르게 숲속 안쪽으로 달려나간다. 의아함을 느낀 용국이 엄청난 속도감으로 고양이를 빠르게 쫓아가다 체력이 떨어짐에 속도를 늦추었다.



"..뭐야"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벽과 저 멀리 작게 뚫린 구멍 안으로 사라지는 고양이에 용국이 우뚝 멈춰섰다. 저 멀리 학교에서만 바라보던 그 장벽이 제 눈 바로 앞에 나타난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벽만은 넘으면 안된다는 나름 제가 사는 세계의 법칙이라했다. 그래봤자 아침마다 늙은 교장이 티비에 나와 주절주절 떠들어대며 마지막에 하는 소리였지만.


그리고 동시에 용국의 코를 스치는 낯설고 향기로운 냄새에 용국의 몸을 움찔 떨렸다. 온몸에 소름을 돋게하는 냄새에 용국의 사고회로가 전부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꼴깍, 용국의 목울대가 울렸다. 침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용국은 뭔가에 홀린듯 이미 발걸음을 옮겨 고양이가 지나간 그 구멍을 향해가는중이었다. 그럴수록 더 가까워지는 냄새에 용국의 몸 안에서는 무언가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누가 보는것도 아니니까."



용국이 싱긋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고양이가 지나간 구멍에 몸을 우겨넣었다. 고양이자세로 그 구멍을 빠져나온 용국이 흥미 잃은 얼굴을 지었다. 저의 세계에 다를바없어보이는 드넓은 숲 하나가 더 나왔을뿐, 자신에게 자극을 준 냄새의 근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나 찾아야하나, 버릇처럼 혀를 내뺀 용국에게 갑작스레 훅 끼쳐온 아까 그 냄새에 고개를 옆으로 틀어냈다. 그리고 그 자리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와 그 소녀의 얼굴을 핥고있는 용국의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다. 용국의 존재를 눈치채지못한 소녀는 제 얼굴을 간지럽게 핥는 고양이에게 온 정신이 빼앗긴채 활짝 웃고있었다.


저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할만큼의 강한 냄새를 풍겨오는 용국의 온 몸이 뜨거워졌다. 으,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 용국의 눈이 발갛게 변했다 제색으로 돌아왔다 한참을 반복하며 거친호흡을 내뱉었다. 그러다 용국과 눈이 마주친 고양이가 빠르게 소녀의 품에서 벗어나 용국에게 뛰어온다. 




그런 고양이를 신경 쓸 겨를없이 소녀에게 온 시선을 쏟아붓는 용국의 두 눈이 소녀의 까만 두 눈과 마주친다.



"..어.... 누구,"



소녀의 작은 입이 움직이자 용국이 거칠게 제 머리를 쓸어넘기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소녀는 감히 보지도못할 속도로 가까이 붙은 용국이 저도 모르게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모습에 악쓴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소녀의 두 눈이 커지며 그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제 입을 틀어막으며 우는 소녀에 금방이라도 소녀의 목을 물것만 같던 용국이 정신을 번뜩 차렸다. 아직도 용국을 어지럽게 만드는 소녀의 냄새였지만 이내 거칠었던 호흡이 규칙적으로 돌아오며 이성을 되찾아갔다. 용국에게 허리를 끌어잡힌 소녀가 눈물맺힌 두 눈으로 용국을 올려다보고있었다.




"사,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저를 바라보며 살려달라고 말하는 소녀에 용국이 두 눈이 그녀의 입술에 닿는다. 한 번도 느껴보지못한 이상한 감정에 소녀를 손에서 놓은 용국과 동시에 숲 안으로 빠르게 도망가는 소녀가 용국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국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첫 째, 그를 자극한 냄새는 무엇이고 두 번째, 자신을 휘어싼 이상한감정은 무엇인지. 그녀와 시선을 맞닥뜨린것뿐인데 그를 둘러싼 이상한 감정이었다. 고양이를 끌어안고 다시 구멍을 통해 돌아온 용국은 그 이후부터 뭔가에 홀린듯 멍을 때리기 일수였다.


