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세븐틴이 비중이 더 많으므로 카테고리는 '세븐틴'입니다.
* 짤 많습니다.
* 특별편도 있어서 길어요!
*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陰陽學黨)
여주가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던져 놓고 나온지 일주일, 여주는 순간의 욱함으로 행동한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자존심 조금 상하면 어떻냐,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몸이 편하게 살아야지. 마인드를 이제 와서 바꿔보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어찌 잡을 수 있으랴. 그걸 아는 여주니까 잠자코 운동장을 뛸 수밖에.
"여주야, 물 마실래?"
드디어 열 바퀴를 다 채우고 여주의 엉덩이는 곧바로 바닥으로 직행했다. 흙이 있든 말든 상관 없었다. 지금은 다리에 아무런 힘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여주에게 다정하게 물을 건네는 건, 결경이었다. 눈이 풀린 채, 헥헥거리고 있는 여주는 아무 말 없이 물을 받아들였고 한 입에 반통을 마셔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부장은 놀랍다는 듯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박수를 짝짝쳤다. 맨 앞에서 뛰었으면서 어째 안 힘들어보이는 부장의 모양새가 여주 눈에는 거슬렸다. 체력 괴물 새끼....
여주는 부장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지금까지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여주가 마음에 들어했던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냥 싫어하는 거다. 여주가 부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부에 들어온 첫날부터 부장은 여주를 괴롭혔다. 신입 신고식이라며 민현이 쥐어준 용돈카드-여주 부모님 통장으로... 설명하려면 길다.-를 가져가더니 매점을 거의 다 털지 않나, 전투 동작 훈련 할 때는 일부러 자기가 짝이 되어서는 봐주겠다고 공격 기술 걸어보라고 해놓고 봐주지 않고 역으로 기술을 걸질 않나 , 복도에서 만나면 반갑다며 뽀뽀뽀 대신해서, 낙법 연습 하라고 패대기를 치지 않나.-승관과 성연은 이 광경을 보고 울었다. 여주님! 괜찮으세요! 으헝헝- 여주는 일주일 동안 당한 걸 생각하면 입이 없어지도록 말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주위 부원들은 다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아, 부장. 김여주가 마음에 드는구나' 나름의 관심 표현법이었던 것이다. 그걸 알리 없는 여주는 이빨을 까득까득 까면서 부장을 싫어하는 거고. .... 사실, 그걸 알아도 여주는 부장을 싫어할 듯 하다.
"자, 오 분 쉬고, 음... 오늘은 뭘 하지? 아, 윗몸 일으키기 하자. 나 윗몸 일으키기 하고 싶어졌어"
"부장, 여기 운동장인데요?"
훈련은 기본적으로 아침 연습 시작 할 때는 운동장 열 바퀴를 뛰는 것이고, 저녁 연습 시작 할 때는 간단히 체조만 하고 바로 무술 연습으로 들어갔지만, 무슨 연습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그 날 부장의 기분대로, 마음대로였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마찬가지로 부장이 내키는 대로 윗몸 일으키기로 결정되었다. 여주는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매트도 없고 흙만 있는 딱딱한 운동장에서 윗몸 일으키기라니. 완전 극도로 혐오였다. 줄여서 극혐. 그런 여주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한 부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문제점을 제기한 부원을 보고 나이스라고 생각한 여주였지만 이내 부장의 짜증나는 대답에 조용히 욕짓거리를 중얼거렸다.
"흙 먹으면서 하는 윗몸 일으키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미친놈...."
"김여주 짝은 나니까 건들지 말도록"
쒯. 자신의 욕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부장과 하는 윗몸 일으키기는 최악이란 건 알고 있는 여주였다. 아니, 뭘 하든 일단 부장이랑 하는 건 최악이었다. 여주는 그냥 퇴부할까 생각했지만 일주일 전, 순영이 말이 여주의 의지를 가로 막아버렸다.
"주술 한 번 쓰고 그렇게 체력을 다 한다는 건, 물론, 18년 간, 영력이 봉인 되어서 폭발한 것도 있긴 한데 또 다른 이유는 네 몸이 약해서다"
".... 내가 살면서 몸이 약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음, 그거랑 별개라서. 왜 음양 학당 같이 퇴마사 전문 양성 학교들이 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까지 설립하는 지 알아?"
주술 사용이 무섭다고 고백한 날, 순영은 가만히 생각하다 입을 떼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음양학당의 근본을 이야기 해주었다. 음양학당의 최초 설립 목적은 퇴마사 양성이다. 물론, 지금은 퇴마를 기본으로 한 여러 직업 갈래들이 많이 생겨났기도 했고, 중간에 마음이 변하는 학생들도 많아서 목적은 변질되었지만 그래도 기본은 퇴마사 양성이었기에 어릴 때부터 퇴마사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프지 않고 생활을 평탄하게 삶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그런 건강한 몸과 다른 별개의 몸.
