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2222222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께는 텍본에 외전이 들어가요.
[영애] 이런 식으로 앞에 신청했던 암호닉 댓글에 남겨주신 분들께만 보냅니다!
이메일은 적지 마세요!! 이메일 남기는 글 따로 만들거에요~
+) 이번편에 암호닉 새로 신청하시는 분들도 외전 넣어서 보내드립니다.
[영애] 이런 식으로 말머리 달아서 신청해주세요.
*기존에 암호닉 신청하시고 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섭섭해하지 마세요!
기존 암호닉 분들만 대상으로 이벤트 하나 더 있으니까 으흐흐
♥내사랑들♥
비타민 / 서율 / 코코몽 / 기린뿡뿡이 / 나니 / 망태기 /쇼리 / 물만두 / 거북이 / ASKY / 피터걸 / 밥차녈 / 쌍수 /
수분촉촉 / 보라나비 / 라푼젤 / 규라 / 눈두덩 / 알쏭 / 됴큥 / 권지용 / 세젤빛 / 포스터 / 잇힝 / 핑크파우더 /
하트 / 햄버거 / 골드바 / 빠삐코 / 새슬 / 시말서 / 파워에이드 / 스타벅스 / 취향폭격 / 딸둥이 / 고기만두 / 홀파리란 /
바나낰 / 내목소리이뻐 / 뿅뿅망치 / 냐냐 / 쫄보 / 밍구스 / 캔디 / 신소재 / 씽씽카 / 예찬 / 두부콩 / 소뿡/ 판다 /
어룡 / 옆집훈남알바생 / 박루 / 땡글이 / 유민 / 무궁 / 지안 / 하이 / 손나여신 / 테라피 / 스폰지밥 / 목화 / 삼일 /
이리오세훈 / 딸기 / 민트초코칩 / 롱이 / 가지/ 밥풀 / 녹차마카롱 / 종탁구 / 모카 / 엑소영 / 13월 / 빠오즈 / 푸틴/
소리 / 녈찡 / 모카 / 캡쑝 / 그레텔 / 잔혹동화 / 녹차가루 / 쭈쩡 / 멍멍이 / 이어폰 / 연느 / 이랴 / 달려 / 백호 / 민트바 /
백설 / 마가렛트 / 망극 / 데코 / 고추장 / 키보드 / 꽃밭 / 햇살 / 영홍 / 레몬 / 꿀꿀꿀꿀꿀 / 꽃반지 / 잔왕 / 사장님 /
4334 / 모카2 / 캡슝 / 하늘고래 / 젤컹젤컹 / 고기만두 / 스폰지밥2/ 쒼데렐라 / 헤헿 / 제이 / 호랑나비 / 김종내꺼들 /
딸기타르트 / 파인애플 / 종구 / 반찬 / 워더워더 / 공주님 / 라니 / 요하 / 피노키오 / 장'기용 / christmas / 슈큥/ 보노보노 /
첫눈 / 마지심슨 / ♥ / 스폰지밥3 / 두부/ 조옹대 / 레고/ 엄지공주 / 금니 / 됴륵 / 비회원 / 뮤뮤 / 보름달 / 민트쿠키 / 찹쌀떡 /
아삭아삭 / 으갸갹 /소띠 / 쪽지함테러범 / 플러스 /김치찌개 / 메모지/ 징웬 / 넌내꺼야 / 핑구 / 복어양 / 라인 / 꾸엉 / 하워리 / 들레 /
경수꺼♥ / 레고 / 난늑대고넌미뇨 / 룰루랄라 / 소리 / 머그컵 / 민트 / 헬암징 / 시나몬 / 영애씨? / 크리쳐 / 슈쿵 / 길라잡이 / 홍시 /
사과머리 / 고쓰리 / 터진 호빵 / 오레오 / 고3 / 한국사만점 / 솜이불 / 코카첸 / 도미노 / 배터리/ 겨자 / 재인 / 소녀시대 / 스피커 / 미리내 /
한나무 / 불고기덮밥 / 찐빵 / 날가져 / 별★ / 너구리 / CPR / 루블리 / 도량 / 부엉이초코 / 얍 /
*빠진 암호닉이나 오타 있으면 저를 매우 치시고 댓글로 남겨주세요ㅠㅠ
*암호닉은 가장 최신편에 신청하신 것만 받습니다! 유의해 주세요!
