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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사랑의 신 에로스

브몽 作




그런 걸 믿냐? 다 미신이지!

야. 다 믿고 해보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속는 셈 치고 다 해보는거지. 요즘 유행이잖아~

그래서 배진영 이름 적어보겠다고?

해보지 뭐. 혹시 아냐? 배진영이 날 좋아하게 될지.

다 우연이라니까.




체육을 했던 터라 온 몸에 땀이 흘러 찝찝했다. 수돗가에서 손을 씻는 진영의 귀로 여럿 여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멀리서 하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진영은 또렷이 모든 대화를 들을 수가 있었다. 우연 같은 소리하네. 내가 니들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인데. 코웃음을 친 진영이 수돗물을 잠구고 손을 탈탈 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진영을 마주하자마자 뺨을 붉게 물들였다. 나 진짜 해본다? 부작용 그딴거 몰라! 대충 왼쪽 입꼬리를 삐죽 끌어올린 진영이 유유히 학교 건물 안으로 움직였다.


그러니까 저 여자애들이 말하는 에로스의 쪽지. 몇 달전부터 넷상에 퍼져가고 있는 에로스의 이야기였다. 즉, 인간계에 내려와 인간들의 사랑을 주도하고 있는 진영을 말하는것. 골치가 아팠다. 인간들이 저런 이야기들을 믿을수록 진영은 속이 터졌다. 저들의 욕구를 충족 시키지 않는다면 진영 아니 에로스, 사랑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인간들이 늘어날테고 그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말테니. 그러니까... ... 한마디로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면 진영은 신계에서도 버림 받은채 영혼이 흩어진다는 소리였다. 


좆같게... 누가 저딴 소리를 퍼뜨리는거야? 진영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들이 흔히 우연이라 믿는 인연 그거 다 내가 힘들게 엮어낼라고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르나! 입술을 대빨 내민 진영이 툴툴거리며 머릿속으로 도착한 쪽지들을 흝어보기 시작했다. 신이고 뭐고 힘들어 뒈지겠으니까 선착한다, 선착. 




야. 배진영 농구하러 안 나갈래?

먼저 나가 있어. 곧 따라나갈게.

엉.




어느새 점심종이 쳤다. 농구는 인간계에서 진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유일한 놀이였다. 처음엔 유치하기 짝이 없었는데 두 다리로 깨작깨작 걸어다니다 보니까 뭐라도 빠르게 움직여야겠더라. 하루에 두 개 이상의 사랑은 이루어주어야 하는 진영은 책상에 턱을 괸채 자신의 이름을 적힌 쪽지들을 걸러내고 있었다. 아, 이 놈의 인기는 인간들한테서도 죽질 않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혼자 웃어버린 진영과 뻘쭘히 눈이 마주친 한 여학생. 진영이 어색하게 여학생에게 손을 흔들자 그의 잘생김에 무참히 무너진 여학생이 볼을 발그레 물들이곤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어쨌건 얼른 일 처리하고 나도 농구하러 가고 싶은데...


이 많은 쪽지들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배진영 이라는 이름 석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니들이 백날 천날 배진영 써보세요




배진영이라는 이름은 꾸며진 이름일 뿐. 그의 진짜 이름은 에로스였으니 이루어질 수가 없다. 혀를 끌끌 차내던 순간, 그의 육안에 들어온 쪽지 두 장.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옳지. 오늘은 너희다




삐뚤빼뚤한 남학생의 글씨체로 적혀있는 '김여주'라는 이름이 육안에 나타났다. 얼른 하나라도 해치우려 자리에서 일어선 진영에게 또 다른 쪽지 하나가 도착했다. 그런데... ... 이상하게도 그 쪽지 안에는 그 어떤이의 이름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이 가득 묻어나는 쪽지를 대수롭지않게 넘긴 진영은 곧장 쪽지의 주인인 남학생을 찾았다. 남학생의 이름은 이대휘였으며 꽤나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놈이었다. 대체 김여주는 누굴까, 골똘히 생각을 하던 차 그의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단발머리 여자애가 떠올랐다. 흔히 남자애들 사이에서 오르락거리던 여자애의 이름이 김여주였던것 같은데. 지훈에게 몇 번 들었던 것 같았다. 진짜 예쁘장하게 생긴 단발머리 여자애가 있는데 정말 굉장한 철벽이라더라. 누구 하나 쉽게 용기 내 고백하는 꼴을 못 봤다고. 김여주가 맞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쉽게 파트너를 찾은 진영이 하얀이를 드러내며 아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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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쉽게 끝나겠는데.




