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들으시는 걸 권장해여 강제 감수성 업그레이드!^^! 근데 브금 안어울릴지도 몰라여...그럴 시 뎨뎡...)
"표지훈!"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질렀고 돌아오는 건 정적이었다. 인상을 쓰며 2층으로 올라갔지만 2층에도 표지훈은 없었다. 평소같으면 벌러덩 누워서 폐인마냥 TV를 보고 있거나 그렇게 아끼는 화분만 바라보고 있을텐데, 아무데도 없었다.
"표지훈! 야, 표지훈!"
방마다 문을 다 열어보고, 옷장까지 열어봤지만 표지훈은 어디에도 없다. 옷장 문을 닫다가, 갑자기 머리에 스친 생각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문을 열었다. 옷 어디갔어? 항상 나와 표지훈의 옷으로 꽉꽉 들어차있던 옷장이 절반이나 텅 비어 있었다. 하나같이 표지훈의 옷만 골라 사라져 있었다. 설마, 설마. 표지훈, 설마. 당황해서 옷장 문을 닫을 생각도 않고 그대로 뒷걸음질쳤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건 창턱에 올려진 화분. 표지훈이 애지중지 아끼던 화분이다. 그리고 그 화분 옆에 놓인 건 흰 종이. 바로 달려가 종이를 들어올리니 보이는 글씨체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표지훈.
[송민호.
미안하다. 갑자기 이렇게 떠나게 되서. 근데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언제까지 니네 집에 계속 이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안 그래도 연구소에서 나 찾는 연락도 많이 오고. 뭐 연구소 하나 더 세운다면서 나 부르더라. 근데 안 가려고. 그냥 당분간은 여행을 하건, 부모님 집에 들어가건. 뭐, 설마 밖에서 노숙하진 않겠지.공부 다시 시작할까 생각 중이다. 뭐라도 하면서 기다려야지.
이태일한테 물건은 잘 전해줬지? 그 인간이야 잘 있겠지, 뭐. 박경도 만났냐?
화내지 마라. 안 그래도 니 인상 더러운데 화내면 더 더럽다. 하긴, 나 같아도 어이없어서 빡치긴 하겠는데 무튼. 만약에 정 갈 곳 없으면 다시 찾아올게. 문 안 열어주기 없기.
넌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믿음. 잘 지내셈.
네 친구 표지훈]
"이 미친 놈."
짧은 편지엔 딱히 중요한 내용도 없고, 정말 이게 떠나는 사람이 남긴 편지인가 싶었다. 어이가 없어서 몇 번이고 편지를 다시 읽다가, 이내 한숨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표지훈, 하여간. 진짜. 말 안해도 알긴 무슨. 몰라, 병신아. '뭐라도 하면서 기다려야지'? 우지호 기다리냐? 하여간에, 그냥 우리 집에서 있을 것이지. 돌아다니긴 뭘 돌아다녀. 집 나가면 개고생이야. 허탈한 웃음만 계속 나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억지로 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웃음을 멈추고 마른 세수를 하다가, 눈에서 묻어 나오는 물기에 손을 뗐다. 표지훈 병신 한 마리 갔다고 우냐, 가오 없게. 한숨을 푹 내쉬며 킥킥. 말 안해도 알 거라고 믿냐, 넌. 몰라. 그래도 이해는 해야지, 뭐. 별 수 있나. 내 앞에선 태연한 척 했지만 가끔 혼자 있을 때 보이던 표지훈의 무표정을 난 기억한다. 잘은 몰라도 녀석에겐 우지호란 놈이 없으면 안 되나보지, 이젠. 말없이 편지를 접다가 힐끗 본 화분 흙에 푹 꽂아둔 이름표에 삐뚤삐뚤 쓰인 문구. 표지훈이 바보같이 웃으며 글씨를 쓰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크로커스-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모자를 눌러쓰고 범죄자마냥 옷을 차려 입은 사람을 곱게 보는 간호사는 없었다. 미심쩍은 눈으로 날 한 번 쳐다보던 간호사는 이내 졸리다는 듯 하품을 하며 지나갔다. 병실을 돌러 나가는건지 복도 끝으로 가는 간호사의 손엔 수동 혈압기가 들려 있다. 간호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과연 잘 하는 짓일까. 이럴거면 애초에 송민호한테 부탁한 이유가 없는데.
808호
이ㅇㅇ
가만히 문패만 바라보다가 손잡이에 손을 얹고 힘있게 돌렸다. 소리없이 조용히 열리는 문. 안은 조용했다. 천천히 문을 닫고 창가 쪽에 있는 침대로 걸어가는데 워낙 조용해서 발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뚜벅뚜벅 무거운 소리가 났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는 곤히 잠들어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새벽의 푸른 빛 때문에 파리하게 빛나는 남자의 얼굴. 옆으로 돌려진 얼굴로 흘러내린 부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손으로 넘겨주었다.