앞으로 말머리 안 달으면 암호닉 신청 안 받아요ㅠㅠ
잔 혹 동 화 ; 왕좌의 게임
w. 영애
Ep. 12
< 소년에게, 안녕. >
#1
"...누구한테 잡혔다고?"'
"제 5국의 폐하께 잡혔다 합니다."
병사의 입에서 '제 5국' 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찬열은 말을 향해 달렸다. 왕의 체면이나 기타 다른 사항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과 소름 끼치게 닮은 그레텔이었다.
도망친 ○○을 찾아헤매며 세훈이 온 대륙을 들쑤시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찬열이기에 세훈이 그레텔을 찾아냈다는 말은 말그대로 청천벽력이였다.
"장소는?"
"5국과 접경하고 있는 서쪽 숲입니다."
찬열은 달리고 또 달렸다. 서쪽 숲이라면 성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는 말을 몰면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살아 있어 달라고.
긴 시간을 서로의 곁에 오지 못하고 주위만 뱅뱅 돌며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아파한 서로이니까,
제발 버텨달라고. 버텨서 그 따뜻한 손, 그 따뜻한 입술을 한 번만 더 만지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랐다.
#2
"....아니잖아."
"ㅇ..예? 아, 아니 분명 폐하께서 주신 초상화와 매우 닮.."
세훈의 칼이 가차없이 병사의 목을 내려쳤다. 그의 목에서 튀긴 피가 세훈의 칼과 얼굴을 적시고, 무릎이 꿇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레텔의 얼굴 또한 적셨다.
세훈은 거칠게 그레텔의 얼굴을 쥐고 이곳저곳을 살폈다.
"소름돋게 닮았네. 엄청 비슷해."
"......"
"...근데 아니야. 재수없게."
병사들과 세훈에게 포박당한 그레텔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5년을 꽁꽁 숨어 살았던 그녀인데, 다리를 다친 아이를 구하려다 잠시 방심한 것이 화근이었다.
벗겨진 후드 사이로 드러난 ○○과 꼭 닮은 그녀의 얼굴 때문에 병사들이 전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포박했고, 이윽고 세훈이 나타났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눈빛으로 찾아 온 그는 그레텔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뒤 다시 차갑게 식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
"산 속에 처박혀 살아서 모르는거야? 너 따위는 그냥 즈려밟고 갈 수 있는, 왕이라는 건데 내가."
"......"
"...잠깐만."
그레텔이 세훈을 모를 리 없었다. 2살 때 공주로 성에 들여보내졌으니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 4국의 성에서 왕족으로 살았던 그녀다.
왕좌의 게임이 시작되기 전, 지금의 왕들이 모두 어렸을 때는 서로가 의형제마냥 친했었기에 찬열을 보러 다른 왕자들이 성으로 자주 찾아오고는 했고,
그 과정에서 그레텔과도 자연스레 얼굴을 익혔었다. 그레텔은 계속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려는 세훈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그레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 왕좌의 게임이 막바지에 치달은 지금, 자칫하면 그녀는 찬열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을 터였다.
"봤어. 분명히 어디선가 봤어."
"......"
".....그레텔?"
세훈의 입에서 '그레텔' 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그레텔의 심장이 녹아 내렸다. 지난 5년 간의 고통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푸..푸하하하하하하"
"......"
"이야~찬열이 형이 알면 완전 눈 돌아가겠는데? 그토록 죽이겠다고 찾아 헤매던 여동생이 자기 나라에 있었던 걸 알면?"
그레텔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혹여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그레텔임을 더 확신하게 될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데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세훈과 그레텔이 동시에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들의 시선 끝에는 땀범벅이 되어 말을 몰고 있는 찬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찬열을 보며 세훈의 입에는 비웃음이 흘러 지나갔고, 그레텔의 눈에는 눈물 방울이 맺혔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 얼굴을 자세히 살필 수 없는 아주 먼 거리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고 있는 그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형."
"..닥쳐."
"워워. 나 아무 짓도 안 했다? 그리고 따져보면 형이 나한테 빚진 거지. 그렇게 찾아 헤매던 그레텔 내가 찾아 줬잖아."
"지금이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거 몰라? 이유야 어찌됐든 너 지금 영토 침해야.
네 말대로 네가 도와준 격도 있으니까 거기 보답해서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넘어갈게. 그러니까 빨리 꺼져."
미친듯이 숲을 향해서만 달려온 찬열은 옆에 있는 세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레텔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대로였다. 아니 더 예뻐졌다. 소녀의 기운을 안고 있던 그녀는 어느덧 숙녀가 되어 있었다.
