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교생쌤
12
(完)
" 인기 과외 선생이라서 많이 바쁘신가봐요, 종현씨. 이렇게 금쪽같은 고시생 시간을 뺏으시고. "
" 말투가 왜 그래... 더 무섭게... 늦은거 진짜 안 그래도 미안해 죽겠는데. "
종현이 가방을 품에 안은 채로 의자에 앉으며 맞은편에 있는 여주를 보았다. 여주는 아메리카노를 입에 물고선 내가 뭘, 하는 표정으로 종현을 볼 뿐이었다. 종현이 그런 여주에 쫄아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아니 갑자기 막 어머님이 나 가려는데 혹시 한 명 더 끼워서 그룹과외 할 수 없겠냐고 물으셔가지고... "
" 네네. 인기 선생님의 삶이란 그런거죠~ "
종현이 여주의 눈치를 보며 가방을 더 꼭 끌어안았다. 여주가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아아, 됐어. 농담이야. 장난이지. 하고선 아메리카노를 보고 있던 책 옆에 놔뒀다. 종현이 그제서야 씨익 웃으며 말을 꺼냈다.
" 근데 정말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묘한 것 같아. 아직 과외 밖에 안 해봤지만. "
" 네가 인기 선생님이라 그런건 아니고? "
여주가 장난스레 묻자 종현이 그런건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느덧 1년하고도 반년이 훨씬 더 지났다. 여주는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었고, 종현은 복학을 해서 벌써 3학년이 되었다. 여주는 졸업을 하자마자 임용고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고, 종현은 복학을 하고선 유정 선배 이미지에 한 층 더 밝은 에너지가 추가돼 만인에게 사랑받는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 오랜만에 보는데 자꾸 나 놀릴래? "
종현과 여주가 만나는 것도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여주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만난 적이... 이번이 두번째였던가.
" 그냥. 너 되게 전보다 밝아지고 그래서 보기 좋아서 그러지. "
" 나 원래 되게 밝았어. 왜 이래. "
종현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여주가 그런 종현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웃겨... 누가 봐도 여자친구 생겨서 밝아진 사람이거든? 종현은 복학을 하고 난 다음 학기에 여자친구가 생겼다. 여주와는 꽤 상반되는 이미지라고 해야할까. 비글스러운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연하의 여자친구였다. 능력 좋아, 김종현? 여주가 종현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누구보다도 축하해줬다. 아, 여자인 친구라고는 나밖에 없다고 투덜거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주의 투덜거림에 종현이 기분 좋게 웃었었다.
" 그런가... 하긴 애들이 복학하니까 좀 다른 사람 같다고 하긴 하더라. "
" 그지? 나만 느낀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보니까 너 완전 인기 선배더만. 유정 선배 이미지는 어디 안 간다. 역시. "
여주가 킬킬대며 종현을 놀렸다. 종현이 그 말에 그럼 뭐 내 여자친구는 홍설이냐? 하고 맞받아치며 장난스레 답했지만.
" 아, 배고프다. 종현아. 맛있는거나 먹으러 가자. 얼른. "
" 그래. 임고생 내가 구제해줘야지, 또. "
" 너도 일년만 더 있으면 고시생이야. 김종현. "
" 난 아직 누구처럼 교생실습도 안 다녀와서 좀 먼 얘기 같네요. "
종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교생실습이라는 단어에 여주가 약간은 흠칫했다. 교생이 끝나고 2년이 다 돼간다. 달라진거라곤... 졸업을 했다는 사실과 고시생이라는 것 뿐. 여주가 종현을 따라 일어서서 아무렇지 않게 가방을 쌌다. 문득, 아주 잠깐 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취해서는 안 될 감정이 들었다는 기분에 여주가 고개를 내저었다.
*
" 크으, 역시 고기! "
" 누가 보면 고기 일년은 못 먹은 사람인줄 알겠다. "
" 야. 고시 준비하면서 소화가 통 안 돼서 고기 진짜 짱 오랜만에 먹는거야. "
예전처럼 김종현이 고기를 굽고, 나는 그 고기를 먹고 있다. 이 관계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게 그냥 이유가 없이 좋다. 김종현은 애초에 나를 많이 먹일 작정이었는지 그저 말 없이 주문하고, 리필하고, 고기를 굽기만 한다. 역시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뒀다.
