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는요,
06 :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합니다.
“야, 황민현.”
방학식 전 날, 곧 방학이라고 학생회 임원으로 바쁘게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었을 쯤. 교무실에 내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름이와 항상 붙어 다니던 이지은이 내 앞을 양 팔로 막아버려 지나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고, 얘가 나한테 볼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름이와 관련이 있는 일일 것이라는 것을 확신을 한 나는 이지은에게 시선을 두자 이지은은 나를 막아서던 손을 내리더니 고개를 빳빳하게 든다.
“이름이가 하고 있던 목걸이 봤어?”
“…어.”
“그거 네가 준 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누가 준 것 같아?”
“… ….”
“박지훈 같아?”
박지훈이란 이름에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 점심시간에도 그렇고, 며칠 전에 같이 있던 모습을 본 것도 그렇고, 둘이 같이 있던 동영상을 받은 날도 그랬다. 머리는 계속 아니라고 절대로 이름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또 믿었지만 사람이란 게 한 번 뒤틀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뒤틀려버리는 것처럼 모든 것들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약 일주일 동안 나는 그렇게 이름을 믿는다고 생각만 할 뿐 몸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하고 있었다.
“네가 오해 한 거야.”
“무슨 말이야?”
“박지훈은 이름이 생일도 몰라. 알았더라면 교실에 한 번은 찾아왔겠지.”
“… ….”
“권민하, 이름이랑 같은 목걸이 하고 있었어. 이니셜까지 박혀서.”
“… ….”
“걔랑 너랑 이름 이니셜 같잖아. MH.”
이름이한테 한 오해 풀고 제발 전처럼 돌아가 옆에 있는 사람까지 말라서 죽을 것 같아. 이지은은 그렇게 뒤를 돌아 교실로 올라가는 듯 싶었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는 왜 권민하가 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심과 함께 전에 내게 했던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고 나니 더 복잡해졌다. 최민기한테 가서 물어봐야 하는 걸까. 아니지 당사자인 권민하한테 가서 물어야하는 게 아닐까? 곧 있으면 수업이 시작 될 테니까, 조금 있다가 물어봐야겠다.
* * * *
모든 수업이 끝나고 권민하를 찾으려고 교실로 찾아가 보았지만 이미 하교 한 것 같다는 친구들의 말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학생 회의실도 가보았지만 없었다. 내일도 있으니까 내일 만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저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이름이의 뒷모습과 함께 권민하가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권민하와 눈이 마주쳤고 권민하는 고개를 떨구었고 이름이랑 마주칠까봐 문이 잠기지 않은 교실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권민하가 짓던 그 표정, 단순하게 할 말이 있어서 짓던 표정이 아니었다.
이름이는 이미 1층으로 내려갔는지 흔적 조차도 없었고 교실에서 나오자 권민하는 이름이가 내려간 반대쪽 계단으로 다급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권민하. 평소보단 조금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멈칫하던 권민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나를 피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까와는 다르게 빠르게 뛰어 복도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은 물어보지 못 하는 건가. 정말 이지은이 한 모든 말들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름이한테 연락을 해서 오해한 모든 걸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차마 그런 용기가 나질 않았다. 오해까지 다 해놓고 이제와서?
교실로 돌아가니 이미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는지 텅 비어있는 교실만이 남아 있었다. 가방을 챙겨 들고 교실 밖으로 나와서는 문단속을 한 뒤 항상 키를 넣어두는 곳에 넣어두고는 학교에서 나왔다.
학교에서 벗어난지는 오래였지만 같은 길을 뺑뺑 몇 바퀴째 도는 건지 모르겠다. 핸드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름이에게 뭐라고 문자를 보내야 할까, 목소리를 듣고 싶으니까 전화를 할까, 아니면 집 앞으로 찾아가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문자 창의 마지막 문자를 보고는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도 사랑해~♡’ 너는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데, 나는 왜 그러지 않았지?
“내가 뭘 한 거지….”
보고싶어졌다. 내가 여태까지 한 행동들이 누구 좋으라고 했던 걸까?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내 어리석은 행동에 제일 큰 상처를 입었을 사람은 누가봐도 이름이다. 가서 미안하다고, 내 행동이 모두 잘못된 거라고, 말을 해야겠다.
차마 집 앞까지는 찾아가지 못하고, 그냥 근처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문자 메시지를 적었다 지웠다를 아까와 같이 반복을 하고 또 했다. 그러다가 해는 이미 저물어 버렸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결국 뭐라고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를 한참 고민을 하다가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버렸다. 어쩌자고 이름이랑 이야기 한 번 나눠보지도 않고 혼자 그렇게 생각을 해서 오해를 하고 말이야. 나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못된 남자친구구나.