바랜 후드와 낡은 치마가 지난 5년간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생활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비수가 되어 날아와 찬열의 심장에 박혔다.
찬열은 빨리 그녀를 안고 싶었다. 지난 세월동안 너무나도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지난 5년간단 1초도 네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귓가에 속삭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세훈을 돌려보내야했다.
"....형 내가 지금 되게 예민한 상태거든?"
"......"
"며칠째 참 힘든 데 말이야."
"어쩌라고."
"알잖아. 나 예민할 때 아무 사람이나 건드리면서 스트레스 푸는 거."
"오세훈."
"그냥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해."
불안한 예감에 찬열이 그레텔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세훈의 칼이 그레텔의 배를 그었다.
"꺄아아악!!"
"그레텔!!!!!!!!!!"
"...그래도 형이 지난 5년동안 엄청 죽이고 싶어했던 거 생각해서 일부러 목 안 긋고 배만 그었어. 뒤처리는 형이 해. 그럼 이만."
찬열은 곧장 그레텔에게 달려가 쓰러진 그녀를 안았다.
세훈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실소를 날리며 병사들과 유유히 사라졌고, 적막한 서쪽 숲에 남아있는 생명체는 찬열과 그레텔뿐이었다.
".....안녕."
"말하지마. 말하면 너 죽어. 나 절대 그 꼴 못 봐. 조금만 참아. 여기랑 성이랑 그렇게 안 머니까 조금만 버티면 돼."
찬열은 입고 있던 셔츠를 찢어 그녀의 상처에 감았다. 그레텔이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 어떻게든 지혈을 해야했다.
5년 만에 제대로 만난 그녀다. 그런 그녀를 찬열은 놓칠 수 없었다.
"....열아..찬열아."
"말하지 말라니까!!!!"
결국 찬열의 눈에서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도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너무 긴 시간을 서로 맴돌기만 하던 그들이 겨우 만난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더 멋있어졌네 우리 찬열이."
".....미안해.....미안해....내가....내가 너무....."
"쉿.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기."
"그 때...그 때 나도 너랑 같이 갔어야했는데....그깟 왕이 뭐라고...그게 뭐라고 너를 이렇게 혼자...."
"......나 너 정말 보고 싶었는데..그래서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는데...오늘에서야 기도를 들어주시네."
"...그레텔.."
"....미치도록 보고 싶었어. 그 날 성에서 헤어진 이후 매시간, 매분, 매초."
찬열은 그녀의 머리를 그의 무릎에 조심스레 뉘이고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녀의 볼이 점점 차가워지고, 그녀의 입 안에 조금씩 피가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수고했어. 5년 동안 나 찾아다니느라...특히 이번 한 달은...그 거지같은 왕좌의 게임을 치루느라."
"......"
"어마어마하게 사람을 좋아하는 너인데....나를 찾기 위해서, 살아 남기 위해서 연기하면서...그런 말도 안 되는 규칙에 메여서 억지로 사람들 죽이느라...정말 많이 고생했어."
그레텔이 겨우겨우 팔을 들어 생명이 꺼지고 있는 팔을 뻗어 찬열의 뺨을 쓰다듬었다. 찬열이 그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사색이 되어 얼어버렸던 그 날의 찬열과 사람을 죽이고 한없이 뜨거운 감정에 빠져있던 그 날의 그레텔과 달리
오늘의 그레텔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고, 오늘의 찬열은 그런 그녀를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밉다..."
"......"
"딱 하루만...딱 하루만이라도 더 주시지. 겨우...겨우 이렇게 만났는데."
애써 담담한듯 말을 이어나가던 그레텔이 결국 감정을 쏟아냈다. 그레텔의 몸은 점점 식어갔고, 찬열의 심장 역시 점점 차가워졌다.
찬열은 미친 사람처럼 식어가는 그녀의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그의 겉옷을 벗어 덮어주고, 계속 문지르면서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려 애썼다.
그레텔은 그런 그가, 그리고 그런 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그녀 스스로가 너무 가여웠다.
".....놔 줘."
"......"
"..내가 떠나면....지난 5년이랑은 다르게, 내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나 잊고....정말 질투날 정도로 예쁘게 사랑해 줘, 찬열아."
그레텔의 눈물 섞인 부탁에 찬열은 그녀를 껴안고 소리내서 울었다. 그도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왜 그들은 이렇게 아파해야만 하는가. 왜 남들처럼 사랑할 수 없는가.