어깨를 들썩이며 발걸음을 움직인 진영의 촉에 의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보건실이었다. 사실 촉은 아니고... 지나가던 여자애에게 물으니 점심시간에는 꼭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진영이었다. 똑똑, 작은 노크를 한 진영이 보건실 안에 발을 들였다. 안녕하세요. 진영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신듯 보이지 않는 보건선생님은 진영은 뻘쭘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쥐 죽은듯 고요한 보건실에는 드문드문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울렸다. 학생들이 아프곤 할때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보건실. 제일 끝쪽에 쳐져있는 커튼을 확인한 진영이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그 김여주 빼고는 아무도 없는듯 했다. 


그냥 잠자코 자고만 있어라... ... 입술을 앙 다문 진영이 조심스레 커튼을 걷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주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듣던대로 새까만 흑색의 단발머리와 새하얀 피부를 가진것을 보니 여주가 맞았다. 여주인것을 확인한 진영이 침대 옆에 있는 보조의자에 털썩 앉아 여주의 얼굴 위로 손을 휘휘 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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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히 손을 휘저은 진영이었다. 다행히도 깊게 잠에 빠져든건지 아무런 인기척을 보이지 않는 여주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띈 진영이 제 손바닥 위로 후- 하고 숨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로 작은 화살촉 하나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이게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닌지라 그렇게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 낯선 사람이 제가 자고 있는 침대 옆에 앉아있는 그것이 더 이상하니까 그러니까 조심하는것이다. 자그마한 화살촉을 그녀의 몸에 찌르려 손에 쥔 진영이 여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가깝게 다가온 여주의 얼굴에 무의식적으로 진영의 눈이 그녀의 눈코입에 닿았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진짜 하얗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가는 느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에 진영이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뒤로 빼려는 찰나 변수가 생겼다.




..어,

...




여주가 눈을 떴다. 그 바람에 여주의 심장 쪽에 손을 가져가던 진영이 황급히 손을 떼었고 그의 화살촉이 그의 손바닥 깊숙히 찌르고야 말았다. 굳게 닫혀 뜨지 않을것만 같단 그녀의 두 눈이 떠짐과 동시에 그녀의 시야에 진영이 가득 들어찼다. 오히려 배로 당황한 진영이 화살의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당황스러움에 옆에 보조의자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하지만 오히려 놀란 티가 나지 않는 여주가 새까만 눈동자를 그와 마주하며 고개를 틀었다. 뭐라고 변명하지? 씨발... ... 저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문 진영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런데 여주가 웃는다. 입꼬리를 끌어올려 작은 미소를 띄운 여주였다. 내가 잘 못 본건가? 진영이 꼴깍 침을 삼키는 찰나 다시 차갑게 무표정한 얼굴을 한 여주가 침대에서 허리를 일으켰다.




“뭐야?

...

너 뭔데 나 자는 거 보고있는데.

아니.. 그, 보려고 한 게 아니라!




이런 씨발, 변명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온갖 머리를 굴려대며 변명거리를 생각할때에 그의 손바닥으로 화살촉은 더 깊숙히 파고들고 있었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선생님이 약 주라고 하셔서, 그래서 잠깐 들어온거야..

줘."

..."

“그 약 달라고.



약은 개뿔, 있지도 않으면서. 진짜 체면 존나 구긴다. 당황함이 묻어나는 진영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돌아갈 즈음 여주가 또 한 번 작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여주의 시선이 그의 몸 어딘가로 향한다.




