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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리스마스의 악몽

Written by. 브몽







"이름이 뭐야?"

"김여주예요."

"....반말 써도 되는데"

"제가 불편해서요."

"...아, 으응"



지민이 머물 자리의 이불을 손으로 털어냈다. 먼지 한톨이라도 있으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 선생님의 끔찍한 목소리가 귀에 맴돌던 이유였을까, 새하얀 이불보를 몇 번이나 뒤적거렸다. 쭈뼛거리는 지민은 겉은 낯을 가릴거라 생각했지만 나에게 계속 말을 묻는 모양으로 또 그리 조용한성격은 아닌것같았다. 나는 꿈 꿔보지도 못할 1등실 침대 위에 풀썩 앉은 지민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방 너무 넓어서 싫어. 복에 겨운 소리를 저렇게 얌전히 할까. 인상이 구겨지려는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누구는 하루종일 남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살아도 이 편한 침대에 몸 한 번 우겨넣고 자보질 못하는데. 역시 돈 많은 재벌집 자식들은 철이란게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지민은 더욱더 얄미웠다. 그간 재벌집 아이들을 많이 만나봤음에도 불구하고 돈 없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저런 개소리는 짓걸이지 않아았으니까. 땅에 두던 시선을 올려 지민을 바라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주세요."

"....어떻게 불러?"

"그 옆에 종, 울리시면 돼요"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응. 그럴게"



그리고는 통통한 눈두덩이살이 올라오게 눈웃음을 지은 지민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의 인사를 애써 무시하고는 방문을 닫고 나왔다.띠리릭, 잠금소리가 들렸다. 이유 없이 뒤를 돌아 굳게 닫힌 방문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지민, 그에 대해서 아는것도 하나도 없는데 그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사감쌤에게 말해볼까? 어차피 첫날이고 나에 대한 상세정보도 모를것이다. 룸파트너가 바뀐다고해서 지민에게 별 일이 생기는것도 아니었다. 자꾸만 웃는 지민의 얼굴이 떠올라 기분이 꺼림직해졌다. 뭐가 저리 해맑지. 나는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는데.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우득 갈았다. 요새 들어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기분 나쁜 잇소리가 조용한 복도를 울린다. 사감에게 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는 구겨진 치맛단을 손으로 조심히 펴내었다.


이 학교는 상위 1퍼센트의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돈냄새 가득한 이곳에 왜 가난하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내가 있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 학교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룸파트너 제도때문이다. 룸파트너 제도는 학생들의 말벗이 되어주거나 필요 또는 요구하는 일에 대한 도움을 주면 된다. 말이 룸파트너지, 사실은 하녀가 따로 없는 생활이다. 룸파트너 제도 때문에라도 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많았다. 사회와 소통이 단절되어 살아온 불쌍한 재벌집 자식들이라던가, 아니면 제 시중드는 하녀가 없으면 제대로된 일상생활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머저리들은 이 학교를 꽤나 마음에 들어했다. 이사장은 좋은 취지로 계획했다고 들었다. 돈이 없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추첨으로 학생들을 뽑는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24시간, 자신들을 뽑은 학생의 룸파트너로 지낸다. 대신 그 학생들을 고용한 집안에서 교육비등을 지불해준다. 어차피 나는 그런것을 따질 이유가 없었다. 다 굶어죽어가던 나는 운 좋게 룸파트너 대상자로 뽑혔고 생각 없이 일하며 버젓한 교육을 받았다. 룸파트너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나를 고용한 학생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바뀔 수도 있고 학생이 전학을 가서 바뀔 수도 있고 이유는 여러가지다. 한 학생에게만 정착되는 일은 거의 없다. 금방 싫증내고 룸파트너를 바꾸는 애들이 수두룩이니까. 사실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이 제도는 문제가 많다. 사건 사고도 많았으며 학생들에게 급을 나눈다나 뭐라나 어른들의 비판소리도 컸다.


그렇지만 나는, 별 불만은 없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어? 여주!"

"...어, 태형아"

"어디 가는 중이야?"

"사감쌤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 넌 어디 가?"

