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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발아파! 전체글ll조회 4301l 16


열려있는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다가오는 여름에 많은 아이들이 들떠있다. 그래봤자 여름이 오면 겨울 언제오냐고 꿍얼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턱을 괴고 웃었다.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 지호는, 우지호는 이런 걸 볼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실 앞문이 열리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았다. 나도 턱을 괴고 있던 팔을 빼고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을 종례를 하느라 이것저것 이야기하시던 선생님은, "다 가라"하고 말한 다음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어오는 바람이 좋다.

"우지호는 잠깐 선생님 좀 보고 가."

"네."


지호야, 오늘은 같이 산책 갈까.






w.?





병실 문을 열자 가만히 책을 보고 있던 지호가 고개를 들고, 문을 열고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는 지코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왔어? 끄덕끄덕. 지호가 읽고 있던 책을 덮어 침대 머리맡에 놓고 지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코는 침대에 책상을 내린 뒤,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호가 살짝 웃었다.

"오늘은 학교에서 뭐했어?"

"뭐하긴. 그냥 공부했지."

"그런 거 말고, 그냥. 학교에서 공부만 해?"

그 말에 필통을 꺼내던 지코가 샐풋 웃었다. 저를 바라보는 지호는 항상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곤 했다.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데, 그런 사소한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가끔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지코가 '이따가 공부 다하면 알려줄게'하고 말하자 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미소를 지은 채 책을 펼쳤다. TV를 켜고 전송 장치를 연결하고 있던 지코가 조용히 기억을 더듬었다. 오늘은 얘기해줄 게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오늘 학교 끝나고 나서 내가 어디 갔었지?











*





선선한 바람에 지호는 기분좋게 턱을 괴고 있었다. 저의 정확한 명칭은 '지코'이지만 병실에서는 지코로 불릴지언정 바깥에선 항상 우지호로 불렸다. 학교에서도 다들 자신이 지호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지호라고 부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지금쯤 병실에서 어제 다 못읽은 책을 읽고 있을 지호를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나왔다.

지코. ZICO.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맞추어 로봇도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였다. 지코는 지호의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었다. 선천적으로 약한 몸에 여러 합병증 덕분에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던 지호를 위해, 지호의 부모님은 자신의 아들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나온 것이 지코. 지호 대신 학교에 나가 모든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병실로 돌아와서 지호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며 공부를 도와주곤 했다.

"지호야."

"응?"

"이거 교무실에 가져다 놓으래."

여자 아이가 건넨 바구니 안을 힐끗 바라보니, 유인물이 잔뜩 들었다. 응. 알았어.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받아들고 일어나자 여자 아이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갔다.

교실은 물론, 복도도 바람이 들어와 공기가 차게 식어 있다. 하지만 그리 차갑다고 느낄 정도는 아닌, 그런. 그런데 이 느낌은 뭘까. 어딘가 불안한 기분에 지호는 몸을 한 번 파르르 떨며 차가운 교무실 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뭐지?







*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제 자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평소라면 학교가 끝나고 바로 병원으로 가곤했는데 어제는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평소보다 두시간은 늦었다. 이상하다. 고장났나.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지만 진짜처럼 결이 부드러운 머리카락만 느껴질 뿐이었다. 해가 지고 있는 강변의 풍경은 평화로운데, 자신은 심란했다.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다. 적으면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서너번까지도 이런 일이 있었다. 대체 뭐지? 기억이 아예 통째로 사라져서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본사에 문의를 해봐야 하나. 손톱 끝을 살짝 깨물던 지호가 이내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원 가야지. 요란한 소리를 내는 비닐봉지를 들어 손에 꽉 쥐었다. 지호가 좋아하는 커피 우유를 여러 개 샀다.

"어, 우지호."

"어?"

고개를 드니 자전거를 타고 있는 교복 무리가 보인다. 지호가 가만히 눈을 깜박이다가, '아'하고 살짝 턱 끝을 들었다. 같은 반 아이들이다.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 없을 뿐더러, 섞을 생각도 없는 부류의 아이들. 지호가 빨리 병원이나 가야지, 하고 '안녕'하고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섰다. 그러자 한 명이 한 손은 자전거 핸들에 얹은 채 반대쪽 손을 뻗어 지호의 가방을 휙 붙잡았다. 덕분에 뒤로 자빠질 뻔한 지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야, 아는 체 좀 하지?"

"방금 했는데."

"우지호. 야박한 새끼네, 이거. 나름 몸도 부대끼고 사는 사인데 이렇게 쌀쌀맞게 나올 거야?"