그렇게 오늘도 이름이에게는 먼저 연락을 하지 못 했다.
* * * *
방학식이 끝날때까지 나는 이름이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부회장이라는 이유로 선생님들 부름에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바빴지, 겨우 마주치려고 하면 또 선생님의 부름에 교무실로 직행하고, 그렇게 오늘의 학교 생활이 끝나버렸다. 대청소를 마치고 모두 다 같이 하교를 하길래 이름이를 불러 같이 하교를 하려고 했는데 또 어디서 나타난 건지 이번엔 이지은이 내 앞을 막아서길래 내 앞에서 이름이가 집으로 가버리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또 왜?”
“이름이한테 왜 연락 안 해?”
“하려고 했어.”
“근데?”
“… ….”
“시간 끌면 끌 수록 이름이 지쳐서 다른 남자한테 가면 어쩔래? 쟤 보기랑 다르게 금사빠야.”
오늘 할 게, 할 거야. 이지은에게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하고 나니 꼭이다 꼭!! 계단을 내려가기 전까지 내게 소리를 친다. 나도 오늘은 용기가 났으면 좋겠어, 제발. 최민기 말처럼 나 덩치만 크지 할 줄 아는 건 공부 밖에 없는 거 맞는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도 모두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후우. 답답한 마음에 깊게 한숨을 뱉어냈다.
집을 가려고 실내화에서 신발로 갈아신고 학교 밖으로 나서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인영을 보고는 빠르게 걸어가 어깨를 붙잡았다. 생각해보니까 이름이한테 말을 어떻게 걸까 하다가 권민하한테 찾아가 물어보는 걸 까먹었네. 권민하. 평소보다 낮게 깔린 내 음성에 흠칫 놀란 권민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마주하자마자 내 손을 쳐내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평소랑 다르게 나 보고 놀라는 거 보니까 뭐 숨기는 거 있구나.”
“…내, 내가 뭘?”
“회장이 이름이한테 줄 선물 네가 바꿔치기 했지?”
“무슨 선물….”
“발뺌 할 생각 하지 말고, 했어? 아니야?”
“… …나 아니야.”
“그럼 왜 너랑 이름이랑 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네 여자친구한테 가서 물어봐.”
이지은 말이 맞기는 한 모양이었다.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입으로는 계속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권민하는 지금 피하려고 하는 건지 씩씩 거리다가 뒷걸음 질을 친다. 쟤 때문에 체력 소모를 하고 싶지도 않아 그 자리에 멈춰서서 어제 최민기에게서 전해 들었던 말을 하니 내 앞에서 도망치려던 권민하는 가만히 멈춰 선다.
“너 이름이 좋아해?”
“… ….”
“만약 네가 나를 좋아했더라면 이러진 않았을 것 같아서.”
“… ….”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되잖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무슨 잘못이라고.”
“… …잘못 된 일이야.”
권민하는 그렇게 고개를 떨구고 주먹을 꽉 쥐었다. 부르르 떨리는 주먹과 함께 어깨가 들썩이는 게 누가 봐도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최민기가 한 말이 정말 맞기는 한가보다, 처음보는 회장의 모습이기도 했고 또 바로 부정을 할 줄 알았는데.
“너는 모르겠지, 나도 다른 사람처럼 좋아하는 거 다 보여주고 살고 싶어.”
“… ….”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잘못 된 일이 아니라고? 그래 남여 사이에선 그럴지 모르지.”
“… ….”
“근데 있잖아, 이 세상은 동성애 응원한다고 말을 하지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사람을 괴물 취급을 해.”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도…너처럼 이름이를 좋아했을 뿐이야….”
“… ….”
“목걸이는 미안해,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닌데 나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생일 축하는 해주고 싶었거든.”
직접 전해주기엔 이름이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랬던 거야, 네 반지는 내 사물함에 있어. 비밀번호는…네가 더 잘 알 것 같다. 눈물이 나오는 걸 참는 건지 목이 메여 제대로 나오지 않은 목소리로 여태까지 참아왔던 속 마음을 다 털어놓던 권민하는 그렇게 뒤를 돌아 사라졌다.
권민하가 사라지고 나서 나는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고, 학교에 돌아와 권민하네 교실 앞에 서서 교실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 한참 고민을 하다가 우리 반 아이들처럼 신발장 어딘가에 넣어두지 않을까 해서 1번부터 37번까지 하나하나 다 열어보다가 마지막 37번 옆에 비어있는 신발장 문까지 열어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교실 키를 꺼내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권민하의 사물함 앞에 섰다.
