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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지애

; 슬픔만 남긴 사랑












비가 오는 밤이었다. 방금 일 처럼 생생한 꿈에 심장께를 더듬거렸다. 안 잊으면 되잖아, 그렇지, 우리 다시 만나면 되는거잖아. 그렇지? 대답해. 응? 늘어진 말꼬리가 자꾸 나를 괴롭혔다. 그래, 네가 안 잊으면 되는건데, 내가 안 잊으면 되는건데. 나는 왜 네 얼굴이 기억이 안 나지? 시민아, 내 이름은 이제노야. 기억해야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자꾸 네가 울부짖었다.










♥2- 12


진효진

야 오늘 전학생 온대

은이찬이 말해줌


강서울

잘생겼대?


진효진

시발 얼빠냐


강서울

잘생긴거 좋아하는게 나쁨?


아 왜 또 아침부터 싸

카톡 계속 울리잔ㅇ하

버스라고

진효진

옼ㅋㅋㅋㅋㅋㅋ반장 등판~


선명균

아 반장 쌤이 너 등교하면 바로 교무실로 오래


진효진

뭐야 너 지금까지 관음했냐

왜?

김전혁

전학생 때문이겠지


선명균

전학......와 너 진짜 개 빠르다


김전혁

내가 좀 한 빠름해


진효진

내 얘기는 아무도 대답 안 하는거임?


손태훈

야 진효진 니가 우유 가져감?


진효진

ㅇㅇ


손태훈

아 시발 영양사 썜한테 우리꺼 없다고

징징거리고 왔잖아;


진효진

ㅋ 수고염


전학생 남자야 여자야?


은이찬

남자임ㅇㅇ


김에스더

아 시발 안 그래도 땀냄새 존나 심한데;


은이찬

닥쳐


선명균

니 냄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김에스더

우리 친구들이 뒤지고 싶군여?

수행 좆되고 싶어?


은이찬

아니요


선명균

아닙니다


진효진

야 근데 전학생 왜 전학 왔대?


은이찬

몰라 그건

근데 이름 존나 깔쌈하더라

이제노야 이름이

존나 멋지지







전학 온다는 애의 이름은 이제노였다. 우연이겠지, 싶었지만 솔직히 한 특이함 한다는 내 친구들의 이름들 중에도 제노라는 이름은 없었다. 카톡이 계속 울려대는 바람에 버스 안의 사람들이 내 쪽을 돌아봤다. 괜히 얼굴이 발개지는 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이 친구 이름은 제노다, 이제노. 김전혁의 말대로 선생님은 나를 전학생때문에 부른게 맞았다. 아까 꿈속에서 화살을 맞아서 그런가, 심장이 자꾸 시큰거렸다. 안녕, 반장. 이제노가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정말 쿵, 하고 아픈 것 같았다.



아까 부터 자꾸 얼굴 찡그리던데, 어디 아파?



아니, 괜찮아. 이제노가 퍽 다정하게 물어왔다. 언제 봤다고. 선생님께서는 오늘 회의때문에 조례에 들어가지 못하니 자신을 대신해서 이제노를 소개하라고 하셨다. 뭐 우리반 애들은 다 착하니까 별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진짜 성가신 것은 왜 내가 이 애의 이름을 꿈에서 보았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꿈 속의 이제노는 왜 자꾸 저를 기억하라고 했던 것인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차라리 그 꿈 속 이제노의 얼굴이 기억난다면 좋으련만. 마음 한 쪽이 막힌 것 처럼 답답했다. 초록색 좋아하는구나, 이제노가 내 목에 둘러진 목도리를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얘들아 이 친구 이름은 너희들도 다 알다시피 제노야.



이제노가 나를 따라 내 옆에 쭈뼛거리며 섰다. 안녕, 나는 문화 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이제노라고 해. 잘 부탁해. 이제노가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서울은 이미 이제노에게 홀딱 빠진 것 같았다. 야 존나 잘 생겼잖아; 강서울이 입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이제 자리에 앉으면 엄청난 질문 폭탄이 날아들겠지. 쟤랑 둘이 걸어오면서 어땠어? 착해? 뭐 이런. 야 근데 제노 어디 앉아? 선명균이 제 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선생님은 내게 조례를 진행하라고만 하셨지 이제노를 어디 앉히라고 하진 않으셨는데.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이제노가 제 앞에 있는 빈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내가 앉고 싶은데 앉아도 돼?


