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es The Fox Say?
W.LIGHTER
"아무래도 인간의 모습으로 오래 있어서 이렇게 아픈 걸 거예요."
가끔씩 인간으로 오래 머물다 보면 일종의 몸살처럼 나거든요. 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니엘의 이마와 제 이마를 번갈아가며 손으로 대보던 성운은 곧이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열도 많이 내렸고 이젠 괜찮을 거예요. 걱정마세요.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다보면 본의 아니게 무리를 할 때가 있었다. 성운과 둘이서 살아갔을 때에도 직접 먹고 살아가려면 인간인 채로 지내는 게 좋아서 거진 한달 넘게 사람으로 있자 그새를 못 견디고 아파했던 것이 어렴풋했다. 두 개의 본체를 지니고 있었어도 실상은 동물인지라 번갈아 가면서 조절해줘야 하는 것을 잊어먹고 살았을 땐 이런 경우가 허다했어서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아프다고 하면 바로 옆에서 있어줄 주인도 만났으니 그렇게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이었는데 성운의 의도와는 달리 ㅇㅇ는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처럼 또 울고 있었다.
"인간으로 오래 있으면 이렇게 아파?"
"사람도 가끔 무리하면 몸이 힘들어하잖아요. 얘도 그런거죠."
"그럼. 그럼 있지, 많이 아파? 어느 정도로 아파?"
ㅇㅇ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나. 아까 전에 막 기침도 하고 그랬거든. 난 너희들을 잘 모르니까 어느 정도로 아픈지도 모르니까…그래서,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프면 열이 나는 게 당연했고 겨울철이니 기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꼭 죄를 지은 사람처럼 안절부절하는 ㅇㅇ를 보는 성운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그냥 좀 감기처럼 흘러가서 금방 나을거예요."
"…응."
"ㅇㅇ씨가 이렇게 울고 있으면 다니엘, 저 놈은 마음 편히 자지도 못해요."
성운의 손이 ㅇㅇ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사람답게 위로를 하는 법은 잘 모르지만 다니엘이 눈을 뜨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구태여 따지자면 제 주인이 울 때도 곧잘 성운이 쓰다듬어 주면 금세 울음을 그쳤으니 그가 생각하는 위로에 대한 결과는 이게 전부였더랬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다니엘이 그런 말 한 적이 있어요. 그 황민현인가 하는 남자 때문에 늑대로 변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두렵다고. 그저 흘러가듯 투정어린 말이었겠지만 함께 나고 자란 성운에겐 다니엘이 소중했다. 그건 어떻든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으니까.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던 성운의 뜻밖의 오지랖이더랬다.
"만약 다니엘이 아니라면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세요."
"……."
"어영부영 넘어가다 보면 얘만 힘들어져요."
다른 건 몰라도 ㅇㅇ씨한테는 많이 무른 놈이잖아요, 얘가. 응, 미안. 미안해. 아무래도 말을 꺼내다 보니 괜한 사람 마음만 들쑤신 것 같았다. 정말이지, 이래서 남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았던 건데. 자신의 말에 사과로 대답하던 그녀는 얼굴마저 숙이고 있으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혹시라도 또 울고 있으면 어쩌지. 답지 않게 어쩔 줄 몰라하던 성운의 얼굴이 난처한 표정을 해왔다. 근데, 있지….
"나 다니엘 많이 좋아해."
"네?"
"아니, 이젠 다니엘 없으면 못 살지도 몰라."
옆에서 다니엘의 손을 놓지 않으려 꼭 잡은 ㅇㅇ의 말이 비단 단단했다. 나는 여태 다니엘이 바보인줄 알았는데 바보는 얘가 아니라 나인가봐. 이 아이를 두고 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성운의 입에서 다니엘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한참이나 울어서 쉬어버린 목이 따끔거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다니엘이 감기에 걸렸다고 똑같이 감기가 다시 올려는 건지 편도선이 부은 것처럼 아픈 목을 가다듬다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답이 간편하게 나온다고 했었다. 제 3자인 성운으로부터 다니엘이 민현으로 인한 걱정 때문에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거보다 먼저 자신과 민현 사이, 그리고 다니엘을 떠올리자 그 답은 의외로 쉽게 내려졌다.