"세아가 약 좀 가져다 달라 그래서. 같이 내려가"

"....아, 응"



계단 앞에서 태형이를 만났다. 태형은 내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그리고... 내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나와 같은 해에 룸파트너로 들어온 태형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재주가 있었다. 끼도 많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었다. 완벽한 그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돈, 돈이 문제였다. 생활고에 모든 꿈을 접은 태형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 잘생긴 얼굴 덕에 그를 룸파트너로 차지하려는 여학생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물론, 태형이는 이사장딸인 세아의 차지로 돌아갔다. 세아로 파트너가 결정난 태형이는 그 이후 파트너가 바뀌는 일이 없어졌다. 그 전에도 드물었다만. 그런 태형에게,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도 우스웠다. 내가 저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얀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이는 태형이 내 손을 끌었다. 따뜻한 온기가 내 몸 그대로 타고 올라왔다. 원 모양의 계단을 내려가다 고개를 밑으로 빼꼼 숙인 태형이 내 팔을 더욱 가까이 끌었다.



"헐 여주야. 밑에 트리 생겼다!"

"트리?"

"내일 크리스마스잖아. 그래서 생겼나본데?"

"아.... 벌써 크리스마스네. 그럼 오늘 이브구나"

"그렇지. 그것도 모르고 일만 한거야?"

".....나 크리스마스 별로 안 좋아하는거 알잖아"



그건 그렇지만. 태형이 어깨를 으쓱였다. 저런 예쁜 트리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더욱 고개를 숙이는 그가 밑으로 떨어질까봐 옷자락을 손으로 꾹 쥐었다. 응. 아무 생각 안 들어. 내 말에 태형이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곤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살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들이 설레는 포인트를 잘 아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태형의 손을 잡고 내렸다. 더 있다가는 입술이라도 맞출것만 같아서. 애써 웃으며 태형이의 손목을 끌었다. 빨리 내려가자, 세아 아픈 거 아니야? 내 말에 아차하는 얼굴을 한 그가 빠르게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이따 봐, 여주야!"

"어, 어!"



먼저 가란 소리는 아니었는데... 끄응. 뻘쭘하게 혼자 남은 계단에 뒷목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기숙사가 조용한 게 모두 오늘 외출을 낸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라 가족 회식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했다. 이곳저곳에서 번쩍거리며 빛나는 장신구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크리스마스란 나에게그저 휴일일 뿐이다. 웬만하면 크리스마스에는 밖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 행복하게 웃음 짓는 가족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아버리곤하니까. 그리고 그들이 부러웠고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기 쉽상이었다. 그게, 내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이유였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닌가보네. 창 밖에 안개는 자욱히 껴있었지만 눈이 내릴 것 같진 않았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숙사에 들어오는 지민은 대체 뭐지. 잡생각에 사로잡혀 걷다보니 벌써 사감쌤의 방 앞에 도착했다. 


똑똑, 작은 노크를 하고는 문고리를 돌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뾰족한 안경을 쓴 사감쌤이 나를 쳐다본다.




"어, 여주야. 이 시간에 어쩐 일이니?"

"아, 그게.... 룸파트너를 바꿀 수 있나 해서요."

"왜. 마음에 안 들어? 여주 너는 원래 그닥 신경 쓰지 않잖아."

"....뭐, 그냥. 잘 안맞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게 여주 권한에는 없는 거 알지? 파트너에게 먼저 물어봐야하거든."

"알아요. 그쪽에서도 상관 없다고 하겠죠."

"그래. 한 번 물어는 볼게"




파트너 이름이 뭐야? 사감쌤의 말에 기억을 더듬어 그의 이름을 생각해냈다. 지민인건 아는데...성이 뭐더라? 




"지민....인데, 성이...."

"..아아. 박지민?"

"어,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들어오기 전부터 유명했지, 그 애는"



사감쌤이 살풋 웃는다. 대단한 아이인가. 우선 전화를 해보겠다는 사감쌤의 말씀을 듣고는 방을 나왔다. 조용한 복도에 나의 신발소리만이 크게 울려댔다. 괜히 그 소리가 부담스러워 빨리 위로 올라가려는데 어느새 설치를 끝마친 거대한 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는 다른때보다 더 화려하게 장신해놓은듯한 트리가... 참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트리쪽으로 돌렸고 검은색의 내 로퍼는 트리 앞에 멈춰섰다. 고개를 들어 꼭대기에 올려져있는 큼지막한 별을 바라보았다. 트리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인지 별의 정면은 보이지가 않았다. 트리에 수없이 매달려있는 종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게 그때 쓰라했던 메세지였나. 며칠 전, 학생회 학생들이 종이들을 돌리며 소원하는 메세지를 적으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별다른 관심이 없어 주머니 속에 종이를 숨기었는데 아마 그게 이거였나보다. 모든걸 다 가진 학생들의 소원들이 과연 무엇일까. 그 때, 수많은 종이들 중 익숙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 김태,형....