" 많이 먹어. "
" 안 그래도 많이 먹고 있어. "
" 그런 것 같긴 해. "
김종현이 웃으면서 고기를 뒤집었다. 야, 너도 좀 먹어. 내가 우물거리며 말하자 그제서야 김종현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착한 김종현. 그래도 나 고시생이라고 다 맞춰주고 이해해주려는게 눈에 보인다.
" 그럼 후식은 내가 쏠게. 술은 내가 못 마시겠고, 내가 카페에서 젤 비싼걸로... "
" 괜찮아. 그리고 나 어차피 뒤에 잠깐 예전에 과외하던 학생 만나야 해서. "
" 과외하던 학생? "
" 응. 벌써 수능 치고 좀 있으면 졸업해. 내가 과외 봐 줄 땐 고2였는데. "
고2.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고2'라는 단어에 또 스쳐지나가는 얼굴이 있다. 애써 생각을 돌리려 김종현의 말을 빠르게 받아쳤다. 그럼... 2년 됐네? 아직도 연락해?
" 걔가 내 두번째 제자거든. 아 맞아. 너 교생간 학교 학생이었는데. 너도 이학년 담당 아니었던가? "
" 어? 어....어. "
이상하게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내가 교생을 간 학교의 고2. 그 애만 있는게 아닌건 나도 잘 아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이상하게 머리가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 엄청 재밌고, 잘 맞았던 애야. 걔가 성적이 많이 올라서 입소문 난거거든. 내 과외가. "
김종현은 신난 듯 계속해서 내게 말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 김종현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자꾸만 불쑥 생각나는 그 이름.
" 혹시 네가 알려나? 이름이 유회승이거든. "
권현빈.
아. 현빈인 아니구나. 이상하게 안도감과 좌절감이 동시에 들었다. 현빈이는... 그 날, 버스를 같이 타고 나서 나란히 앉은 후부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창 밖만 보고 현빈인 글쎄, 뭘하고 있었으려나. 현빈이가 먼저 내릴 차례가 되고 현빈인 여느 때처럼 예쁘게 웃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고나서도 버스 정류장에 서서 나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고.
그 후로는... 연락을 한 적이 없다. 현빈이는 정말로 번호를 처음 물었을 때의 그 목적을 꼭 지킬거라는 듯 카톡을 하지 않았고, 나도 딱히 할 생각이 없었다. 괜히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은 듯한 현빈이를 뒤흔들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사실 내가 현빈이에게 먼저 연락하면, 현빈이에게 어떤 말을 할지 몰라서. 나조차도 내가 주체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제일 컸지만.
그리고 그 후로 2년이 다 돼간다. 현빈이는 조금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할거고, 나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다. 현빈인 어떻게 됐을까.
" 회승이? 알지. 걔 우리반이었거든. "
" 진짜? 아, 그럼 회승이한테 물어볼걸 그랬다. 그 때 과외할 때. 아니면 나중에 같이 만날래? "
" 아니야. 나 학생들이랑 따로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둘이 만나. 그냥. "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혹시나 현빈이에 대한 얘기를 회승이에게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잠깐 했다. 나도 참 웃기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그 때의 일을 못 놓고. 그치만 난 그 때 현빈이에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다. 분명 그 때보다 옅어진 감정이지만 확실히 현빈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이상해지는게, 아 이게 이뤄지지 못한 미련인가 싶으면서도 묘한 감정이 떠올랐으니까.
" 회승이한테 안부나 전해줘. 오랜만에 내 얘기 들으면 되게 놀라겠다. "
" 그러게. 되게 신기한 인연이다. "
김종현은 여전히 싱글벙글한 채로 고기를 먹고 있었다. 나는 바로 입맛이 뚝 떨어졌지만. 이 감정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막연한 그리움인지, 미련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너에 대한 설렘인지.