"하루종일 다니엘이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사람들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볼 때면 그런 것도 생각했었어."
"……."
"그냥 다니엘이 좋아하는 곳으로 떠나서 아무도 모르게 우리 둘이 살아도 좋지 않을까, 하고."
아니, ㅇㅇ씨도 여기 삶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성운이 애써 그녀의 말을 제지하자 ㅇㅇ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올곧게 세웠다. 아니야, 난 괜찮아. 정작 자신이 괜찮다는 말을 했지만 다니엘과 떠나고 난 뒤에 그 뒤가 괜찮을 지는 자신도 잘 몰랐다.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음 같아선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도 정해놓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자신을 찾으러 와주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을 먼저 생각해준 그였는데 이젠 받은만큼 돌려주고 싶은 게 ㅇㅇ의 심정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이 없어도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면 되니까. 그까짓 거 한국에서도 살아남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못 살 것도 아니었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 어느 때든 떠날 수도 있을 듯싶었다.
"다른 건 없으면 없는대로 살면 되는데 나한테 다니엘은 그럴 수 없는 존재니까."
언제 다니엘이 또 이렇게 아플지, 그리고 언제까지 그가 제 모습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지 가늠도 안되었다. 더군다나 그의 마음을 가장 힘들게 했을 민현이란 존재가 ㅇㅇ, 제게 있는만큼 그는 언제든 이렇게 아파하고 힘들어 할 걸 생각하면 아득해지는 듯했다. 다니엘한테는 아무런 말 하지마. 나중에 내가 다 준비되면 그 때 말해줘도 늦지 않으니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고 있는 건가. 성운은 다니엘과 ㅇㅇ가 꼭 세기의 사랑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가끔씩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나. 좀 더 둘이서 하는 삽질이 줄었으면 하는 노파심에 말을 꺼낸 거였다지만, 사람도 언제 아플지 모르고 살아가는 판국에 다니엘이 아프다고 별안간 떠난다는 말을 하는 그녀를 성운은 영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을 해왔다.
" ㅇㅇ씨.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 너무 극단적인 것 같기도 하고."
"구름아."
성운이 오면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안달난 건 제 주인이나 ㅇㅇ나 똑같은 것 같았다. 다니엘이 아프다고 엉엉 울때는 언제고 제게 마실 걸 갖다주겠다며 어울리지 않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입맛의 차 종류를 고르고 있던 ㅇㅇ의 어깨가 자신을 부르는 말에 맞춰 가볍게 떨려왔다. 구름이, 라는 말을 이다지도 근엄하게 들어야 되는 것처럼 그녀의 말투가 진지하기 그지없었더랬지.
"나 뿐만이 아니라 네 주인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그랬을 거야."
"네?"
"아니, 꼭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구름이도 내 입장이 되면 나보다 더하지 덜하진 않을걸."
커피 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성운은 차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ㅇㅇ가 주는 것이니 먹을 수 있을 듯싶었다. 그는 딱 그만큼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그녀를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의 성운, 저는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주인이 다니엘처럼 아파서 누워 있는 걸 생각하자 상상 뿐임에도 있는대로 그의 미간이 구겨지고 있었다. 유독 그는 자신을 키워주고 돌보았던 주인들을 각별히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ㅇㅇ도 제게 꽤나 고마운 존재라고 미루어 왔지만 지금 제 주인을 향한 자신의 감정은 ㅇㅇ처럼 뭐라 말을 하거나 단정을 지을 수 없었다. 다니엘한테 들어보니까 우리 구름이가 주인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데, 나중에 한 번 만나면 좋겠다. 하여간에 그 자식은 입만 살아서는. 혀끝을 차고 있던 성운에게 웃어 보이는 ㅇㅇ를 보다가 그는 매우 간결하게 꺼낸 사과로 어지러운 마음을 대신했다. 그저 그녀의 마음이 제가 함부로 얘기했던 쉬운 결정이라고 그 마음을 간과했던 것이 많이 미안한 일이었다고. 아, 근데 제 주인은 만나도 별 영향가는 없을 거예요.