그런 그를 이상하게 느낀 다니엘이 용국에게 물었다.



"맨날 무슨 생각해, 용국아."

"아무 생각 안 해요."

"그런게 아닌것 같은데,"

"..선생님."

"응?"

"..처음 본 누군가가 자꾸만 생각나는건 뭘까요?"



용국의 이상한 질문에 다니엘이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용국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줄이야. 혹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건가? 동급생일까, 흥미로운 용국의 말에 다니엘이 안도하며 웃었다. 



"사랑이란 감정을 아니?"

"그게 뭔데요."

"누군가가 자꾸만 생각나고 안고싶고 너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때,"

"......"

"그건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거야."



사랑- 용국이 나지막히 읊조렸다.



"사랑, 그게 좋은 감정인건가요?"

"그럼."

"......"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로맨틱한 감정이 사랑이지."



다니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용국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이렇게 환한 미소를 지금껏 본적이 없던 다니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얘가 대체 누굴 좋아하길래.. 묻기도 전에 다니엘을 지나친 용국이 학교를 빠져나가려하다 잠시 멈춰서 다니엘을 향해 뒤돌았다.



"그거 사랑, 말이에요."

"그래."

"내가 하고싶은걸 표현해도 되나요?"

"용국아."

"네."

"너 대체 어디서 뭘 보고 온 거야?"



저도 모르게 불안함을 느낀 다니엘이 던진 물음이었다.



"비밀이에요."



용국의 대답이었고.






* 소녀


자꾸만 꿈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얼굴을 보이지 않는데 자꾸 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내 뺨을 쓸었다. 그 기분이..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야릇하다는게 문제지만. 이 느낌을 받은건 아무래도 경계의 벽에서 이름 모를 남자를 만난 그 이후부터였다. 한 번도 보지못했던 뱀파이어의 존재를 두 눈으로 마주하는 순간 너무 겁을 먹어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그가 나를 공격하려했을 때,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듯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혹여나 내 목에 박혀 피를 모두 빨릴까봐 그 상황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아찔했다. 근데 그 때 그와 두 눈이 마주치고 핀트가 돌아오는느낌의 까만 눈동자를 마주한 그 남자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 


내가 생각했던 뱀파이어의 모습이 아니여서 그런가. 날개라도 달리고.. 막, 얼굴은 흉측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무진장 잘생겼네."



나를 죽이려고 한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얼굴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내 자신에게 진절머리가 난다. 학교에서도 흔히 배우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들이었고 경계의벽에는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는 부모님의 당부였다. 하지만 며칠 전, 우연히 숲속에 산책을 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깊숙히 들어갔던 날이었다. 한 나무의 끝으로 넓은 들판이 나오는데 그 사이에 우두커니 큰 장벽이 하나 서있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것도 처음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작게 뚫린 장벽의 구멍에서 귀여운 고양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때 내가 입고 있었던 새하얀 원피스와 정반대로 새까만 고양이었다. 애교가 많은 고양이가 내 얼굴을 핥기 바빴고 나 또한 고양이에 온전히 정신을 빠뜨린새에 그 잘생긴 뱀파이어에게 호되게 당할뻔했다.


이 이야기를 경찰에 신고라도 한다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어올것을 잘 안다. 인간을 공격하면 그 뱀파이어는 그 즉시 사살이라는것 또한. 그들에게도 죽음이란 존재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 약속이라고 했다. 나를 죽일뻔한 그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름도 모르는 뱀파이어인데. 자꾸 나와 마주한 그 눈빛이 생각났다.



"..하, 오늘은 꾸지 않겠지?"



벌써 그 꿈도 한달째다. 엄마의 굿나잇키스를 뒤로하고 문이 닫혔다. 오른쪽 벽에 위치한 창문밖으로 나무가 바람에 작게 흔들렸다. 그런데 나 참 변태같게도, 나도 모르게 그 꿈을 기다리는것만 같다. 말로는 꾸지 않았으면 말하는데 속으론 자꾸만 그의 얼굴이 보고싶다. 나를 애워싸는 그 이상야릇한 기분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내가 자꾸 타락하는 느낌이라 기분은 좀 별로긴한데... 나의 얼굴을 감싸는 그 손길이 너무나도 다정해서 그를 끌어안고싶었다. 


