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는요,
05 : 나를 피해요.
내일이면 방학식이고, 그 다음 날부터는 방학이 되는거겠지. 물론 고3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붙잡아 두려고 여름 보충 수업을 시작했는데 웬만한 아이들은 모두 다 보충 수업을 나온다고 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당연히 고3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하겠다고는 했는데 방학이 다가오니까 방학의 유혹을 쉽게 놓지는 못하겠더라. 담임 선생님한테 가서 보충 하기 싫어요! 라고 말도 하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 속에서나 마음것 외칠 수 있던 거지. 현실에선 찍소리도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 찝찝하기만 하게 비오는 날 이후로 눈에 띄게 민현이와의 연락도 줄었고, 나를 피하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주변 친구들이 헤어졌냐고도 물어 왔지만 난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 날부터 이상한 점이 하나 생겼는데. 학생 회장이 우리 반에 자주 온 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민현이에게로 가는 것이 아닌 내게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멀리하고는 있지만 자꾸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시덥지 않은 말들을 늘어트린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농구공 그 자식도 쓸데없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다들 나한테 왜 그래?
방학식 전 점심이라고 학교에서 나름 맛있는 메뉴들을 준비했지만 썩 내키지 않아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한 뒤 지은이와 수정이를 급식실로 보냈는데,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나가고 나니까 교실에 남은 사람이 누구인지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여름이 다가온다고 다이어트를 한다며 급식을 먹지 않는다는 여자 애들과 엎드려서 잠을 자고있는…민현이. 민현이한테 가서 무슨 말이라도 꺼내고 싶은데 전처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고민을 하고 있으니 내려지는 답은 단 하나였다. 가서 직접 물어보는 수 밖에.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민현이의 옆자리로 가려고 하는데 언제 일어난 건지 생각하는 사이에 교실을 빠져 나가는 민현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나도 따라서 교실에서 나가니 3학년은 모두 밥을 먹으러 간 것인지 복도가 휑했다.
“민현아….”
“… ….”
“내가 잘못한 거면 말해줘. 제발.”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그냥,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것 같아. 민현이의 말에 더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내 부름에 잠시 멈칫하던 민현이는 저러한 답변을 내린채로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이유 아닌 거 다 알겠는데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걸 보면 나한테 숨기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보다. 그러한 답을 내려버리고는 다시 풀이 죽은 모습으로 교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민현아.
수정이와 지은이가 교실로 돌아오기 전까지 휴대폰만 꼭꼭 잡으며 있었지만 오는 카톡이라고는 원오고 애들이 있는 단톡이나, 그 농구공이 지긋하게 보내오는 카톡 뿐이었다. 알림이라도 꺼두려고 했는데 갑자기 든 생각에 다급하게 채팅방에 들어가 타자를 빠르게 쳐냈다. 민현이가 화난 것 같은데 이유를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정말일까? 얘네도 여자는 한 번 씩은 다 사귀어 봤기도 했고, 그 이상이기는 했지만 이 물음에 줄 수 있는 대답을 기대했을 뿐인데.
‘니 걱정 안 시키려는 거 맞음 별 이유 없어’ 간단명료한 대답 뿐이었다. 시이발. 내가 이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같은 남자가 이렇게 말을 하니까 정말 그렇게 믿어야만 할 것 같잖아!! 이미 내가 보낸 카톡 옆의 숫자는 모두 사라졌지만 답은 권현빈 한 명한테만 오다니. 친구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닥쳐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씹을 해? 나중에 게임에서 만나면 같은 팀 안 할 거야. 그렇게 반을 포기한 상태로 책상에 엎어져서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검게 물든 화면이 갑자기 반짝 빛이 났다.
선배, 이 두 글자를 보자마자 누가 보낸 것인지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농구공 그 자식이었다. 애들도 늦게 오는데 그냥 잠이라도 자야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아예 뒤집어 놓고는 양 팔을 둥글게 말아 그 사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대체 민현이는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던 것일까?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에서 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화를 내거나 누구에게 날이 선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선배.”
“… ….”
엎드려서 계속 민현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누가 옆에서 나를 쿡쿡 손가락으로 찔러서 혹시 민현이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자마자 기대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표정을 살피던 농구공은 미소를 짓다가도 서서히 입꼬리를 내리며 나를 보곤 무슨 일이 있냐고 묻기 시작한다. 교실에 있던 반 친구들은 하나 둘 나와 농구공에게 시선을 옮기었고 나는 그 시선들을 느낀 뒤에 농구공에게 네 반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꺼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발 좀 가라, 가. 내 말에 미동도 하지 않던 농구공을 그냥 무시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뒤 나는 다시 책상에 엎어졌다. 정수정이랑 이지은은 언제까지 밥만 먹고 있는 거야 곧 점심시간도 끝나는데.