불량스럽게 입에 사탕을 문 녀석이 히죽 웃으며 몸을 앞으로 쭉 뺐다. 몸을 부대끼고 살아? 한 교실이라도 글쎄, 너희랑은 얘기도 한 적 없는데. 지호가 무심하게 내뱉으며 자신의 가방을 잡아당겼다. 놔, 가야 돼. 병원 가야 된다니까. 그러자 조용히 뒤에서 핸들을 툭툭 치고 있던 키가 작은 남자 아이 한 명이 지호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지호, 아니. 지코야.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체육복엔 이태일, 이라고 실로 이름이 박아져 있었다.

"지코야, 있잖아. 우리가 말이야. 지호랑 친해지고 싶어."

"..."

"근데 너랑 지호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래서 내가 뭘하길 바래?"

무리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뭘 하길 바라녜. 와, 골때리네. 새끼. 낄낄거리는 소리와 바닥에 침뱉는 소리. 지호는 조금은 초조하게 손에 든 비닐봉지를 고쳐 잡았다. 빨리 가야되는데. 지호가 기다리는데. 그런 지호를 눈치챈건지 조금은 이국적인 외모의 남자 아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호야, 그럼 오늘은 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자전거 한 대가 먼저 때릉, 하고 요란하게 멀어지고 이내 나머지 녀석들도 낄낄거리며 사라졌다. 혼자 남은 지호는 알 수 없는 기분에 비닐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든다.








*





떠올리려하면 할 수록 두렵다.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린 기분도 들고, 어째. 지코가 입술을 질겅질겅 씹는 것을 보고 지호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지코, 왜 그래? 아냐. 지코가 씹어대던 아랫입술을 밖으로 내밀고 들고 있던 책을 덮었다. 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야. 지호가 괜찮아?하고 물었지만 지코는 고개를 대충 끄덕일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나 이거 이해 안 가."

"어떤 거?"

지호의 곧은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꽤 난이도가 있는 수학 문제. 봐봐, 이건 이렇게 푸는 거야.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풀이를 해주는 지코를 힐끗 바라보던 지호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지코의 손에서 샤프를 빼앗았다. 지코는 갑자기 빈 손에 멍하니 문제를 바라보았다.

"지코야."

"응."

"너랑 나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난 네가 걱정이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래?"

"응."

지코가 픽, 웃고 지호도 생긋 웃었다. 그래, 미안해. 네 생각을 못했네. 지코가 웃으며 말하자 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풀고 있던 수학 문제에 답을 적어넣고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 나오는 교실의 모습. 지코는 컵을 들고 물을 마시다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찰랑. 컵에 든 물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화면에 나오는 아이들. 아까 보았던 무리다. 낮은 목소리로 젊은 여선생에게 장난을 걸고 있는 놈과, 그 옆에서 깔깔대며 웃고 있는 키 작은 아이. 그리고 그 외에도 신나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 아까 그 무리. 지코는 컵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화면을 바라보는 지호는 그 아이들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얼굴. 그런 생각을 하던 지코는 움찔했다. 나는 뭘 아나?

지호야, 지호 너는, 너만큼은.








*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눈을 뜬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몇 번째 있는 일. 세 달 전부터 꾸준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에 지호는 교복을 입은 몸을 웅크렸다. 교실의 묘한 공기. 로봇인 저도 느낄 수 있었다.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지호는 서둘러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가방을 들고 교실 문을 열었다. 소름이 돋았다.



적응할 수 없는 일이 일주일에 한 번을 기본으로 일어난다. 지호는 입술을 깨물며 샤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멍하니 교과서를 내려다보다가, 필기가 시작된 것을 개닫고 고개를 들어 칠판을 바라보았다. 지호, 지호 공부. 칠판을 보고 있는 시선엔 초점이 없다. 어떡하지. 지호야, 어떡하지. 나 뭐가 이렇게 불안한 거지. 그러던 와중,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목소리가 낮은 아이. '표지훈'이라고 적힌 교복 재킷을 바라보다가 다시 아이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웃고 있다.






*





대체 뭐지. 방과후. 아무도 없는 교실을 홀로 찾은 지호. 저의 책상으로 가 허리를 구부리고 공책을 꺼내다가, 교실 한 가운데의 책상에 놓인 핸드폰을 발견했다. 손엔 공책을 꼭 쥔 채로 천천히 다가간 핸드폰. 그 핸드폰이 놓여있는 책상의 오른쪽 구석엔 '표지훈'이라는 이름이 코팅된 채 붙어 있었다. 표지훈?

