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3
재현에게 고백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여주는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자. 포털사이트에 ‘고백하는 법’, ‘오빠 친구를 좋아해요...’이런 거 검색하고 늦게 자고 그러는 거지. 잠을 잘 못 자니까 밥맛도 없고, 여주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이어트나 해야겠다하고 밥도 잘 안 먹어. 그리고 며칠 뒤 재현, 영호의 졸업식 날이 됐어. 여주는 졸업식 가서 영호, 재현이한테 꽃다발도 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 이따 저녁에 따로 보자고 말해야 되는데 영호가 계속 같이 있으니까 언제 말할지 타이밍 본다고 여주 혼자 전전긍긍. 계속 오빠들 졸졸 따라다니는데 마침 영호 친구가 영호를 불러. 둘만 남겨졌을 때, 여주가 재현이한테 말하지. “오빠, 이따 8시에 놀이터에서 잠깐 봐.” 재현이가 대답하려는데 여주는 벌써 고백한 것 같고 부끄러워서 부모님 찾아서 뛰어가. 재현이 오늘 영호랑 친구들이랑 술 약속 있는데 영호가 나중에 여주한테 나랑 논다고 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여주는 고백할 생각에 떨려서 청심환 먹고, 아직 추운데 원피스 입고 난리치지. 영호는 여주가 재현이 따로 만나려고 한 걸 모르니까 “오빠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올게. 자고 있어.”하고 나가버리고. 여주도 그 ‘친구들’에 재현이 포함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해. 여주 기억에는 재현이 놀이터로 나오겠다고 했거든.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8시가 넘어도 재현이가 안 오는 거야. 이 오빠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 있나? 하면서 여주 자리 못 뜨고 계속 기다려. 벌서부터 마음 찢어진다. 아무튼 여주 추운데 그네타면서 계속 기다리는 거지. 기다린 지 한 시간 넘었는데 재현은 안 오고, 연락도 안 돼. 여주는 재현한테 무슨 일 있을까봐 걱정 하면서도, 자기가 고백하려는 거 눈치 채고 안 나오는 거 아닐까 하면서 벌써 슬퍼하고 있지. 여주도 재현이 평소에 눈치 빠른 걸 알고 있었거든. 여주는 늦게라도 재현이가 올까봐 놀이터에서 생각해.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까우니까 딱 10시까지만 기다리고 가자. 10시까지 안 오면 깔끔하게 마음 접자.
같은 시간 재현이는 친구들이랑 우리도 고등학교 탈출이다! 마셔! 적셔! 하면서 시끌벅적 놀고 있지. 한껏 흥 올랐는데 영호가 “우리 여주는 자고 있으려나” 하는 한 마디에 잊고 있던 여주 생각이 나는 거야. 설마하는 마음에 핸드폰 보니까 왜 안 오냐고 여주한테 전화, 문자 엄청 와 있고. 영호가 여주 얼마나 아끼는지 아니까 말하면 화낼 거 뻔해서 재현이 차마 영호한테 말도 못 하고 급한 일 생겼다고 술집 나와서 놀이터까지 뛰기 시작해.
시계 10시 다 돼 가고, 여주도 이렇게까지 기다렸는데 안 오는 거면 정말 까인 게 맞다 생각하고 집에 가려고 일어서. 추워서 얼어버린 손 호호 불면서 이게 눈물인가, 콧물인가 하고 있는데 재현이가 여주 불러.
여주 놀라서 돌아보니까 재현이가 숨 몰아쉬면서 “내가 안 오면 집에 갔어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하고 소리치지. 여주는 재현이가 결국에 와줬다는 안도감과, 기다렸는데 재현이 다짜고짜 화부터 내니까 서러운 거지. 원래 눈물 글썽이고 있었는데 결국 울고 말아. 여주 우니까 재현이 놀라서 안절부절 못 하는 거 보고 싶다. 눈물 닦아주지도 못 하고, 안아주지도 못 해. 평소에는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도 하고 잘 지냈는데, 막상 우는 걸 보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어.
여주 어깨 조심스럽게 잡고 “왜 울어. 오빠가 잘 못 했어.” 한 마디 하니까 여주 더 펑펑 울고. 안되겠다 싶어서 눈물 닦아주려는데 여주가 재현이 손 쳐내는 거야. 그리고는 눈물 가득한 얼굴로 재현이 바라보는데 재현이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여주 그런 표정 처음이니까 그 얼굴 차마 못 보겠어서 고개 숙이지.
그 모습 보던 여주는 심호흡 하고 내뱉어. “오빠, 대학가서 연애 안 하면 안돼?” 재현이 깜짝 놀라는 거지. 왜냐는 표정으로 여주 보니까 “나 오빠 좋아해.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러니까 나 오빠 옆에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줘.” 하면서 빤히 봐.
재현이 처음에 당황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재현이한테 여주는 친한 동생 그 이상이었지만, 연애 상대는 아니었어. 소중한 친구의 소중한 동생. 딱 거기까지였지. 어떻게 말해야 여주가 상처를 덜 받을까. 한참을 말없이 서있다가 정색하고 말해. “여주야 너 서영호 동생이야.”
여주한테는 ‘서영호 동생’이라는 말이 그 어떤 거절의 말보다 아프게 박혀. 난생 처음으로 오빠를 부정하고 싶어질 만큼. 성격이 별로여서, 외모가 재현의 이상형이 아니라 싫어하는 게 아니잖아. 차라리 그런 이유라면 노력해서 마음을 돌릴 자신이 있었거든. 그런데 영호 동생이라는 말은 여주 자신을 여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니까. 여주는 그게 너무 슬퍼. 3년 동안 어쩌면 같은 마음일 수도 있다고 혼자 기대하고 착각했던 게 자존심 상하고 너무 창피해. 더 이상 재현이 보고 있을 힘도 없고, 얼른 집에 가서 펑펑 울고 싶어. 그래도 마지막 한 마디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울음 꼭 참고 말해. “오빠, 졸업 축하해. 근데 난 계속 좋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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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짧게 썰글로 풀고 싶은데...글을 쓰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필력이 달리다보니 길어지기만 하네요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아이디어나, 개선했으면 좋겠다 싶은 모든 것들 알려주세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