진영아.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내가 보기엔 네가 약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리곤 그에게서 등을 홱 돌려버리는 여주였다. 이때다 싶어 숨막히던 보건실을 후다닥 뛰쳐나온 진영이 미친듯 뛰어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숨이 진짜 턱턱 막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바닥에 박힌 화살촉에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란 진영이 황급히 화살을 빼어 바닥에 내던졌다. 씨발, 존나 망했다. 화살에 찔린걸 자각하는 순간 김여주와 눈이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다. 제 함정에 오히려 빠져버린듯한 진영의 머리속에 여주의 얼굴이 가득차올랐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를 제 이름을 부르며 웃던 여주의 얼굴에 진영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아, 배진영 병신새끼...




한 숨을 내쉰 진영이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인간에게 사랑이 빠진 꼴이었다. 


그것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






그 날부터 진영은 그 어떠한 수업도 일상생활도 불가했다. 새롭게 들어오는 쪽지들과 그가 이어야할 연인들도 나 패대기 친 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나는 여주의 얼굴에 진영은 괴로울 지경이었다. 이 정도로 화살의 효과가 세니 이 세상에 사랑꾼들이 이렇게 넘쳐나지. 그런 신이 제 화살에 찔려 사랑에 빠진 꼴은 참으로 우스웠다. 어찌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더 미칠 노릇이었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머리를 끌어잡고 있는 진영에 지훈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 자리 의자를 끌어내 앉은 지훈이 뭐해, 병신아? 지훈의 물음에도 아무런 대꾸 없는 진영이 미간을 손으로 꾹 눌렀다.




하루종일 애가 맹~하네. 무슨 일 있냐?

..아, 몰라.

흡사 너의 지금 그 모습은,

...

꼭 사랑에 실연을 당한듯한 모습이구나.




킥킥거리며 진영을 놀리는 말투였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진영은 꼭 정곡이 찔린듯한 느낌이었다. 실연은 아닌데... 씨발,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이었다. 지훈을 노려보는 진영이 오히려 아무 대꾸가 없자 지훈이 손으로 제 입을 막으며 진짜냐? 하고 물었다. 그것도 무진장 크게. 그 바람에 교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진영이 닥치라며 지훈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에 덩달아 목소리를 죽인 지훈이 누군데, 누구? 하고 또 대차게 물어왔다. 진짜 존나 답 없어. 내가 이런 인간새끼한테 사랑이야기를 해야 돼? 속으로 울고 싶은 심정에 진영이 책상에 푹 엎드렸다. 그리고 새하얀 벽을 쳐다보는데 또 그 앞에 그려지는 여주의 얼굴에 진영이 하아,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누군데 누군데! 아니 여자한테 일도 관심이 없으신 진영님이 웬일로?

그런 거 아니라고.

아닌 게 아니구만 뭘! 이 형님한테 말 해봐. 누군데? 내가 이어줄 수도 있잖아.




...씨발, 이어주긴 누가 누굴 이어줘.




내가 김여주만 아니면 다 성사 시킬 자신이 있어요. 네?

..김여주는 왜 안되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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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냐, 미친?

...




왜 쓸데없이 나는 이렇게 정직하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진영이 악, 소리를 지르며 제 팔에 얼굴을 묻었다. 





/




단 한 번도 사랑이란 걸 해본적 없는 사랑의 신 배진영. 그러니까 진영은 전면돌파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뭐 그런거. 차가움에 겁을 먹어 여주에게 누구도 쉽사리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 없는 배진영 의외의 인물이 여주를 보러 오는 신기한 광경에 요즘 학교의 관심사는 여주와 진영 그 둘이었다. 여자에는 코빼기도 관심 없는 진영이 여주를 좋아한다. 그리고 여전히 김여주는 그런 배진영을 본체 만체다. 항상 창가에 앉아있는 여주는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쉬는시간마다 여주의 옆자리에 찰싹 붙어 앉은 진영은 친히 그녀의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야. 여주야

왜.