추운 계절이 또 지나고 따뜻한 봄이 돼서야 나는 고시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따사로운 봄을 맞은건 오랜만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 따사로운 봄을 오랜만에... 캠퍼스에 맞이하기로 했다. 왜인줄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오랜만에 동기들이 캠퍼스에서 새내기때처럼 기분을 내보자는데... 우리 얼굴이, 과연 새내기라 할 수 있을지.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름 꽃단장을 하고, 괜히 답지 않게 상큼한 봄같은 메이크업도 하고 그렇게 나갔다. 오랜만에 통학을 하는 것처럼 버스를 타는데 기분이 어찌나 묘하던지. 단톡방은 이미 난리였다. 다들 어디냐며, 떨린다고. 동기 중에 몇몇은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기분을 내보자, 하며 다 같이 만나기로 한 중요한 자리였다.
" 어... 그래서 내가 일빠로 도착한거야? "
[ 그런거 같은데? ]
" 나 10분 밖에 일찍 도착 안 했는데? "
[ 10분씩 안 늦으면 다행이지. 오랜만에 학교 걷거나 카페에 들어가있어. ]
" 그래... 뭐 날씨도 좋은데 학교나 걸어야겠다. "
[ 괜히 새내기들 보면서 부러운 눈빛 쏘지 말고. ]
" 안 그럴거야. "
내가 첫번째로 도착해버렸다. 너무 설레서 그런가,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왔는데. 할 수 없지. 날씨도 좋고, 나도 나름 오늘 괜찮은 것 같고. 없던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스물다섯이면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니잖아! 온 김에 사대건물에 가서 김종현이나 보고갈까? 와, 나 진짜 인맥이 좁구나. 학교 가도 만날 사람이 종현이 밖에 없고. 괜시리 우울한 기분이 들어 일단은 정문에서 오랜만에 천천히 학교를 돌아보며 걷기로 했는데...
" 죄송해요. 제가 늦었죠. "
" 아냐. 뭐 먹을래? 생각해왔어? "
" 음... 근데 저 학교 주위에 아직 뭐 있는지 잘 몰라서. "
정문을 들어서자 선배와의 밥약속을 하는 새내기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울리지 않는 화장에, 컬이 살아있는 파마. 원피스. 새내기의 특권이지. 혼자 흐뭇하게 생각하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와, 나 진짜 이러니까 초고학번 같네. 흠. 내가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학생인 척하며 자연스럽게 정문에 서있었다. 그냥 이런 풍경을 보고 있는데 내가 스무살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 다들 빨리 가라 ]
[ 이여주 화석이라서 ]
[ 혼자 방황하고 있을듯 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주야 ㅋㅋㅋㅋㅋ ]
[ 혼자 막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
[ 그르믄 안돼 ㅠㅠ 알지? ]
단톡방에는 나를 걱정하며 놀리는 친구들의 톡이 한가득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나 지금 정문에 서서 엄청 부럽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그 때였다.
" 죄송해요, 늦었죠! "
갑자기 누가 내 어깨를 잡고는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니냐고. 내가 놀라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려는데... 잠시만.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 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어깨를 잡은 사람 쪽을 쳐다봤다. 그런데 아. 내가 시선이 닿는 이 위치.
" ... "
머리가 다시 울리는게 느껴졌다.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리는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질 못했다. 내 어깨를 잡은 손은 여전히 어깨 위에 그대로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데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진짜 많이 늦은거 같은데 어떡하지... "
그 말에 고개를 들자, 정말로 익숙한 얼굴의
" 그쵸, 엄청 늦었죠? "
현빈이 보였다.
* *
쌤. 수능을 쳤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온지 아세요? 들으면 엄청 놀라실텐데. 저, 내신이 이미 완전 말아 먹은 상태라서 아무리 최대한 끌어올려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쌤이랑 같은 대학교는 가고 싶은데. 같은 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서 저 진짜 뻥 안치고 엄청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쌤들이 다 놀랄 지경이었어요. 제가 무슨 짓까지 했냐면, 아침에 책을 읽으면서 올 정도였어요. 야자도 꼭 안 빼먹고 다하고. 아 그리고 유회승이 국어 과외를 했거든요?
