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지권] Find love in your song - Prologue |
"응- 그래요. 밥? 잘 먹고 다니지."
응- 그래그래. 알겠다니까……. 엄마는? 그래? 그럼 다행이지 뭐. 그래요. 나중에 또 전화할게.
짧았던 통화가 끝난 후 핸드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권은 한숨을 포옥 쉬었다. 이번 달 생활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전기세며 수도세며 돈이 나갈 구멍은 너무나 많다. 엄마한텐 아무걱정 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켰건만, 정작 자신의 머릿속에선 하루 종일 걱정근심이 떠나질 않는다. 그 후에도 두어 번 한숨을 푹푹 내쉬던 유권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고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특별할거라곤 없는 빈티지스러운 낡은 크로스백과, 방구석에 세워둔 기타 하나. 유권은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먼지를 털어내려는 손짓인지 몇 번 손바닥으로 쓱쓱 닦아내더니 기타를 들어 기타가방에 집어넣었다.
오늘도 어깨엔 기타를 들쳐 매곤 집을 나선다. 빨간색 컨버스를 신고 길을 나서니 밝은 햇살에 걱정은 모두 날아가 버린 듯 발걸음이 가볍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기분이 좋다. 4월. 밀고 당기기를 하는 양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도 조금씩 물러가고 이젠 정말 봄기운이 오르는 것을 거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유권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오는데, 갑자기 무드를 깨는 카톡 알람음이 울린다. 궁금한 얼굴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발신인은 표지훈.
[형- 빨리 와!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재촉하는 지훈의 메시지에 시계를 쳐다보니 아직 알바시간까지는 삼십분 이상이나 남아있다. 흐음- 콧소리를 내던 유권은 자판을 두드렸다.
[가고 있거든? 십오 분 후 도착!]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버스에 오른 유권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권의 얼굴 위로 봄날의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졌다.
. . .
도착한 카페에선 혼자서 분주히 주문을 받고 있는 표지훈이 보인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에 반사적으로 문 쪽을 바라보던 지훈의 난처하던 표정이 유권을 발견하자마자 순식간에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형!' 하트입술로 온갖 반가움을 다 표현하며 웃어대는 지훈을 보곤, 유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성큼성큼 걸어가 매고 있던 기타와 입고 있던 집업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입는 유권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혼자서도 예쁘게 리본을 돌려 묶는 유권의 손길에 바쁜 와중에도 지훈의 눈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와, 형 역시 손놀림이 짱!"
신기하다는 듯 동그란 눈을 하고 유권을 바라보고 있자, 앞에서 있는 손님은 헛기침을 해대고. 유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이내 웃는 표정으로 주문대 앞에 섰다.
"죄송합니다! 주문 받아드리겠습니다." "네..저기 아메리카노랑 화이트 초코라떼 하나요. 아, 따뜻하게요."
'네. 아메리카노 하나, 화이트 초코라떼 하나. 둘 다 따뜻하게 맞으시죠?'
주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유권은 지훈에게 눈짓했고,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를 준비했다.
"역시. 형은 빈틈이 없네요."
"넌 왜 아직도 그 모양이야. 느려 터져갖곤."
"손님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는데 어떻게 해요."
"누가 보면 너 오늘 막 들어온 알바인줄 알겠다."
유권의 장난스러운 핀잔에 지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래도 형이 조금 더 일찍와서 도와주니 얼마나 좋아요. 내가 나중에 술 살게요!' 그런 지훈의 말에 유권은 이마를 아프지 않게 꽁 때리며 '으이구, 내가 동생한테 술 얻어먹으리?'하고 대답했다. 지훈은.....
"그럼 뭐 살까요? 형? 네? 아, 혀엉-"
***
"우지호! 지호야!"
내가 이놈의 집구석, 성공하기 전까진 다신 안 들어간다. 다짐하고 집을 나왔다. 뒤에선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절대 뒤돌아보지 않으리. 다짐을 하고 앞만 보며 걸었다. 언뜻 귓가에 집나가는 놈 왜 잡냐는 아빠의 목소리도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만.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신나는 힙합뮤직이 흘러나오고, 흥얼흥얼 비트를 타며 무작정 걸었다. 한참 집에서 깨지고 나오는 길인데, 오늘은 유난히도 날씨가 좋다. 자꾸만 눈을 부시게 만드는 밝은 햇살에 괜히 인상이 찌푸려졌다. 에이 짜증나. 머리를 긁적이며 후드를 뒤집어 쓴 지호는 휘적휘적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
***
안녕하세요 코주부예요! 완결을 낸 지 얼마가 지났을까요.
지권으로 돌아왔습니다 ㅋㅋㅋ (네 전 잡식 작가예요...)
쓰고 싶은 소재가 문득 떠올라 이렇게 프롤로그를 두드리기 시작했네요 ㅎㅎ
인사때처럼 폭풍과도 같은 연재는 조금 내려놓을까 생각중입니다!
인사는 시간에 쫓기듯이 쓴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갈 수록 글 퀄리티도 떨어졌던것 같고.....
(제 생각뿐인가요ㅠㅠㅎㅎㅎㅎ)
이번 글은 한글자 한글자 쓸때마다 천천히 음미하듯 쓰고싶어요!
너무 무겁지 않고 달달하게, 감성적이게. 그렇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게요^^
그래도 너무 늦은 연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