넌 내가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왜 근데 관심 안 가져줘?



천하의 배진영인데.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배진영인데? 이것까진 자뻑 같아서 말하지 못하겠다. 진영의 말에 고개를 홱 틀은 여주가 진영과 두 눈을 마주친다. 새까만 눈동자가 진영을 바라보자 또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이었다. 와, 나 진짜 얘 좋아하나봐. 샐쭉 삐져나오는 웃음으로 여주를 마주하며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댄 진영이었다. 당장이라도 키스해버리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누르며 여주와 눈을 더 마주치려 애를 쓰며 고개를 따라갔다. 그러자 여주가 손가락을 들어 진영의 이마를 꾹 뒤로 밀어냈다. 속수무책으로 물러간 진영의 얼굴과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여주가 입술을 움직였다. 




내가 관심 안 가져도 넌 나한테 관심 가질거잖아.

...

너 나 많이 좋아하니까.




그건 인정. 기가 막히게 맞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 진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따 다시 올게, 자기야. 진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린 여주가 옅은 미소를 짓는다.






/





오늘 어디가는데

그게 네가 왜 궁금해?

그냥 궁금할 수 있잖아. 나 너 좋아하는데

글쎄. 나 집착하는 스타일은 좀 별로라서.

근데 왜 나한테는 그 철벽을 깨부셔?




첫만남이 재밌어서? 여주가 별 거 아니라는듯 대답했다. 어느날부터 여주와 같이 하교를 하게 된 진영은 그 어느 사랑꾼 못지않게 여주에게 사랑을 퍼다주는 중이었다. 그 바람에 제 할 일을 다 내팽겨버린 채였다. 조만간 욕 들어먹으러 올라가야하는건 아닌가 싶었다. 여주의 하얀 손을 잡은 진영이 소중한것을 만지기라도 하는듯 그녀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되게 부드럽다. 진영의 말에 여주가 변태야?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진영이 예쁘게 웃으며 응, 하고 대답한다. 진영의 심장이 여주에게 한정 뛰어대고 있었다. 꼭 그때 화살촉이 아니었어도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을거라며 확신했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너네 집 가면 안 돼?

안 돼. 나 갈데 있어.

너무해.

내일.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그럼 나 뽀뽀 해줘.




전과 달리 애교가 배로 늘은 진영이었다. 그러니까 이것도 여주 한정. 여주에게 가까이 붙은 진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자 여주가 살풋 웃었다. 무표정일때와 상반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까치발을 든 여주가 진영의 입술에 쪽, 하고 입술을 부딪혔다. 옅은 숨을 내뱉은 진영이 여주의 손에 깍지를 끼고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리고 더 깊숙히 파고들었다. 한참을 입술을 물었을까 숨이 막힌다는 신호의 그녀의 손길에 진영이 진득하게 물고있던 입술을 힘겹게 떼고는 여주를 내려다보았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아- 진짜 나만 보고싶어. 여주야.

너 이렇게 나한테 목 매는거 어머니는 아셔?

뭐야. 뜬금 없게.

그냥 너 은근 까진 것 같아서.





까지면 뭐 어떄. 여주 넌데 응? 진영이 여주의 반들거리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그렇게 집 안으로 여주가 들어가는 뒷모습까지 눈에 담은 진영이 시무룩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그의 어머니 생각이 난다. 그러게, 어머니가 나 이러는 거 알면 된통 깨질텐데.