' 이번에 쌤이 모의고사 예상 지문 찝어줬는데 너 볼래? '
' 넌 안 봐? '
' 난 이미 글렀어... 너 열심히 하니까 너나 보라고. '
' 나야 감사지. '
이런 식으로 가끔 팁도 많이 얻었어요. 유회승한테. 그리고 또 국어는 쌤 담당과목이니까 더 죽어라 열심히 하고. 수학은 진짜 못하겠는데 간신히 붙잡고 했다니까요. 애들이 다 저보고 미쳤다고 그랬어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바뀌냐고. 근데요. 절 바꾼건 쌤이잖아요. 사실 카톡... 연락... 너무 하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제가 흔들릴 것 같다고 해야할까. 그냥 앞만 보고 미친듯이 공부해서 빨리 좋은 대학 들어가서 쌤을 보는게 전 더 좋을 것 같아서. 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 현빈아. 너 진짜 성적 많이 올랐구나. 모의고사 등급이 거의 2등급씩 올랐는데... 하긴 요즘 열심히 하더라. '
' 저도 하면 해요. 쌤. '
' 으이고. 진작에 좀 할것이지. '
쌤들이랑도 많이 친해지고, 되게 건방지다고 생각한 쌤들도 저랑 많이 친해졌어요. 이게 다 쌤 덕이에요. 사실 저 고3때 담임쌤이 체육학과 넣으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조금 솔깃하더라구요? 그냥 공부하면서 느낀건데 전 가만히 앉아있는것 보다는 역시 좀 뛰거나 이런게 잘 맞는 것 같아서...
' 네 성적이면 여기 이 대학 체육학과정도는 갈 수 있을건데? 아니다. 조금만 더 잘하면. '
담임쌤이 보여준 학교가... 맞아요. 쌤 학교. 그 때 심장 터지는 줄 알았잖아요. 아,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들어가야겠다. 실기는 아예 포기하고 백퍼 수능 전형만 팠죠. 인원도 엄청 적게 뽑길래. 웃긴게요. 저는 쌤 안 보면 그래도 쌤 별로 안 보고 싶을 거 같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공부하는 그 순간마다 생각이 나요. 쌤은 어떻게 그래요? 진짜 내가 첫눈에 반할만한 사람이라 그런가.
' 현빈아. 상향이긴 한데... 일단 넣어보자. 네가 너무 가고 싶어하니까. '
수능은 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는 잘 안 나왔는데, 그래도 쌤이 들으면 놀라실걸요? 고2 때보다는 훨씬 잘 나왔으니까. 저도 나름 만족했어요. 왜냐면... 대학을 붙었으니까. 그것도 제가 원하는 대학교, 쌤이 다니는 학교의 체육학과.
' 야, 권현빈. 레알 인간승리다. 축하한다. 짜샤. 내 덕도 있는거 알지? 국어 팁? '
' 알지. 그 쌤한테도 고맙다고 전해드려. '
' 우리쌤이랑 너랑 같은 학교네~ 후배라고 내가 말씀드릴게. '
' 그래? 선배님이시네. '
유회승이랑 장난도 치면서 하루하루 그렇게 행복하게 보냈어요. 수능 끝나고 연락하려고 했는데, 쌤 상메보고 연락 못 했죠 뭐... 고시 준비하시니까. 쌤은 이미 졸업했구나, 그럼 CC는 못하는건가. 혼자 우울해하기도 했어요. 웃기죠, 쌤? 2년동안 얼굴도 못 봤는데 구질구질하게 짝사랑하고. 그래도 목표도 이뤘고, 제 감정도 그대로고... 그러고 입학을 했는데 와. 정신이 하나도 없던데요? 맨날 술 마시고, 뒷풀이 있고... 쌤한테 연락해야 되는데, 되는데 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못 한거 있죠. 사실요. 솔직히 두렵기도 했어요. 쌤한테 이미 남자친구가 있으면 어떡하나, 쌤은 정말 그냥 한 말인데 나혼자 이렇게 착각하는거면 어떡하나.
근데요. 쌤. 저는 쌤이 그 때, 버스정류장에서 저한테 했던 말들이 너무 진심처럼 느껴져서... 쌤은 아니었을지라도 저는 진짜 너무 소중한 감정처럼 느껴져서... 제가 못 놓겠더라구요. 그래서 무섭고, 두렵고, 설레고. 혼자 그런 복잡한 감정들로 연락을 못 했어요. 변명같이 느껴질지 몰라도.