그렇게 별의별 생각에 잠기며 두 눈이 감기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그 꿈을 꾼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남자가 이번에는 내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 손가락의 감촉이 너무나도 생생해 나도 모르게 낯간지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두 눈이 떠지고 허리를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건 ...


장벽에서 만난 그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



꿈이 아니었다. 꿈이라 느꼈던 이 모든 느낌은 이 뱀파이어에 의해 실제였다. 너무나도 놀라서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빤히 바라보다 이불을 끌어 몸을 가렸다. 물론 내 목덜미까지도. 무서운건 무서운거였다. 지금까지 밤마다 내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건진 모르지만 그 내내 내 피를 노렸단거니까.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고개를 내저었다.



"..내, 내 피 맛 없어요..."

"......"

"나, 밥도 많이 안 먹고.. 영양도 없어서,"

"전혀."

"..네?"

"당신한테서만 그 냄새가 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그가 혀로 제 입술을 흝었다. 그 모습이 또 왠지 섹시해보여 침을 꼴깍 삼킨다. 나 진짜 미쳤나봐. 그리곤 그 뱀파이어가 몸을 앞으로 빼 내 얼굴 앞으로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곤 손을 올려 이불을 살짝 내린 그가 내 목덜미를 살살 문지른다. 그리곤 혀를 내뺀 그가 괴로운듯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하,"

"......"

"네가 인간이라고?"

"..예? 맞아요. 나, 난 인간이에요."

"내가 널 물면,"

"......"

"넌 죽는거야?"



그는 오히려 내게 묻고있었다. 정말 모르겠다는듯 묻고있었다.



"피를 빨리면 죽는 동물들처럼, 너도 죽는거냐고."

"..당연하죠."

"..짜증나."

"진짜 아프게! 아프게 죽을거예요..."

"......"

"그리고 그쪽도, 죽을거예요. 인간을 공격했으니까."



무슨 용기가 생겨서 그런 말을 내뱉었던건지 모르겠다. 내 말에 뱀파이어의 눈색깔이 여러번 바뀐다. 검은색이었다 붉은 빨간색이었다가. 그리고 그는 말 없이 한숨을 내뱉으며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에 바짝 붙어도 그가 잠시 있었다 간 흔적의 바람뿐,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부터 나는 그 꿈을 꾸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꿈은 아니었지만 그 뱀파이어가 찾아오지 않았다. 더이상 나의 뺨을 쓰다듬는 그 다정한 손길과 내 목덜미를 문지르는 그 야릇한 느낌도 모두 사라졌다. 정말 다행인건데... 내 목숨을 지켜서 다행인건데 자꾸만 뭔가 아쉬웠다. 한마디로 나는 그를 그리워하고있었다. 몇 번 보지도 않은 인간도 아닌 뱀파이어일뿐인데 자꾸만 그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보고싶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내가 그에게 피를 한 번 내어준다해도 정말 죽을까? 그가 날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내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죽음을 각오로 나는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난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경계의벽을 넘기는 내 신변이 굉장히 위험했다. 오로지 그만이, 나의 방을 알았다.



"보고싶다."



진심이야, 이건.






*


밤마다 경계의 벽을 넘어다닌다는걸 다니엘에게 들켰다. 그리고 그날부터 꼼짝없이 그의 집에 갇혀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냐며, 혹시라도 죽고싶냐는 엄청난 잔소리와 동시에 내가 있는 방 안을 자물쇠로 꽁꽁 묶어두었다. 물론 내 손목에도 칭칭 밧줄을 둘러쌌다. 이런, 씨발. 짐승새끼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욕이 터져나왔다. 당장이라도 그 애를 보고싶은데 이 망할 방구석에 창문 하나가 없었다. 다신 안 그렇겠다고 싹싹 빌까? 그러면 다니엘이 내 진심이 알아줄까싶었다. 난 원래 말썽 없는 놈이었으니까 다니엘이라면 들어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 다니엘밖에 모르니까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줄 수도 있는거니까.