천천히 핸드폰을 켜니, 잠금이 되어있지 않다. 지호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 안에, 이 안에 뭔가 자신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들어있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엄지 손가락을 허공에서 움찔거리다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 핸드폰 앨범으로 들어갔다. 앨범을 누르는 순간, 이미 지호의 몸엔 소름이 돋아 있었다.

앨범의 폴더는 두 개였다. 기본 앨범과, '우지호'라는 앨범.

천천히 우지호라는 앨범으로 들어가니 꽤 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었다. 지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사진들을 옆으로 넘겼다. 제일 처음 찍었던 사진은 약 세 달 전. 동영상으로 들어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와, 씨발. 이 새끼 봐. 푸하.]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핸드폰에 나오는 건, 늘 기분 나쁘게 저를 주시하고 있던 무리였다. 그리고 그 무리가 둘러싸고 있는 것은 지호, 아니. 지코 자신이었다. 누군가의 손이 강제로 교복 와이셔츠를 뜯어내고 있고 발악하는 지코. 지호는 더 보지 못하고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버렸다. 하지만 차마 핸드폰을 끄지는 못하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갔다. 소름이 돋는다.

입에 붙은 테이프. 얇은 목소리의 아이가 '가만히 있어야지, 지코야. 지호가 있잖아. 지호가. 응?'할 때마다 바둥거리던 화면 속의 저는 반항을 멈춘다. 다른 영상으로 넘겼다. 보기만 해도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게 만드는 것을 입에 물고 있는 영상. 여전히 영상 속의 무리는 웃고 있다. 다른 영상으로 넘겼다. 넘기면 넘길 수록 끔찍한 것들이 핸드폰에서 토해져 나오고 있었다. 작은 화면 속의 자신의 얼굴이 낯설다. 지호는 이를 악물고 영상을 넘겼다. 배경도 다양하다. 교실, 알 수 없는 곳. 누군가의 집으로 보이는 곳.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우지호'라는 이름. 그들이 말하는 우지호는 지코가 아닌, 병원에 있을 지호였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지코는 발악을 멈춘다.

[아, 미친 새꺄. 힘 안 풀어?]

[흐으, 흐.]

[야, 박경. 이 새끼 입 좀 막아. 시끄러 죽겠네, 미친!]

볼을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화면 속의 얼굴. 지호는 영상을 넘겼다.

[야, 씨발. 로봇도 할 줄 아네? 존나 신기해.]

[옳지, 잘한다. 혼자서도 잘 해요, 우리 지코.]

그 말에 와르르, 무리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화면 속에서 생기 없는 얼굴로 홀로 손을 움직이고 있는 자신. 지호는 영상을 넘겼다.

[지코야, 얌전히 있어야 돼. 안 그러면 우리가 지금 찍고 있는 이런 영상들, 전부 다 지호한테 줄 거야. 지호. 응? 우지호 있잖아, 우지호. 우리 말 들을 거야, 안 들을 거야?]

[들을, 흐. 들을게.]

[착하네.]

우지호. 그 말에 지호는 결국 정지 버튼을 눌렀다. 빨리 나가야 한다. 병원으로 가서, 어떻게든 지호의 부모님을 설득해서 전학을 부탁드려야겠어. 지호가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을 책상에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드르륵.

"..."

"우지코, 안녕?"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교실로 들어오는 교복 무리. 분명히 복도에서도 저렇게 떠들고 있었을텐데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에 하나도 듣지 못했다. 지호가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을 내려놓지도, 저의 손에 쥐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계속해서 '우지호'라는 이름으로 협박을 해대던 태일이 깔깔거리며 지호의 앞으로 폴짝 다가왔다.

"다 봤어?"

"..."

"다 봤구나."

불쌍해서 어쩐다, 우리 지코. 그동안 열심히 기억을 지웠는데 말이지. 응? 우리한테 박힐 때마다 존나 생각난다고 울고불고 지랄떨고, 씨바알. 태일이 손을 뻗어 지호의 뺨을 어루만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 앞이 번쩍 튀는 듯한 충격과 함께 귀와 뺨이 얼얼해왔다. 어때. 또 생각나지. 존나 생각나지! 태일이 깔깔거리며 웃고 누군가가 '야, 이태일. 너무 심한 거 아니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남의 핸드폰 그렇게 만지고. 손버릇 좀 안 좋은 것 같아, 너."

표지훈. 지훈이라는 아이가 다가와 지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 지호가 부들부들 떨다가 뒤로 쓰러지려는 걸 붙잡은 지훈이 웃으며 지호의 얼굴에 저의 얼굴을 가까이했다. 이마가 맞닿고 지호가 '힉'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마, 오지마.