' 밥 사줄게, 현빈아. 내일 열두시 정문 어때? '
' 네... '
사실... 저도 제가 딸리는 외모라곤 생각 안 하거든요. 입학하자마자... 여자 선배들이. 어후. 말도 마세요. 근데 전 쌤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뭐 그냥 철벽 치고 그러고 있는데... 밥을 사준다니까. 어쩔수 없이 알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와 저 그 선배한테 너무 감사해요. 은인이에요. 은인. 왜냐구요?
지금.
쌤을 만났잖아요.
" 죄송해요, 늦었죠! "
아무 생각 없이 정문으로 가고 있는데 평소처럼 사람이 많더라구요. 심드렁하게 주위 둘러보는데, 뭔가 익숙한 느낌의 사람이 서있는거에요.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와. 저 처음으로 진짜 누가 머리를 쎄게 친 것처럼 돌 되는 기분 느껴봤잖아요. 갑자기 막 목이 마르고... 그러다가 혹시라도 쌤 딴데 갈까봐 성큼성큼 다가가서 장난처럼 그렇게, 어제 본 사람처럼 그렇게... 말을 걸었는데...
" 진짜 많이 늦은거 같은데 어떡하지... "
쌤이 절 안 쳐다보시더라고요. 당황하신건지, 아니면... 저인줄 아신건지. 순간 긴장했는데 갑자기 쌤이 고개를 드는데..
" ...쌤. "
쌤 표정 그 때 정말 놀람 반, 당황 반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괜히 발랄한 척 하면서 그랬나 싶었는데... 쌤이 갑자기 제 얼굴을 보고 눈시울이 빨개지는데 제가 너무 당황한거 있죠. 쌤이 제 후드 소매를 잡았는데 손이 덜덜 떨리는게 느껴졌어요.
" ...현빈아... "
쌤도 많이 놀라신건지. 근데 이 와중에도 어떻게... 교생 나왔을 때처럼 똑같이 예쁜건지. 저도 이해가 안 가요. 왜 그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냥... 그냥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저도 이런 우연이 믿기지 않고 그렇더라구요.
" ...여주쌤...? 괜찮으세요? "
" ...니가 왜 여기에... "
" 저... 여기 학교 학생이에요. "
쌤이 더 놀란듯 표정을 지으신걸 보고 아, 왜 연락하는걸 망설였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쌤을 보는데 심장이 떨리고, 미칠 것 같고. 이와중에 선배랑 밥 먹는다고 대충 입고온 제 꼴이 쌤이 말한 멋진 남자는 아닌 것 같아서 괜히 속상하고.
" ... "
" 저... 쌤, 연락할게요. "
" ...어? 아, 어어.. "
쌤이 이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신건지 아까보다 침착하게 대답을 하시는데... 왜 문득 교생쌤 하던 때가 생각이 나는건지. 저도 선배랑 밥을 먹으러 가야해서 아쉬운대로 그렇게 말하고 인사를 하려다가 중요한 말을 빼먹은 것 같아서 다시 돌아섰어요. 쌤이 절 보고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쌤. 저 이거 꼭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 ...왜? "
" ...쌤. "
" ... "
쌤. 좋아해요. 정말 많이. 예전처럼 똑같이.
" 좋아해도 되죠? "
빨리 응, 이라고 말해주세요.
△△대학교 대나무숲
12시간 전
#△△숲_12323번째 외침
제보 (동일인물인 것 같아 묶어 올립니다)
1. ㅊㅇㅎㄱ 학번은 잘 모르겠구... 되게 모델같으신 분? 이름이 권...ㅎㅂ이었나? 그 분 너무 잘생겼어요!!!! 여자친구 있으신지 궁금해요 ㅎㅎㅎ ><
2. ㅊㅇㅎㄱ ㄱㅎㅂ!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취향저격!!!! 누나가 잘해줄게!!! 오티에서 니가 그랬지 연상이 취향이라구~ㅎㅎ
3. ㅊㅇㅎㄱ에 되게 모델 같으신분 있던데... 친해지고 싶어요 ㅠㅠ! 혹시 여자친구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용...?
좋아요 179개 댓글
유회승 킹갓제네럴엠페럴마제스티충성충성권현빈 클라스 안 죽었네~
권현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의 대숲에서 뭐하냐 회승아
유회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기 많다 야... 남고라서 몰라본 보석이 여기있었습니다!!!!!!!!!!!!!!!!
