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응 엄마" [딸 별일 없지? 엄마랑 아빠 이번주에 동창 모임가려구] "아 진짜? 이번엔 어디로 가셔?" [이번에는 강원도 쪽으로 가보려구. 엄마가 다음주에는 반찬 좀 챙겨서 갈게. 문 단속 잘하고. 항상 조심해] "알겠어요. 아 나 이제 엘리베이터 탄다. 잘다녀오셔. 사랑합니당 엄마 아 아빠도!"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자취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3년차가 되어간다. 학교 때문에 시작한 자취이지만 혼자 사는 일에 로망이 있던 나로서는 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저녁 뭐먹지" 배고파 배고파. 하루종일 과제에 치여 산 덕분에 오늘은 한끼도 제대로 챙겨 먹은게 없다. 단톡방에 내일까지 자료조사 안하면 죽는다고 보내놓고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챙겨 침대에 기대 앉았다. 배가 든든해지니까 갑자기 또 피로가 몰려왔다. "으어...뭐야 아직 10시 밖에 안됐네" 자세를 고쳐 앉고 요즘 자주 보는 액체 괴물 만드는 영상을 보았다. 나도 해볼까? 재밌을듯. 터지는 듯한 진주 슬라임 소리가 듣기 좋았다. 히히 기분이 좋아졌다. 쿵- 한참을 집중해서 액체괴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귀를 기울이다 어제 아침에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옆집에 이사 온다더니 지금 이삿짐을 옮기는 모양이다. 아주머니께서는 신기하게도 모르는게 없으시다. 아니 근데 무슨 이사를 이 야밤에 한다냐. ** "...흐엑" 11시쯤부터 울려대던 쿵쿵 소리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멈추었고, 그 덕에 나는 밤새 잠을 한숨도 못잤다. 덕분에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니 무슨 다크써클이 이렇게...어우. 아무리 생각해도 옆집에 이사온 사람은 예의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밤중에 이삿짐 옮기는 사람이 어딨냐고. 누군진 몰라도 나중에 마주치면 한마디 해야겠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할일도 없으니 카페 가서 과제나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옆집 때문에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를 가리기 위해 대충 화장을 하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띠리릭-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동시에 반대쪽 문이 열렸고 웬 남자 한명이 나왔다. 호오 그대였군요. 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오늘 내 피로의 근원지이자 어젯밤에 쿵닥쿵닥 이삿짐을 나르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하필 꼭 그 시간에 그렇게 쿵닥거려야 했냐 한마디 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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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저 어제 이사온...아...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아...예...아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옆집 남자가 먼저 사과를 하는 바람에 하려던 말들은 마음속으로 집어넣어야 했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 뭐든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 "아 맞다. 혜주 남자친구 생겼다며" "엉. 결국 걔야. 그때 그 연하." "아 진짜? 에휴 좋을 때다" "ㅋㅋㅋㅋㅋㅋ야 너는 요즘 뭐 없냐?" "있어보이냐. 이 얼굴이." "너도 참...아 그러지말고 아무나 좀 만나봐. 뭐 옆집에 남자 안살아? 윗집이라던가" "...와 소름돋았어. 어제 이사옴 옆집에. 근데 겁나 잘생겼어. 나 뭐라 하려다가 얼굴보고 입닫았다니까" "아 오키 나 식장 알아보면 되냐?"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미친놈" 카페에 앉아 대충 해야할 것들을 마무리 짓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떠들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오랫동암 썸만 타던 친구의 연애 소식에 괜히 또 씁쓸해지기도 잠시 아침에 봤던 옆집남자의 얘기를 꺼냈다. 역시 내 친구 답다니까. 김칫국을 양동이 채로 들이킨 친구의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아 근데 진짜 내스타일이긴 해. "제발 연락좀 자주해라. 나 남는게 시간인거 모르냐. 아 그 옆집 남자 알지? 언니 기대한다" "ㅋㅋㅋㅋㅋㅋ됐거든 조심히 들어가" 친구와 헤어진 후에 집에 가기위해 버스를 탈까 걸어갈까 고민하다가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아까는 진짜 더웠는데 그래도 밤이라고 꽤 선선했다. "...어!" "...?" "옆집! 맞으시죠..?" "아 네 안녕하세요..." 한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아침에 봤던 옆집 남자가 서있었다. "집가시는거 맞죠...?" "네? 아 네 맞아요" "아 잘됐다. 같이 가요 우리." 옆집남자는 우연히 만난 내가 꽤나 반가운지 활짝 웃으며 같이 가자고 했다. 자기가 서울에 온지 얼마 안되서 아직 길을 잘 모른다나. 집으로 가는 길도 낯설어서 길을 헤맸다며 말하는 모습이 꼭 강아지 같았다. "아 저는 임영민이고 22살이에요." "저는 김복실이고 저도 22살이에요" "아 진짜요? 오 그럼 우리 친구할까요?" "아 네 좋아요!" 집으로 가는 동안 옆집 남자와 나는 꽤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내게 이러쿵 저러쿵 많은 얘기를 해줬고 가끔씩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오늘 처음 본 사이가 맞나 싶을정도로 남자는 친화력이 좋았고 서글서글하니 웃는 모습도 참 예뻤다.
"자주 봐요 우리" 집앞에 도착한 후 남자와 인사를 하고 각자 집으로 들어갔다. 자주 봐요 우리. 아니 왜 그렇게 웃지? 설레게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내 스타일이야"
영민X친구 |
"집은 좀 살만하냐?" "엉 괜찮은듯" "그래 아 맞다 나 내일 임영민네 집 갈껀데 너도 올래?" "? 아 가야지 그럼. 초대해줘서 너무 고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아니 야 나 큰일났어." "? 뭔데" "옆집 사는 여자 존나 예뻐. 약간 내스타일임. 어떡하지" "..." "아 남자친구있으려나 에이 없겠지? 아 오바야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