이제노가 앉고 싶은 자리는 내 뒷자리였다. 뭐 일단 앉게는 해야하니까. 나는 맨 뒷자리에 앉기 때문에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학교에 와서 처음 본게 나고, 뭐 그러니까 내 뒤에 앉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강서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수업시간 내내 강서울은 내게 포스트잇을 내밀었다. 야 쟤가 너한테 관심있나봐! 시민아 어떡해 너랑 쟤랑 사귀면 어떡해? 아 어떡해 고백은 언제 할거임? 벌써부터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는 강서울에 머리가 아팠다. 솔직히, 이제노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고 하는건 거짓말이다. 이제노는, 그래,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매우 잘생겼으니까.


이제노는 김전혁과 은이찬과 금새 친해져선 피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 안이 시끄러웠다. 아 왜 이렇게 심장이 아프지? 심장이 자꾸 시큰거린다. 왼 가슴을 두드리자 내 왼 편에 앉아있던 애련이가 제 가방에서 약통을 꺼내와선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아프면 뭘 먹어야 되더라. 커피 좀 그만 마셔~ 심장 터진다 그러다가! 에스더가 지나가면서 애련이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이제노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노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께가 시큰거렸다. 도대체 왜? 꿈에서 심장에 화살을 맞아서? 아니면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후자였다. 점심 먹고도 이러면 꼭 보건실에 다녀와야겠다. 괜히 왼쪽 가슴을 손으로 툭툭 두드리고 책상에 드러누웠다.


난 분명히 애련이를 보고 있었는데, 애련이의 뒤에 있던 이제노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노의 표정이 묘했다. 이제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제 딴에는 아무 생각 없는 행동이었겠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별 문제 없는데 어디가 자꾸 아프면 전생에 거기가 다쳐서 죽은거래. 제 가방을 뒤적거리던 이제노가 툭 내뱉었다. 어떡해. 전학생, 되게 노잼이다. 약통을 뒤적거리던 김애련이 얼굴을 구기며 작게 소근거렸다.


한자시간이었다. 분명히 얼마전에 수행을 한 것 같은데 또 수행이었다. 이렇게 한 조 하고, 아 너희는 세명이네, 그 대신 선생님이 좀 너그러이 채점할게. 나랑 강서울, 그리고 이제노가 한 조였는데 이번 수행 주제는 참 어이도 없게, 모르는 사람에게 이름 뜻을 물어보고 오는 거였다. 무려 10명이었다. 심지어 기한은 일주일 밖에 없었다. 저 멀리서 은이찬의 조용한 욕짓거리가 들렸다. 반장, 강서울이 운을 떼었다. 강서울은 언제나 내게 부탁할 일이 생기면 나를 반장이라고 부르곤 했다. 나 이번 주 방과후에 계속 학원 가야하는데. 강서울이 제 눈썹을 늘어뜨렸다. 강서울은 미대를 준비하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왜 이렇게 서울이가 원망스럽지. 강서울이 연신 미안해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이제노가 내 쪽을 봤다. 그럼 우리 언제 만나? 이제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울고 있었다, 이제노가, 꿈 속의 이제노이자, 우리 반으로 전학 온 그 이제노였다. 미안해 시민아, 아무래도 난 아닌가봐. 이제노가 또다시 내게 등을 보였다. 나 이제 안 좋아해? 내가 걸어가는 이제노를 향해 소리 쳤다. 순식간에 장면이 바뀌었다. 나는 방 안에서 한복에 수를 놓고 있었다. 초록색 저고리에 분홍 연꽃이 꽤 잘 어울렸다. 부인, 정녕 제겐 웃음을 보여주지 않으실겁니까? 내 서방인 듯한 사람이 내 손을 그러쥐었다. 미안한데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어요. 초록 치마의 내가 그 남자에게 차갑게 쏘아붙혔다. 아.. 남자가, 고개를 떨궜다.


잔칫날이었던 것 같다. 아니, 결혼식인 것 같다. 저 멀리 사모관대를 쓴 이제노가 보이는 걸 보면. 결혼 축하해, 억지로 웃고 있는 이제노의 얼굴이 슬퍼보였다. 내가 이제노보다 결혼을 빨리 한 것인지, 나는 아까 그 남자와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정윤오입니다. 내 남편, 그러니까 정윤오가 이제노에게 손을 건넸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이제노가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정윤오의 손을 맞잡았다. 꿈 속의 나는 왜 이렇게 정윤오에게 매정한 걸까. 내 뒤를 묵묵하게 지키는 정윤오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다.





