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있는 곳은 제 방입니다.
아까 전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할뿐입니다.
전정국이 많이 아프다는걸 알았고,그걸 알자마자 전정국은 저한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했습니다.
전 지금 당장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구요.
아,이렇게 그저 앉아있으면 안될것 같네요.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어야죠.저렇게까지 말하는데,제가 뭘 어떡하겠어요?
말라붙은 눈물자국을 대충 씻어내고,손톱에 푹 패여버린 손바닥을 한번 문지르고 있자면
핸드폰이 울리네요.
전정국일까요?
[빡지미니]
그럴리가 없지
"...여보세요?"
-어,성탄소..바빠?
"아니,바쁠일이 어딨어"
-아..그럼 나 할말 있는데 잠시..
"그거 나도 알아"
-어?
"몇분전에 알고 오는 길이거든"
-아..
"플러스 차였음"
제 마지막 말이 꽤 충격이였던건지 핸드폰 너머의 박지민은 침을 꿀꺽 삼킵니다.
-일단 나와봐
이후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정신차리고 대충 머리를 질끈 묶은뒤,바로 운동화를 신습니다.
저는 지금 몹시 화가 나 있는 상태거든요.
그렇게 대충 약속장소에 나가면,꽤 멋쩍게 자리에 앉아있는 박지민이 보입니다.
이 괘씸한 것
"............"
"..야,나도 어제 안거야.그런 눈으로 보지ㅁ.."
"엿먹어"
"............"
조용히 입을 다문 지민이 앞에 앉아 말없이 안주만 깨작거리니
박지민은 똥개마냥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하네요.
"야...니 많이 화났냐?"
"어"
"많이 실망했겠네.."
"어 완전"
지금 제가 느끼는 실망감과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답니다.
"완전 화나,진짜 실망스럽고 꼴도 보기 싫어"
"............"
"자격 없어,진짜 헤어져 마땅한것 같다."
"...그래,좀 성급하긴 했지.근데 아무래도 아픈애니까.."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이 정도면 진짜 거의 병신 아니야??그냥 콱 나가죽어라"
"어어..솔직히 이번에 전정국이 좀 너무했지,근데 알잖아..걔 원래 어린애같은 구석 있는거.진심 아니야.숨긴것도 혼자 무서워서 그랬을거야,분명히 어머니때문에 생각도 많을거고.."
".......?"
"이번에 솔직히 한 짓꺼리 진짜 맞아 뒤져야 되는거 인정!!근데 성탄소 니도 전정국 알잖아,걔 어떤 생각으로 또 혼자 영화 찍는건지.근데 걔 진짜로 너랑 헤어지면.."
"무슨소리야?"
눈까지 촉촉해져서 꾸역꾸역 말하는 박지민을 보자하니,
"어?"
무슨 오해를 하는것 같은데
"나 전정국한테 화 안났는데"
나는 나한테 화가 난거란 말이야.
남자친구가 바람피는 것 같아요
w.하와이꼬질이
"헤어지자"
지금 저는 제 앞에 바보멍청이가 뭐라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어떻게 저리 뻔뻔하게 잘하는지.나한텐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란 말이야.
그저 너무 부끄러워서.
온 얼굴이 달아오를 뿐입니다.
전정국이 아팠다네요.몇달전부터 그렇게까지 신호를 줬는데 마음이 변했다는둥,바람피는게 아닐까라는 둥
혼자 무슨 생각을 한건지 당장 창문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왜이렇게 둔탱이일까요?왜 아직도 전정국을 이렇게 모를까요?
혼자 울고 아파했을 저 바보한테 너무 미안해요.
저 말 한마디를 쥐어짜내기 위해서 도대체 몇일밤을 새웠을까요.
내가 얼마나 미울까
"...나 갈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전정국에 대한 미안함에 더 이상 서 있을 자신이 없어 황급히 집을 나왔습니다.
안아주고,얼마나 힘들었냐고 다독여줘야되는데
저는 정말 못난 여자친구인가봐요.저 어떡하죠?
.............................................
".......이렇게 된건데"
"(훌쩍)(훌쩍)"
"...너 우냐??"
"하,참 울기는 무슨"
"우네 새꺄;;;역할 좀 바꾸지 말래?지금 내가 울어야 되거든?"
"난 니가 진짜 전정국한테 화나서..!!!(울컥)"
"야야,진정하고 이거 마셔"
"그래서 너네 진짜 헤어지면"
"알겠어알겠어"
"전정국 진짜로 죽을것 같아서"
".........."
소주병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훌쩍이던 지민이는 10분을 더 울고서야 울음을 그쳤고,
저는 점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전정국 진짜 병신인것 같아"
"..(훌쩍)...인정...똘추같은 새끼.."
"말 함부로 하지마 똘추새꺄"
"......(어이X)"
그렇게 무서웠으면,말이라도 해주지.