한 5분 정도 엎드려 있었을까 또 다시 나를 쿡쿡 찌르는 농구공의 행동에 고개만 돌려 농구공을 바라보자 내 책상에 올려진 핸드폰을 가리키며 조금 있다가 연락 한다는 말을 하고 일어서려길래 그러거나 말거나 네 멋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고개를 돌리려고 하는데 내 쪽으로 걸어오던 발걸음이 내 옆에서 뚝 멈춰 서는 소리를 들었다. 뭐야, 수정이랑 지은이 벌써 온 건가? 찬찬히 고개를 들어서 그 사람을 바라보면.
“신경, 그만 끄지.”
황민현이, 있었다.
* * * *
수업이 모두 끝났다. 내일이 방학식이라는 이유로 야간 자율 학습도 하지 않고 모두 하교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청소를 모두 끝내고 집을 가려고 짐을 챙겨서 나가려는 순간까지도 민현이의 책상 옆 고리에는 가방이 걸려 있었다. 점심시간 이후로 시선 하나 주지 않던 민현이는 역시나 쉬는 시간마다 사라졌다. 역시나 청소 시간에도 없었고, 결국은 정수정과 이지은 사이에 끼어서 하교를 하려고 했는데.
“이름아.”
“권민하?”
우리반 신발장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는 듯 시계를 보며 시간을 체크하고 있던 학생회장이 있었다. 그나저나 이름이 뭐였더라, 권… 권민하? 맞나. 나를 보러 올때마다 이름 외워 달라고 그토록 말을 해줬는데 역시나 나는 관심이 없는 사람의 이름은 한 번 듣고는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기에 학생회장의 이름 하나를 기억해내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층에서 수정이랑 지은이가 기다린다고 했는데, 빨리 내려 가봐야 한다는 내 말에도 권민하는 할 말이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무슨 할 말이 있길래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할 말 없으면 먼저 간다는 말을 하니 그때야 나를 붙잡으며 어렵게 입을 연다.
“혼자 가?”
“아니.”
“… ….”
“왜?”
“아니야. 학교에선 좀 그렇다. 나중에 말 할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계속해서 숨기기 바빠보이는 권민하였고, 나는 그럼 먼저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자 기다리겠다던 정수정과 이지은이 벤치에 앉아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멍을 때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아.”
“어, 김이름 완전 늦었어!”
“미안, 근데 너네 뭐해?”
“너 기다렸지.”
“그럼 집 가자.”
“근데 이름아.”
집을 가기 위해서 벤치에 올려둔 가방을 챙겨 들고 일어나던 정수정과 달리 가방을 품에 안고 있던 지은이가 고개를 올려 들고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부른다. 그와 동시에 가방을 어깨에 매던 정수정도 같이 이지은에게 시선을 두었고, 지은이는 조심스레 나를 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 목걸이 말이야.’ 지은이의 말에 교복 안에 숨겨져서 보이지 않던 목걸이를 꺼내니, 지은이는 말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황민현은 목걸이를 선물한 적이 없대.”
“…무슨, 말이야?”
“네가 한 목걸이, 황민현이 준 거 아니야.”
“그럼 누가.”
“학생 회장.”
“어?”
“네가 한 목걸이 학생 회장이 한 거랑 똑같아.”
그러니까 황민현이 너 피하는 이유가 그거 때문인 것 같아. 지은이는 그 말을 끝으로 벤치에서 일어섰고,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서 운동장이 있는 쪽으로 던져버린다. 직접 전해 받은 선물이 바뀌었다면 누군가가 바꿔치기를 한 건데, 그 선물이 학생 회장이랑 똑같은 거라면. 일부러 바꿔놓았다는 이유 밖에 되지 않는다. 말을 끝까지 듣던 수정이는 이제야 정리가 되었는지 학생회장이 썅년이네, 라는 말을 늘어 트려 놓았다. 이거 좀 충격적인데?
* * 제남자친구는요 * *05-1 : 역시나 제 남자친구네요.
결국 방학도 해버리고 학교에서 민현이한테 말을 해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부회장이라는 이유로 자꾸 불려 나가버렸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뒹굴면서 휴대폰으로 몇 통의 문자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답장 없는 민현이었고, 기분도 꿀꿀하기도 하고 배도 고픈데 편의점이나 가야지. 엄마랑 아빠는 모임이 있다는 이유로 집을 비워버렸고, 오빠는 친구들이랑 5박 6일 동안 놀러 간다며 집을 비운지도 좀 됐다. 그래서 텅 빈 집에서 내가 혼자서 음식을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생각을 하자마자 지갑과 휴대폰만 들고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덥기만 한 날씨를 이겨내고 편의점의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물건을 다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더 살 것이 없나 싶어 편의점을 한 바퀴 더 돌고 계산대 위에 품에 안고 있던 물건들을 내려놓고 바코드를 찍는 동안 편의점 바깥을 바라보다가 8900원입니다. 편의점 알바생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지갑을 열어 만 원짜리 지폐를 건내준 뒤에 잔돈을 받아 넣고는 편의점 밖으로 나와 검은 봉투 속에 있던 아이스크림 봉투를 찢어 입에 물었다.