뒷글자는 다른 종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 종이의 뒷말을 보려는데 누군가의 손으로 의해 저지되었다. 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내 손을 쥔 사람은 태형이었다. 잠시 당황한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여기서 뭐해?"

"트리 구경하다가... 네 이름이 보이길래,"

"누가 나 좋아하나보다."

"....그게 여자친구한테 할 소리야?"

"에이. 장난이지. 그나저나 안 올라가?"

"...올라가야지. 근데 나 저것만 보고갈려,"

"뭘 그런걸 봐. 올라가자"




그리곤 속수무책으로 태형이에게 끌려 계단을 올라갔다. 내 손을 오른손과 달리 왼손에는 종이박스가 꽉 쥐어져있었다. 세아의 약이었다. 그런데 문득 왜 그녀는 외출을 하지 않은건지 궁금해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외출증을 끊었는데. 지민 같은 경우는 뭐, 조금 특수한 경우니까.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게 없어 뭐라고 떠들 수가 없었다. 



"세아는 ... 외출 안 한대?"

"응. 머리가 아파서 못 나간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나봐"

"좋은 날에 아프면 서러운데"

"그래서 내가 옆에 있잖아."

"....그렇지"

"얼른 가봐. 네 파트너도 기다리겠다"

"....응."



세아에 대한 다정한 말을 쏟아놓는 태형이를 볼때면 가끔은 가슴이 아렸다. 그저 파트너로서 말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질투를 느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낼 명분도 없다는 걸, 나는 잘 알아서 또 다툼으로 번지기 싫은 나는 혼자 끙끙 앓는걸로 답을 내렸다. 내가 여주가 아니라 세아였으면. 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사람이 사랑에 눈이 멀면 사고가 변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태형이는 나에게 말했다. 너에게만이 모든 게 진심이라면서 나를 달랬다. 


괜한 우울감에 휩싸인채 지민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는 짐을 챙기러 가는 게 맞았다. 사실 나는 지금 내가 왜 사감에게 룸파트너를 바꾸겠다고 이야기를 했는지도 혼란이 왔다. 나에게 별 문제 있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그저 나에게 웃은 게 전부인데 혼자 오두방정을 떠는 꼴이니. 어이가 없었다. 그가 어이가 없어한대도 나는 할 말이 없다. 후. 짙은 한숨을 허공에 흩뿌린채 내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내 방과 지민의 방 사이에는 두 방을 연결하는 문이 하나가 있다. 이건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룸파트너 관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기숙사형태였다. 어느새 어두워진 밖을 보며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방 안 인터폰이 울렸다. 사감쌤인가?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 전화를 들었다.



- 어, 여주니?

- 네. 선생님

- 지민이랑 통화했는데....

- ....네

- ..싫다는데?

- 네?

- 싫대. 그리곤 그냥 무작정 전화 끊어버렸어. 혹시 너네 무슨 일 있는거니?

- ...아, 그런건 아니에요....

- 싫다니까 내가 뭐 어쩔 수는 없는데. 혹시 문제가 있는거면 선생님께 꼭 말해주렴.




그리고 전화가 끊기자마자 울리는 종 소리에 몸이 잘게 떨렸다. 깜짝이야. 육성으로 내지른 내 말이 지민에게 들렸을까. 갈아입으려던 옷을 다시 입고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있는게 한숨 밖에 없다. 왜 대체 안 바꾸려는거지? 이러니까 더 의아함이 들었다. 지속해서 울리는 종소리에 이맛살을 구겼다 매끈히 폈다. 문을 열자 침대에 앉아 종을 흔들고있는 지민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마주치자 다시 조심히 종을 내려놓는 지민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종 울리라며."

"........"

"필요한 게 있으면 울리라고 했잖아."

"한 번만 울려도 돼요. 굳이 여러 번....."