유회승 그치만 현빈인... 첫사랑 ing... 포기하세요 제보 1,2,3번 분들...
권현빈 ㅋㅋㅋㅋㅋㅁㅊ놈ㅋㅋㅋㅋ
유회승 이 학교 입학한 것도 첫사랑 때문 읍읍
권현빈 ㅋㅋㅋㅋㅋ꺼져
정미녀 이미녀 헐... 야 그 사람 제보 떳나봐 ㅋㅋㅋㅋㅋㅋ핵잘생겼던뎅
김여자 배남자 첫사랑 땜에 입학했대 미쳤나봐 ㅠㅠㅠㅠㅠㅠ 쩐다
△△대학교 대나무숲
7시간 전
#△△숲_12333번째 외침
제 친구가요 ㅋㅋㅋㅋㅋ 이 학교 새내긴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좀 잘생기고 키도 크고 그런데 남고라서 빛을 못 보고 있었거든요 ㅜㅜ 근데 대학오니까 진짜 완전 인기가 터지는거에요... 근데 문제는 제 친구가 이 학교 입학한 이유가 첫사랑이 이 학교 학생이라서고... 그 분은 이미 졸업을 하셨다고 합니다.. 예... 근데 제 친구놈 인생을 완전 바꿔놓은 사람이에요. 얘가 공부 지지리도 안하고 그랬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됐으면 좋겠는데!!! 졸업을 해버리셔서 슬픕니다 센세...!!!! 저도 한 번 보고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잊지 마세요! 기억 하시나요 ? 쩝... 대숲 안 보시려나 ㅠ 여튼 꼭 좀 올려주세요!
좋아요 2.3만개 댓글
유회승 권현빈
최강녀 박미녀 헐 ㅠ 너무 로맨틱해.. 근데 새내긴데 졸업생 좋아한거고 센세라는거 보면 교생이었나??? 사대생인가봐 ㅠㅠㅠ 근데 부럽당 교생쌤이 첫사랑인가봐
박미녀 헐 쩐다... 야 나도 교생 갔다왔는데 난 왜 저런거 없냐 ㅠ
최강녀 부러웡 ㅠㅠㅠㅠ
김종현 @이여주
김종현 이여주 야 여주야 ㅋㅋㅋㅋㅋㅋㅋ 너도 교생 나갔었잖아!
이여주 엥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회승 헐 쌤들!!!!!!!!!!!!!!!!!!!!
이여주 회승아 안녕 여기서 다 보네 ㅋㅋㅋㅋ
유회승 권현빈
△△대학교 대나무숲
어제
#△△숲_12345번째 외침
훠우.. 여러분 ㅋㅋㅋ 혹시 12333번째 글 생각나세요?ㅇ? 사실 저는 이 학교 졸업한지 반년 좀 된 학생인데요! 12333번째 글 주인공이 제 친구랍니다..!! ㅋㅋㅋㅋㅋㅋ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이 되게 우연하게 학교에서 만나서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되게 귀여운 커플이에요.. 네 맞아요 ㅋㅋㅋㅋㅋ 둘이 연애합니다 ㅋㅋㅋㅋㅋ친구가 휴학 없이 바로 졸업을 해서 그렇게 많이 나이 차이는 안 나요 ^^; (5살...이면 얼마 안 나는 거 맞죠?!) 그 글이 되게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던걸로 기억해서 친구인 제가 대신 후기를 남깁니다!
친구야~ 예쁘게 연애하는 모습 너무 부러워!! 그 마음 변치 말고 오래가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교생 나갔는데 왜 난... ㅎㅎ
좋아요 1.3만개 댓글
박미녀 이미녀 헐 ㅁㅊㄷ ㅁㅊㅇ 대박이야... 우리학교에 이런일이 ㅠㅠㅠ
이미녀 와... 진짜 쩐다 야 그럼 교생이랑 그 때 학생이랑 와
박미녀 20살 25살이면 철컹철컹할 일도 음슴 ㅜㅜㅜㅜ
김종현 이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여주 태그 하지마 ㅎㅎㅎ
김종현 왜 ㅋㅋㅋㅋㅋㅋ 너 왜 이 때까지 숨겼어 진짜
이여주 내 맘 ㅡㅡ
권현빈 이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여주 웃지마
유회승 권현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여주 유회승 태그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권현빈 님이 이여주 님과 함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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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승 You're really winner, H.B.