"사랑해. 그레텔. 정말,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사랑해."
"......"
"지난 5년 동안 나도 단 한 번도, 단 1초도 네 생각 안 한 적 없어. 항상...항상.. 그리워했어."
"......"
"미안해....내가....내가 너무 미안해."
찬열의 뜨거운 입술이 파랗게 변한 그레텔의 입술을 덮었다.
첫키스가 씁쓸함을 안고 있었다면, 이 마지막 키스는 아픔을 안고 있었다.
그레텔이 찬열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려고 입 안의 피를 꾹꾹 눌러 삼키고 있는 아픔과, 그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점점 무너지고 있는 찬열의 아픔을.
"...우리 다음 생에 만나면...."
"......"
"...그 때는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아무런 방해받지 말고...정말 예쁘게 사랑하자."
"......"
"..사랑해."
".....사랑해."
"......안녕."
"......"
그레텔은 그 날처럼, 안녕이라는 말을 남겨두고 찬열의 곁을 떠났다.
찬열의 눈물이 쉴새없이 떨어져 그레텔의 얼굴을 적신 뒤 한참이 지나고서야, 찬열은 그녀의 눈을 감겨주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다시 만날 그 언젠가를 위해, 뜨겁게 사랑할 그 언젠가를 위해.
"....또 봐."
#3
"재밌게 됐네."
거울로 찬열과 세훈의 상황을 지켜보던 준면이 흥미롭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사과를 굴리며 말했다.
그는 이번 왕좌의 게임에서 철저히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너무나도 큰 비밀을 쥐고 있는 그이기에 굳이 직접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첫 전투는 4국과 5국이겠네. 누가 이기려나?"
준면은 사과를 한 입 베어먹고, 성의 모든 군사를 소집해 5국과의 전투를 준비하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준면은 그레텔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둔 후로 눈빛이 아예 바뀌어 버린 찬열을 재밌다는듯이 관찰했다.
그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보였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는 사람과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싸움이라...."
준면은 잠시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론을 짓고 피식 웃으며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그 결론이 무엇이든 준면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절대왕국을 바라는 그에게는 누가 죽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죽는다는 것이 중요할뿐.
#4
찬열은 몇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라앉지 않는 붉은 눈으로 그의 방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다.
왕좌의 게임이 끝나기 5일 전, 마지막 주의 화요일인 지금, 찬열은 모든 것을 걸었다.
그는 예전부터 왕위에 아무런 욕심이 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 그 왕좌를 잡고 있었을뿐.
그레텔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 삶의 이유를 몇 시간 전에 잃어버렸다. 이제 그에게는 삶에 미련을 가져야할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랑해."
찬열은 듣는 이 없는 나즈막한 고백을 하며 탁자 위에 놓여있던 그레텔의 인형을 쓰다듬었다.
차오르는 눈물을 훔치고, 그는 칼을 잡았다.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지금, 그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복수였다.
피는 피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피를 흘리며 싸늘해지던 그레텔의 마지막이었다.
"출격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가자."
찬열은 말을 타고 정비된 군인들을 한 번씩 훑고는 병사들 가장 앞에 섰다.
기운을 북돋는 출전의 연설도, 그 흔한 '살아 돌아오라'는 말 한 마디도 없었지만 병사들은 느낄 수 있었다.
찬열이 지금 얼마나 절박한지. 얼마나 애타는 마음으로 이 싸움을 시작하려 하는지.
#5
"....그럼 나도 놀아줘야지. 안 그래도 기분 뭐 같은데."
제 4국이 어마어마한 병력을 이끌고 세훈의 성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말에 세훈은 피칠갑이 된 갑옷을 다시 입었다.
○○을 다시 찾으면 그녀에게 닦게 할 것이라며 그녀가 사라진 이후 단 한 번도 정비하지 않은 갑옷이었다.
그는 검에 비치는 그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점점 이 게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살아야했다. 살아서 ○○에게 물어야했다. 왜 그를 떠났는지, 대체 왜 그를 버린건지.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계획했던 자리에 배치시켜."
세훈은 검을 쥐고 장군들과 함께 성의 꼭대기에 올라갔다. 저 멀리서 찬열의 군대가 무서운 속도로 진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훈은 제 5국의 국경에 찬열을 막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검을 쥔 세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살아야 한다. 반드시.'
