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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전체글ll조회 711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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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하고 내려놓는 쟁반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그가 좋아하는 자몽에이드가 올려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를 내 쪽으로 들고 왔다.

한 모금 들이키고 씁쓸한 그 맛을 음미하기까지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고개를 슬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


"응."





당연히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을 줄 알았던 그는 왠일인지 턱을 괴고 카페의 통유리로 비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언제부턴가 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웃고 있는 것도 찡그리고 있는 것도 아닌, 그저 공허한 표정.

그리고 그 표정에 계속 익숙해지고 있는 나 자신.





"얼음 다 녹겠다."





겨우 꺼낸 말이 그거였다.

말하고도 멋쩍어진 나는 오빠처럼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유리창으로 비치는 오빠의 얼굴에 순간 눈이 마주쳤던 것 같다.

금세 다시 시선을 돌려 자몽에이드를 한 모금 마신다.

둘이 있을 때 그렇게도 빨리 가던 시간이 이렇게 더디게 흘러간다.







*







"그만할까."





밥 먹었냐. 이 말의 느낌과 비슷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난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왜?"





그래. 하고 마무리 지을 수도 있는 거였는데.

구차하게 물음을 던졌다.

차마 오빠를 쳐다볼 용기는 또 없어서 신발끝만 바라봤다.





"..그냥."


"..."





[워너원/황민현/박지훈] 나는 그에게 반했었다 01 | 인스티즈

"이제 니 얼굴 보기가 싫다."







*







오해는 한 개가 생겨나면 두 배가 되고 어느새 커다래져서 겹겹이 쌓여갔다.

나는 늘 오빠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 어쩌면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계속.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낀다니 말도 안되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만남을 이어왔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꽤나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평범한 생김새에 평범한 집안, 언제나 별로 튀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내가 황민현의 여자친구라니. 행복한 걸 뛰어넘어 행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렇게 황민현의 여자친구로서의 나는 그 이전의 나보다 훨씬 행복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너는 항상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애, 나한테.'





둘이서 가볍게 술 한잔을 했을때 넌지시 그가 건네던 말이 떠올랐다.

말도 안된다.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하지 않는 말을 늘 오빠에게 다 하는데.

그런 내가 숨길 게 뭐가 있냐고. 괜히 오빠가 미워졌다.





'화 안나?'


'응? 뭐가?'


'나 방금 다른 여자랑 팔장까지 끼고 있었는데.'


'..여자애가 억지로 한거겠지. 오빠 인기 많은거 내가 모르는 거도 아니고~'





질투가 안 났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사실 오빠의 주위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거슬렸다.

하지만 절대 티내지 않았다. 긁어부스럼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오빠를 귀찮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편안한 착한 그런 여자친구로 쭉 옆에 있어주면 된다고.

난 잘 하고 있는 거라고.







*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


"왠지 요새 오빠가 나랑 있으면 좀 피곤해하는 거 같고 그렇더라고."


"..."


"그게 그냥 질려서 그런거였구나. 그치."


"..."


"미안, 빨리 알아챘어야 하는데. 미안."





누가 옆을 지나가다 툭 건드리면 바로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지만 그런 걸 참는 것 쯤은 이제 일도 아니다.

난 넉살좋게 웃으며 그에게 대응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차가움.





"알겠어. 뭐 귀찮게 붙잡거나 그런건 안할게."


"..."


"마음정리도 혼자서 하면 되고."


"..."


"그동안 고마웠어, 오빠."





마지막 힘을 짜내서 활짝 웃어보이고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천천히 걸었다. 

그가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점점 멀어져 소리가 옅어진다.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한가득 차올라서 뚝뚝 떨어졌다.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했나보다.







*







"끄윽.. 크흑... 흐윽.. 끕.."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다. 미쳤나 싶을 정도로.

동아리 부스에서 홍보를 하고 있던 지수를 다짜고짜 찾아가서 아까부터 말도 없이 펑펑 울기만 했다.

지수도 대충 예상을 한 것인지 더 무언가를 묻지는 않았다.





"야, 아무리 그래도 홍보하고 있는 데 와서 눈물콧물을 쥐어짜냐.. 사람들이 보러 왔다가 다 도망가잖아!"


"..미안..."





그제서야 조금 상황파악이 된 나는 지수의 옆에서 당황한 듯 뻘쭘하게 서 있는 동아리 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목례를 했다.

지수는 날 쳐다보고 한숨을 쉬더니 휴지를 더 건네줬다.





"코 풀고 있어. 거의 다 끝나가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말대로 코를 횅 하고 풀었다.

혼자 마음정리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해놓고는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 들어오는 학교 캠퍼스는 온통 오빠와의 추억으로만 가득했다.

생각해보면 이 동아리도 오빠를 따라서 같이 든 거였지. 

지수가 자기가 사정사정할땐 거들떠도 안 보더니 황민현 한마디에 돌아섰다고 욕도 했었지.

괜히 혼자 상념에 잠겨서 또 순간 멍해졌다.





"누나, 이거 어디 놔두면 돼요?"


"아, 저기 의자 위에 놔둬!"


"넵! ...악!!!!"





쿠당탕 ㅡ

하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깜짝 놀라서 살펴보니 왠 남자애 한 명이 내 다리에 걸려 넘어져 있었다.





"허 죄,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워너원/황민현/박지훈] 나는 그에게 반했었다 01 | 인스티즈

"앗, 네! 괜찮아요! 저야말로 죄송.."





무릎을 털고 일어난 남자아이는 날 발견하고 사과를 하려다가 아마 내 몰골을 보고 흠칫 놀란 듯 했다.

그도 그럴게 눈도 팅팅 부어있지, 코도 빨개져 있을 거고, 에, 이건 뭐지. 콧..물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다급하게 가지고 있던 휴지로 코를 닦았다.

아,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개망신 당했네.





"핳, 거기 계신 줄 모르고.. 죄송해요."





남자아이는 자기가 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더니 종이더미를 의자에 올려놓고는 목례를 한 뒤 다시 멀어졌다.

동아리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니 아마 신입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얼굴도 어려보이고.

어휴, 갓 입부한 신입생 앞에서 콧물이나 질질 흘리다니. 아마 오늘 자기 전에 한 번 생각날 것 같다.

쪽팔림에 달아오른 얼굴로 그 남자아이 쪽을 힐긋 쳐다보는데, 그 아이도 날 보고 있었던 건지 어쩌다 눈이 마주쳐버렸다.

우리는 동시에 황급히 눈을 피했다.





"박지훈! 너 이제 그만 집에 가. 오늘도 안 도와줘도 되는데~ 착해가지고."


"아, 아니에요. 핳. 네, 그럼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박지훈. 이구나.

지수의 말에 그 지훈이란 아이는 가방을 챙기고서는 몇번이고 선배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아까 나랑 눈이 마주쳐서 그런지 이 쪽은 일부러 안 보는 거 같긴 했다.

덕분에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그 아이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애가 사라지자 마자 다시 몰려오는 쪽팔림에 나는 괜히 내 허벅지를 퍽퍽 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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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황뽀짝] 암호닉 신청 합니다. 와ㅡ... 이런소재 너무 좋습니다!!!!!! 다음화가 기대되네요 :)
6년 전
독자2
다음화 너무 기대되요!!!!!
Bgm이랑 글 내용도 너무 잘 어울려요!ㅠㅠㅠ
잘 읽고 갑니당 ㅎㅎ

6년 전
독자3
헐 첫화부터 너무 대작의 느낌이 낭낭하네용 너무 좋아요
6년 전
비회원17.45
연재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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