나는 이러나 저러나 니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데.너도 그럴텐데.
"근데 성탄소 넌 언제 봐도 참 씩씩하다"
"뭐가"
"그냥..나도 이렇게 질질짜는데,항상 안우는것 같아서"
"아직은"
"어?"
"아직은 안울거라고.전정국 다 나으면,그때"
그때 울거야.정국이한테 안겨서 펑펑 울거야.미안하다고 할거야.
오늘 이후로 절대 전정국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지 않을거고,
전정국이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이번엔 내가 지켜줄거니까.
"야,근데 많이 아팠겠지"
"어.알고 다시 보니깐 살도 엄청 빠졌더라"
"먹을거 얼마나 좋아하는데.."
"(울컥)"
"....아주 여주인공 납셨다"
전정국 얘기만 하면 눈물 짜내는 박지민을 겨우 달래 집으로 보내고,
다짐과 달리 술 한잔 마시지 않은 저는 말짱한 정신 상태로 걷는 중입니다.
지금쯤 전정국은 뭐하고 있으려나.
궁상맞게 혼자 또 울고있으려나,아냐 예상외로 멀쩡히 티비보고 있을지도 몰라.
전정국,무서울땐 내가 손 꼭 잡아줄거야,그리고 니가 그랬던것처럼 앞으로는 내가 다가갈게.
피해도 좋고,화내도 좋아.
그냥,
사라지지만 말아주라.
"세상에,너무 맛있잖아여"
"맛있어?많이 있으니깐 더 먹어!"
갑자기 여기가 어디냐고요?
바로 전정국네 집입니다 하하
지금 제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국을 푸시는 미모의 여성분은 바로 전정국 어머니시구요.
전정국은 문을 안 열어줄걸 알기에,이모가 계신 주말에 쳐들어 왔다 이거죠.저 좀 똑똑한듯
아,근데 이모 그만,그만
"정국이 지금 병원갔거든,곧 올거야."
"아,정말여?요새 하도 제 연락을 씹어서 전 몰랐어요"
"어머,정국이가 그래?"
"하..네,이모야가 한마디 좀..."
"그래그래!!이놈에 시키,씹을 연락이 따로 있지 정말..!!"
역시 이모야 최고
전정국 욕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한때,기다리고 기다리던 도어락이 열리고,
쇳덩이 마냥 가라앉은 전정국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녀왔어"
제가 얼마나 치밀한지 말씀드리죠.
혹시나 현관에 내 신발을 본다면 도망갈까 아부지 구두를 신고왔다고요.쩔죠?
"누구 왔어?'
"나야나"
"......"
"탄소 덕분에 오늘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세상에 얘가 나보고 뭐라는지 아니?"
"너 여기 왜.."
"탄소가 여기 오는데 이유가 뭐 있어"
역시 이모있을때 오길 잘했어.성탄소 아주 칭찬해.
"......."
"전정국 어디가!탄소가 죽 끓여왔어!밥 먹어야지"
"안먹어"
"놔두세요,이모.원래 배고프면 알아서 기어나오게 돼있어요."
"너 뭐하는거야.빨리 가"
"너 자꾸 탄소한테 섭섭하게 말 할래?"
"저런다니깐요 이모..제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
"그리고 너 보러 온거 아니거든요~이모 보러 온거거든요~"
저를 미친사람 보듯 하던 전정국은 이윽고 짧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하,이만하면 됐어.
"정국이 쟤가 요즘 좀 예민해서.."
"알죠~괜찮아요 전!그냥 괜찮은지 보러 온거니깐."
"너무 섭섭해 하진 말구"
"네!아,이모 이제 쉬셔야겠다.저 이만 가볼게요"
굳게 닫혀있는 전정국 방이 마음에 걸리지만,애써 웃음지으며 전정국네를 나섭니다.
오늘 수술 날 상담하러 간다고 그랬었는데.
잘 이야기 했겠지?언제일까?내가 옆에 있어줘야 되는데,
마음속에 떠다니는 많은 궁금증을 삼키며 오늘 하루도 힘겹게 놓아보냅니다.
저는 이렇게라도 전정국 옆을 지킬 생각이에요.저 또한 전정국한테 잘못했다는 말을 꼭 받아내야 되니깐요.
정국이는 마음이 따뜻한 애라서,
금방 저를 안아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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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뵙고 싶어 후다닥 뛰어온 꼬질이입니다ㅎㅅㅎ
섬세하고,감성적이지만 뭔가 모르게 불안정한 정국이와 둔감하고,단순하지만 정국이를 채워줄 수 있는 탄소의 관계를 명확히 표현하고 싶었던 화입니다@@
매번 응원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항상 사랑하는거 알쥬?><
그리고 제 사랑x100 암호닉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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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너무 감사합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