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7
종강하니까 집에서 영호랑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져. 영호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여주 잘 챙겨주는데 여주는 그렇게 화낸 게 처음이기도 하고, 제대로 풀지도 못한 것 같아서 영호랑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 어색한 거야.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하는데 재민이가 아르바이트 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지.
여주가 일하게 된 곳은 재민이가 원래 일하던 개인 카페였는데, 방학이라 손님 많아지니까 여주 재민 같이 일하게 돼. 손님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개인 카페고, 번화가에 있는 것도 아니라 여주 재민이 노닥거리는 시간이 더 많아. 같이 일하면서 여주 챙겨주는 나재민 보고 싶다. 여주가 달달한 거 좋아하니까 사장님 몰래 초콜릿 듬뿍 들어간 음료 만들어 주고, 출근 길 더우니까 여주 오기 전에 아이스 팩 준비해서 여주 더위 식혀주는 스윗 재민.
오전에 카페에 사장님 안 계시고, 손님도 없고 그러면 재민 여주 앉아서 수다 떨지. 재민이가 여주 좋아하는 거랑 별개로 둘은 오랜 친구이기도 하니까 서로 고민도 들어주고 그래. 지금껏 여주의 고민 대부분은 재현이었는데, 요즘 여주가 재현이 얘기도 안 하고 웃긴 해도 힘없어 보이니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구나 하고 구태여 먼저 묻지 않았지.
여주는 나름대로 힘든 시간 보내는 중이잖아. 오랜 사랑도 타의로 접어야 하고, 영호랑도 예전 같지 않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재민한테 있었던 일을 털어 놓지. 여주 울먹이면서 말하다 재민이가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하니까 결국 고개 숙이고 울어. 재민이 여주 손에 휴지 쥐어주고 “여주야, 넌 정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그런 너를 몰라주는 사람 때문에 너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마. 결국엔 다 괜찮을 거야.”하고 여주 머리 쓰다듬어 주는데 그 순간만큼은 여주도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만 같은 편안함을 느껴.
항상 옆에 있어주는 재민이 덕분에 여주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하고, 밝게 지내려고 해. 재현이 생각도 떨치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 여주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던 사랑이니까. 꿈에 재현이 나오면 여전히 울고, 재현이랑 주고받았던 메시지들도 지우지도 못해서 멍하니 보기도 하지만 여주는 이 모든 것들 또한 무뎌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어. 여름 햇살은 뜨거웠고, 여주는 여전히 무기력했지. 재민이 조금 늦는다기에 여주는 혼자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손님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가만히 있기에는 사장님한테 괜히 죄송해서 이미 깨끗한 테이블도 닦아보고, 싱크대에 올려 진 컵도 정리하지. 여주가 마지막으로 정리할 컵을 집었을 때 문이 열렸어. 재민이 인가 싶어서 고개 들어서 확인하는데 들어온 사람 확인하고 놀라서 컵 떨어뜨리지.
재현이었어. 그리고 그 옆에는 전에 봤던 그 여자. 재현도 여주 발견하고 제자리에 서있어. 아, 어떡하지. 재민이도 없는데. 나 어떡하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재현에 여주 정신 못 차리고 우왕좌왕하다 컵부터 치워야겠다 싶어서 컵 치우려고 깨진 조각 들어. 재현이 계속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고개도 못 들고 유리 조각 줍고 있는데 “다치잖아, 내가 할게.”하고 재현이 손 뻗어.
예전 같았으면 심장아 나대지마 하면서 재현이 쳐다보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러면 안 되잖아. 그렇게 모질게 끊어내더니, 하필이면 자기가 일하는 곳에 그 여자를 데려와서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재현이 여주는 너무 원망스러워.
“다치니까 오빠가 해준다고? 나 유리에 찔려서 피나는 거 하나도 안 아파. 이런 거 우습지도 않다고. 내 마음이 지금까지 얼마나 깨졌는데, 내가 그 마음에 찔려서 얼마나 다쳤는데.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야.”
유리 조각 쥐고 있는 손은 이미 피범벅이 됐는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여주 보면서 재현은 뭔가에 맞은 것처럼 멍해져. 근데 이 상황에서 재현은 여주를 향한 어떤 위로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어.
뒤늦게 카페 도착한 재민은 뭔가 어수선한 카페 분위기에 한 번 놀라고, 다친 여주 보고 급하게 들어가. 재현이 왜 이 카페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지. 가만히 서있는 재현에게 “그냥 나가주세요” 말한 재민은 여주 손에 있는 유리 조각 조심히 빼고 자기 옷으로 여주 손 지혈해. 여주는 텅 비어버린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재현은 애초에 그 자리에 자신이 없었던 것 마냥 조용히 카페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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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글이라고 해놓고 거의 1일 2글하는 것 같아서 쵸큼 민망하네요..ㅎㅎㅎ
여주 괜찮아진 것 같아 보였는데 왜 재현이 보고 저렇게 독한 말 하지? 하고 이해 안 가시는 분들 계신가요??
물론 제가 특정 의미를 가지고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들을 쓰긴 했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뱉은 의도는 다르게 해석되니까 제가 따로 설명하지는 않을게요!
그래도 도저히 여주의 행동, 혹은 재현의 행동이 이해가 안가신다면 말해주세요!!
[암호닉]이 뭔지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설명해주신 분들 감사해요ㅎㅎㅎ 신청하실 분들은 [암호닉]써서 자유롭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