"이태일."
선한 인상의 얼굴에 내가 연구소에서 같이 지낼 적에 본 음울함은 없었다. 하얗고 깨끗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소리 없이 옮겨서 앉았다. 박사님. 잘 지냈어요? 잘 지내요? 잘 지낼거에요? 색색거리며 아이같은 숨을 내쉬는 이태일.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잘 지내는구나. 일년만에 만났는데도 차마 이태일을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히 뜨거워지는 눈가를 몇 번 문질러준 뒤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박사님."
병실 안의 가습기는 조용히, 소리없이 수증기를 뿌려댈 뿐이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푸른 빛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박사님, 내가...미안해요."
천천히 이태일의 손을 붙잡았다. 그 때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가느다란 손가락. 두 손으로 꽉 붙잡으며 애써 울음을 참았다. 왜 이러지. 조심스레 쥔 손에 이마를 갖다댔다. 그냥, 그냥 애틋한 기분. 이태일의 손에선 항상 달고 다니던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일년만에 와서는 하는 말이 미안하단 말이라서 그게 또 미안해요."
새근새근. 이태일은 듣지 못하겠다만,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 지금 안 오려고 했어요. 나중에, 다 정리되고 오려고 했는데...그러면 너무 오래 걸릴까봐, 박사님 영영 못 만나게 될까봐. 그리고 박경도. 그래서 그냥 지금 왔어요. 얼굴 한 번 봐야될 것 같았어요. 죄송해요."
그 때, 이태일이 갑자기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나도 놀라 덩달아 움찔하고 있는데 이태일의 입에서 약간은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우지호오...그 말에 갑자기 누군가 물을 끼얹은 것 마냥 마음이 차분해졌다. 우지호...어둡지만 이태일의 눈가가 분명히 젖어 있다. 옆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슥 닦아준 뒤 이태일의 손을 더 꽉 붙잡았다.
"다음에는 다같이 만나요."
"으으응."
"우지호 데리고 올테니까, 다시 만나요. 다같이 만나요, 꼭."
"으응."
무슨 꿈을 꾸는건지, 알아듣기라도 하는건지 이태일은 대답이라도 하듯 '으응'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 이태일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돌아서서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손잡이를 붙잡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태일을 돌아보았다.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는 이태일과, 그 옆의 작은 화분 하나. 푸른 병실.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문을 닫았다.
어두운 병실과 대조되게 밝은 복도에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모자를 꾹 눌렀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은 여전히 전원이 꺼진 상태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조용한 복도에 '8층입니다'하는 소리와 함게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로 모습을 드러낸 남자. 나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말없이 걸어오는 남자를 지나쳤다. 남자도 말없이 내 옆을 지나가 복도를 걷고 있고, 나는 내 앞에 아무도 없어지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지나치네. 여전히 8층에 멈춰있는 엘리베이터를 빨리 잡아야하는데, 발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뭐가 그렇게... 머리를 긁적이다가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표지훈."
등 뒤로 들리는 목소리에 기껏 옮긴 걸음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나갔던 발은 그 자리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고, 나는 고개도 돌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표지훈?'하고 끝이 올라간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앞으로 나가있던 오른발을 뒤로 끌어 왼발 옆에 나란히 두었다.
"표지훈 맞지."
갑자기 얼굴이 근질거린다. 꼭 이럴 때만.
"표지훈이네."
터벅터벅 이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던 남자는 이내 킥, 웃음을 흘렸다. 이에 나도 피실피실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웃어. 너는. 나는 웃기니까. 나도 웃기니까 웃는데? 일년간의 공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천연덕스럽게 구는 박경. 물론 나도 다를 바는 없었다. 서로 그저 얼굴을 마주보며 웃다가, 한참 뒤에야 박경이 웃음을 그쳤다.
"우지호는."
"갔어."
"그럴 것 같았어."
어울리지 않게 진지하던 얼굴에 허탈하다는 미소를 띤 박경이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박경은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웃음을 달고 다니는 얼굴도, 매사에 태연한 성격도. 키도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작았다. 아직도 깔창 끼고 다니냐? 장난스레 내뱉은 말에 주먹을 쥐락펴락하던 박경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나온 말은 내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이제 어쩔거야."
"기다려야지. 어쩌긴 뭘 어째."
병신. 박경이 툭 내던진 말에도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간호사 한 명이 의아한 시선을 던지며 지나가고, 박경은 검은 코트 주머니의 손을 쑤셔넣은 채 발로 툭툭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 박경.
"왜."
"이태일 담배 끊었더라."
"어떻게 알았냐. 냄새 맡았냐? 변태."
