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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온 여행에서 김명수를 만났다.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있는 걸 보니 이 곳에 일을 하러 와서 잠시 쉴 겸, 카메라를 들고 나왔거나 여행을 와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인 듯 했다. 오랜만이네.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네자 어벙벙한 얼굴로 김명수가 어, 어, 하고 대답을 해주었다. 녀석은 아직도 바쁜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도 할 일이 없어서 여행을 왔는데. 김명수를 보면 웃을 수나 있을까, 생각 했었는데, 생각 외로 웃음은 잘 나왔다. 점심 먹었어? 내 물음에 당황한 김명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뭐, 같이 점심이라도 먹으러 갈래?"
목에 돌돌 감긴 밤색 목도리를 제대로 하고 이 곳에 온 첫날에 봐둔 식당으로 향했다. 뒤에서 김명수가 천천히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김명수가 내 맞은 편에 앉았다. 뭐 먹을래? 메뉴판을 뚫어져라 보던 김명수가 김치찌개, 하고 말했다. 아직도 그거 먹냐?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김명수가 뭐 어떻냐는 눈으로 나를 봤다. 그럼 나도 같은 거. 시키라는 뜻으로 손짓을 해보이자 피식 웃더니 주문을 한다.
"잘 지냈냐?"
고개를 끄덕이고 여전히 빛이 나는 김명수의 얼굴을 쳐다봤다. 예전보다 더 좋아보이는 얼굴에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없으니까 더 좋아보인다. 딱히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그걸 들었는지 김명수가 어…하는 작은 소리를 냈다. 살짝 찡그려진 김명수의 한 쪽 눈을 보다가 저 멀리서 아줌마가 큰 쟁반에 김치찌개를 담아 오는 걸 보고 목도리를 풀어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테이블 위에 김명수의 김치찌개와 내 김치찌개가 놓였다. 공깃밥이 든 그릇의 뚜껑을 열어 숟가락으로 밥을 뒤적이듯 건들이며 후후 불어 식혔다. 김명수는 뜨겁지도 않은지 제법 잘 먹는 모양새를 보다가 나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일은 구했냐?"
내 눈치를 살살 살피며 한다는 말이 뭔가 싶었다. 퉁명스레 내뱉어 놓고 김치찌개를 한 숟갈 떴다. 후후 불어 식힌 뒤 먹으며 김명수를 쳐다봤다. 그런 질문을 한 게 미안한지 표정이 변해 있었다. 뭐해, 밥 안 먹어? 김명수의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툭 치자 김명수가 화들짝 놀라며 손에 쥔 숟가락을 바로 잡았다. 그 뒤로 김명수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딱히 나도 할 말을 찾지 못해 묵묵히 밥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얼마에요? 하고 물으니 김명수가 먼저 돈을 척 건넸다. 아줌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산을 해 잔돈을 김명수에게 건넸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식당을 빠져나와 나란히 김명수와 섰다. 이제 어디 가는데? 일 하러가? 내 물음에 김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수의 주머니에서 징 울리는 진동에 궁금증을 가지고 녀석의 손끝에 매달려 올라오는 폰을 쳐다봤다. 내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은 김명수가 방긋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근처야? 어딘데? 데리러 갈까? 내게서 아예 고개를 돌린 김명수가 생글생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아마도 나와 헤어지고 새로운 애인이 생긴 듯 했다.
"애인이야?"
잘 가, 하고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웃지도 마주보며 손을 흔들어주지도 않고 뒤돌아 섰다. 추우니까, 돌아갈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까 못 갔던 곳을 떠올리고 발을 그 쪽으로 옮겼다. 싸늘한 목덜미에 추위를 느끼며 목 주변을 더듬자 밤색 목도리가 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아까 식당에 두고 나왔음이 틀림 없었다. 젠장. 작게 중얼거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식당으로 향했다. 황급히 식당으로 들어가 아까 앉았던 자리로 가 내가 내려놓았던 목도리를 찾았다.