여주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가 귀찮게 여기던 인간들의 연애놀이를 자신이 하고 있으니 진영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한 숨이 터뜨렸다. 이러다 진짜 김여주한테 목이라도 맬 것 같았다. 며칠을 미루고 미뤄서 제 할일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큰일이긴했다. 그리고 결국 제가 김여주에게 빠져 이대휘 그 남학생의 쪽지도 성사 시키지 못했다. 근데 오히려 진영은 이대휘라는 이름 석자에 질투가 올랐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찰나에 따가운 소리들이 그의 귓가를 때렸다. 온갖 헤어지자는 소리들과 화가 잔뜩 오른 연인들의 목소리들. 에로스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문제들이었다. 진영이 귀찮다는듯 몸을 일으켰다. 언제까지나 김여주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


주중에 매번 입던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진영이 시내로 나왔다. 새벽 밤중이라 유흥을 즐기려 나온 젊은 세대들이 가득했다. 세상 차가운 얼굴로 문제가 생긴 연인들을 찾아내는 순간, 한 클럽 앞에서 그의 발이 멈추었다. 그리곤 누구를 뚫어져라 응시하다 헛웃음을 터뜨린다. 와, 이거 기분 진짜 좆같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여주와 낯선 남자의 모습이었다. 여주와 한껏 엉겨붙은 남자는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아, 심장 아픈 기분이야. 어떡해. 말은 투덜일 뿐이었지만 진영의 속에 분노가 차오른 상태였다. 진영이 입고있던 가죽자켓을 벗고는 그들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붙어먹으려나. 예상을 뒤엎는 여주의 다른 모습보다 그냥 저 앞에 저 남자새끼가 더 좆같았다.




들어가시려고요?

아니요.

에이. 형님. 들어갔다가시,

뒤지기 싫으면 꺼져, 씨발.




저의 액면가보다 나이가 훨 많아 보이는 새끼가 형님거리며 같잖은 소리를 내뱉었다. 진영의 입꼬리가 묵직하게 내려가있을 즈음, 남자와 떨어진 여주가 고개를 돌리다 진영과 두 눈이 마주쳤다. 그에 대응하듯 진영이 그녀에게 웃어보이는데 당황한 티는 무슨 여유롭게 미소를 지은 여주가 남자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 말했다. 남자가 사라지고 그녀에게 바짝 다가온 진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평소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아닌 악이 바짝 들어간 힘으로. 여주가 손을 들어올려 진영의 뺨을 감쌌다.




여기서 뭐해, 여주야

여기까지 따라온거야?

아니 우연히 본 건데. 근데 좀 많이 화나.

네가 왜




그리고 차갑게 굳은 얼굴로 진영을 마주하는 여주였다. 




그야 난 널 좋아하,

난 너 안 좋아해.

...

네가 멋대로 날 좋아하는거잖아?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비수를 제대로 꽂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은 타들어갈것만 같은 진영이 그를 놔두고 사라지려는 여주의 손을 다급히 잡았다. 




“..들어가지마.

진영아.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나 말고 다른 사랑 하는 거 싫어.




진영이 입술을 꾹 깨문다. 초조하고 불안할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입꼬리를 끌어올린 여주가 손을 올려 진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주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강아지처럼 축 처진 눈매로 여주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진영이었다.




진영아.

응.

아무 글씨도 보이지 않았던 쪽지 그거 기억나?

..뭐?

의아하게 생각했을 텐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거 내가 적은건데.




여주의 입에서 뜻밖에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거기에 뭐라고 썼는지 알려줄까?



진영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배진영이 아니라,

...

에로스

그래서 네가 네 화살에 찔린거야.

..."

병신같이.



그리곤 미소를 지운 얼굴로 진영의 앞에서 사라지는 여주였다. 멍한히 허공을 배회하던 그의 시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영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프로디테, 어머니의 말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워너원/배진영] 사랑의 신 에로스 | 인스티즈

아테네의 딸을 조심하라고.