"참내. 누구보고 변태래."
연구소에 있을 적과 다를 바 없이 가볍게 주고 받는 대화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서로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금은 슬프게 느껴졌다. 기분 탓인가. 얼굴을 한 번 쓸어올린 후 박경을 바라보았다.
"박경."
"왜."
"잘 지내라."
"..."
"이태일 잘 챙겨."
"넌 우지호랑 네 걱정이나 해. 이태일은 내가 금이야 옥이야 잘 모시고 있으니까."
푸흐. 웃음이 절로 튀어 나왔다. 답지 않게 남자다운 모습의 박경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나는 잠시 웃어제끼다가 박경과 아까 본 혈압기를 든 간호사의 따가운 시선에 정색을 해야했다. 간호사는 '새벽이라 조용히 해주시거나 휴게실로 가주셨으면 좋겠네요'하고 톡 쏘아붙인 뒤 복도를 나갔다.
"그래...이태일은 네가 잘 챙기겠지."
뒷목을 주무르던 손을 떼고 돌아섰다. 그리고 박경을 한 번 힐끗 바라보다가 또 킥킥.
"진짜, 진짜 잘 살아라."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박경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나는 천장에 콕콕 박혀 있는 조명들에서 쏟아지는 밝은 빛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고개를 한 번 흔들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내 이름. 표지훈!
"..."
"이태일 찾아올 생각 하지도 마."
"뭐?"
"우지호 없이는."
돌아본 박경은 그 때와 다를 바 없이 개구진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만 큰 눈이 조금 젖어있는 건 숨기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볼을 타고 흐른 눈물에 식겁하며 손등으로 문질러 닦은 뒤, 반대쪽 손을 들어 한 번 흔들었다. 오냐. 그리고 돌아서서 복도를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더는 박경이 날 부르지 않는 게 정말 끝이구나 싶었다.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나는 닫힘 버튼을 눌렀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보인 박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오랜만에 편하게 푹 잔지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갑지 않았다. 말없이 눈을 깜박이다가 천천히 몸을 창 반대쪽으로 틀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동안 날 괴롭히던 불면증세 없이 푹 잔 날. 꿈에선 '녀석'이 나왔다.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끊기고, 타일에 화장실 슬리퍼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박경이 나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 일어났어요?'하고 반갑게 웃는 녀석. 놈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어제 안 심심했어요?"
"심심할 게 뭐 있어."
"그래도. 나 없어서 심심했을텐데?"
기분이 좋다는 듯 웃으며 다가온 박경이 침대에 앉고, 이내 내 머리카락을 쓸었다. 예전같으면 기겁을 하며 쳐냈을 손길에도 나는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박경이 꼭 강아지에게 하는 것 마냥 착하지?하고 말을 하기 전까지는. 내게 손을 맞은 박경이 울상을 짓고 나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 올렸다. 하여간, 매를 벌어요.
"와, 진짜. 이태일. 너무하다. 너무한 거 알아요, 네?"
"어제 표지훈 친구 왔어."
"너무하, 뭐라고요?"
"표지훈 친구 왔었다니까. 송민호. 너도 이름은 들어봤잖아. 컴퓨터 한다는 놈."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말하니 박경이 '끙'하고 앓는 소리가 들린다. 살짝 눈을 뜨고 '뭐'하니 '아니에요'하는 녀석의 표정이 진지하다. 뭔 얘기 했는데요? 별로. 그냥 표지훈 안부랑, 나 어떻게 지냈나. 그냥 그런 거...얼마 있지도 않았어. 금방 갔어. 다시 눈을 감고 꿈의 내용을 곰곰이 되짚었다. 보통 꿈은 깨고 나면 잊어버리기 쉽상인데, 이상하리만치 또렷한 꿈. 이불 위에 얌전히 얹어둔 손에 힘을 주어 이불을 움켜쥐었다.
"꿈에선 우지호 나왔어."
"우지호요?"
"응."
천천히 눈을 떴다. X구역으로 보이던 황폐한 곳. 갈라져가던 메마른 땅 위에서 나는 마냥 회색빛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늘만 올려보았다. 낯선 공간이라는 개념도 없이, 꿈에서의 내 머릿속은 그저 하늘로 가득했다. 회색 구름이 낮게 깔린 그 어두침침한 하늘. 시원하게 불어오며 얼굴을 스치던 바람의 느낌이 생생하다. 바닥에 닿아있던 손도.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꿈에서의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태일.