"얘가 좀 많이 바보 같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성운의 얼굴이 금세 환해지는 것이 마치 사랑에 빠진 듯했지만.
*
-뭐? 야, 그렇게 갑자기 가더니 휴가를 냈다고?
꽤나 많이 놀랐는지 핸드폰으로 전해져 오는 성우의 목소리가 크게 고막을 울려댔다. 원체 목소리가 큰 놈이라는 건 알았지만 무슨 기차의 화통을 삶아 먹었나. 나 귀 안 먹었거든 소리 좀 작작 지를래. 핸드폰을 제 귀에서 살짝 뗐다가 다시 갖다댄 ㅇㅇ의 말은 정작 회사에 휴가를 낸다, 많이 아프다는 말만 툭 던져놓은 장본인치곤 담담하기만 했다. 성운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다니엘은 많이 괜찮아졌다. 이젠 열도 나지 않았고 밥도 잘 먹었다. 물론 음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덕에 사다 먹이는 것들이기는 했어도 매번 맛있다고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었지만. 그러더니 오늘 아침은 그녀가 눈도 제대로 뜨기도 어려운 새벽부터 아침밥을 만들어대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꼭 자신이 밥을 안 먹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그렇게 됐어. 그 분위기에 회사까지 가라고 하면 나 진짜 죽을거야."
-너 진짜 아픈 것도 아니잖아. 어디서 거짓말을 치고 난리야.
"나 진짜 아프거든.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
밥은 몸이 다 괜찮아지면 하자고 했는데 ㅇㅇ가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다니엘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소리나 해댔다. 무슨 놈의 얘가 저렇게 순진하고 착해빠졌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저를 챙기는 다니엘이 걱정스러워서 핀잔을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곁에서 떨어질려고 하지를 않았다. 아픈 내내 울고 있던 자신이 걱정되었는지, 아니면 그걸 빌미로 놀릴려고 하는지 티비를 볼 때도, 밀린 잔업을 처리할 때도, 잠을 잘 때도 ㅇㅇ의 옆구리는 꼭 다니엘에게 붙잡혀 있었다. 솔직히 목이 조금 아픈 것 빼고는 멀쩡한 채로 병가에 휴가까지 낸 것이 마음에 캥기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그와 함께 있다보니 심장에만 해로울 뿐, 비할데 없이 행복했다.
"ㅇㅇ야, 프로그램 시작했어!"
"야, 어쨌든 그렇게 알아. 끊어. 나 바빠!"
거실에서 부르는 다니엘의 목소리에 ㅇㅇ는 급히 핸드폰을 끊고는 소파 위로 앉았다. 추워서 나가기도 싫고 밖에 나가면 어차피 다니엘이 마음껏 변하지도 못하는 마당에 가야할 이유도 없어 단 둘이서 삼일 내내 집에만 있다보니 티비라면 잘 보지도 않던 그녀가 꼭 챙겨 보는 것이 생겼다. 처음엔 민현의 연락이나 그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고 싶지 않아서 뭐라도 보자, 하는 심산이었는데 보다 보니 푹 빠져서 보기 시작했다. 하기야 그녀가 좋아하는 동물들이 가득 나왔고 그 동물들은 다니엘과 같은 늑대들이었다. 다큐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하얀색의 설산에서 뛰어다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가슴이 다 벅찬 기분이었다. 거기다 그 프로그램을 눈동자가 반짝일 정도로 뚫어져라 보는 다니엘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오늘이 이 시리즈 마지막이래. 아쉽다."