"너도 좋잖아. 안 그래? 그리고 시발, 뭐 그거 가지고 존나 죽겠다고 지랄이야. 미친. 너 어차피 죽지도 못할텐데. 넌 그냥 즐기고서 기억 혼자 지우면 되잖아. 응?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지호한테만 안 들키면 되잖아."

교실은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어느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교복 무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표지훈의 숨결에 지호는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





교실은 노을 덕분에 붉은 색이다. 교실 바닥에 누워 있는 지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아까 태일이 때린 덕에 빨갛게 부어오른 뺨. 억지로 뜯어낸 듯한 와이셔츠와 어설프게 골반에 걸쳐져 있는 교복 바지. 누군가가 대충 정리 해준 듯한 모양새였다.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던 지호가 '하'하고 웃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웃음소리가 울렸다.

"푸하하. 하, 하하. 하하하."

웃기네. 존나 웃기네, 존나. 푸하하. 한참을 웃어대던 지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이셔츠를 잠그고, 바지도 똑바로 입고. 교복 조끼와 겉옷을 입은 뒤에는 청소 도구함으로 가 마포를 꺼냈다. 교실 바닥에 널브러진 기억하기 싫은 행위의 흔적을 보던 지호가, 마포로 억세게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징그러워. 더러워. 한참을 바닥을 닦다가, 이내 지호는 마포를 쥔 손에서 힘을 뺐다. 텅, 하고 넘어간 마포 손잡이를 뒤로 한 채 교실 뒷문으로 향한 지호. 지호는 마지막으로 붉은 빛이 잔뜩 들어오고 있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항상 이래왔던 거구나.

천천히 지호가 입가를 올렸다. 항상, 항상 이렇게. 웃고 있는 입꼬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옷차림을 정리해준 표지훈이 웃으며 내뱉은 말은, '어차피 오늘 기억 지울거지?'였다. 그래, 그동안 이렇게, 이런 식으로 항상. 그리고 그 때마다 난...교실 바닥에 '퉤'하고 침을 뱉던 이태일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만약에 네가 잘 안 해주면, 우리는 지호를 찾아갈 수 밖에 없단 말야. 지호도 친구가 없어서 외로우니까, 우리가 가서 친구하자 그러면 되게 좋아할텐데. 그치? 그 말을 들으며 지호는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해대었고 태일은 꺄르륵 아이처럼 웃으며 가장 먼저 교실을 나갔다. 6명. 6명. 항상 저를 주시하고 있던 그 여섯 명. 단순히 질 나쁜 아이들을 향한 혐오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혐오였던 것일까.

눈에 들어오는 햇빛은 우습게도 편안했고, 그런 지호의 눈에서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호야.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에서 저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을 지호를 생각하니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흘렀다. 지호야, 지호야. 그 더러운 자식들이, 널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줄은. 널 보면서, 널, 그리고 날...아무것도 모르는 우지호를 생각하며, 로봇 '지코'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한참 뒤, 천천히 입을 연 지호에게서 나온 한 마디는, "기억 삭제"였다. 기억의 일부를 삭제하시겠, 네.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고 지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내가 왜 여기있지? 멍하니 눈을 깜박깜박. 아무도 없는 교실을 둘러보던 지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공책을 바라보았다. 아, 빨리 지호한테 가야되는데. 공책을 내려다보다가, 공책 위로 후둑 떨어지는 눈물에 깜짝 놀라 공책을 구길 정도로 움켜 쥐었다. 뭐지. 왜 울고 있지? 교복 소매 끝으로 얼굴을 문질러 닦은 지호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등을 돌려 뒷문을 열었다. 교실 밖을 나서는 지호의 얼굴은, 병원에 있을 지호를 생각하느라 밝기만 했다.