찬열의 군대가 세훈의 성의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세훈이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6
세훈의 성 주변이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제 4국과 제 5국 병사들은 치열하게 경합했고, 누가 우위를 점했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대등한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승기도, 패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기 위해 숱한 병사들을 죽이고 있던 찬열과 세훈이 마침내 세훈의 성 안에서 만났다.
"몇 시간 전에 보지 않았나 우리?"
"그랬지.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너나 나나 참 징하다 그치?"
찬열과 세훈 모두 온몸이 피로 얼룩져있었다. 그들의 것이 아닌, 그 누군가의 것들로.
그들은 서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그들'의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을.
"...세훈아 난 잃을 게 없어."
"......"
"게다가 지금 삶을 지탱하는 목표도 단 하나야."
"......"
"너 죽는 거 보는 거."
찬열의 검이 먼저 세훈을 향했다. 세훈도 준비하고 있었는지 찬열의 칼을 다시 쳐냈다.
그렇게 몇 분을 계속해서 경합만 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검술을 배웠던 둘인지라 쉽게 싸움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된 채, 그들은 서로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 그 눈빛 깊숙히 감춰져있는 서로를 향한 안타까움을 읽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그들이다. 우린 의형제라며 복숭아나무 앞에서 맹세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왕좌라는 족쇄와 상처받은 사랑 때문에 서로를 죽이기 위해 기를 쓰고 있었다.
"..나 살아야 돼."
"....."
"....살아서 ○○ 봐야 돼. 만나서 물어봐야 되거든."
"......"
"나 왜 버렸냐고. 내가 분명히 내 옆에 있으라고 했는데 대체 왜 도망간 거냐고."
찬열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세훈이 ○○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방향과 방법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사실 찬열은 ○○이 사라진 그 날부터 ○○이 종인의 성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날 종인에게 사냥을 하자고 찾아가던 길에, 숨을 헐떡이며 제 2국의 성으로 향하는 ○○을 보았다.
그는 바로 사람을 붙여 그녀를 좇았고, 며칠 후 종인과 ○○이 매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아는 찬열은 ○○을 향해 잘못된 화살을 쏘고 있는 세훈이 우스웠다.
"난 살기 싫은데."
"......"
"그래도 너한테 볼 일은 보고 가야겠다."
찬열이 다시 세훈에게 달려 들었고, 세훈은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향하는 그의 칼을 피했지만 팔을 베였다.
팔에 흐르는 뜨거운 피와 고통이 느껴지자 세훈 역시 맹렬하게 찬열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찬열이 다리를 베였다. 힘줄이 끊어져 주저앉은 찬열에게 세훈은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높게 검을 들어 찬열의 심장에 칼을 겨눴다.
그런데 그 때, 찬열이 고통에 울부짖는 고함과 함께 갑자기 몸을 일으켜, 칼을 쥐고 있는 세훈의 팔을 끌어당겨 스스로의 심장에 박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세훈이 놀란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원래는.....내...내 손으로.....ㅈ..죽이려고 했는데"
"......."
"...이게 나중에 너한테 더 괴로울 것 같아서."
찬열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네가....네가 이 게임이 끝나기 전에 ㅅ...사랑이 뭔지 ㄲ..깨달으면 네 손으로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이...."
"......"
"얼마나....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될테니까."
찬열은 아연실색이 된 세훈을 보며 크게 웃었다. 웃으면 웃을 수록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그의 주변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닥쳐!!!!!!"
세훈은 그를 비웃는 찬열의 말에 그가 늘 가지고 다니는 단도를 꺼내 찬열의 반대쪽 가슴에 꽂았다.
찬열의 몸이 격렬한 경련과 함께 차게 식었다.
세훈은 끓어 오르는 가슴으로 찬열의 몸에 박혀 있는 그의 검들을 빼냈다.
한 때 우정을 나눴던 사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훈이 찬열의 몸에 남긴 상처는 격렬했다. 눈을 닫아주는 자비도 없었다.
그레텔처럼 차게 식어버린 찬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평생 사랑하는 여인을 마음껏 안아보지 못했던, 가여운 소년의 눈물이.
이 얼마만의 이틀연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편에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기존에 신청하셨던 암호닉 언급해주시는 분들께만 외전 얹어드립니다!
이메일은 남기지 마세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따로 글 만들게요!
찬열이가 떠나갔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차뇨르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괜찮아요......다른 작품에서 아껴줘야지 흐흐흐
내일 월요일인 게 많이 슬프지만...우리 다들 힘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