-





이제노랑은 우리 집 앞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부터 이상한 꿈을 꿔서, 이제노를 만나는게 꽤나 껄끄러웠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고3이기 때문에 수행평가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신분이었다. [진짜 미안해 시민아ㅠㅠ 내가 이제노 번호가 없어서.. 걔한테도 꼭 미안하다고 전해줘ㅠㅠ 나중에 내가 매점 꼭 쏠게~~ 언니 알지?] 나갈 채비를 하는데 휴대폰이 반짝거렸다. 강서울, 하여튼 되게 신경 쓴다니까. 강서울의 문자 뒤로 이제노의 문자가 반짝거렸다. [나 좀 일찍 도착했는데 너 뭐 마실래?] 내 집 앞에 있는 카페 였기에 알바생들과도 엄청 친했는데, 음, 지금이 9시니까 아마 정재현이 있을 거였다. (정재현이 저번에 내 민트초코라떼에 녹차 시럽을 넣는 엄청난 실수를 해서 그 이후로 좀 친해졌다.) 정재현은 아메리카노를 잘 내리니까. [나는 아메리카노] 이제노에게 문자를 보내고 신발을 신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정재현이 눈 인사를 해왔다. 하여튼 쟤는 정말 할 일 없다니까. 카페 창가에 앉아있던 이제노가 날 보고 손을 작게 흔들었다. 나 오늘 3시까지 학원이라서 빨리 해야해. 미안. 이제노가 아메리카노인지 아이스 티인지 모를 제 갈색 음료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지금 만났으니까 4명만 물어보고, 3명씩 맡아서 하자. 이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알바생 어때, 정윤오. 이제노가 별안간 정윤오, 라는 이름을 내뱉었다. 정윤오라면 아까 꿈 속의 그 남자의 이름이었다. 아, 생각 안하려고 했는데. 정윤오? 고개를 들자 이제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순간, 꿈 속의 이제노와 자꾸 겹쳐보였다. 웬 똥 같은 꿈을 꿔서. 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이제노가 고개를 또 갸웃거렸다. 어디 아파? 그렇게 물어오는 이제노가 퍽 다정했다.


근데 정윤오가 누구야? 내가 묻자 이제노가 턱짓으로 카운터 쪽을 가리켰다. 카운터에는 지금 정재현밖에 없는데? 내가 고개를 돌리자 정재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정재현의 동공이 떨렸다. 또 제가 실수를 한 줄 아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대충 저어주고 다시 이제노를 봤다. 쟤 이름 정재현이야. 그렇게 말하자, 이제노가 아, 하며 다시 제 갈색 음료에 고개를 박았다. 미안, 요즘 잠을 통 못 자서. 그렇게 웅얼거리는 이제노의 정수리가 동그랬다.


[시민아, 내일 혹시 시간 돼? PPT 만들어야되잖아] 독서실에 누워 앉아있었는데 휴대전화가 깜빡였다. 이제노였다. 하긴, PPT를 만들긴 해야하니까. 내가 조사한 이름은 독서실 왼편에 앉은 언니 한 분과, 총무 오빠 그리고 독서실 밑 편의점 알바생 분이었다. 도대체 왜 한자 선생님은 이런 좆같은 수행평가를 내준걸까? 이름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채홍진, 이오윤. 몸이 점점 노곤해졌다. 도대체 왜 독서실은 이렇게 따뜻한거지?





-





너무하십니다.


내 옆에 정윤오가 누워있는 것 같았다. 나는 또 매정하게 등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부인, 어찌 그리 매정하신겁니까. 정윤오의 손이 이불 위에서 맴도는게 느껴졌다.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주무시지요. 눈을 꼭 감았다. 암흑이었다. 이제노는 부인을 버렸습니다. 정윤오의 말이 비수처럼 꽂히는 기분이었다. 걔가 나를 버려? 왜? 의문 투성이었는데, 꿈 속의 내가 울고 있었다. 정윤오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한숨을 내쉬었다. 안아도 되겠습니까? 정윤오의 품이 따뜻했다.