영력을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영력이 강하면 강할 수록 더 강한 몸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요괴 혹은 요물과 맞서 싸울 때, 필요하기도 하고, 정신적인 수양도 가능하며 몸을 빠른 시간 내에 강화하고 단련할 수 있는 것이 무술이었기에 체육 과목은 무술을 배우는 것이 되었다. 완전 일석 삼조였다. 고등학생이 되어야 강한 공격 주술을 배우게 되는 것도 몸이 거의 완성이 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이다.
모든 학생들이 이 루트를 거쳐서 온다. 반면, 여주는 어떤가. 훈련은 무슨. 열 여덟이 되도록 음양세계의 존재도, 자신이 음양인 인지도 모르던 여주였다. 그러니 영력을 담는 그릇과는 먼 몸이었다. 거기다가 영력은 몇십 년간 봉인 당한 덕분에 흥분 상태. 여주가 공격 주술을 사용할 때, 누구 한 명 안 죽은 게 용하다 할 수 있겠다. 아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건 여주가 음양세계 오기 전에 했던 미친 알바량 덕분일지도.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네 몸은 아직 일 리터 밖에 못 담는 통인데, 네 영력은 끝도 없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란 거지. 하필, 수압도 센 수도꼭지"
"...."
"일 리터 밖에 못 담는 통인데 수압도 센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담고 있으니 빨리 넘칠 수밖에"
순영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렸다. 그 모습이 퍽 여유로워 보였다. 자기랑 상관 없다는 것처럼. 그리고 감았던 눈을 느리게 떴다.
"근데 그렇게 수압이 센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있으면 곧 그 일 리터 짜리 통이 부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뭐?"
"통의 크기를 좀 키워 놓는 게 좋을 것 같구나"
"...."
"야, 부승관!"
"왜요...!"
"빨리 나와! 수습, 수습!"
"또, 누가 사고쳤는데요?!"
"몰라, 임마!"
하루에 학생들이 사고치는 양은 어마무시했다. 대부분이 공격 주술을 사용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서 신이 난 1학년들이었지만. 또, 누가 사고쳤는지 경원이 승관이 있는 교실을 귀신 같이 알아채고선 승관을 다급하게 불렀다. 승관의 진심 어린 짜증에 여주도 신기해.... 하기에는 여주도 곧 죽을 것 같은 상태라 온 몸에 힘을 빼고 뒤로 젖혀 고개만 돌려 승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이 누가봐도 '나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여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승관은 터덜터덜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경원을 따라나갔고 성연과 한솔은 축 처진 어깨의 승관이 불쌍해 보였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자기가 하고 싶다고 제발로 들어간 것을.
"당장 매점으로 가자"
".... 매점이요?"
경원을 따라 나온 승관은 경원에 손목을 잡힌 채로 이끌어졌다. 도대체 마음 편히 먹고, 쉬어야 할 매점에서도 사고 치는 인간들은 뭘까. 승관은 넋이 나간 채로 경원에게 몸을 맡겼다. 매점에 도착하니 평소와 별 다를 것없는 풍경이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경원을 쳐다보니 경원이 여유롭게 빵을 고르고 있었다. 그것도 음양 포인트로 살 수 있는 빵을.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승관이었다.
"누나, 지금 뭐하세요?"
"뭐하긴. 눈도 달려 있는 주제에. 빵 고르고 있잖아"
"아니, 그러니까 빵은 왜 고르고 있으신 거냐고요...."
"빵을 왜 고르긴. 너 머리 안 돌아가? 먹으려고 빵 고르지!"
뫼비우스의 띄처럼 이어지는 대화에 승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대충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이 누나가 여기로 부른 이유는 매점 빵을 먹기 위해서고, 나를 동반한 이유는 당연히
"수습이 혹시 누나 배꼽시계 수습이예요?"
"뭔데"
남자가 한 손을 빼내어 누군가에게 인사했고 그 누군가는 지훈이었다. 여주는 지훈의 얼굴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저 남자가 누구랑 닮았는지. 가는 눈, 흰 피부, 분위기까지 지훈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정말 닮아 있었다. 지훈과 닮은 남자의 이름은 '이기훈'으로 지훈의 친형이었다. 기훈은 지훈을 반겼지만 지훈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지훈은 기훈과 마찬가지로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놓고 기훈을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을 툭 내뱉었다.
"뭐긴 뭐야, 임마. 문자 제대로 안 봤냐. 대부님 호출이지"
"그러니까 왜 갑자기 아버지가 호출하냐고"
지훈의 모습을 보자 상황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 여주는 휴대폰을 들여다 보다가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고개를 기웃거렸다. '호출' 보통 집이라면 아버지가 호출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지 않나. 의문을 가졌지만 알바 중간중간에 봤던 일일드라마 장면이 생각났다. 드라마에서 재벌집의 자식들이 아버지가 호출했다는 표현을 쓴 것 같기도 하다. 궁금증이 풀리자 다시 관심이 없어진 여주는 휴대폰의 시간을 보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내가 어떻게 아냐. 그냥 우리는 오라면 잔말 말고 가면 되는 거야"
"...."
"그리고 너는 호출이라도 받는 거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뭐?"
"나는.... 강동호....(다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신수는 백호(이것도 알 것 같은데....)..., 속성은 금(모를 수도 있으려나...?)...."
- END