"울려도 안 왔는데. 네가"



나긋한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날이 선듯보였다. 여전히 웃고있는 지민이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했다. 하. 정말 피곤하고 옷도 갈아입고 싶고... 씻고 싶은데. 영 피곤한 스타일의 파트너였다. 자기는 이미 씻고 샤워가운까지 입고있으면서. 배려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인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아니, 눈 밖에 나고 싶은데 보통 성격이 아닌듯해서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하겠다. 눈 밖에 나서라도 파트너를 바꿀까 싶었지만.... 큰 오산인듯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고 침대에서 조금은 떨어져 섰다. 내가 있는 위치로 고개를 돌린 지민이 내 뒤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다. 나를 언제까지 여기에 눌러앉힐 생각이지? 명령조인듯한 말투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지민을 쳐다보았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얼굴이 어째 나에게는 반감을 산다.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말해 봐."

"뭐를요."

"파트너 왜 바꾸고 싶다 그랬어?"

"........"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치"

"....아,"

"난 좀 속상했어."

"........"

"나는 네가 마음에 드는데, 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거잖아."




조곤조곤한 말투가 귀에 콕콕 박혔다.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돌직구로 물어볼 줄은 몰랐으니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냥 네가 싫어서? 라고 말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는 대답이었다. 내가 왜 싫은데, 라고 물을 게 뻔한 말투였다. 진심으로 상처받은듯한 얼굴로 오리처럼 입술까지 내밀고 말하는 지민에 말문이 막혔다. 그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해결책으로 쓰일만한 대답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그는 계속 재촉했다. 이유가 뭐냐며, 나에게 답을 재촉했다. 나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금방이라도 타버릴듯한 눈빛에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그 때에 이불을 걷고 다리를 침대 밑으로 떨어뜨린 지민이 나와 마주하는 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방황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아까처럼 눈을휘어지게 웃는다. 그리곤 나에게 손을 뻗는다. 



"잡아줘."

"....네?"

"잡아달라고. 내 손"

"....아니, 네 손을 왜 내가...."

"좋아. 그리고 반말도 해. 존댓말 쓰지마. 내가 싫으니까"

"........"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안 잡아?"



그리고 쎄하게 굳어진 얼굴의 지민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그의 손을 쥐었다. 내 손에 흥건한 땀이 그에게 그대로 느껴질것이다. 왠지 모르게 창피했다. 내 모든 감정을 그에게 들킬것만 같아서. 하지만 지민은 아랑곳하지않고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깍지까지 끼며 세게 잡았다. 이게 대체뭐하는 상황인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지민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따뜻한 방 안에 오래 있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차가웠다.



"나는 네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



무미건조한 말투였지만 어딘가 애절함이 묻어났다. 왜일까. 기분탓일까. 그 이후에도 지민은 내가 파트너를 바꾸지 않겠다는 확답을 듣고나서야 나의 손을 놔주었다. 손을 놓자마자 이불을 덮고 침대 위에 몸을 누은 지민은 불도 꺼달라는 부탁까지 하고는 나를 보내었다. 내 방으로 들어와서야 온 몸에 긴장이 풀리는것만 같았다. 무언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뭐야, 이게. 헛웃음이 절로 나오고 와중에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내가 우스웠다. 원래 이렇게 말 한마디 못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민의 앞에 서있을 때에는 당황만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것이 느껴지고 나는 찝찝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빨리 몸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희미한 정신 속에서 인터폰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꿈 속에서 들리는건가 싶었지만 그건 내 방의 소리라는걸 자각하고 힘겹게 눈을 떴다. 맞다, 지민이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네. 혹시라도 그의 잠에 방해가 될까봐 후다닥 인터폰의 수화기를 들었다. 인터폰으로 전화를 올 사람은... 태형이 아니면 사감쌤 그리고 선생님들 그게 전부였다. 역시나 수화기를 들자마자 들리는 목소리는 태형이었다. 어딘가 조심스러운듯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냥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우물쭈물 말을 더듬던 태형이 말문을 열었다.



- ....잤어?

- 그럼 당연하지. 지금이 몇시인데...

- 음. 잠깐 나오면 안 돼?

- 왜?

- 크리스마스잖아.

- .... ....

- 애들도 없고, 우리 둘만 있는 시간도 별로 없었으니까....