그 날 이후로 정윤오와의 관계는 좀 진전된 듯 싶었다. 물론, 정윤오의 얼굴을 못 보는 건 한결 같았다.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 지 정윤오는 늘 나를 볼 때면 고개를 숙이고 웃는데다가, 나보다 키가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정윤오는 내게 헌신적이었고, 나는 꽤나 잘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제게 마음을 열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불을 끄기 전, 정윤오는 늘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이제노의 얼굴이 떠올랐다.






-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도 맑고 구름도 한 점 없는게, 어제 꿈 속에서 봤던 하늘이 떠올랐다. 도대체가 수험생 생활이 얼마나 힘들면 그런 개 꿈을 다 꿀까, 싶었다. 물론 이제노를 알기 전에 이제노가 꿈 속에 나온 것, 그리고 제 이름을 기억하라던 이제노의 태도는 아직도 의문 투성이었지만 뭐 나한테 잘해주는 남편을 내가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정윤오, 그 동글동글한 이름을 곱씹었다.


이제노와는 오늘 방과후에 교실에 남아 PPT를 만들기로 했다. 고 3인데 도대체 왜 한자 선생님은 자습을 안 주시는거지? 당장이라도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 나 매점 갈건데 뭐 사다줄까? 서울이가 제 지갑을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코코팜 복숭아 맛. 강서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서울과 내 앞자리의 김애련, 그리고 은이찬이 매점으로 떠났기 때문에 우리 분단에는 나와 이제노 정도만 남아있었다. 이제노가 사각사각 문제집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도 꿈을 꾸려나, 그럼 정윤오가 또 나오려나. 기억나지 않는 얼굴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그때였다, 이제노가 내 등을 제 샤프 뒷 꽁무니로 꾹 눌렀다. 그 알바생 이름, 정말 정재현 맞아? 그렇게 궁금하면 자기가 물어볼 것이지, 이제노가 제 입술을 달싹였다.


비가 올 듯 날씨가 우중충해졌다. 얼른 하고 얼른 집 가야지. 가방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컴퓨터를 꺼냈다. 이제노는 수행평가에 영 흥미가 없어보였다. 이름은 잘 조사해온 것 같은데, 얘도 집에 가고 싶은 건가. 비 오겠다. 이제노가 창문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노를 처음 봤던 그 날 밤에도 비가 내렸었다. 그럼 오늘 꿈엔 내 남편이 안 나오려나, 그럼 좀 서운한대. 부인, 하고 부르는 정윤오의 따뜻한 음성을 기억했다. 시민, 이제노가 괜히 샤프를 만지작 거렸다. 나 자꾸 꿈에 똑같은 사람이 나와. 이거, 좋아하는거야? 이제노의 말에 정윤오가 떠올랐다. 근데 좋아하려면 현실 세계에도 그 사람이 있어야되는거 아니야? 나는 정윤오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데. 그런거 아닐까? 내 말에 이제노가 턱을 괴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렇게 말하는 이제노의 속눈썹이 조금 촉촉했던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는데 이제노는 굳이 날 집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하긴 요즘 세상이 뒤숭숭하긴 하다만, 제 안전이나 신경 쓸 것이지. 이제노가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걸었다. 시민, 전생을 믿어? 별안간 이제노가 물었다. 전생, 이질적인 단어를 곱씹었다. 있지 않을까? 내 말에 이제노가 고개를 떨궜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넌 전생에 누구였을 것 같아? 이제노가 내 쪽으로 조금 다가왔다. 내가, 전생에 누구였을 것 같냐고? 나는 그냥 나였을 것 같은데. 뭐 거창하게 공주나 왕 이런 것 까진 아니지만. 이제노가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내 쪽을 보고 제 큰 눈을 깜빡거렸다. 너는 뭐 였을 것 같은데? 머리가 복잡해져서 이제노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제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난 정말 나쁜 사람이었을 것 같아서. 이제노가 힘겹게 미소지었다.