“이름이 생일인가….”
내가 잘 알 것 같다는 건 이름이 생일 밖에 없는데. 생일을 맞추고 자물쇠를 당기자 철컥 열렸고, 사물함을 열자 깨끗하게 정리 되어있는 교과서들 사이에 있는 익숙한 상자 하나. 그 상자를 꺼내어 열어보니 내 손에 끼워진 반지와 같은 것이 끼워져 있었다. 권민하의 사물함을 제대로 닫고 교실 문까지 제대로 닫고 나니 권민하가 했던 말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닌데, 사회는 범죄인 것마냥 취급을 하니 권민하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전에 왜 헤어지라고 한 건지도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가진 상처를 더욱 후벼파는 일이 될지도 모르고 더이상 그 일로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냥 반지 돌려 받은 걸로만 만족을 하고 학교에서 나와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 * 제남자친구는요 * *06-1 : 귀여워서 미치겠어요.
“선배!”
“뭐야, 너? 너네는 방학이잖아.”
“고삼은 방학때도 학교 나온다고 해서 저도 보충수업 신청 했죠!”
“… …나 때문에?”
“네! 선배 보려고요! 그나저나 선배 표정 많이 좋아졌네요.”
민현이의 품에서 울었던 날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 뒤로 권민하는 더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방학 보충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방학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보충수업도 익숙해질 때 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내 앞에 갑자기 농구공이 사이다 음료를 내게 건네주며 나타났다. 방학을 하기 전이라면 이지은과 정수정 그리고 나까지 셋이 잘 뭉쳐 다녀서 둘이 나를 끌고 교실로 돌아갔을지 모르지만 나를 제외한 둘은 방학을 즐기고 싶다는 이유로 보충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 사이다를 받기는 받았는데.
“선배 이번주 주말에 시간 있어요?”
“어? 이번주…?”
다짜고짜 주말 스케줄을 묻는 농구공에 아마 없을 걸? 이라고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팔로 내 목을 감싸오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내 머리를 꾸욱 누르는 민현이가 있었다.
“나랑 약속 있어.”
“…아, 그렇구나.”
“앞으로도 나랑만 약속 있을 예정이니까 묻지마.”
“… ….”
“그리고 얘 내 여자친구거든.”
“… ….”
“작업 그만 걸어.”
민현이가 이런 애였나 싶을 정도로 그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것에 덜 적응을 한 나는 민현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얼굴이 붉어졌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민현이의 소매 끝을 잡아 당기었다. 그정도면 됐어, 민현아…. 농구공에게 선포 아닌 선포를 남겨두곤 나는 민현이를 교실까지 끌고 왔다. 물론 소매를 잡고 와서 끌고 온 건 아니고 나를 따라서 걸어 온 것이지만. 교실 안으로 들어오니 복도와는 다르게 교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뜨거운 내 얼굴을 식혀주었다.
“그 사이다 나 줘.”
“왜?”
“…어, 그니까 나 목말라.”
“탄산 못 마시잖..아.”
민현이는 내 손에 있던 사이다를 빼앗아 가더니 뚜껑을 열어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신다. 민현이 목 괜찮니..? 마시다가 탄산으로 인해 목이 따끔 거렸는지 반도 마시지 못하고 얕은 기침을 콜록콜록 뱉어낸다. 그러게 왜 마시지도 못하는 사이다를 그렇게 마셨어…. 결국 내 손에 다시 쥐어진 사이다였고 민현이는 목을 부여잡으며 사이다는 그냥 네가 다 마셔, 그러더니 자리로 돌아가 옆 짝꿍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병 안에 있던 물을 벌컥벌컥 다 마신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는지 민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아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이제 수업 시간이 시작되는 종이 울릴테니 나도 자리에 앉아야겠다. 그 전에 민현이가 마시다 만 사이다를 모두 내 입 안으로 털어 넣고는 자리에 앉았다. 으으, 빨리 수업 끝나고 집에 가고 싶다!
* * * * * * * * * * * * * *
요즘 자꾸 너무 오랜만에 오네용,, 다음주에 있을 시험 공부를 하다보니
점점 늦어져서 이렇게 늦고야 말았어요ㅠㅠㅠ! 그래도 갈등을 많이 풀어놔서
마음은 조금 편해진 느낌인데.. 뭔가 풀리다 만 것 같죠..? 제가 생각해두 그래용
ㅠㅠㅠ..하하하...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민하 과거편도 들구
올게요! 그때면 어느정도는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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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암호닉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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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린 /빈럽 / 줄리 / 수파루파 / 밍밍(총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