꿈에서 포근하게 나를 감싸던 목소리. 그리고 어느샌가 나타난 녀석. 내게 다가와 손을 잡고 일으키는 녀석에 힘이 들어가지 않던 다리는 바닥을 딛고 일어났다. 비틀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 나를 꽉 안아오던 녀석. 나를 꽉 끌어안고, 이내 등을 토닥여주던 손길이 아직도 등에 남아있는 것 같다. 일년동안 한 번도 꿈에서 얼굴을 안 비친 놈이 갑자기 나오냐. 갑자기 코 끝이 시큰거린다. 괜찮아. 괜찮아. 귀로 낮게 닿아오던 목소리.
"우지호 보고 싶어."
그러자 다시 머리로 올라오는 손. 머리를 헝클어뜨린 후 떨어진 손에 눈을 뜨니 박경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볼 수 있을거에요. 그래? 그렇겠지? 네.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는 박경의 목소리에 낮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겹쳐져 들렸다. 우지호 데리고 올테니까, 다시 만나요. 다같이 만나요, 꼭. 분명히 표지훈의 목소리였다. 정말, 정말 우지호 데리고 올거지? 불안하게 요동치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그럼 된 거지. 이제? 그 때, 옷걸이에 걸어둔 자신의 체크무늬 셔츠를 꺼내들던 박경이 '저거 뭐에요?'하고 손가락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뭐가, 또"
확실하게 끝마치지 못하고 뚝 끊긴 '또'. 내 눈에 들어온 것에 몸을 일으키다 말고 입을 틀어막았다. 창가에 올려진 화분. 그리고 그 위로 잔뜩 피어있는 꽃.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뻗어 꽃잎을 만졌다. 보드라운 꽃잎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것도 꿈인가? 아까 그 꿈처럼 생생한 꿈인가? 어제 그 텅 빈 화분은 어디갔지?
"누가 선물해줬어요?"
"..."
"그런가보네. 이쁘다. 그거 뭔지 알아요?"
"몰, 라."
"물망초에요. 물망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박경은 단추를 채워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근데 물망초 꽃말은 알아요?'하는 녀석. 이름도 모르는데 그걸 알겠어? 평소처럼 쏘아붙이고 싶지만,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사방이 물속에 잠긴 것마냥 뿌옇고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물망초 꽃말은요."
손 끝에 닿는 꽃잎은 따뜻했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잎과 마찬가지로,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눈물이 결국 왈칵 쏟아졌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다가, 결국 흐억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번 나온 울음소리는 그칠 생각을 않는다. 조금은 거친 병원복 소매로 닦아내는 얼굴이 쓰라려왔다. 박경이 놀라서 내게 다가와 '왜 울어요, 왜'하고 내 어깨를 붙잡았지만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울지마요, 뚝!"
"흐으, 흐. 바, 박겨엉. 박경..."
"나 여기있어요. 울지마, 울지마."
나를 안아주는 박경의 옷깃을 꽉 붙잡고 녀석의 어깨에 눈물을 찍어냈다. 토닥토닥, 괜찮아. 괜찮아. 울지마, 착하지. 태일이. 응. 등을 토닥이는 손에 또다시 우지호가 생각나서 울음이 커졌다. 우지호, 우지호 너는...하루만에 꽃이 핀 물망초. 나를 잊지 마세요. 절대 안 잊을거야. 평생 기억할거야. 박경의 어깨를 꽉 안으며 몇 번이고 놈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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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미래괴담 마지막입니다. 지금까지 같이 와주신 분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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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딱딱하게 말하는 건 있을 수 없ㅋ엉ㅋ진지따위 밥 말아뭇다 똥긇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원래 여기서 겁나 감동적이어야되는데 글ㅇ ㅏㄴ쓰고 띵가띵가 놀았떠니 머리가 썪었나봐여 아니다 손도 썩었구나 하긴 내 주제에 감동은 무슨ㅋ...죄송해여 제 글을 보실 땐 여러분이 셀프로 감수성을 높이시고 글을 보시는 걸 권장... 아 오늘 편 진짜 맘에 안드네요 원래 쓰고싶던 그런 게 잘 안나왔어여...항상 안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안나오다니 심각ㅋ 이미 표지훈의 편지를 쓸 때부터 저는 망했구나...하고 느끼고 있었긔... 그거 알아여? 사실 저 경일도 좋아함 흐흫 미래괴담 사이드컾링...?을 꼽으라면 경일이라고 차마 말 못함 플러스 범권 흐흫 아 근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익연 돌아다니는데 확실히 제가 제목을 대충 짓긴 했죠....쿸.... 처음에 1편 쓸 때 글 올리려면 제목을 정해야되는데...이러면서 멍하니 있는데 미래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이러고 있었거등여 근데 제 동생이 TV로 무서운 스펀지 도시괴담 편을 보고 있길래 올 ㅋ 미래괴담 ㅋ 나중에 고치지 뭐 일단 이걸로 ㅋ 그리고 제목 수정은 없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