-





전쟁이었다. 나가지 마세요 부인. 바깥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윤오가 날 붙잡았다. 정윤오와의 달콤한 꿈도 이렇게 끝인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꿈일 지 몰라도, 꿈 속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꿈이 아닐 수 있다고. 그렇지만 나는 정윤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나..나가야 한다고 말했던가? 어처구니 없이 나는 정윤오를 방 안에 홀로 남겨두고 바깥으로 향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제노의 부인과 아연실색이 되어있는 이제노가 보였다. 오지마, 이제노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장면이 반복됬다. 그렇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죄책감이 들었다. 정윤오때문이었다. 평생 이제노를 원망하며 살아갈,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살아갈 그 사람이 안타까웠다.





-





주말이었다. 오늘은 독서실을 안 갈 작정이었다. 왜냐면, 어이없게도 꿈 때문이었다. 요 며칠 동안 꿈 때문에 머리가 아주 뒤죽박죽이었다. 이제노와 나는 죽음의 끝자락에서 서로 기억하기로 했는데, 그 약속 이후 나와 이제노는 진짜로 만났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전생을 믿어? 그렇게 묻던 이제노가 떠올랐다. 정윤오와 함께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떨구던 이제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노도 나와 같은 꿈을 꾸는 걸까. 설마 그게 전생이라면, 나와 이제노는 다시 만난 걸까?  [이제노] 별안간 휴대전화가 반짝였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 이제노가 말했다. 기억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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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젠5
너무 어려운 글인 것 같아요......흙흙
6년 전
독자1
어렵지만 몽글몽글 집중하게 되는 글이네요ㅠㅠ
오늘도 잘 보구 갑니다:-)

6년 전
2젠5
감사합니당 :)
6년 전
독자2
어억 작가님 해봄이에요ㅠㅠㅠ 기억해.. 복도에서 떠들다.. 나만 퇴학당했잖아.. 아 진짜 재현이랑 제노가 딱 이런 소재에 찰떡인 것 같아요 너무 잘어울려요ㅠㅠ 밤 분위기랑도 너무 잘 어우러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2젠5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툌ㅋㅋㅋㅋㅋㅋㅋㅋ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좋은 댓글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3
전생에 못다한 인연을 현생에서 이어가는 거 맞지유 작가님?! 아 진짜 제노.....어떤 글에든 다 잘 어울려요 작가님이 필력이 너무 좋으셔서ㅠㅠㅠㅠㅠㅠ
6년 전
2젠5
아니예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을 너무 어렵게 써서ㅠㅠㅠ 잘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ㅠㅠ
6년 전
독자4
작가님 쿵쾅맨입니다,,, 시험끝나고 글잡들어오ㅓㅆ는데 작가님 글이..!!!!! 진짜 최고에요ㅠㅠㅠ앞으로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용❤️
6년 전
독자5
제이스에요 오마갓,,, 제노+사극=체존!!!!!!!!!!!!!! 그 이름마저 체고존엄!!!!!!!!!!!!!!! 소리벗고 팬티질러 훠어어오오오오로!!!!!!
작가님은 맨날 감질맛나게 끊어서 눙물이 눈 앞을 가리지만 그마저도핵핵핵핵핵핵핵핵ㅎㄱ핵잼이니 뭐 그이후를 상상하지 못하는 제 뇌를 탓해야죠,,,, 나레기! 나레기!

6년 전
독자6
짱잉렝룔ㅇ 젠오야 ㅠ
6년 전
비회원52.203
6230입니다,,,,,,,,대박 ,,,,슬프고 아련하고ㅠㅠㅠㅠㅠㅠㅠ현생에서는 꼭 이어졌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전생에서 둘이 왜 헤어져야만 했는지 궁금해요ㅠㅠㅠ오늘도 좋은 글감사합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7
아... .ㅠㅠㅠㅠㅠㅠ너무 맘아픈 사랑이네요 진짜 제목을 잘 지으신것같아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암호닉 삐약이로 신청하겠습니다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대작을 지금 보다니 저를 혼내 주세요 너무 짱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물인데 작가님이 잘 풀어주셔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글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뭔가 뒤에 이야기도 있을 것만 같아서 생각나는 ㅠㅠㅠㅠㅠ 사랑합니다 작가님 최고예용용^^*^*^^
6년 전
독자9
와 작가님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ㅜ뒷이야기가 궁금해요ᅲᅲ
6년 전
독자10
와 작가님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ㅜ뒷이야기가 궁굼해요ㅠㅠ
6년 전
독자11
와....진짜 소재 대박이에요... 뭔가 신기해요... 제노 너무 잘어울려요.... 작가님 진짜.. 사랑해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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