- 응

- 지금이 기회다 이거지




태형의 말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응, 알았어. 명쾌한 대답을 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에게 번졌던 미움이 눈녹듯 사라졌다. 정말 진심은 나에게만이니까. 그렇잖아, 태형아. 잠옷 위에 후드티를 입고는 살짝 색이 들어간 립밤을 입술에 발랐다. 오랜만에 같이 있을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준비를 끝마치고 기다리고 있을 태형이에 분주하게 발을 움직이는데, 그 때 반갑지 않은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딸랑


발걸음을 우두커니 멈추게 한 소리는... 종 소리였다. 그냥 무시하고 나갈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도 강도 높아지는 종 소리였다. 하아.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않는 파트너였다. 벽에 고개를 살짝 부딪혔다 한숨을 내뱉으며 지민의 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잠깐이겠지.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에는 아까처럼 침대에 앉아있는 지민이 아니었다. 이불을 덮고 그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손 만이 종을 흔들고 있었다. 애가 따로없었다. 그냥, 그저 어린 애 같았다. 



"무슨 일이예요?"



아까 그가 하라고했던 반말은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익숙하게 존댓말을 꺼내었다. 그러자 바닥으로 툭, 떨어진 종이 데구르르 굴러 벽에 부딪혔다. 이불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존댓말 쓰지 말랬잖아"

"....그래서, 무슨 일인건데?"



원하는 반말까지 써다주며 물었다. 그러자 고개만을 빼꼼 올린 지민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제 앞으로 오라며 손짓했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태형이한테 가야하는데.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피가 터질까 힘을 풀었다. 그리고 지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마주하는데.... 나는 심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눈꼬리에 가득 매단 눈물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누워있어 그의 눈물이 옆으로 툭툭, 떨어졌다. 덩달아 놀란 내가 그의 침대에 걸터앉고는 급히 그에게 물었다.



"어, 어디 아파요?"

"........."

"...아니, 왜 울어. 갑자기 왜...."

"....가지 마."

"......뭐?"

"가지, 말라고...."

"......."

"나 버리고, 나가려고 했잖아. 지금...."



그리곤 옆에 놓인 내 손을 다짜고짜 부여잡더니 내 손바닥 위에 짧게 입을 맞추는 지민이었다. 따스한 입술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자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가지말라는 소리를 내뱉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지민의 모습이 영 안쓰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방에서의 인터폰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기다리다 제 방에 다시 들어간 태형이 건 것이 분명했다. 나, 나 가야하는데..... 작은 내 목소리가 웅얼거렸다. 분명 지민에게도 들렸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민은 꽉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감싸는 손의 힘. 그리고 문제는 나도 그를 뿌리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서럽게 매단 눈물이 자꾸만 머리속을 헤집었다. 그러다 그는, 또 떼 쓰는 아이같은 말을 쏟아냈다. 


급기야 내 허리를 끌어당긴 그가 제 옆에 나를 눕히고만다. 어, 어...! 힘 없이 침대 위에 누워버린 나의 어깨 위에 지민이 고개를 묻었다. 축축한 눈물이 후드티 사이 얇은 티로 닿았다.



"지민이."

"........"

"지민이 불러주라. 내 이름"

"이, 이것 좀 놓고...."

"불러줘, 제발...."



자꾸만 태형이 떠올라 그의 손을 떼놓으려 그의 단단한 팔을 잡았다. 나, 정말 가야해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이러다 정말 안되겠다싶어 그의 이름을 부르고는 빠져나오려 버둥거렸다.



"....지, 지민아"

"......또,"

"그래. 그, 지민아.... 나 진짜 가봐야하는데...."

"...여주야"

"........."

[방탄소년단/박지민] 크리스마스의 악몽 1 | 인스티즈

"....나는 크리스마스가 너무 싫어."

"........"

"나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잖아.."



지민의 마지막말에 거짓말처럼 분주하던 내 손이 멈추어버린것도, 그의 말에서 측은함이란 감정이 떠오르게 된 것도.


....그가 꼭 나같아서.











이것을 연재하는가 마는가... 고것이 문제로다.....

침침이랑 정국이랑 엄청 고민했어요 롬곡.... 둘 다 넘 잘 어울려섯...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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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0.108
완덩
6년 전
비회원170.108
완전 재밌어요ㅠ 연재해주세요ㅠ 제가 매번 댓글 달아드릴게요ㅠ 너모 좋아요ㅠㅠ
6년 전
비회원86.65
으어어어 연재해주세요오오 너무 좋아요 흐어 어꺼하지 진짜 재미있어요! 막 흥미진진! 글 분위기도 너무너무 맘에들구 짱이에요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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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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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5 01.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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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5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5 워커홀릭 12.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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