더보기

아테네와 아프로디테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여주는 아테네의 딸이고  진영이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에로스 되겠습니다. 여주는 애초에 진영이를 망쳐놓으려고 한거예요.. 쿨럭,,여주가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했나봅니다,, 진영이의 원래이름인 에로스를 알고 있었으니 쪽지를 적었고 그걸 모르는 진영이는 제 이름이 적혀있었고 쪽지에 적힌대로 여주는 에로스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진영이는 당연히 제 화살에 찔릴 수 밖에 없었다는 그런 그리스로마신화... 써놓고 보니 되게 웃기네여.. 깔깔 좋은 밤 되세요 독짜님들 ♡ 

+ 왜 쪽지에 아무 글씨가 안 보였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설정입니다. 진영이가 못 볼 수 밖에 없단 그런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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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워우....여주도 사기캐였네요
6년 전
브몽
사기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2
와 이거 진짜 재밌네요... 그냥 뭔가 제목에 이끌려서 들어왔는데 이런 글 너무 좋아요!!!! 게다가 제 최애인 진영이라니ㅠㅠㅠ 진영이 처음엔 솔직히 좀 싸가지...?없었다가 저렇게 사랑꾼에 귀여운 강아지같이 행동하는거 진짜 짱짱 좋 ㅠㅠ ㅠㅠ 사랑스러워죽겠네 그와중에 마지막 아테네의 딸 .. 작가님 넘 멋있어요 ㅠㅠㅜㅜㅜ이거 이 글은 이렇게 끝인가요 ??? 아쉬워죽겠네ㅜㅜㅜㅜ
6년 전
브몽
단편으로 생각하고 쓴 글이긴한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어요! 힘이 되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3
되게 집중하면서 봤어요 이거 다음편은 없는건가요..?ㅠㅠ
6년 전
브몽
하핫! 단편으로 생각하고 쓴 글이라 저도 잘 모르겠네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비회원123.162
이야 .. 작가님 .. 진ㅋ자 와 ... 와 진짜 너무 재밌어요 ..
6년 전
브몽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6년 전
독자4
우와 우어
뛰는 배진영 위에 나는 여주....
ㅋㅋㅋㅋ와 안 보이던 쪽지 까먹고 있었는데 저런 떡밥일 줄이야....ㅋㅋㅋㅋ대박이네여

6년 전
브몽
앗! 그걸 노렸습니다 흐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5
와 세상에 와 아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가 어쩜 그리 범상치 않나 싶었는데 아테네의 딸... 와... 설정 진짜 치이네요ㅠㅠㅠㅠㅠㅠ 진영이 한 방 맞았네ㅠㅠㅠㅠㅠㅠ
6년 전
브몽
꺄 ㅠㅠㅠ 감사합니다 응원되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6년 전
독자6
작가님 그거 아세요? 진짜 대박이에요 이거
6년 전
브몽
(부끄) 대박이라니 ... 몸 둘바를...
6년 전
비회원212.97
와 진짜 대박이예요 작가님... 이거 뭔가요 와 진짜 현실로 소름 끼쳤어요 ㅠㅠㅠㅠㅜ 마지막 아프로디테 그 전부터 진짜 내용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좋아하다가 마지막 아프로디테 내용 보고 진심 소름 끼쳤어요 ㅠㅠㅠㅠ 맨 처음에 떡밥 와 천재신가요 ㅠㅡㅠ
6년 전
브몽
그냥 번뜩 떠오른 소재라 개연성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었을텐데 좋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뽝 나네여 ㅠㅠ 신화적인 요소를 돋보이고 싶었는데 전해진 것 같아 행복합니다!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
6년 전
독자7
세상에 글이 너무 제취향이에요ㅠㅠㅠㅜ당차고 도도한 여주 정말 사랑입니다?❣️사랑에 빠진 에로스 진영이는 정말 스윗하고 귀엽고 또 멋있고,, 에로스가 귀여운 악동느낌이어서 그런지 진영이랑 완전 찰떡이에요ㅠㅠㅠ보는 내내 엄마미소 장착하면서 봤어요 비지엠 셀렉도 완전 탁월하신,,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8
흐미 진짜 너무 제 취향 탕타랑 저격인데요????? 예????? 진짜 마지막 너무 반전이고 진짜 진영이 대박이에여ㅠㅜㅠㅠㅠㅠㅠ 에로스라니 거기에ㅜ아테네의 딸ㅠㅜㅜㅜㅜ 진짜 소재도 신선하고 작가님 필력도 짱이에요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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