아니, 사실은 내 목숨보다 그 애가, 여주가 보고싶었다. 책상에 놓인 명찰 하나를 보고 안 그 아이의 이름이었다. 그 아이와 두 눈이 마주친순간, 짧은 기억을 읽었다. 그 기억 사이에 그 아이의 방을 알았고 다니엘이 알려준 사랑이란 감정을 지배하는건 여주라는걸 알아차린 내가 밤마다 그 애 방에 찾아갔다. 혹여나 눈을 뜰까, 조심스레 행동하던 나의 손길이 어느순간부터 대범해졌고 여주가 눈을 뜨기라도 한다면 꿈이라고 세뇌하며 그녀를 다시 잠재웠다. 나와 여주가 다시 마주한 날은, 내 자신에 대한 컨트롤능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짓는 겁에질린 표정은 나를 괴롭게만들었다. 나 또한, 널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괴물을 보는듯한 그 눈빛에 오기가 생겼다. 그게 아니라고, 난 널 사랑하는거라고. 입 안에서 그 말이 멤돌았다. 그 날 나는 마음을 먹었다. 이제 더이상 그곳에 가지 않을거라고. 날 경계하는 그 눈빛에 어딘가가 자꾸 저릿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위험한건, 여주의 냄새가 자꾸만 더 짙어진다는것이었다. 이성으로 막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 누가 그랬거든. 난 딴 놈들보다 머리가 좋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하나를 알려줘도 열을 알았다. 그러니까... 내 이성이 끊어져 여주를 문다면, 정말 여주의 말처럼 내가 흔히 피를 마시기 위해 죽이는 동물들처럼 그 아이도 죽을 수 있다는거니까.


욕이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짙어지는 그 아이의 냄새와 그리움이란건 혹 내가 인간이라도 되는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내 피가 원망스럽다.


어제 다니엘은 나에게 사랑이라며 그런건 모두 잊어버리라 했다. 그게 인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굳어진 얼굴로 나에게 미쳤다 말했다. 틀린말은 없었다. 미친건 맞는거 같으니까.  




"너 이제 진짜 허튼짓 안 할 자신 있어?"

"..있으니까 이것 좀 풀어주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널 믿을 수 있지."

"선생님. 저 아시잖아요. 거짓말 안 하는거."

"사고도 안 치던 애가 왜 그딴짓을 해. 하지 말란건 하지 말라고." 

"네."

"머리에 돌 든 애도 저긴 안 넘어가."



다니엘이 수없는 잔소리를 하며 내 밧줄을 끊어냈다. 그리고 잽싸게 그 집을 나와버렸다. 김용국, 너 내가 지켜볼거야! 다니엘의 고함에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장벽 앞에 놓여진 큰 나무 아래 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삼일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지나가던 동물들의 피 또한 함부로 잡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럴때마다 여주가 생각나서. 몸상태가 이상해지는걸 느꼈다. 한 끼도 먹질 않으니 몸이 정상일리가 없었다. 결국 지나가던 사슴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러면서도 머리속에서 선명해지는 여주의 얼굴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 앞에 놓인 장벽을 한참 바라보았다.


딱,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번은 괜찮잖아.


내 자신을 위로했다.





이번에 걸리면 난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다니엘에게. 아니, 다니엘에게 혼나는걸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정말 재판을 받을 수도 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꾸만 진득하게 코끝에 붙어오는 여주의 냄새와 머리속에 콕 박힌 그 얼굴을 마지막으로라도 보지 않으면 죽을것만 같았다. 이번에도 중간에 그녀가 깨면 다시 잠재울 심정으로 익숙히 창문 안으로 몸을 우겨넣어 들어갔다. 침대에 조용히 눈을 감고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있는 여주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곤 작게 펼쳐진 손을 살짝 잡았다 놓았다. 이상하게도.. 막상 이 아이가 눈 앞에 있으니 냄새가 아닌 여주에 대한 감정으로 모든 정신이 곤두섰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고싶었다. 사랑, 그걸 인간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몰라서. 답답했다. 뭐든 하고서 그녀를 떠나고싶은데. 