"그러게."
"되게 빨리 끝난 것 같아. 오래 했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쉬운지 다니엘의 눈썹이 말이 끝나자마자 축 내려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설산에서 나뒹구는 늑대들을 볼 때 설레는 얼굴과 동시에 못내 서운한 표정도 해보이고는 했었다. 본래 늑대만큼 하얀 눈이랑 어울리는 동물은 없었다. 다니엘 또한 눈이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던 걸로 보아선 그는 저기서 보이는 늑대들처럼 눈 위를 뒹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미처 그 간절함이 제 주인보다 못해서 참았던 것 뿐이겠지만. 그럼 우리 저기로 갈까, 다니엘?
"어, 어 응? 갑자기?"
ㅇㅇ의 말이 제법 놀랐는지 티비에 한껏 푹 빠진 표정이었던 다니엘은 꽤 놀란 얼굴로 되물어 왔다. 나는 그냥 여기서 보는 것도 괜찮아. 저기로 가면 ㅇㅇ, 네가 일하는 것도 힘들거고 가족도 못 보잖아. 그건 싫어. 늑대는 가족과 떨어지는 게 당연한 거라고 아무렇지 않아 했으면서 말을 이어가던 다니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왔다. 티비로만 봐도 좋은 걸. 난 신경 쓰지마.
"일이야 뭐든 찾으면 돼고 사람이 좀 사는 곳으로 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도 ㅇㅇ가 힘든 건 싫어."
"나 가족이랑 지금도 잘 못 보잖아. 저기 있어도 가끔씩 보러 오면 돼."
그리고 다니엘 네가 다 큰 어른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줄 알아야 한다며? 괜히 아직 정해진 것도 없는 마당에 벌써부터 진지하게 말을 꺼내기는 건 그녀에게도 아마 다니엘에게도 부담이 될 지도 모른다. 나중에 신중해지면 그 때가서 알려주겠다고 다짐했거늘 꼭 이 놈의 입방정이 문제지. 대충 마무리를 짓기 위해 ㅇㅇ가 머쓱한 웃음까지 지어가며 다니엘의 두 볼을 잡아 티비로 돌려놓자 그마저도 소용이 없게 다시 그녀를 향해 돌려오는 고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
"어? 아니, 그냥 나는 네가 되게 좋아하니까 그냥 해본 말이야."
"혹시라도 나 때문에 고생하려고 그러는 거면, 그러지 마. ㅇㅇ야."
ㅇㅇ, 저의 문제점을 꼽으라 하면 불 같은 성격을 단연 먼저 말할 것이다. 무마하기 위해 괜히 뒷목으로 흐르는 땀까지 무시하고 있었던 게 불과 몇 초 전이었는데 다니엘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에 의해서 순간 목이 막히는 듯했다. 자신은 그런 저를 위해서 다 해줬으면서, 포기한 게 더 많으면서 왜 저는 정작 은혜 갚은 까치도 못 되게 만드는 걸까. 다니엘은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 고집이 강했다. 웬만해서 제 말을 그런대로 다 받아들였으면서 그는 아픈게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밤에는 늑대의 모습으로 지내도 된다는 제 말을 죽어도 듣지 않았었다. 그것도 그녀가 애걸복걸 부탁을 하고 화를 내고 그러다 울기까지 하고 나서야 알았다고 받아들이곤 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또 이렇게 그와 부딪힐 줄이야.
"그러는 넌 날 위해서 고생하고 있으면서 나는 왜 못해?"
"나는 괜찮아. 너를 많이 좋아하니까 그래도 괜찮아."
"그러면 난? 나는 너 안 좋아하는 줄 알아?"