권현빈 ㅁㅊ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종현 회승아~ 시험기간 아니야? 공부해
유회승 쌤... 더이상 제 과외쌤 아니자나여...
김종현 한 번 쌤은 영원한 쌤 ^^
이여주 현빈아 굳이 이걸 올려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권현빈 ㅎㅎ없죠
이여주 그럼 왜 올렸어?
권현빈 제 맘인데요
김종현 아주 둘이 똑같아 그래...
왕체육 현빈~~~ 아주 보기 좋아~~~ 그래도 수업은 와야지~~~^^;;
권현빈 네 교수님 ㅎㅎ 지금 가고 있습니다
이여주 현빈아.. ^^ 수업 째지마...
권현빈 그래 누나!
이여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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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누나!
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현빈이 교생쌤이 완결이 나버렸습ㄴㅣ다 뜨허어어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ㄱㅣ분이 정말 이상해요.. 그래서 외전 겸 특별편 겸 해서 만들어본 페북입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ㅎㅎㅎㅎㅎ
여러분 정말 할 말이 너무너무 많아요.
일단... 마지막에 현빈이가 '좋아해도 되죠?' 라고 말하는 건.. '좋아해요' 라고 일방통행하던 현빈이가 쌍방통행을 하겠냐는..!
그런 신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읍니다 ^________^ 꼭 말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대사의 의미 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끝까지 함께 달려주신 독자님들, 암호닉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중간에 지쳐서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늘 여러분의 댓글, 추천 보면서 힘을 냈답니다...! 진심이에요 ㅠㅠㅠㅠㅠ 12편이라는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편 수로 연재를 마치게 되었지만..! 제 나름대로는 긴 여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그 긴 여정을 독자님들과 울고 웃으며 마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현빈이와 여주, 종현이도 결국엔 모두 웃었으니까 여러분도 앞으로 웃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읽어주신 보답으로 매일 빌게요 ㅠㅠㅠㅠ 정말루요 ㅠㅠㅠㅠㅠ
아 그리곸ㅋㅋㅋㅋ 지난번 유일한 Q 였던 댕넨이님의 큐ㅔ스쳔~~~ 연재 오조오억편 더 해주시면 안 되냐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러분,,
여러분 구독료가 오조오억x10이 돼요. 안 돼요 (단호) 저 그런 악덕 작가 아닙니당
ㅋㅋㅋㅋ 댕넨이님 질문 감사드려요..!!
아.. 현빈이를 떠나보내기가 저도 너무 싫네요. 단편들도 쓰면서 홀가분한 기분 + 아쉬운 기분으로 마쳤는데 중장편을 이렇게 마치게 되니까... 더 기분이 남다른 것 같아요. 단편을 마무리 짓는 것보다 굉장히 무거운 기분입니다 ㅋㅋㅋㅋ ㅠㅠ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현실적인 글을 쓰고 싶었어요 ㅋㅋㅋ
그래서 진도가 느리고 뭔가 큰 에피소드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ㅠ
감정선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여주가 제자인 현빈이를 좋아하게 된다는걸 제 나름대로 풀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ㅠㅠ
생각보다 많이 설레지도 않았고, 극적인 장면도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후반부에는 폭풍처럼 감정이 휘몰아쳤으니까!!! 봐주세요 (?) ㅋㅋㅋㅋㅋㅋ
2017.5.28~2017.8.7
연재하는 2개월 조금 넘는 시간동안 정말로 많이 행복했습니다.
게으른 제가 꼬박꼬박 연재할 수 있게 도와준 여러분과..!
소재 제공을 해준 제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현빈아!! 행복해야 된다!!!
종현이도!!! 여주도!!!!!!!
여러분들도 행복하셔야 돼요. 아셨죠?!
감사했습니다! 안녕! 현빈아!
+) 음.. 혹시 차기작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워너원 중 두 멤버로 쓸 생각입니당... 히히.. 기다리시지 않아도 제가 찾아갈 거에요... 힌트는 없옹! 미녀들만 알려줄거옹!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