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Bonus ep. 우진이의 생일잔치
아...!!! 내일 우진이 생일이네요...?! 정확하게 말하면 우진이가 처음 인간화를 한 날이 아니라 태어난 날입니다. 요즘 연구소 일이다 뭐다 바빠서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이제 진짜 가족이 되었으니 아이들이 태어난 날에 맞춰 생일을 챙겨주려고 했는데... 멍청하게도 까먹었었네요. 준비한 게 없는데 시계는 야속하게도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이때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번뜩 하고 생각났습니다. 저번 성우 생일잔치를 하고 남았던 미역이요! 찬장에서 서둘러 찾은 미역을 불리고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뭐해요....?"
이리저리 바삐 다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그대로 멈춰섰습니다. 방금 일어난 듯 민현이가 졸린 눈을 부비적 거리더니 슬금슬금 다가와 이곳 상황을 보네요. 곧 눈을 번쩍 뜨고는 입을 막는 겁니다. 민현이도 방금 알았나봐요.
"어쩐지.... 오늘따라 너무 보챈다했어요...."
잠들기 직전까지 신나서 방방거렸대요....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진짜 새까맣게 잊고... 어휴. 이렇게 자책할 때가 아닙니다. 부지런히 준비해야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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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컷을 낸 미역국은 깊은 맛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너무 속상하네요. 세상 얕아진 이 맛을... 우진이에게 건네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안 건넬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어거지로 걸어가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방문을 살짝 열었습니다. 열자마자 우진이가 벌떡 일어나 앉는 겁니다. 깜짝 놀라 움찔하니 뒤에서 민현이가 제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이면서 말했습니다.
"생일 축하해, 우리 우진이."
"응. 축하해, 우진아."
세상 신난 표정으로 방방 뛰며 달려옵니다. 곧 내 손목을 낚아채듯 잡곤 그대로 부엌으로 뛰어갑니다. 정말 신났네요. 어... 시간이 없어 차린 거라곤 미역국 뿐입니다. 우진이가 좋아하는 생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우진이는 신이나서 의자에 앉았습니다. 뜨거우니 호호 불어 먹으라는 나의 말에 호- 한 번 불더니 그대로 입속에 넣을 정도로 급하게 먹습니다. 역시나 뜨거운 지 얼굴까지 달아오르네요. 재빨리 찬물을 건네주었습니다.
"입천장 다 뎄겠다...."
"맛있어! 주인 최고야! 진짜, 맛있어!"
....분명 맛이 없을 텐데... 진짜 맛있다는 듯 해맑게 해주는 말에 그저 우진이를 쓰다듬어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착해 빠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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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소원 3개 말하라고 했습니다. 다 들어준다고. 그런 우진이가 저에게 말한 3가지 소원은요...
"음... 나 안아줘."
"그 형씨(다니엘)랑 결혼 하지마!"
.....? 우진아...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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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번째 소원은 오늘 하루 자신을 가장 많이 좋아해달라는 것으로 바꾼 우진입니다. 물론 잔뜩 심통나선 잠시동안 뚱해있었죠. 그래도... 그건 좀 아니었잖아.... 아무튼 우진이와 제 방에 들어와서 같은 침대에 누웠습니다. 저는 평소대로 누웠으나 우진이는 침대 끝에 아슬하게 걸터 누워있었죠. 안아달라는 소원도 있었겠다, 그냥 안아주긴 뭔가 뻘쭘해서 한바퀴 굴러 다가가니 화들짝 놀라며 침대 밑으로 떨어져버린 우진입니다. 소원 중 하나여서 장난겸 다가간 거였는데...! 혹시 다치진 않았을까 놀라서 더 다가가니 더더 화들짝 놀라며 이번엔 벽 쪽으로 기어가는 우진이인 겁니다.
"뭐해....?"
".....난 망했어."
"뭐...?"
"와.... 난 다컸어.. 이제 난 어른인거야...."
"......?"
"난 순수하지 못해... 난... 늑대였어.....!!!"
그렇게 나가버렸습니다. 왜 저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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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같이 못잤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니 소파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우진이가 아련한 눈으로 저를 보는 겁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걱정돼서 다가가니 손바닥까지 펼쳐보이며 오지 말라고 합니다. 아.... 상처.... 저도 모르게 위축됐습니다. 재환이도 저런 적이 있었는데... 혹시... 제가 싫어진 걸까요....? 끝없이 밀려오는 우울한 생각에 성우가 뒤에서 저를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주인아, 저 늑대랑은 말도 섞지마. 피해다녀."
"아 왜 형아도 그래!!! 나도 심란해!!!!! 그리고 그 손 안 놔?!!!!"
"어휴 댕댕이 또 난리네."
"그럼 내가 주인 독점해도 되는 건가?"
ㅎㅎㅎㅎ오늘도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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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노크소리가 들렸습니다. 올 사람이 없는데... 하면서 문을 열어주니 다니엘이 보이는 겁니다. 아! 다니엘이다! 나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그려졌나봐요... 놓칠 리가 없는 다니엘이 또 놀려댑니다...
"또또, 좋아죽지."
"아니거든..."
"미안한데, 오늘은 누나 때문에 온 거 아니야."
"나 때문이구나? 수달이는?? 대휘는?? 대휘야!"
"대휘 낮잠 자거든?"
"뭐야. 왜 온 거야."
"우진아. 그... 생일 축하한다."
뒤에 숨겨 뒀던 케이크를 건네주며 하는 말에 꽁해 있던 우진이가 슬금슬금 웃습니다. 그러나 곧 이성적인 판단을 하셨는지 줘도 안 먹는다며 흥 토라집니다. 이쯤되면 포기할 줄 알았던 다니엘이 먹을 것을 이용합니다.
"안 먹을 거야? 생닭도 가져왔는데."
역시 식품연구팀장이라 이거네요. 꼼지락거리던 우진이가 슬금 뒤를 돌아보더니 생닭을 발견한 건지 화색이 돕니다. 귀여워....ㅠㅠㅠㅠㅠㅠ
Q. 늑대 우진이는 어떤 선물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A.
"안아주는 거. 주인이가 자기 전에 안아줬어. 따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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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개짜증... 우진아 미아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화가 너무 바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천한 눈화가 우진이 생일도 챙기지 못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아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