"아줌마, 여기 목도리 하나 없었어요? 밤색인데…"
그런 거 없었다며 고개를 젓는 아줌마에 멍한 시선으로 내가 앉았던 자리를 보고 식당에서 나왔다. 허전한 목을 매만지다가 휭 부는 바람에 인상을 찌푸렸다. 야, 이성열, 목도리. 뒤를 돌아 손을 내미니 김명수가 옆에 이쁘장한 여자애 하나를 끼고 목도리를 내밀고 있었다. 손에 들린 목도리를 채와 목에 둘둘 감고 성큼성큼 아까 가려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맙단 말도 안 하냐?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춰서 뒤를 돌았다. 고맙다. 성의없게 툭 뱉어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생긴만큼 하네"
아까 김명수 옆에 있던 여자애를 떠올렸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축 쳐졌다.
-
"또… 보네"
"같이 다니자고 해, 친구라며"
이상하게 듣기 싫은 여자의 목소리에 멈춰서 뒤를 돌았다. 같이 다녀요! 해맑게 웃는 여자의 얼굴에 그냥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팔짱을 꼭 끼고 걸어가는 둘을 보다가 입술 새로 한숨을 흘려보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가는데 어제 왔었던 곳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야하나, 싶었다. 둘이서 웃으며 구경을 하는 걸 보다가 나 혼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뭇가지 끝에 위태롭게 새가 앉아있었다. 날개가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리며 새가 날아갔다.
"나도, 날아 가고 싶다"
작게 중얼거리다가 주변을 살폈다. 벌써 그 둘은 한참 앞에 가 있었다. 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김명수가 저렇게 행복하다는 얼굴로 웃고있는 건 참 오랜만인 듯 싶었다. 괜히 방해가 될까봐 가만히 자리에 서서 아까 새가 있었던 나뭇가지를 쳐다봤다. 한숨을 푹 내쉬고 김명수와 여자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열씨, 빨리 와요. 김명수한테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가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아까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여자, 상당한 여우인 것 같네? 피식 웃으며 여자를 보다가 발걸음의 방향을 틀었다. 그래, 방해가 된 거 같네. 나는 알아서 빠져 줄게.
"야, 어디 가"
허공에 손을 붕붕 휘저어 인사를 하고 오늘은 어떤 식당이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거리를 걸어갔다. 식당들을 보다가 갑자기 우동이 먹고 싶어져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무슨 우동을 먹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창 재밌게 구경을 하고 있어야할 김명수랑 여자가 내 앞에 앉았다. 이제 점심이잖아, 같이 먹어도 되지? 김명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튀김우동을 시키기 위해 종업원을 불렀다.
"튀김 우동 두 개랑 새우튀김 우동 하나요"
내 대신 주문을 한 김명수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아직도 튀김 우동이지? 잠시 뜸을 들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어제처럼 놔두고 가는 일이 없도록 내 허벅지 위에 목도리를 풀어 얹었다. 우동이 나오고, 우동을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그 곳에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도무지 끼어들 틈도 없었거니와, 사실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오늘은 내가 먼저 선수를 쳐 계산을 마치고 목에 목도리를 감았다.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혹시나 김명수가 잡을 까봐 발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김명수가 날 잡을리는 없었지만.
새벽에 깨어서 변기를 부여잡고 한참을 속을 게워냈다. 입을 대충 헹구고 벽에 기대어 섰다. 아마, 낮에 김명수와 여자, 그 둘과 함께 점심을 먹어서인 듯 했다. 아직도 비울게 남았는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토기에 변기를 다시 부여잡았다. 욱욱, 거리는 소리와 함께 위액이 쏟아져 나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겨우 화장실을 빠져나와 바닥에 누웠다.
"……"
화장실 전등빛에 모습을 드러낸 흰 천장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아아, 짙은 탄성이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런 느낌 같은 거 알고 싶지 않았는데. 김명수와 헤어질 때 상처가 될까 외면했던 감정은 외면을 했음에도 그대로 상처가 되어버렸다. 곪아버린 상처를 지금 건들여버렸고, 진물이 줄줄 새는 기분이었다. 끔찍하도록 와닿는 상처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여행을 온 게 그렇게 잘못인가 싶었다. 아니, 애초에 김명수를 사랑한 내가 잘못인 것 같았다. |
아 진짜,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그네그대가 원하는 만큼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망했그옄ㅋㅋㅋ
반촌은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진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딴짓 안하고 지금부터 반촌 열심히 쓸게요 ㅠㅠㅠㅠㅠㅠㅠ
망해..가고 있지만... 하핳.... 점점 망해가는게 보여서 슬퍼가지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