지호야, 지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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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동안 썼었는데
수위도 없고 잘 쓰지도 못했고 뭐...그렇네여 참고 봐주신 분들 쌩유
제목은 딱히 아무런 뜻도 없다고 한다 걍 무제 옆에 '로봇썰'이라고 적어놓다가 무제로봇 이렇게 되있길래...ㅁ7ㅁ8큐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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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까 등두려주던 익인이니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봇코 헤헤헿
11년 전
글쓴이
헿 미안 댓글알림을 안해놔서 이제서야 확인을 했다
11년 전
독자2
겁나잘썻는데아직다읽어버지는못햇지만딱봐도겁나.......기다려봐다읽고올게여
11년 전
글쓴이
잘쓰진...않았쪙...거마워요ㅠㅠㅠ
11년 전
독자3
헐 와 쩐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요ㅠㅠㅠㅠㅠ기억삭제 대박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
11년 전
글쓴이
거마워요ㅠㅠㅠㅠㅠ사실 전에 독방에 새벽에 올린 적 있었음...글말고 썰?이라고 해야되나 그런거 헿
11년 전
독자4
ㅇ머 완전좋다 몸이약한 지호를 위해 탄생한 로봇지코썰 와나 엄ㅊ청좋아! 읽는내내 완전 집중하면서 읽었다! 정말 잘쓴거같아. 와..하...어..진짜 좋네 뭐라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국어공부좀열심히할껄 진짜 재밌게 잘읽었어ㅠㅠ못된여섯명한테ㅠㅠ몹쓸짓을 당하는 ㅂ지코ㅠㅠ흐헿헣흐ㅠㅠㅠ가슴이아려와 지호를위해서 기억을 지우고ㅠㅠ못된놈이여 이놈들ㅠㅠㅠㅠ아 정말정말 잘읽었어! 직총에 목말라있던 나에게 달콤한 비를 내려주신 신같은 존재이오...사랑해 고마웡
11년 전
글쓴이
고마워ㅠㅠㅠㅠㅠ나 로봇 그런거 되게 좋아함 근데 과학고잨ㅋㅋㅋ화가 난다!!신같은 존재라닝...나한텐 네 댓글이 더 단비다ㅠㅠㅠ고마웡
11년 전
독자5
헐... 나이거 아껴뒀다가 밤에 잘때읽을래...스크랩 ㅠㅠㅠㅠ 필명이없어서 신알신을 못하네ㅠㅠㅠㅠㅠㅠ쩐다진짜... 잘썼어ㅠㅠㅠㅠㅠ쩌러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글쓴이
그냥...이런 글 처음써봐서 부끄러워서 필명없이 올렸엏ㅎㅎㅎ봐줘서 고마워ㅠㅠㅠ
11년 전
독자6
헐 대박....완전 금손이다.....쩔어......왜 필명이 없어서 신알신이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글쓴이
부끄러워서ㅠㅠㅠ이런 글 첨써봐서 부끄러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까지 쓴 글엔 수위의 '수'자도 없는데 이건 나름...엉 그런거니까!!ㅋㅋㅋ
11년 전
독자7
헐..대박이다..ㅠㅠ재밌어ㅠㅠㅠㅠㅠ필명이왜없숴!!!!!!아..재밌어ㅠㅠㅠㅠㅠ잘읽고가~
11년 전
글쓴이
헿 왜 필명이 없을까 부끄럽단마리야 거마워!!
11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수위없이 장편도 오랜만인데다가 소재가 됙게 신선하다 지코야 기억삭제란니ㅠㅠ 엉으아엉 지호는 아직 암것도 모르거ㅠㅠ금손인데 왜 필명도 신알신도 없어..ㅠㅠ
11년 전
글쓴이
헿 금손은 아니고 그냥 부끄러워서 필명은 설정 안했어ㅠㅠ봐줘서 거마워!
11년 전
독자14
언제 또 올꺼지? 꼭 와야해 기다릴거에요ㅠㅠ 이거에 앓는다
11년 전
글쓴이
ㅋㅋㅋㅋㅋㅋㅋㅋ알았어 만약에 다음에도 글 올리면 그 때도 앞에 무제 붙여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글 앓지마...금손님들 글 앓아....ㅋㅋㅋ큐ㅠㅠㅠㅠㅁ7ㅁ8
11년 전
독자15
담엔 일빠를 놓칮지 않겠어 꼭 와..ㅠㅠ♥ 자까님도 금손ㅠㅠ
11년 전
독자9
허류ㅠㅠㅠㅠ대박 금손이다ㅜ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0
헐 .... 겁나잘썼어요 헐
11년 전
독자11
진짜좋다...너무아련해 지코와지호가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2
헐..신알신하려고 했는데 필명이없ㅇ어..와...이거 연재하면 안돼..?안되려나..?아 쩐다..
11년 전
글쓴이
연재는...하고싶어도 이미 이걸 올려버렸기도 하고 해서ㅠㅠㅠㅠ헿 안될거야 아마...ㅁ7ㅁ8 고마워!ㅋㅋ
11년 전
독자13
헐 슬프다 아련아련 아니 좋게친구하면 되지! 왜! 아 진짜 지코가 지호를 아껴주는구만..ㅠㅠ 그럼 지호를 위해서 지코는 계속... 지호랑 지코둘다 행복했음 좋겠다 ㅜㅡ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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