나도 너 많이 좋아해! 네가 아프면 아픈대로 죽고 싶고 힘들어도 말도 안하는 너 때문에 속이 다 망가지는 것 같다고! 악에 바쳐서 소리를 지른 ㅇㅇ는 순간 뱉어버린 제 말을 주워담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갑작스러운 감정으로 인해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 퍽이나 부끄러워 그녀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었다. 자리를 뜨려고 하는 ㅇㅇ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는 다니엘이 오히려 세상의 부끄러움은 다 저한테 있는 것처럼 수줍은 모습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을 이렇게 갑자기 하면 어떡해."
다니엘이 끌어당긴 그대로 ㅇㅇ의 몸이 기울어졌다. 소파를 등지고 바로 위에서 저를 보고 웃어보이는 다니엘을 마주보자 오히려 아까보다 더 얼굴이 붉어지는 듯했다. 어쩌자고 또 자세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다니엘과 함께 있을 때면 무엇을 하든 괜스레 심장이 몇 번이고 멎는 듯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유독 지금, 가장 심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런 말 들으니까 되게 기분 좋아."
또 해주면 안돼? 순간적으로 가까이 다가온 다니엘의 숨이 귓가와 목 언저리로 다가왔다. 다니엘 좋아, 좋아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달뜬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쿵쿵, 하고 뛰는 소리가 나쁘지 않았고 그에 맞춰서 제게 다가오려고 하는 다니엘도 그저 따뜻하기만 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을 감은 ㅇㅇ의 콧잔등 위로 그의 입술이 닿았다. 더 해도 돼? 낮게 읊조리던 그의 말에 차마 대답하기가 어려워 그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얼버무렸을까 곧바로 다니엘이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이 느껴졌다. 동물적인 습성인지 무엇이든 깨물려고 하던 그는 입을 맞출 때면 그녀의 입술을 아프지도 않을 정도로 약하게 물었다가 놓기를 반복했었다. 그러면 그게 꽤나 애틋하고 야해서 그녀의 팔이 먼저 그의 어깨를 애둘렀고 오늘의 저녁은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문득 직감적으로 깨달았더랬지. 깊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좋겠지.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허리를 살짝 들어올린 그녀가 못내 사랑스러워 죽겠는지 작게 웃는 소리가 위에서 울려퍼졌다.
"자꾸 이렇게 예쁜 짓만 하면 어떡해."
다니엘은 어쩌면 제 주인이 저보다 더한 요물이지는 않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보채듯 그의 얼굴을 감싸는 그녀를 그대로 안는 그의 손이 더 성급하게 얽히고 있었다. 밤이면 늑대로 돌아가야 된다는 말도 안되는 자신의 주인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혹시나 우리가 사랑을 하는 새에 금세 또 시간이 흘러갈까 그마저도 안타까워 했던 그는 무언가를 갈구하듯 그녀의 입 속을 끊임없이 탐하고 있었다. 결코 짧지는 않은 시간에 뜨거운 공기 사이로 마지막 다큐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고 이젠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둘 만의 아주 작은 정적이었다.
What Does The Fox Say?
Episdoe 13, fin
안녕하세요 라이터입니다!
저번화에 우리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의견 하나하나 다 잘 읽었습니다!
제가 힘든 것보다 더 어쩌면 같은 팬으로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좋은 의견과 예쁜 말씀 덕분에 제가 더한 응원을 받고 가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저희집 인터넷 선이 고장나서 카페가서 조금씩 썼던 게 이제서야 독자님들한테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서 죄송합니다ㅠㅠ
대신 늦게 온 만큼 더더 좋은 글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비장)(근엄)
분명 왓더즈폭스세이가 시작할 때만해도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는데 이제는 봄이 다가오고 있어요. 우리 애들이 컴백하는 계절이 봄인 것처럼 우리들도 좋은 일들만 가득가득 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다음화는 일찍 올게요, 안녀여여어어엉
♥♥♥댓글 남겨주시는 우리 독자님들 언제나 감사해요♥♥♥
#암호닉 신청은 최신화에서 해주세요#
예쁜 암호닉 소중하게 담아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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