아래입술을 꾹 깨물곤 갈증이 난듯한 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찰나 여주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들이밀었다. 작고 도톰한 입술이 두 눈에 닿는 순간 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번뜩 여주의 두 눈이 떠진다. 그 사이에 놀란 내가 허리를 일으키려하면 그 새하얀 두 팔이 내 목을 감싼다.



"..왜, 이제 왔어요."

"..뭐?"

"왜, 이제, 왔냐고요. 나 매번 기다렸어요."

"......"

"보고싶다고 계속 생각했는데. 뱀파이어는, 생각은 못 읽나봐요."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그 입술이 얼굴이 가까워 자꾸만 내 입술에 닿았다. 그리고 갑작스레 제 잠옷단추를 풀어낸 여주가 하얀 제 목덜미를 내게 들이밀었다. 



"..그렇게 원하면, 줄 수 있어요."

"......"

"그렇게라도 지금 당신 붙잡고싶으니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깨달았다. 내가 원하던게 이거구나. 내 목에 감긴 두 팔을 풀어 손에 깍지를 껴고선 그 새하얀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그리고 혀를 내어 살살 문지르다 고개를 떼었다. 내가 피라도 뜯을거라 생각했던 여주가 이상함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하는느낌이었다.



"내가 원하는건, 네 피가 아니였어."

"...그럼요?"

"네 사랑."

"......"

"난 지금 당신이랑 사랑하고싶어요."



사랑의 뜻을 모조리 이해했다. 


나에게 사랑이란 뜻은, 여주다.

 













+담편은 시현이를 등장시키는걸로,,

"어디 가요, 누나. 난 누나랑 사랑하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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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대박 대박입니다.,, 분위기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63.185
와,,진짜 헐 완전 대박 리얼 혼또니 대작입니다...완벽해요,,ㄹㅇ.. 아니 글 이렇게 잘쓰시면 어떡합니까 게다가 뱀파이어 용국이라니 ㅜㅠㅠㅠ뱀파이어라니 ㅠㅠㅠ다음편에 시현이도 나온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작가님 제 마음 다 뺏어가려고 작정하셨군요 사랑하고싶어요..ㅋ...ㅋㅋㅋ 대박적 스윗함입니다 진짜 앞으로 이것만 기다릴거같아요...
6년 전
비회원226.192
헉 대박...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완전 좋아요ㅜㅜㅜㅜ 용국이 너무 섹시하고... 멋지고...ㅜㅜㅜㅜㅜㅜ완전 다하네요ㅜㅜㅜㅜㅜㅜ
6년 전
비회원224.198
와......ㅠㅠㅠㅠㅠ인티에 용국이 글이 올라온것만으로도 행복한데ㅠㅠㅠ뱀파이어라닛.....이렇게 글이 재미있다니요ㅠㅠ이렇게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작가님♥
6년 전
독자2
세상에 작가님 ㅠㅠㅠㅠㅠㅠ 뱀파이어 용국이라녀 진짜 정말 사랑합니다 세에상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 댓글
와우 용국이 너무 치명적이야...! 용국이같은 뱀파이어라면 백번이라도 뜯길 수 있습니다!!!
6년 전
독자4
헐 용국이 너무ㅠㅠㅠㅠㅠㅠ치명치명해서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좋고 섹시해여 울 용국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마지막 그 누나 그 문장은 뭐죠 !? 기대할게요 작가님 아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
6년 전
비회원62.201
용국이 너무 섹시해요 ㅠㅠㅠㅠㅠㅠ 요것망 계속 기다리구 잇ㅅ습니당 ㅠㅠㅠㅠㅠ 넘 재밌어료 ㅠ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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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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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