아이스크림도 거의 다 먹을 즈음에 집 근처에 있던 공원을 지나가려던 찰나에 이제 집에 가는 것인지 익숙한 뒷통수와 익숙한 교복을 입고 있는 한 남학생이 보여 조심스럽게 달려가 어깨를 붙잡자 깜짝 놀랐는지 몸이 움찔하더니 뒤를 돌아보자마자 나를 보고는 활짝 웃는 김종현이었다.
맨날 피방에서 같이 게임하다가 몇 주만에 만난 친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반갑기는 했는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샀던 콜라를 꺼내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자 김종현은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탄산을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마셔도 목 안 따가워? 김종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렇구우나. 김종현만의 그 말투로 말을 하던 김종현은 어제 그 카톡 무슨 일이야? 라며 내게 물어왔다.
뭐라고 설명을 해줄까 하다가 어제 들었던 지은이의 말도 있었고, 여태까지 있던 일들 모두 김종현에게 말을 해주니 김종현은 집중해서 듣다가 갑자기 손뼉을 치더니 나를 보며 대박을 외친다.
“대박, 그거 알아?”
“뭐가 대박이야?”
“너네 학교 회장, 권현빈 쌍둥이인 거.”
“…뭐?”
“권민하. 권현빈 쌍둥이 동생이야.”
“… ….”
“중학생때 많이 봤잖아.”
걔가 학생 회장이라고? 말도 안 돼. 중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둘이 닮기는 했었는데 지금 얼굴을 보면 전혀 닮은 구석이라고 하나 없었다. 근데 갑자기 내 고민을 털어놓는데 권현빈 쌍둥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야? 김종현은 내 고민에 대해서 대충 들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너한테 털어 놓으려던 게 잘못이지. 그만 집이나 가자. 옆에 두었던 검은 봉지를 들고 일어서자 김종현이 나를 향해서 한 마디를 꺼낸다.
“너를 많이 좋아해.”
누가? 주어 없는 말에 누구라고 물으려고 했는데 김종현도 이제 집 가야겠다며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더니 나중에 만나자는 말을 한 뒤에 공원을 급히 빠져 나간다. 김종현이 민현이를 나를 통해서만 알 뿐이었지 직접적으로 알리가 없었다. 그럼 누구를 말하는 걸까. 김종현을 붙잡고 물어보고는 싶었지만 그 말만하고 가는 걸 보면 내가 물어봐도 말을 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검은 봉지를 들고 집 앞까지 오니 해도 저물어 어둑해졌고 가로등에 비춰진 인영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 …민현, 이?”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사이에 허공에 흩어질 것만 같았던 내 목소리는 다행히도 전해졌던 모양이다. 거의 일주일 만인가. 민현이는 나를 보더니 천천히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뒤로 황급히 숨기기 바빴다. 그렇게 내 앞에 선 민현이의 키가 이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로 오늘따라 높아 보였다. 아니면 내가 보지 못한 사이에 키가 조금 더 큰 것일까?
“이름아.”
“… …어?”
“이제 찾아와서 미안해.”
“… ….”
민현이의 미안하다는 그 한 마디에 여태까지 쌓였던 감정들이 뒤섞여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던 것을 주먹을 꽉 쥐는 것으로 참아냈다. 아니면 그냥 전과 같은 황민현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에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어떠한 이유면 어때. 민현이가, 이렇게 다시 내 앞에 나타났는데. 다시 그 전처럼 다정해졌는데.
울 것 같은 내 모습을 본 건지 민현이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와 동시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민현이의 허리를 꼭 안으며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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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미리 모든 내용이 설정된 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나중에 막장
이라거나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ㅠㅠㅠㅠㅠㅠ아 그리구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해요.. 그래두 민현이랑 다시 잘되잖아요! ! ! ! 후하 후하...
그리구 저번화 복선..오늘 좀 풀리지 않았을까요..? 많이 풀리지 않았나용ㅎㅎ..?
봐주시는 분들 제가 많이 사랑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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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암호닉 ▼ ▽ ▼ ▽
샘봄 / 허니 / 뉴리미 / 사랑의 공식 / 0713 / 짱요 / 황미녀 / 옹스더 / 푸린
빈럽 / 줄리 / 수파루파 (총 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